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talian Job[1969]

요즘 60~70년대 영국 영화를 즐겨 보다보니 이 시기에 Michael Caine이 없었더라면 영국 영화계는 – 특히 액션물이나 스릴러물 – 어떻게 버텨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그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임을 알게 되었다. 1967년부터 1년에 한 번씩 나온 Harry Palmer 삼부작, 형의 죽음에 잔인하게 복수극을 펼치는 Get Carter,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The Italian Job 에 이르기까지 이 시기에 James Bond 역만 안했다 뿐이지 웬만한 액션물 캐릭터는 전부 그의 차지였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감옥에서 갓 출옥한 Charlie에게 자동차 사고로 죽은 친구의 미망인이 소포를 하나 전해준다. 그것은 이탈리아의 FIAT 회사 소유의 400만 달러어치 금을 강탈할 수 있는 계획이 담긴 가방이었다. 굴러들어온 행운을 거머쥐기 위해 그는 같은 감옥에 있었던 암흑계의 거물 Bridger씨에게 재정적 지원을 부탁한다. 사업성을 검토하고 가능성을 확인한 Bridger씨는 사업을 승인하고 Charlie는 여기저기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필요한 장비들을 갖추기 시작한다.

그가 계획하고 있는 것은 금괴호송차량을 고의로 유발시킨 교통체증에 가둔 뒤 금을 강탈하여 기동성이 뛰어난 미니 쿠페로 빠져나와 스위스까지 도망친다는 것. 이탈리아 마피아의 위협도 있었고, 팀원들 간의 반목도 있었지만 Charlie의 배짱과 순발력으로 마침내 금괴를 탈취하고 일행은 스위스로 향하는 산맥을 버스로 건너며 신나게 샴페인을 터뜨린다. 과연 이들은 이 대담한 작전을 성공시킬 것인가?

이 작품은 비전형적인 캐릭터로 가득 찬 전형적인 영국식 블랙코미디다. 범죄자들은 마치 귀족이라도 되는 마냥 멋진 양복 차림에 깔끔한 매너를 지닌 이들이다. 범죄 집단은 마치 대기업의 사무실처럼 깔끔한 환경에서 비서를 거느려가며 범죄를 모의하는 회의를 진행한다. 반면에 감옥의 간수들은 죄수인 Bridger가 마련해준 집에 살면서 그의 몸종이나 다름없는 비굴한 직장인들일뿐이다. 냉소적인 유머의 하이라이트는 Charlie 일행이 이탈리아에서 금괴를 빼돌리는데 성공한 순간이다. 그 순간 Bridger가 갇혀 있던 감옥에서는 죄수, 간수 할 것 없이 작전의 성공을 축하하며 환호하며 Bridger를 칭송한다. 통상적인 권선징악의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장면이다.

잠시 옆길로 새자면 이 영화의 제작목적은 어쩌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인류의 탐욕의 역사의 진실을 일깨워주고자 함일지도 모른다. 이른바 근대 이전의 역사에서 사실 이 영화에서 보는 것과 같은 약탈행위는 범죄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영화나 소설에서 보는 것과 달리 악랄한 해적과 정당한 공권력은 다른 집단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한 나라의 무역선은 다른 나라의 무역선을 보면 얼마든지 약탈을 감행하였고 그 다른 나라 역시 그러했다. 그래서 심지어 이들은 해적선을 정당한 포로로 대우하기까지 했다.

왕실은 겉으로는 해적행위를 비난하였지만 그들의 해적행위에 투자해 배당금을 받기까지 했다. 합법적 수탈행위와 불법적 수탈행위 사이에는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비추어보면 컬럼버스는 사실 위대한 모험가가 아닌 약탈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를 위대한 영웅으로 조명하고 있는 역사에 비추어 보면 Charlie는 영국의 국익을 위해 이탈리아의 금괴를 탈취해온 신중상주의적인 영웅이고 Bridger는 그에게 투자한 왕실이다. 그러니 사실 감옥에서의 환호는 당연한 것이었다.

Mark Walberg 주연으로 리메이크된 작품에서도 그렇듯이 역시 이 영화의 볼거리는 (영화 덕에 매출이 엄청 뛰었을) 미니 쿠페의 활약이다. 좁은 이탈리아 소도시의 골목을 누비는가 하면 심지어 건물의 옥상, 하수관, 그리고 강둑까지 종횡무진 하는 미니 쿠페의 카레이스는 대형차량으로 저돌적으로 직진하는 미국영화의 카레이스 장면과는 또 다른 독특한 맛의 카레이스 장면을 연출하여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그러다보니 쓸데없는 스턴트까지 선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Get Carter와같이음울하고 비정한 범죄 액션물이라기보다는 Austin Powers가 재현하려고 했던 흥청망청거리는 60년대 영국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내면서 동시에 약간의 애국주의적 정서를 담고 있는 액션 코미디물이라 할 수 있다.

** 그들의 범죄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의 여부를 알 수 없는 엔딩 장면은 권선징악적인 반전을 선보이던 일링 스튜디오의 블랙코미디와는 또 다른 관점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나 황금을 선택할 것인가 생명을 선택할 것인가의 갈등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너무나 멋진 상황설정이 아닌가 싶다.

2 thoughts on “The Italian Job[1969]

  1. Odlinuf

    말씀 듣고 보니 원작이 리메이크작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군요. 풍요롭지 못하던 시절에 찍어서 액션보다는 등장인물 심리묘사에 훨씬 더 중점을 둔 작품이기도 할테구요. 아, 그리고 유럽이나 북미측에서 보면 콜럼버스가 영웅일테지만 그는 스페인이 공인한 해적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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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말씀하신대로 원작이 리메이크보다 심리묘사나 유머감각이 더 탁월하다고 생각됩니다. 리메이크는 아무래도 볼 거리에 충실하다보니 액션신이 강화되었죠. 둘 모두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이라고 생각됩니다.

      콜럼버스에 관해서는 요즘은 북미에서조차 그리 좋은 평가를 못 받고 있죠. 북미의 유색인종을 중심으로 현재 휴일로 지정되어 있는 Columbus Day 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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