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센터의 이름에 관한 사연, 그리고

손정목 씨는 박정희 정권 시절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을 역임하였고 후에 서울시립대 대학원장을 지내신 분으로 우리나라 도시계획사의 산 증인이라 할 만한 인물이다. 그가 쓴 ‘서울도시계획이야기’는 생생한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씌어진 서울시 도시계획의 역사에 관한 명저라 할만하다.

이 책에는 롯데쇼핑센터에 관한 일화가 나온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외자유치를 정권 홍보 차원에서 적극 권장하였고 때마침 일본에서 성공한 실업인 신격호 씨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해 국내투자를 약속하였다. 그런데 그의 조건은 명동에 백화점을 건립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는데 당시에는 강북지역의 개발을 억제하던 때라 명동에 도저히 백화점이 들어설 수 없었다. 그런데 관련회의 중 한 공무원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바로 ‘백화점’이라 하지 말고 ‘쇼핑센터’라고 하면 될 것 아니냐 하는 것이었다. 어이없는 말장난이지만 아시는 바와 같이 롯데백화점은 롯데쇼핑센터라는 이름으로 명동에 떡하니 서있다. 우기면 되는 것이다.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일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웃으며 넘어갈 수도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요즘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며칠 전 경상남도에서 ‘대운하 민자유치팀’을 설치하여 대운하에 관련된 각종 업무를 수행하기로 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자 지역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였다. 그러자 의회가 ‘대운하’를 떼고 ‘민자유치팀’으로 팀명을 변경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렇게 되었는가보다. 그런데 담당자는 여전히 하는 일은 대운하와 관련된 업무라고 한다. 그저 말장난일 뿐이다.

‘땅을 사랑할 뿐 투기는 아니다’가 메가톤급 말장난이어서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만 한 사례인지도 모르겠다.

14 thoughts on “롯데쇼핑센터의 이름에 관한 사연, 그리고

  1. 그리스인마틴

    고 이주일씨가 한수 잘배우고 갑니다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코메디와 달리 개그는 말장난을 위주로하는 것을 뜻하는 한국식 신조어라고 들은 것같습니다.
    이 말이 외국의 사전에 외래어로 등록될때는
    1. 말을 위주로 하는 한국식 코메디
    2. 한국식 정치행태
    이렇게 뜻이 수록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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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rainydoll

    저걸 역사라고 해도 되는 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렇게 반복이 되고 있군요. 어쩌면 우리나라서만큼은 역사가 아니라 말장난이 반복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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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지방의회라는 것이 지역토호들의 이익단체이니 만큼 대운하는 모두들 쌍수들어 환영하는 입장이겠지요. 다만 대기업이 독차지하지 않고 자신들에게 떡고물이라도 떨어져야 하는 입장이니 만큼 이런 발빠른 조치는 그들로서는 오히려 현명한 선택이라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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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Pingback: 민노씨.네

  4. 히치하이커

    犬티즌들이 중국을 판타지 월드라 비꼬곤 하지만, 진짜 판타지 월드는 아무래도 이 동네가 아닐런지. -_-;

    하긴 그 땐 동물이 어떻게 말을 하냐는둥의 까닭(?)을 들어 음악이나 만화, 영화에 가위질을 하기도 했다지요. (왠지 딴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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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청와대가 양아치 천지인데 지방자치단체가 정상적이길 바라는 마음자세가 정상적이지 않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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