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의 새 금융규제 수단은 솜방망이?

월요일 부시 행정부가 월스트리트를 총체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새로운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계획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지난 몇 주간 취했던 비상시의 행동을 공식화하여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이 계획이 시장에 대한 워싱턴의 역할을 스스로 제한하려는 지난 몇 년간의 행동의 연장선상일 뿐이라고 평가절하 하였다.

뉴욕타임스는 새 제안은 내용상으로는 새로이 출현한 각종 금융자본에 대한 규제 정책을 담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하고 있다.

“비록 그 제안은 헤지펀드와 프라이빗에쿼티펀드에 대한 규제를 하겠다고 하고는 있지만 그 감독은 정부가 위기시를 제외하고는 정보를 수집하는 수준 이외의 행동을 하지 못한 다는 점에서 솜방망이에 불과할 것이다.”
“Although the proposal would impose the first regulation of hedge funds and private equity funds, that oversight would have a light touch, enabling the government to do little beyond collecting information ? except in times of crisis.”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부실한 계획은 그 입안자가 월스트리트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스스로가 월스트리트의 일원이었던 재무장관 헨리 폴슨이기에 어쩔 수 없는 귀결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헨리 폴슨은 규제정책이 시장의 순기능(주1) 을 저해할 것이라는 믿음의 신봉자이어서 그동안 언제나 좀 더 강한 규제를 주장하는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해 왔었다. 다음은 이러한 그의 신조를 보여주는 발언이다.

“나는 현재의 혼란을 규제 구조 탓으로 돌리는 것은 공평하지도 정확하지도 않다고 본다.”
“I do not believe it is fair or accurate to blame our regulatory structure for the current turmoil.”

이러한 신념 속에서 새 계획은 FED에 새로운 권한을 위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FED의 행동이 시장의 자율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치계획을 요구하는 FED의 권한은 전체적인 금융시장 안정성이 위협을 받는 경우만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The Fed’s authority to require correction actions should be limited to instances where overall financial market stability was threatened,”

“금융시장의 안정성(financial market stability)”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FED의 전 주인이었던 알란 그린스펀은 파생상품시장을 시장의 안정성을 강화시키는 매력적인 시스템으로 보았다. 그렇기에 그는 파생상품시장에 좀더 FED의 실력을 행사하여야 한다는 요청을 거부했던 인물이다. 이러한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믿음이 새 정부에도 고스란히 공유되고 있는 믿음이다.

파생상품시장의 참여자는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다. 즉 ‘위험을 분산하고자 하는 자(hedger)’, ‘그 hedger에게 위험을 넘겨받는 대신 수익을 취하려는 투기자(speculator)’,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시적인 시장의 교란으로부터 무위험차익을 실현하려는 자(arbitrageur)’가 그들이다. 이 체제의 신봉자들은 위험은 분산되어야 하며 두 번째 주체 즉 speculator가 없으면 hedger는 위험을 분산하지 못하여 시장의 안정성이 저해된다는 논지다.(주2)

문제는 개별행위자로서는 위험을 분산하였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전체 자본시장에서의 위험의 총체적 크기가 유의미하게 줄어드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오히려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보듯이 투자자들은 파생상품이 복잡해짐에 따라 그들의 채권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였다는 점이 사태를 증폭시켰다. 또 다른 문제는 speculator뿐만 아니라 arbitrageur 역시 리버리지 효과(주3)를 통하여 수익을 취한다는 점에서 그들 역시 투기자나 다름없다.

그럼 또 hedger 가 진정한 hedger 일 뿐이냐. 그것도 조금 의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미국의 마르크스주의자 경제학자 Doug Hedwood 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농산물 파생상품시장에 농부가 직접 hedger 로 참여하는 경우도 드물거니와 실제 참여한 이들의 취급품목을 알아봤더니 대부분 그들이 재배하는 품목이 아니더라는 것이다. 그럼 뭐하려 hedger 로 참여했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재밌는 것이 정말 순수한 목적에서 헤지를 했음에도 시장의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이 수출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대규모 선물환 매도에 나섰고 이에 따라 시장에 달러 부족 현상이 심각해짐에 따라 원화가 급락한 사건이 그 예다. 하나의 헤지 행위가 다른 시장참여자의 동시다발적인 반응으로 이어지며 시장의 자금쏠림 현상이 심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요컨대 헨리 폴슨이 자본의 무한자유를 외치는 무뢰한일 수도 있고 정말 현재의 금융시장, 또는 파생상품시장의 순기능을 믿는 순진한 경제학자일 수도 있다. 문제는 역시 사건이 터질 때에 뒷수습이 어떻게 되어 시장참여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것일텐데 여태 진행된 모습을 보면 난세에도 덩치를 키워가는 이도 있고, 엄청난 사고를 쳐놓고도 책임도 안지고 미국판 공적자금을 날름 받아먹는 이도 있는가 하면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함에도 쥐꼬리 같은 구제책에 목말라 하는 주택소유자들이 있다. 역시 시장은 자유로운 듯(주4) 보이지만 적어도 공평하지는 않다.

(주1) 시장의 순기능이 JP 모건 체이스가 베어스턴스같은 공룡을 한 주당 2달러에 – 지금은 찔끔 올려줬지만 – 인수하는 백주대로의 날강도질을 연방제도준비이사회가 옆에서 돕는 것을 방지하여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면 그의 말이 맞다

(주2) 이런 논지로 부동산 시장에서의 투기를 옹호하는 이도 있다

(주3) 쉬운 말로 빚내서 이익률을 극대화하겠다는 이야기다. 성공했을 때에는 자기자본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실패했을 때에는 깡통 차는 경우로 이번 베어스탠스가 바로 그런 녀석들이다

(주4) 진정한 자유시장이었다면 FED가 지난 몇 주간 온갖 현란한 행동을 선보였을 때에 헨리 폴슨이 말렸어야 했겠지만

10 thoughts on “부시 행정부의 새 금융규제 수단은 솜방망이?

  1. foog

    다음 글은 미국의 탈규제 현상에 대해 금융권뿐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자세히 알려주는 글이다. 이 글에 따르면 오바마는 월스트리트로부터 6백만 달러를 정치자금으로 받았다고 한다. 민주당의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은 6백3십만 달러. 그 3십만 달러에 삐친 것인가? ^^

    http://www.commondreams.org/archive/2008/03/29/7960/

    암튼 글이 무지 길다. 아.. 스크롤의 압박 싫다.

    Reply
  2. foog

    다음 글은 미국의 탈규제 현상에 대해 금융권뿐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자세히 알려주는 글이다. 이 글에 따르면 오바마는 월스트리트로부터 6백만 달러를 정치자금으로 받았다고 한다. 민주당의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은 6백3십만 달러. 그 3십만 달러에 삐친 것인가? ^^

    http://www.commondreams.org/archive/2008/03/29/7960/

    암튼 글이 무지 길다. 아.. 스크롤의 압박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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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foog

    “저축은행감독청(OTS)을 폐지하고 그 기능을 연방금융감독기관인 통화감독청(OCC)에 이관하는 식으로 두 기관을 통합한다는 내용도 있다. 사실상 기능의 차이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신용경색의 발단이 된 모기지시장 관리를 위해 별도의 기구인 MOC(모기지발행청)를 신설하기로 했다.”

    http://stock.moneytoday.co.kr/view/mtview.php?no=2008033017581175877&type=1

    Reply
  4. foog

    “저축은행감독청(OTS)을 폐지하고 그 기능을 연방금융감독기관인 통화감독청(OCC)에 이관하는 식으로 두 기관을 통합한다는 내용도 있다. 사실상 기능의 차이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신용경색의 발단이 된 모기지시장 관리를 위해 별도의 기구인 MOC(모기지발행청)를 신설하기로 했다.”

    http://stock.moneytoday.co.kr/view/mtview.php?no=2008033017581175877&typ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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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폴슨은 뼛속 깊이 월가 사람이고, 그래서 은행만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봅니다. 집 압류 당하는 서민을 위해서는 계속 립서비스만 할 뿐이죠.
    그리고 상품 시장에서 이미 진정한 의미의 헤저는 거의 의미없는 수준으로 비중이 추락한 상태이고 단지 아사리판으로 전락한 지 오래인 듯합니다. 헤저가 오히려 투기꾼에 의해 왕창 올라버린 가격에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죠.
    그래서 미국에서는 상품시장에 투기꾼 참여 비중을 일정 한도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나 봅니다.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지만요..

    Reply
    1. foog

      투기꾼이라고 명찰붙이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파생상품시장을 근본적으로 손보지 않는 한은 불가능한 일이죠. 그래서 사실 오바마의 야심도 별로 신뢰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최고의 자본시장이라 할 수 있는 주식시장도 주식을 통한 회사의 자금조달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소리가 되어버린 듯 한데 파생상품시장은 더 조로현상이 있는 듯…

      Reply
  6. 폴슨은 뼛속 깊이 월가 사람이고, 그래서 은행만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봅니다. 집 압류 당하는 서민을 위해서는 계속 립서비스만 할 뿐이죠.
    그리고 상품 시장에서 이미 진정한 의미의 헤저는 거의 의미없는 수준으로 비중이 추락한 상태이고 단지 아사리판으로 전락한 지 오래인 듯합니다. 헤저가 오히려 투기꾼에 의해 왕창 올라버린 가격에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죠.
    그래서 미국에서는 상품시장에 투기꾼 참여 비중을 일정 한도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나 봅니다.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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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투기꾼이라고 명찰붙이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파생상품시장을 근본적으로 손보지 않는 한은 불가능한 일이죠. 그래서 사실 오바마의 야심도 별로 신뢰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최고의 자본시장이라 할 수 있는 주식시장도 주식을 통한 회사의 자금조달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소리가 되어버린 듯 한데 파생상품시장은 더 조로현상이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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