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음악

문제적 인물, Eminem

Eminem의 신곡 Fall이 화제다. 안 좋은 쪽으로.

“타일러는 아무것도 못 만들지. 왜 스스로 faggot이라 했는지 알겠네.”
(Tyler create nothin’, I see why you called yourself a faggot)

동료 뮤지션인 Dan Reynolds도 트위터를 통해 “이제는 faggot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선 안 되는 시대”라고 할 만큼 그 단어는 동성애자에게 모욕적인 단어라는 점이 문제인데, Eminem이 자신의 전작을 폄하한 한 래퍼 Tyler, The Creator를 공격하는 이 곡에 해당 단어를 쓴 것이다. 물론 보도에 따르면 Eminem은 이전에도 faggot 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바 있고, 공격을 당한 래퍼 Tyler, The Creator도 이 단어를 남발한 바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시절이 바뀌었고 남이 사용한다 해서 Eminem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까방권이 성립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 하나 Tyler, The Creator는 작년에 게이라고 커밍아웃하면서 그가 쓴 faggot 은 일종의 자신의 처지에 대한 역설적 장치의 기능일 수 있다는 것이 보도의 설명이다. 여하튼 변방의 듣보잡 래퍼가 아닌 독보적인 랩뮤직 계의 아이콘이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은 요즘 이런 단어를 동료 래퍼에게 – 그것도 커밍아웃한 – 썼다는 사실은 Eminem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을 것 같다.

이 사태에서 개인적으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 한가지는 문제가 되고 있는 Fall이 수록된 Eminem의 신보 Kamikaze의 앨범 후면 커버가 Beastie Boys의 데뷔 앨범 Licensed To Ill 커버를 오마주했다는 점이 무척 아이러니하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애초에 Beastie Boys가 Licensed To Ill의 앨범 제목을 Don’t Be a Faggot이라고 하려고 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심기가 편치 않았을 밴드의 멤버 Adam ”Ad-Rock” Horovitz는 1999년 이 사실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한 바 있다. faggot이라는 바로 그 단어때문에 문제가 됐고 이에 대해 당사자가 사과한 바 있는 앨범의 커버를 오마주하면서 정작 그 앨범의 수록곡에서 다시 faggot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역설에 대해 Eminem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A painting of the rear end of a jet with graffiti about Eminem on it. It is very similar to the artwork of the debut album of Beastie Boys, Licensed to Ill.
By Source, Fair use, Link

올해의 공연

성 토마스 합창단 마태수난곡

올해 3월 16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공연이었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가 작곡한 위대한 작품 마태수난곡 전곡을 바흐가 실제로 재직했던 8백여 년 전통의 성 토마스 합창단이 부른 공연이다. 성경의 마태복음 26장과 27장을 기본 텍스트로 한 극적(劇的) 음악으로 공연시간이 3시간에 달하는지라 청중으로서도 상당한 인내심을 요하는 공연이었지만 미리 음반으로 예습을 하고 간 터라 생각보다 지루하지는 않았다. 더불어 초심자이긴 하지만 그 시대 사람들이 – 특히 바흐가 – 지니고 있는 그 신앙심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은 더 높아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숭고한 감정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New Order 도쿄 공연

올해 5월 28일 도쿄에서 열린 New Order 단독 공연이었다. 2012년 섬머소닉에서 만난 이후 4년 만에 다시 보는 뉴오더의 모습이었다. 일본은 확실히 우리나라보다는 뉴오더의 팬 층이 두꺼운지라 이틀 간의 공연에도 적잖은 관중이 모여들었고, 밴드는 신보인 Music Complete를 공연목록에 상당수 집어넣었기 때문에 섬머소닉의 공연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와 열기로 채워졌다. 스탠딩공연장에서 계속 되는 해드뱅잉 등으로 체력이 상당히 고갈되었던 공연이었지만, 그만큼이나 락 공연의 광기를 더욱 몸으로 느낀 공연이기도 했다. 그들의 신보와 공연을 다시 한 번 접할 그날이 오기를 기원해본다.

New Order 東京 공연 後記

Don Giovanni

오페라에 대해서는 문외한에 가깝지만 직접 육안으로 보고 싶은 공연을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모차르트의 돈지오반니였다. 뉴욕에 가는 김에 메트오페라의 공연일정을 검색해보니 이 작품이 10월 12일 공연일정에 있어 주저 없이 선택하였다. 뉴욕이 오페라의 본고장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상당한 완성도를 기대할만한 지역이었고, 공연은 다행스럽게도 가수들의 압도적인 가창력이나 화려한 무대장치 등에서 대만족이었다. 특히 극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비련의 여인 돈나 안나 역의 배우의 가창력은 실황으로 접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감동을 주어서 더욱 더 만족감이 높았던 공연이었다.

Steely Dan Concerts

사실 무리를 해서 뉴욕을 간 이유가 이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아내와 나 둘 다 좋아하는 째즈-락 밴드지만 오랜 기간 공연을 갖지 않다가 미국 동부 순회공연에 돌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겁 없이 뉴욕행 티켓을 질렀던 것이다. 당일 공연장에 가보니 동양인으로 보이는 이들은 우리 부부뿐이고 절대 다수가 백인이었을 정도로 이들의 음악은 독특한 지형을 형성하고 있었고, 해외 공연장으로 직접 찾아가기 전에는 그들의 내한공연 따위는 볼 수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공연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이 완벽한 하모니의 세션을 갖춘 공연이었다. 다시 이들을 볼 수 있을지?

너무 흥겹게 공연을 감상하던 어느 관객

Squeeze / The English Beat 합동 공연

이들의 공연도 뉴욕행의 시간 때우기로 선택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내 생애 가장 신나는 공연 순위 탑을 차지했다. 둘 다 좋아하는 밴드지만 두 밴드 모두 주로 80년대를 주요한 시기로 활동하였기에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의 감동은 달랐다. 나이 대를 가리지 않고 모두들 노래를 따라 부르고,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며, 맥주를 마셔대는 모습, 공연수준의 높낮이를 가리지 않고 – 물론 공연은 수준급이었다. – 몸으로 음악을 느낄 수 있는 감동의 도가니였다. 이들의 공연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전성기가 지났어도 흥겹게 순회공연을 다닐 수 있는 팬 층과 시장이 있는 그들의 대중문화가 부러웠다.

Squeeze 공연 後記

David Bowie 가 지구를 떠났다

데이빗 보위의 공식 트위터 계정이 그의 죽음을 알렸다

80년대 무비스타 몰리 링워드의 말처럼 오늘 내 어린 시절의 한 조각이 죽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늘 하루 알렉 볼드윈의 이 트윗처럼 이보다 더 아름다운 멜로디가 있을까 싶다

아무튼 그는 잠시 지구를 방문했다가 떠났을 뿐이다

R.I.P.

올해의 즐거움 : 公演편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콘서트(2015.4.23.)
베토벤의 아홉 개 교향곡 전부를 나흘간에 걸쳐 소화해낸 콘서트 중 마지막 날의 콘서트였다. 9번 교향곡을 꼭 라이브로 듣고 싶었기에 찾아갔지만 8번 교향곡 역시 깊은 감동을 줬던 공연이었다. 지휘는 헝가리 출신의 이반 피셔가 맡았다.

Paul McCartney 슈퍼콘서트(2015.5.2.)
당시 아내가 몸이 많이 아팠는데 이 공연을 문득 보고 싶다고 하여 어려운 발걸음을 했던 공연이다. 비도 부슬부슬 내리는 좋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폴의 완벽한 노익장에, 아내와 나를 포함한 관객들이 모두 환각 상태에 빠졌던 멋진 공연이었다.

신도시 기획공연 : 위댄스/김윤기와 깐돌/아나킨프로젝트/000000000(2015.8.2.)
신도시라는 작은 빠에서 열린 인디뮤지션들의 공연이었다. 아나킨 멤버의 초대로 들른 이 공연에서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던 밴드는 훵키한 댄쓰넘버가 일품이었던 위댄스였다. 덕분에 이들의 CD도 현장에서 구입하고 멤버들에게 싸인도 받았다.

정명훈의 서울시향(2015.8.27.)
베토벤 교향곡에 삘받아서 관람한 정명훈 씨가 지휘하는 서울시향의 공연이다. 이날의 레퍼토리는 6번과 7번이었다. 막귀인지라 로열 콘세트르허바우와의 우열은 가릴 수 없었고 현장에서 베토벤을 들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만족한 공연이었다.

오페라 카르멘(2015.12.26.)
세계에서 가장 자주 공연된다는 카르멘의 국내 공연이다. 기획은 국내기업인데 주요 출연진은 카르멘 역에 뒤셀도르프 극장 소속인 레모나 자하리자 등 외국 가수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공연중 출연한 말이 사고가 날뻔 해서 식겁했던 생각만 난다.

올해의 즐거움 : 音盤편

올해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음반 위주로 들으려 일부러 노력했다. 사실 젠체하려는 문화적 허세남의 냄새가 다분히 풍기는 의도였지만, 어쨌든 그러한 노력 덕에 음악 감상의 폭은 상당히 넓어진 한해였다. 그 중 인상 깊었던 음반들을 골라봤다.

Elgar: Cello Concerto / Sea Pictures[1965]
한 클래식 작곡가의 작품을 재평가하는데 연주자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는데 바로 엘가의 이 작품이 그렇다. Jacqueline du Pré라는 천재 첼리스트가 이 곡을 연주하자 사람들은 그 곡을 재평가했고 연주자에게도 가장 뛰어난 연주 중 하나로 남게 되었다.

Love Supreme – John Coltrane[1965]
째즈의 마지막 황금기에 가장 걸출한 째즈 뮤지션이 내놓았기에 그 어떤 째즈 음반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은 음반. 콜트레인의 종교적 명상이 고스란히 음악적으로 표현되어서 더욱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음반이 다시 나오는 것은 불가능할 듯.

ささやかな欲望 – 山口百惠[1975]
일본 최초의 아이돌이라 할 수 있는 야마구치모모에의 1975년 작. 초기의 어린 소녀의 로리타적 분위기에서 보다 성숙한 여인의 분위기로 넘어가던 시절의 – 그래봤자 당시 16세 – 곡들이 담겨져 있다. 모모에의 음반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함.

The Köln Concert – Keith Jarrett[1975]
지친 몸을 이끌고 퀼른에 왔는데 준비되어 있는 피아노는 당초 요구에 훨씬 못 미치는 조악한 상태의 미니그랜드피아노. 이 상태에서 키쓰자렛은 관객들에게 생애 최고의 즉흥연주를 선사했다. 음악이란 자유로움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려준 명반.

The River – Bruce Springsteen[1980]
미국 노동계급의 정서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뮤지션 브루스스프링스틴의 중기걸작. 미니멀리즘의 미학이 제대로 드러난 Hungry Heart나 아버지의 죽음에서 삶의 철학을 깨닫는 Independence Day 등 노동자의 희로애락이 절절하게 담겨져 있다.

Rain Dogs – Tom Waits[1985]
사실 톰웨이츠의 음악은 무의식적으로 피해왔다.(그 걸죽한 목소리가 싫었던 것인지?) 결국 이 음반을 듣고 나서 그의 음악을 피해온 세월이 아쉬워졌다. 한적한 미국 시골에 차려진 철지난 서커스 공연장에서 듣고 있으면 딱 좋을 풍각쟁이의 노래들.

Steve McQueen – Prefab Sprout[1988]
‘이 밴드의 음악은 언제 한번 제대로 들어야겠다’고 벼르다 고른 앨범인데 ‘역시 기대를 버리지 않는구나!’라고 감탄했다. 앨범명에서부터 커버, 그리고 수록곡이 환상적 궁합을 이루지만 미국에선 저작권 때문에 다른 이름으로 출시된 불운한 앨범이기도.

Enter The Wu-Tang(36 Chambers) – Wu-Tang Clan[1993]
힙합과 중국의 B급 무술영화가 만나서 90년대 힙합의 트렌드를 결정해버렸다. 개성이 너무나 확연한 멤버들이 화학적으로 융합되어 창출해낸 하나의 팝문화가 너무나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Ol’ Dirty Bastard의 랩이 마음에 들었다.

Back To Black – Amy Winehouse[2006]
뮤지션은 자기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임진모 씨의 꼰대질에 근거하여 보자면 이 앨범은 그야말로 에이미 그 자신의 절절한 사연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음반. Rehab만 들어도 이미 위기의 전조가 느껴지는데 청중은 그저 환호했을 뿐이다. R.I.P.

vega Intl. Night School – Neon Indian[2015]
인디 신쓰팝 뮤지션 니온인디언의 2015년 신보다. 디스코, 뉴웨이브, 훵크 등 장르가 맛깔스럽게 섞여서 귀가 즐거웠던 앨범이다. 올해 내한공연을 시도했으나 기획사의 역량부족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다음에 내한한다면 꼭 가보고 싶은 아티스트.

Music Complete – New Order[2015]
결성된 지 35년 만에 내놓은 2015년 신보. 단순히 노익장을 과시할 목적으로 내놓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어폰을 귀에 꽂는 순간 명확해진다. 마지막 트랙 Superheated까지 –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곡이 좋다 –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수작.

Bruce Springsteen의 The River

Bruce Springsteen - The River.jpg
Bruce Springsteen – The River” by Source. Licensed under Fair use of copyrighted material in the context of The River (Bruce Springsteen album)“>Fair use via Wikipedia.

Bruce Springsteen의 The River는 ‘미국에서 노동자로 산다는 것’에 대한 풍부한 시각적/청각적 이미지를 제공한다. 예기치 않은 임신으로 인한 급작스런 결혼, 경제침체 속에서 일자리를 찾는 노동자, 미국적 삶의 상징 중 하나인 캐딜락으로 꾸며진 농장, 고된 일을 끝낸 후의 소녀와의 데이트,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여자에 대한 사랑, 오랫동안 반목했던 아버지의 죽음, 한때 사랑했던 아내와의 지쳐가는 관계, 고속도로 주행 중에 마주친 사고에서 홀로 목격한 낯선 이의 죽음 등등. 고달프지만 그 안에서 기쁨을 찾으려는 평범한 1970~80년대의 미국 노동자의 삶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자동차, 노동, 섹스, 가족, 고속도로, 사막, 락앤롤, 결혼 등등. 스프링스틴은 실제로 그가 그의 고향과 가족으로부터 곡의 영감을 얻어서 썼기 때문에 평범한 표현으로 여겨질지라도 가슴에 와 닿는 가사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스무 곡의 수록곡에 총 83분의 연주시간에 이르는, 정규 앨범 치고도 매우 긴 트랙리스트는 직선적이고 템포 빠른 락앤롤 곡에서부터 발라드풍의 어쿠스틱 곡이 고르게 섞여 우리 인생의 굴곡을 적절하게 상징하고 있다. 앨범의 제목이자 이 앨범의 대표곡의 제목이기도 한 “강(The River)”은 또한 이런 우리 인생을 의미한다. 잔잔하게 흐르며 존재감조차 비치지 않다가 어느 지점에선가 거칠게 흐르고, 심지어 마을을 덮치는 홍수가 되기도 하는 강. 개인적으로 위의 모든 풍경을 집약한다고 여겨지는 노래는 앨범의 마지막 곡인 Wreck On The Highway다. 고속도로 주행 중 낯선 이의 죽음을 목격한 화자는 때때로 어둠 속에서 잠을 깨어 옆에서 자고 있던 사랑하는 여인을 꼭 껴안는다. 고속도로에서의 그 사고를 생각하며.

The Ri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