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수정)

Adviser를 ‘보좌관’이라는 표현대신 ‘참모’라는 표현으로 수정

뉴시스가 특파원의 펜을 빌려 뉴욕타임스의 미대선 부통령 후보 새라 패일린에 대한 구설수 기사를 옮겨 적었다. 그런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페일린 유세 의상비용 15만달러 구설수 <NY타임스>”라는 제목의 이 뉴시스 기사는 여러모로 국내 언론의 외신보도(또는 베끼기) 능력 부재를 드러내는 기사다.

1) 뉴욕타임스? 타임스?

가장 황당한 부분이다. 기사에서는 총 일곱 번에 걸쳐 “뉴욕타임스”를 “타임스”라고 칭하고 있다. 이 두 신문이 같은 신문이 아니라는 나의 상식이 틀리지 않았다면 기자는 지금 엄청난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2) 번역인가 반역인가?

뉴시스 기사의 일부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선거유세에서 캠페인 비용이 후보의 개인 패션에 의해 쓰여지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지만 홍보예산으로 처리되는 것 중에 잠재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위 문단이 인용한 것으로 여겨지는 뉴욕타임스의 원문이다.

Advisers to Mr. Obama – as well as those of his rival in the Democratic primaries, Senator Hillary Rodham Clinton – said that campaign money was never spent on personal clothing but that potentially embarrassing purchases could be blended into advertising budgets.

화자가 “오바마의 참모들(Advisers to Mr. Obama)”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으로 변신했다. 아니면 힐러리가 오바마의 참모로?

이외에도 사소한 번역 오류가 몇 군데 눈에 띄지만 내가 무슨 빨간펜 선생님도 아니고 이쯤에서 마치겠다.

3) 이런 기사를 굳이 특파원이 써야하나?

특파원이라면 미국에 나가계실 텐데 비싼 체재비 들여가며 계시는 동안 이런 번역문(기사?)을 쓰시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비단 뉴시스의 이 특파원 뿐만 아니라 여러 (소위) 특파원들은 외신 번역기사로 지면을 채우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그리고 솔직히 뉴시스의 번역기사의 의미를 굳이 찾으라면 종이신문의 촬영사진 정도다. 언론 소비자들이 – 적어도 내가 – 특파원에게서 바라는 것은 ‘김상철의 글로벌포커스’ 정도의 생생한 현장감과 현상에 대한 날카로운 해석능력이다.

12 thoughts on “뉴시스(수정)

  1. 강진규

    요즘 자주 오는 곳인데 오늘 처음으로 댓글남깁니다! ^^
    글을 읽으니 저,,조금..(사실많이) 마음이 찔리네요.. 이번여름에 노컷뉴스 인턴으로
    있으면서 외신 올림픽 기사 번역했었거든요..^^;; 글을 읽으면서 ‘아 ,,내가 한 것도 번역문이지 기사될 자격은 없었겠구나..”하며 좌절했다는..ㅎㅎ;; 뉴욕타임스기사도 몇 번 해서 기사화 됐었는데… food님이 여기서 지적하신 문제가 제 기사에도 있을지도……;;;;ㅠ.ㅠ

    food님 같은 분들이 있어서 뭐든지 확실/정확하게 써야한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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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번역은 어려운 작업이자 또 하나의 창작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외신을 번역하여 보도하는 것도 분명한 의도와 기자 자신만의 관점이 뚜렷하다면 비난받을 일이 아니겠죠. 하지만 외신을 번역하여 보도하려면 – 저 역시도 아직도 철저하지 못하지만 –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철저한 확인이 수반되어야 하겠죠. 그리고 더군다나 특파원으로 나가있다면 그 위치에 부응하는 시각과 사실관계가 첨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진규님은 인턴으로 하신 일이기에 준엄한 비판의 화살에서 그래도 조금은 자유로우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 그래도 역시 번역은 보고 또 보고 … 실수없이 해야겠죠.(저도 맨날 저지르는 실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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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Libertas

    공감합니다. 외신을 인용한 번역 기사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양감과 질감을 살려 입체적인 기사를 낼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고 고스란히 베껴적는 것은 문제가 있죠. 그리고 2번의 화자는 엄밀히 말하자면 오바마와 힐러리의 참모들 모두 다 겠죠 ^^ (Advisers to Obama and those of Hill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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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ㅎㅎ 그렇군요. 보좌관들 몽땅이겠네요. 다 물어봤을리는 없겠고 불특정 보좌관을 지칭하는 듯 보이지만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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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oog

      음.. adviser도 ‘참모’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네요. (본문을 슬쩍 고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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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요시토시

    personal clothing => 개인패션…?
    제가 영어에 관해선 한 무지하지만…저건 정말 아닌거 같습니다. =_=);;;
    번역대로 라면…개인의 옷을 팔아 만든 돈을 선거비용에 쓸 일은 없단 의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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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Libertas

    ㅎㅎ 사실 왜 1번과 같은 너무 뻔한 실수를 왜 저질렀는지 궁금해서 방금 전 Yahoo Answers(네이버 지식인과 흡사)에 물어봤는데 한 뉴요커의 답변에 따르면 뉴요커들은 통상 평일에 발행되는 뉴욕타임스를 그냥 The Times라고 부르고 일요일판은 The Sunday Times라고 부른다는군요…아마 기자가 그런 사실 탓에 그냥 타임스라고 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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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엔디

      보충하자면, 뭐 foog님께서 모르실 것 같지 않지만, NYT에서도 종종 자신들을 가리킬 때 the Times라고 하는 것 같더군요. ^^

      다만 뉴시스 기자는 한국인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써야 하므로 ‘뉴욕타임스’라고 명시해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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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oog

      저는 솔직히 뉴욕타임스가 지들을 타임스라고 부르는지는 몰랐습니다. 마치 전남대와 전북대가 각자 자신들의 학교를 줄여서 ‘전대’라고 한다는 데 그런 이치인 것 같기도 하네요.(두 학교 분들 맞나요?) 여하튼 저는 런던의 타임스가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더타임스라고 인식되어왔던 그 ‘상식’으로 했던 이야기입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또는 그것이 아니더라도 남의 신문을 인용했으면 비공식적인 표현이 어찌되었든 뉴욕타임스라고 정식명칭을 불러주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니면 런던타임스인지 파이낸셜타임스인지 엘에이타임스인지 뉴욕타임스인지 알게 뭐겠어요. 🙂

      여하튼 Libertas님이랑 엔디님이랑 일부러 수고까지 해주시면서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럴 때 블로깅의 보람을 느낍니다. 8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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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당그니

    그래도 가끔 특파원들 번역기사는 다이제스트식으로 몰아서 볼 때 편해요(맞든 틀리든) -_-; 단, 이 포스팅처럼 오역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가끔은 현지 분위기를 살펴봐야하는 단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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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저는 요즘 오히려 기성언론의 해외소식보다 당그니님과 같은 블로거들의 생생한 소식이 더 쏙쏙 와닿고 재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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