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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센터의 이름에 관한 사연, 그리고

손정목 씨는 박정희 정권 시절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을 역임하였고 후에 서울시립대 대학원장을 지내신 분으로 우리나라 도시계획사의 산 증인이라 할 만한 인물이다. 그가 쓴 ‘서울도시계획이야기’는 생생한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씌어진 서울시 도시계획의 역사에 관한 명저라 할만하다.

이 책에는 롯데쇼핑센터에 관한 일화가 나온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외자유치를 정권 홍보 차원에서 적극 권장하였고 때마침 일본에서 성공한 실업인 신격호 씨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해 국내투자를 약속하였다. 그런데 그의 조건은 명동에 백화점을 건립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는데 당시에는 강북지역의 개발을 억제하던 때라 명동에 도저히 백화점이 들어설 수 없었다. 그런데 관련회의 중 한 공무원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바로 ‘백화점’이라 하지 말고 ‘쇼핑센터’라고 하면 될 것 아니냐 하는 것이었다. 어이없는 말장난이지만 아시는 바와 같이 롯데백화점은 롯데쇼핑센터라는 이름으로 명동에 떡하니 서있다. 우기면 되는 것이다.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일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웃으며 넘어갈 수도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요즘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며칠 전 경상남도에서 ‘대운하 민자유치팀’을 설치하여 대운하에 관련된 각종 업무를 수행하기로 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자 지역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였다. 그러자 의회가 ‘대운하’를 떼고 ‘민자유치팀’으로 팀명을 변경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렇게 되었는가보다. 그런데 담당자는 여전히 하는 일은 대운하와 관련된 업무라고 한다. 그저 말장난일 뿐이다.

‘땅을 사랑할 뿐 투기는 아니다’가 메가톤급 말장난이어서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만 한 사례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