죽은 뒤에 글을 남긴 블로거

사람들이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일수도 있고, 돈을 벌기 위해서 일수도 있고, 정치적 주장을 하기 위해서 일수도 있다. 그런데 인터넷 상에서 여러 매체 수단을 놔두고 하필 블로그냐 하면 뭔가 그 다양함 속에서 공통점을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견으로는 블로그가 가지는 사적(私的)인 요소와 웹상에 공개된다는 공적(公的)인 요소가 결합되면서 가지는 각별한 ‘재미’때문이지 않은가 싶다. 무언가 절박한, 무언가 냉소적인 이유에서 블로그를 한다고 할지라도 결국은 실제로는 전자기호와 전류로 가득 차 있을 웹에서 댓글과 트랙백, 그리고 메타블로그 등으로 엮이면서 사람과 사람 간에 상호작용을 함에서 오는 그 쾌감을 잊을 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필자는 최근 이러한 블로그의 특성을 가장 잘 알려주는 한 글을 접하게 되었다.

그 글은 죽음을 예감한 한 사나이가 죽은 후에 ‘Final Post’라는 제목의 마지막 글을 블로그에 남기면서 최후까지 블로거들과 소통을 한 글이다. 서른여덟 살의 Andrew Olmsted 미육군 소령은 군에 몸담고 있으면서 블로그 활동을 한 이른바 ‘군인 블로거(milblogger)’였다. 처음에 AndrewOlmsted.com라는 독립된 블로그에 활동하다가 얼마 전부터 The Rocky Mountain News 의 웹사이트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이런 Olmsted 소령이 어떻게 죽은 후에 글을 남길 수 있었을까? 그는 작년 7월 친구인 Hilary Bok 에게 이상한 부탁을 했다. 그가 혹시라도 죽으면 자기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달라는 부탁이었다. 무심결에 부탁을 수락한 그녀는 후에 그가 보내온, 그리고 지속적으로 수정을 한 글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 한다. 삶과 가족에 대한 애정을 묻어나는 내용 때문이었다. 결국 그는 1월 3일 바그다드 북쪽의 사디야라는 도시에서 반군의 총격을 받고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약속에 따라 Hilary는 1월 4일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세상을 향한 유언이 된 셈이다.

그의 마지막 글에서 그는 자신의 이 글이 블로그에 올라가지 않았으면 한다는 가장 원초적인 바람으로 시작하여 자신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 블로깅에 대한 자신의 생각, 가족에 대한 그의 애절한 감정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기도 하다. 어찌 되었든 그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릴 글 중 가장 쓰는데 애먹었을 글이 아닌가 싶다.

이라크 전쟁이 침략전쟁이고 그 역시 침략군일수도 있다는 정치적 판단을 유보한 채 같은 블로거의 입장에서 그의 죽음은 애석한 것이다. 생명의 종말은 누구에게나, 특히 그의 가족에게 궁극의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죽음을 예견하여 친구에게 최후의 글을 남겨줄 것을 요구한 그의 태도는 묘한 느낌을 갖게 한다. 무언가 세상에(특히 블로그에?) 미련을 두고 가는 망자의 태도를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다.

어쨌든 그는 최후까지 블로그에서의 소통을 놓지 않았다. 통상 정말 불행하게도 어느 블로그의 주인이 세상을 등지게 되면 그의 블로그는 아무런 피드백도 없이 폐가마냥 내동그라질 터인데 적어도 그의 블로그는 가장 확실하게 결말을 맺은 셈이다. 그리고 동료 블로거들은 이런 그의 글에 천 건이 넘는 댓글로 화답하였다. 죽음을 통해, 그리고 유서를 통해 파이널을 맞이한 블로그… 는 정말 흔치 않을 것 같다.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 그는 사후세계를 믿지 않는다고 하였지만.

6 thoughts on “죽은 뒤에 글을 남긴 블로거

  1. egoing

    무장공비 때, 전방에서는 유서를 쓰도록 했다죠. 유서란 죽어서도,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내가 사랑했던 것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영적인 욕망의 한 형태인 것 같습니다. 나에게 블로그란 어떤 욕망일까?를 곰곰히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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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가끔 유서를 써본다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아직 겁이 없어서 그런건지 겁이 많아서 그런건지 유서를 써보고 싶지는 않네요. 종이에든지 블로그에든지 말이죠. 막상 쓰려고 하면 왠지 숭고해지기 보다는 장난스러워 질것 같기도 한데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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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좀비

    삶을 진지하게 살고자 한 마음이 다가오는 군요. 그 분은 블로그가 아니었더라도 그러한 것을 행동으로 표출하려 노력했으리라 여겨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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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동감합니다. 삶에 대한 자세가 무척이나 진지했던 이가 아니었나 싶네요.

      좋은 하루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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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우유소년4L

    이 글을 보니, 전에 신문기사에서 보았던 어떤 외국의 블로그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손자가 2차대전에 참전했던 옛날 할아버지가 가족에게 보내왔던 편지들을, 시간순대로
    차곡차곡 하나씩 포스팅했다고 합니다.
    편지들이 하나씩 더해갈수록 그 블로그의 독자들은,
    과연 그 할아버지가 살아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왔을까 하는 궁금증을 증폭시켜갔고요,
    “아직도(제가 신문기사를 읽었던 시점)
    그 진실은 베일에 쌓인 채 할아버지의 편지 포스팅이 진행되고 있다”

    그 후의 이야기도 궁금하고,

    혹시 foog님은 그 기사를 보신 적이 있는지, 출처를 혹 아시는지(질문)
    그도 궁금하네요…

    위의 포스팅을 잘 보아서,
    대뜸 저의 댓글이 좀 길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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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손자가 사람들 호기심을 자극시키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네요. 저는 그 기사를 본적도 출처도 모릅니다. 혹시 아시면 알려주세요. 🙂

      추.

      저는 긴 댓글을 좋아합니다.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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