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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공약 리뷰] 그래서 복지는 무슨 돈으로 할 건데?

이번 대통령 선거에도 주요 후보들은 다양한 복지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10대 공약을 제출하면서 재원조달 방안으로 증세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증세 없이 세출 구조조정 등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증세를 염두에 둔 ‘중부담·중복지’를 제안했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일찌감치 사회복지세 신설, 법인세 인상을 약속했을 뿐이다.[‘복지 확대’ 약속한 문·안·홍, 재원조달 방안에 ‘증세’는 없다]

각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복지공약을 내놓고 있는 반면 재원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표명 없이 눙치고 있다는 비판기사다. 503이 당초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가계의 세금부담 증가속도가 소득의 그것에 비해 2배에 달했다는 보도도 있는 것을 보면 어떻게든 정부가 세금을 더 걷었고, 현재의 후보들도 세금을 안 걷고 복지를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 같다. 문제는 지금 공약으로라도 그 세수확보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대통령이 된 이는 명확한 기조 없이 세금 우려내기 만만한 상대만을 고를 것이란 정황이다.

즉, 주요 세원인 법인세와 소득세 세입이 2012년부터 역전되어 소득세 세입이 더 많은 것도 한 예다. 진짜 현금이냐 아니냐에 말도 많았지만, 기업의 내부유보금이 증가일로인 상황에서 503은 담뱃값 인상, 연말정산에 관한 소득세제 개편 등 “사실상 증세”라는 편한 길을 걸었다. 증세냐 아니냐의 논쟁은 사실 경제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이슈 같다. 법인세율 인하는 친시장적인 정부에서 가속화되어온 정황이 있고, 그 경제학적 논리로 내세웠던 “낙수효과” 이론은 비웃음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이제 법인세 인상을 진지하게 고려할 시점이다.

심상정 후보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거기에 사회복지세라는 목적세도 신설하겠다고 한다. 안철수 후보는 “법인 고소득 대상 누진세율 체계 확립”이란 공약을 내놓았고, 국민의당은 이미 24%로 세율을 올리는 법안을 제출했다.1 문재인 후보는 “재정지출 개혁과 세입확대”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문 후보 스스로 “고소득자, 고액 상속ㆍ증여자 과세 강화, 자본소득 과세 강화,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그리고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이런 식으로 제시하며 동의를 받겠다”고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 입장이 모호하다.2

유승민 후보는 “저부담-저복지”를 “중(中)부담-중복지”로 전환하겠다는 슬로건을 내세우지만, 어떻게 그렇게 복지의 기조를 바꿀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세제 구조 조정 및 세제 개편”이란 표현으로 눙치고 있다. 홍준표 후보는 “탈루소득 발굴 및 지하경제양성화 등 세정강화”, “대기업 세제감면 재정비”를 이야기하고 있어 가장 소극적인 입장이다.3 경남도 부채를 다 갚은 오병이어의 기적을 기대하는 것 같다. 요컨대 법인세와 기타 목적세 공약에 있어 심 후보가 가장 적극적, 안 후보가 적극적, 문과 유 후보는 유보적, 홍 후보가 가장 소극적으로 보인다.

한편 가계의 세수부담은 가처분소득의 감소라는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사실은 꽤 신뢰를 얻는 주장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담뱃값 인상으로 저소득층이 더 부담이 됐다는 정황에서 볼 때, 결국 가처분소득과 소비와의 상관관계가 적은 부유층에 세금부담을 더 지우는 누진세 인상과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 심은 소득세 누진강화와 종합부동산세 등 부자증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안은 “선 금융· 부동산 등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 후 고소득 세율 인상 최고세율 인상”을 주장하고 있어 세율 인상에 부정적인 인상을 풍긴다.

문 후보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고소득자, 고액 상속ㆍ증여자 과세 강화, 자본소득 과세 강화”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유 후보는 공약집에서 조세에 관한 별도의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누진구조라는 큰 틀에서는 찬성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금감면 제도 개선 등에 방점을 찍고 있다. 홍 후보는 달리 언급할 내용이 없다. 종합하면 세금 정책은 심 후보가 가장 강경하고 문과 안 후보가 비슷한 내용, 유 후보가 유보적, 홍 후보는 퇴행적이라 할 수 있다. 여하튼 이제 차기 정부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증세가 논의할 시점인 것 같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부자감세”에 대한 상황인식

김(무성) 대표는 19일 새누리당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어제 TV 뉴스를 보니까 아직까지도 야당 의원들이 ‘부자 감세’라는 표현으로 비판을 하는 모습을 보고 ‘이것 참 잘못된 일이다’했다”며 “시정을 요구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지금까지 ‘부자 감세’는 없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그 근거로 “오히려 우리나라 큰 부자들은 일반 국민들 보다 더 많은 소득세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알고도 국민을 속이면서 여권을 비판하는 건지, 모르고 무지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라며 “이제 그만해 달라”고 했다.[김무성 “부자가 국민보다 더 많은 소득세 낸다”]

김무성 대표의 발언은 그간 국민 대다수가 상식으로 여기던 상황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이다. 김 대표는 “부자감세가 없었다”라는 근거로 부자들이 일반 국민보다 더 많이 소득세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부자감세”는 세금을 깎아주는 동태적 상황을 말하는 것이고 부자들이 세금을 많이 내고 있는 것은 현재의 세율체제하에서의 정태적 상황이다. 야당 등에서 요구하고 있는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및 세율 조정이 이루어져도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는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경향을 현상으로 설명하는 용감함이여.

한편 야당의 “부자감세” 공세의 근본취지는 ‘진정한’ 부자인 기업의 법인세율 인상을 위함이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이후 소위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명목을 들어 지속적으로 법인세율을 인하하여 왔다. 그것이 “부자감세”의 핵심이다. 그리고 부자기업은 그렇게 절약한 돈을 곳간에 쌓아두고 쓰지 않아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 실증적으로 검증되고 있고 대다수가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심지어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팀조차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기에 사내유보금 과세 등의 조치로 돈의 흐름을 촉진시키려 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하게는, 2008~2011년 법인세 감세 이후 지난 6년 동안, 감세로 증가한 처분가능이익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는 완전한 기업의 자유에 맡겨 놓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중략] 작년까지 5년간 법인세 감세 규모는 총 28조원을 넘어서 연평균으로는 5조 6천억원 이상이었으며 2013년의 경우는 7조원을 넘어설 정도였다. 한편 재정여건은 나아지지 못하여 2013년의 경우 연초의 세입경정에도 불구하고 관리재정수지는 8조 6천억원의 적자가 났으며 금년 들어서도 1/4분기까지 10조원에 가까운 세수결손이 나타나고 있다.[낙수효과(落水效果) 복원을 위한 정책과제, 박종규, 2014.9, 한국금융연구원, pp21~22]

인용문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의 재정수지 적자의 상당부분은 – 담뱃값 올려서 메울 예정? – 바로 법인세 감세 규모가 차지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부자감세”의 본질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러한 사실관계를 외면하고 있다. 상황인식이 그러하니까 사내유보금 과세라는 효과도 의심스러운 개량적인 조치조차 반대하고 나서는 것이다. 이렇게 조금의 기득권마저 놓치지 않으려고 들면 사상 처음으로 복지관련 지출이 예산의 30%를 넘어선 우리의 재정은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다. 돈이 돌지 않는데 돈이라고 부를 이유가 뭐가 있을까?

한국경제신문의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한 격렬한 저항에 관해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새 경제팀의 핵심정책 중 하나인 사내유보금 과세 정책에 대해 가장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는 매체는 한국경제신문이다. 매일경제신문의 경우 어느 정도 정책도입의 필요성을 찬성하는 편인 반면, 한경은 과세원칙이나 실효성 등과 같은 논란을 뛰어넘어 “사회주의자들의 음습한 노림수”라는 표현까지 등장시키는 이념적 잣대까지 들이대가며 그 부당성을 계속하여 주장하고 있다.

사회주의 이념은 바로 복지국가라는 이름 아래 환생(還生)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사내유보금 과세 논란은 그런 사회주의자들의 음습한 노림수를 사려 깊지 못한 정치권이 수용하려는 태도에서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최소한의 생활보조 차원을 넘어 나이나 계층 등의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보편적 복지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전방위적 증세를 알리는 신호탄이다.[유보금 과세, 국가 정체성 훼손하는 강제]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의 칼럼이다. 이 글에서 그는 복지국가로의 지향이 사회주의 이념의 환생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사내유보금 과세는 그 이념의 환생에 기름을 부을 전방위적 증세의 신호탄이다. 보도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14명중 8명 찬성, 2명 반대, 4명 입장유보인데, 필자의 주장에 따르면 8명 의원은 사회주의자의 노림수를 모르는 사려 깊지 못한 정치권인 셈이다.

사내유보금은 자본의 항목으로서 부채비율의 분모를 증가시키고 부채비율을 감소시켜 신용등급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중략] 이런 정책이 성공적으로 실현되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자. 임금 인상은 이익 감소로 직결돼 현재도 저조한 추세인 기업의 수익성이 더 낮아진다. 배당 증가는 유보이익을 감소시켜 투자 감소로 연결된다. 현금성자산이 줄어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지고, 미래에 대한 투자여력도 감소한다. [사내유보금은 나쁜 것인가]

좀 더 이성적인 한인구 KAIST 경영대학 교수의 글이다. 재무제표 중 재무상태표의 자본 항목에 해당한다. 이에 자본을 분모로 하는 부채비율의 산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후 왜 이익잉여금을 남겨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신선하지 않다. 기업수익성 악화방지를 위해 임금도 배당도 늘이지 않겠다는 주장은 주주 자본주의나 이해자 자본주의 모두의 이해관계에 반한다.

배당수입으로 가계소득이 늘어난다면 이미 서민도 아니다. 기업이익을 임금 인상에 반영하라는 것 역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만 더 벌어지게 할 것이다. [중략] 여러번 강조할 이유도 없이 기업이익의 처분은 기업가의 지극히 고유한 경영상 판단에 속하는 문제다. 오늘과 내일, 단기와 장기에 걸친 자원의 배분이야말로 기업가의 선택이요 경영행위의 본질에 속한다.[‘기업소득 환류’로 간판 바꾼 유보금 과세, 정말 이럴 건가]

앞서의 글이 외부필진의 칼럼이라면 이건 사설이다. 배당수입이 있으면 서민이 아니랄지 임금 인상하면 임금격차만 벌어진달지 하는 것은 괜한 오지랖일 뿐이다. 사설의 핵심은 기업이익의 처분이 “기업가의 고유한 경영판단”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이미 법인세 깎아줬더니 투자를 안 한다고 일갈한 바 있다. 처분할 기업이익의 원천은 정부가 만들어줬다는 이야기다. 이건 정부의 고유한 정책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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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x and Engels” by Original uploader was Σ at en.wikipedia – Transferred from en.wikipedia.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음습한 사회주의자들

요컨대 한경의 논조는 사내유보금 과세는 정부가 기업의 고유한 경영판단에 간섭하는 짓이며 기업이익을 감소시키고 종래에는 사회주의자의 음습한 노림수에 놀아나 그 이념의 환생에 기여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과잉주장은 과세의 실효성이랄지 정책연계성 등에 대한 건설적 논의를 가로막을 뿐이다. 한편으로 사회잉여를 선순환 경제에 분배하지 않고 한 푼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스크루지의 추한 얼굴도 떠오른다.

기업이 법인세를 더 내야 한다는 주장에 관한 보론

어제 쓴 글에서 경기선순환을 위해 세수 증대가 필요하고, 이 세수 증가를 위해서는 법인세율을 인상하여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했었다. 이 주장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국회예산정책처가 2014년 6월 내놓은 ‘2013회계연도 총수입 결산 분석’을 살펴보기로 하자. 해당 보고서는 “행정부가 제출한 2013회계연도 세입결산을 평가하고, 금년 재정운용 및 내년 예산편성시 개선점을 논의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작성”되었다. 따라서 해당 보고서는 각종 세수의 증감 현황 및 원인들에 대해서 꼼꼼히 작성해놓은 것이 장점이다.

정부의 총수입은 국세수입과 국세외수입, 그리고 세입세출외로 나눌 수 있다. 이중에서 이 글에서는 국세수입을 위주로 그 시사점을 살펴볼 것이다. 국세수입은 여러 항목이 있지만 가장 주된 항목은 부가세, 소득세, 법인세다. 2013년 수입 201.9조원 기준 부가세는 56.0조원(27.7%), 소득세는 47.8조원(23.7%), 법인세는 43.9조원(21.7%)를 차지하여 국세수입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부가세는 소비부문을 뒤의 두 세금을 생산부문을 설명하고, 또한 앞의 두 세금은 가계부문을 법인세는 기업부문을 설명하는 세금이라 할 수 있다.

세 세금의 증감현황을 2012년 세수와 비교하면 부가세는 0.5%(0.3조원), 소득세는 4.5%(2.1조원) 상승한 반면 법인세는 4.5%(2.1조원) 감소하였다. 즉 거칠게 가계부문의 납세는 2.4조원 증가하였고 기업부문의 납세는 2.1조원 감소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항목이 소득세다. 소득세는 근로소득세, 종합소득세, 양도소득세로 나뉘며 양도소득세는 부동산시장의 침체에 따라 10.7%(0.8조원) 세수가 감소했다. 반면 근로소득세와 종합소득세가 각각 11.7%(2.3조원), 9.7%(1.0조원) 증가하여 세수증대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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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ter Brueghel the Younger, ‘Paying the Tax (The Tax Collector)’ oil on panel, 1620-1640. USC Fisher Museum of Art” by Pieter Brueghel the Younger – Artdaily.org.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17세기 사람들이 세리에게 세금을 내는 장면(Pieter Brueghel the Younger 作)

근로소득세는 2012년 19.6조원에서 2013년 21.9조원으로 전년대비 11.9% 증가했는데, 보고서는 소득세 증가의 원인을 근로자수 증가와 월평균임금 증가로 들고 있다. 하지만 근로자수는 해당기간 1.6%, 월평균임금은 4.0% 증가한 것을 보면 세수증가의 원인을 이 둘로만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여겨진다. 또한 종합소득세는 2012년 9.9조원에서 2013년 10.9조원으로 9.7% 증가하였는데, 보고서는 자영업자 신고소득 증가와 최고세율 과표구간 신설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요컨대 둘 다 적극적인 세원발굴의 흔적이 엿보인다.

한편 법인세수는 2012년 45.9조원에서 2013년 43.9조원으로 4.5% 감소하였다. 보고서는 세수 감소 원인을 기업경영실적 악화와 법인세 중간구간 신설 및 세율 인하(22%→20%)의 효과로 보고 있다. 보고서는 전반적인 기업경영실적 악화, 특히 금융부문의 수익악화가 세수 감소의 주요한 원인임을 지적하고 있다. 더불어 보고서는 2012년 17.2%까지 떨어진 유효세율의 지속적인 하락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세율 인하와 비과세/감면 등이 원인인 유효세율 하락에 대해 보고서는 특히 2008년 이후 세수감소를 야기하는 원인 중 하나로 분석하고 있다.

이상에서 보면 가계부문이 부담하는 부가세, 소득세의 세수는 증가한 반면 기업부문이 부담하는 법인세는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원인이야 어찌됐든 여타 경제수치 등과 비교해볼 때도 과세당국이 기업에 대해서는 더 너그러움을 알 수 있다. 특히 보고서도 해가 갈수록 국내 기업과 가계의 소득 비중 격차가 커지고 있어서 소위 “낙수효과”가 실종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상황에서 이런 법인세수 감소 현상의 시사점은 더욱 크다 할 수 있다. 수출제조업체를 중심으로 한 기업위주의 경제정책을 전환해야 할 당위성이 세금정책에도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가계소득의 상대적인 둔화 원인 가운데의 하나로 기업소득의 가계환류성 약화가 지적된다. 박종규(2012)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막대한 여유자금을 쌓아두기 시작하면서 우리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즉 자금이 대기업에 잠겨 있을 뿐, 가계나 중소기업으로 원활히 흘러나오지 않는 소위 ‘낙수효과의 실종’을 지적하면서 기업의 소득이 가계부문으로 환류되는 연결고리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김영태·박진호(2013)는 임금 및 영업이익의 증가율이 1990년대에는 큰 차이(1.1%p, 영업잉여 증가율-임금 증가율)가 없었으나 2000년대 들어 그 격차(3.0%p)가 상당 폭 확대되었음을 보이고, 이러한 기업대비 가계소득 증가세의 상대적 둔화는 임금의 증가가 영업이익의 증가에 못 미치면서 기업소득의 가계로의 환류가 약화된 데 상당부분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한다.[2013회계연도 총수입 결산 분석, 국회예산정책처, 2014년 6]

경상수지 흑자, 내수부진, 세수부족 등의 경제 풍경에 대한 단상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지속적으로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2013년 현재 경상수지 흑자는 799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GDP 대비 6.1%에 해당하는 규모로 G20 국가 중에서는 독일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이러한 경상수지 흑자의 원인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은 수출 경기는 개선되고 있음에도 수입은 감소함으로써 빚어지는 “내수침체형 흑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연구원은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유효수요 확대를 위한 재정 조기집행, 완화적 통화정책”, “중저소득층 소비여력 확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과 누진적 세제 개편” 등을 주문하고 있다.

경상수지가 대폭 확대된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내수 침체 등 구조적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됨. 내수경기의 침체에 따른 투자와 수입 부진 지속으로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당분간 현 수준이 지속될 전망. 세계 경기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출은 늘어나겠지만, 내수 경기 침체에 의한 투자 부진, 소비 부진으로 수입 감소세가 지속되는 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는 지속될 수밖에 없음. 내수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원화가치 절상 지속으로 수출 경기마저 급락할 경우 내외수 동반 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 [우리나라 경상수지의 구조 변화, 현대경제연구원, 2014년 6월 30일]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소비를 하지 않는 걸까? 미래를 위해 아끼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각종 참사 정국으로 인한 소비의욕 상실일까? 서울경제의 최근 보도를 보면 오히려 소비자들은 빚을 내서 소비를 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6일 금융감독원이 작성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용처별 현황(신규 취급액 기준)에 따르면 최근 3분기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총액 약 221조원 가운데 주택구입에 쓴 대출액은 약 106조원에 그쳤다고 한다. 나머지 금액은 생계자금, 학자금, 사업자금 등 다양한 용도에 쓰였다. 즉, 소비자는 지금 엉뚱한 빚을 내서 소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가계가 빚을 내서 소비하고 있는 와중에도 수입 등 내수가 부진한 이유는 역시 근본적으로 가계의 가처분소득 여력이 적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의 용처도 생계자금, 학자금, (자영업자의) 사업자금 등 필수적인 소비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입품 소비와 같은 보다 높은 수준의 소비는 자제되고 있는 것이다. 필수적인 소비는 대출을 통해서, 보다 여유 있는 소비는 자제되고 있는 상황은 소득부진과 소비부진의 여파가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말해준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대안인 재정 조기집행, 완화적 통화정책, 일자리 창출, 세제 개편 등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세수부족은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기부진이 세수부족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재정집행에 차질이 빚어지는 악순환이다. 이에 따라 증세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부가세 증세나 카드 소득공제축소 등의 카드는 소비부진을, 법인세 증세는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니 이와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금리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김유찬 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개인에게 돌아간 근로소득에 비해 기업이 얻은 이득이 월등한 만큼, 소득재분배 효과를 높이기 위해 법인세 등 인상이 필요하다”면서 “기업들이 투자하지 않고 갖고 있는 내부유보금을 세원으로 활용하면 경기 진작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도 “우리사회에서 세 부담 여력이 있는 것은 대기업 집단인 만큼 법인세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증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세수 부족 ‘10조’… 고개드는 증세론, 서울신문, 2014년 7월 7일]

하지만 어쨌든 어느 구석에선가 돈이 나와야 하고 이를 통해 선순환을 유도하여야 한다면 법인세율 인상과 누진적 세제개편이 현실적 대안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OECD 최하위권인 22%다. 미국과 일본은 40%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기업은 그들의 매출에 비해 적은 세금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그들은 정부의 외환정책의 직접적 수혜자다. 결국은 국민경제의 혜택을 입은 자가 국민경제의 추락을 방지할 의무도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근본적 대안 중 하나가 임금인상임을 알려주는 트윗 하나로 이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3년전, 캐나다의 한 커피체인에서 10개월을 일했다. 당시 온타리오주 최저임금 8.25달러를 받았지만 시대 아파트 렌탈비를 포함해 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심지어 귀국 후 250만원 가량의 세금 환급도 받았다. 물가가 비슷한 서울에선 불가능하다.[출처]

헛다리짚는 정부의 내수 진작책

내수가 살지 않고 있다. 2014년 5월에 발표된 최신 「KDI 경제동향」은 보고서의 첫머리에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의 개선 추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내수회복세가 약화되면서 전반적인 경기회복 속도는 완만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순화된 표현이어서 그리 심각하게 와 닿지 않지만, 결국 수출은 잘 되는데 내수는 좋지 않은 “동맥경화”형 경제상황이라는 말이다. 전형적인 수출주도형 경제체제인 나라에서 수출이 내수회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어디론가 돈이 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수출호조의 공신은 단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이 국내 전체기업의 영업이익 중 차지하는 비중이 2012년 기준 무려 30.4%다. 양극화 정도가 아니라 양두체제다. 사실상 우리나라는 “재벌 체제”라기보다는 “삼성, 현대차 체제”인 셈이다. 이런 양두체제의 약점은 명확하다. 첫째, 두 회사가 어려워질 경우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둘째, 두 회사의 막대한 이익은 내부에서 우선 소화될 것이기에 사회 전체로 퍼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셋째, 경제통계에 착시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첫 번째 이슈는 별도로 다룰 이슈이고 둘째와 셋째 이슈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할 것이다. “삼성그룹”, “현대차그룹”이라 명명하고 이건희 씨나 정몽구 씨가 “오너”로 불리지만, 이들 그룹의 중추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주주들은 별도로 있고 이들이 영업이익의 가장 많은 부분을 챙기는 당사자이다. 비록 이들이 다른 글로벌 기업에 비해 배당성향이 낮다는 평이 있지만 여전히 유보금도 주주의 몫이다. 더불어 회사의 노동자들과 협력기업도 혜택을 누릴 것이다. 여기서 주안점은 어디서 수출과 내수의 고리가 끊어지는가 하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현대자동차의 외국인 지분은 지난해 4월 현재 각각 49.2%와 43.8%다. 과연 “한국기업”이란 타이틀이 맞나 하는 의심을 해볼만한 수치다. 더불어 포스코나 국민은행을 포함한 주요은행들도 이미 외국인 지분이 반이 넘는다. 세계경제가 국제화된 마당에 국적성을 굳이 따질 필요는 없겠지만 요는 이런 주주구성이 수출과 내수가 부교합인 이유를 판단하는데 한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거칠게 말해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그리고 나머지 주요기업들의 이익은 GDP에는 계산이 될지라도 결국 외국인 주주에게 갈 몫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 한국금융연구원은 「“임금(賃金)없는 성장”의 국제비교」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의외의 강한 톤으로 우리나라의 지난 5년간 실질노동생산은 상승하였음에도 실질임금은 하락하였으며 이는 국제적으로도 가장 열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두 번의 5년간 동안 실질노동생산성 증가와 실질임금 증가가 어느 정도 궤를 같이 했었음에도 최근 5년간은 정반대라는 점에서는 명백히 충격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실질노동생산성은 9.8% 증가한 반면, 실질임금은 2.3% 감소하였다. 말 그대로 “임금 없는 성장” 인 셈이다.

한편, 이 보고서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앞서 말한 양두체제의 착시현상이 보고서에도 반영된 것이란 생각이 든다. 보고서의 주요수치인 실질노동생산성은 실질GDP를 전체 노동자수로 나눈 값이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매출을 GDP로 나눈 값은 2012년 기준 35%다. 두 그룹의 해외매출 비중으로 인한 착시현상을 감안하더라도 압도적인 수치다. 반면 법인세 비중은 21%다. 이 차이는 영업장의 위치, 각종 공제항목 등을 감안하여 판단하여야 할 수치인 동시에 그들의 매출이 내수에 기여하는 정도도 보여주는 수치라 할 수 있다.

요컨대 우리나라의 최근 5년간의 GDP 성장은 삼성과 현대차의 양두체제가 견인하고 있지만 주주구성, 해외매출, 세제혜택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내수에 미치는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다는 가설을 제기할 수 있다. 기업의 양극화, 실질임금의 하락 등은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까? 내수에 악영향을 미친다. 최근 KT, 생명보험사 등 대표적인 내수기업들은 대규모 인력감축을 발표했다. 1 경영악화를 빌미로 한 노동탄압의 정황도 분명하지만 한편으로 내수업종의 미래가 불투명한 것 역시 사실이다. 수출이 내수로 연결되지 않는 악순환 고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내수 진작책은 어떠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경제의 양두체제를 해소하여야 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잘 나서 그런 걸 왜 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이미 국적성 없는 기업이지만 실은 국적성을 내세우며 국가의 도움을 – 그리고 국내의 호갱님들 – 받아서 큰 기업이다. 대표적으로 정부의 환율조정과 앞서 보았던 세제혜택이다. 또한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인허가 특혜도 크게 한몫 했다. 이들 기업으로부터 정당하게 세금을 회수해서 그 돈으로 복지 등 내수를 직접 촉진시킬 수 있는 곳에 재정을 지출해야 한다.

또한 내수를 떠받드는 소비자, 즉 노동자의 노동여건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노동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계는 우선 소비를 하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필수소비를 위해 빚을 진다. 최근 5년간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부채의 절대치뿐 아니라 질적 수준도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해결책은 임금을 높여 빚을 갚고 소비를 하게 해주는 것이다. 개별 자본에겐 어렵지만 총자본의 차원에서 이익인 선순환 고리다. 정치적 액션의 의도가 강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애꿎은 한국은행보고 돈을 풀라고 하고 있다.

“법인세를 많이 걷으면 노동자가 피해를 본다”는 주장에 대해

그러나 봇물같이 쏟아지는 최근의 실증적 연구는 노동자가 법인세로 인해 더 많은 부담 – 그리고 몇몇 분석에는 모든 부담 – 을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법인세가 국내 투자를 위축시키고 생산성을 저해해 종국에는 노동자의 임금을 줄이기 때문이다. 노조 부문에서 효과는 더욱 확산된다. 경제학자 R. Alison Felix와 James R. Hines 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의 노조가 있는 곳의 임금 프리미엄은 주(州)법인세가 내려갈 때에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omney vs. Obama on Corporate Tax Reform ]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 중 일부인데 해묵은 주장이다. 이 신문이 말하는 논문을 찾아보았다.

그들의 고용인과 다른 주주들과 나눌 수 있는 경제적 임대료(rents)를 몇몇 회사가 얻는 환경에서, 높은 법인세는 부수적인 인센티브에 영향을 주는 동시에 나눌 수 있는 경제적 임대료의 총량을 줄임으로써 경제적 이득의 분배에 영향을 미친다. 이 과정은 조직화된 노동력이 있는 회사의 경우 가장 두드러진다. 기업 이윤은 노조와 경영자 사이의 협의된 협약의 조건에 영향을 미치고, 높은 세율은 일반적으로 이윤을 감소시킨다. 결과적으로 높은 세금은 조직화된 노동자의 임금을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그럼으로써 조직화된 노동자의 임금과 비조직화된 노동자의 임금의 차이를 감소시킨다.[Corporate Taxes And Union Wages in The United States]

이 글만 봐도 그리 설득력이 없다. 이 논문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분석대상을 노동자와 주주의 경제적 이득의 분배비율에 맞춰야 했을 것이다. 기업이 분배할 수 있는 총량이 늘면 노동자에게 돌아갈 몫이 더 많을 것이라는 개연성에는 동의하지만 문제는 과연 늘어난 이득만큼 공정한 몫이 배분되었는가 하는 점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문은 조직화 노동자와 비조직화된 노동자를 비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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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 위 그래프다. 재밌는 것이 낮은 세율의 주보다 높은 세율의 주의 비조직화된 노동자의 임금이 더 높다. 그렇다면 과연 세금의 부담이 “종국에는 노동자의 임금을 줄일 것”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주장이 합당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신문은 마치 조직화의 여부를 떠나 모든 노동자가 임금삭감을 당할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그래프만 봐서는 그리 설득력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이 그래프는 노동자의 임금이 지속적으로 삭감되는 이유가 노조의 협상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라는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에서 낸 칼럼의 주장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 같다. 세금이라는 변수에 상관없이 노조가 조직되어 있으면 더 높은 임금을 가져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설픈 트리클다운 효과를 강조하는 보수의 주장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매한가지임을 보여주는 글이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