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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거품인가 아닌가?

유가에 얼마나 거품이 끼었는가가 요즘 나의 주된 관심사다. 특히 폴 크루그먼이 정치적 관점을 떠나서 유가에는 거품이 없다고 단언하며 월스트리트를 옹호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여 이 글은 폴 크루그먼의 그간의 주요한 유가에 관한 그의 주장을 탐험하는 글의 시작(어쩌면? 아니면 시작이자 마지막)이다.

유가가 폭등하자 인도에서는 낙타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As the cost of running gas-guzzling tractors soars, even-toed ungulates are making a comeback, raising hopes that a fall in the population of the desert state’s signature animal can be reversed.[Camel demand soars in India, Financial Times, 2008.5.2]

그렇다면 이제 석유 먹는 하마인 미국이나 중국도 인도처럼 낙타를 자동차대용으로 쓰면 석유 수요가 크게 줄지 않을까? 중국은 상황을 모르겠지만(주1) 적어도 미국에서 낙타를 대체수단으로 쓰기는 곤란할 것 같다. 더욱이 폴 크루그먼에 따르면 미국 노동자의 대중교통으로의 통근율 증가치는 2005년에 비해 불과 4.7%밖에 늘지 않았다고 한다.

But … as of 2005, only 4.7 percent of American workers took mass transit to work. So even a 10% surge in mass transit ridership would take only around half a percent of drivers off the road.[Sick transit and all that, Paul Krugman, 2008.5.10]

이러한 사실은 개개인들의 자본주의 물질문명에 길들여 져버린 나쁜 습성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겠으나 이미 물적 계획이나 사회 시스템이 값싼 유가에 최적화된 체제적 모순에서도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쭉 뻗은 고속도로와 그 도로위에서 – 총기류와 함께 – 미국식 자유주의를 상징하는 큰 배기량의 자가용이 질주하는 모습으로 국토계획이나 도시계획이 진행된 관계로 지금 유가폭등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기름 넣어가며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주2) 경제학적 견지에서 볼 때 대체재가 없는 경우다.

Why oil isn’t gold
More on oil and speculation

이 두 글에서 크루그먼은 석유는 금과 달리 즉시 소비되거나(주3) 아니면 저장되는 특성이 있다고 정의하고 현재 “원유의 민간 재고는 50일치 생산(private stocks of crude oil are equal to about 50 days’ worth of production)”불과하다고 전제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수요-공급 곡선의 교차점 가격, 즉 정상적인 시장가격보다 유가가 고평가되어 있다면 초과 공급이 있을 것이고 “그 공급은 재고로 가야하며 만약 석유가 재고에 쌓여 있지 않다면 현재 가격에 버블은 없는 것(that supply has to be going into inventories. End of story. If oil isn’t building up in inventories, there can’t be a bubble in the spot price)” 이라고 결론내리고 있다. 즉 앞서의 원유 재고치를 근거로 매점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많은 댓글들이 미국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들이 이미 인위적으로 공급을 제한하고 있지 않느냐며 항의하고 있다. 어떤 이는 만약 석유가 자본주의자들 손에 모두 놓여 있다면 수급에 문제가 없을 텐데 많은 부분이 OPEC, 휴고 차베즈, 푸틴과 같은 국유화론자들의 손에 놓여있기에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to be continued…

 

(주1) 단편적으로 들리는 바로는 중소도시에서는 아예 석유공급이 중단되거나 제한공급 체제로 돌입하였다고도 한다

(주2) 일례로 아틀란타의 경우 통근자들의 89%가 자가용을 이용하는 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비율은 불과 4%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 몇몇 주에서는 잊혔던 고속철도 계획을 다시 꺼내드는 등 대중교통에 대한 당국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주3) 즉 금의 소비와 달리 석유의 소비는 소진되어버린다

선물투자자들은 유가폭등의 주범인가?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가장 큰 사회적 이슈다. 그렇다면 쇠고기 수출국 미국에서는 어떤 것이 가장 큰 사회적 이슈일까? 물론 우리나라처럼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만큼, 그리고 전 국민이 설왕설래할 만큼은 아니지만 아마도 유가폭등의 원인을 둘러싼 선물거래자들의 영향력 여부가 뜨거운 사회적 이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米의회가 최근의 유가폭등의 주범을 선물시장에서의 투기세력으로 지목하고 이에 대한 청문회를 잇달아 개최하면서 본격적으로 대두되었다. 특히 증언자로 나서 투기세력을 거칠게 비판한 마이클 마스터스 Michael Masters 라는 이는 그 스스로가 헤지펀드의 매니저여서 관심은 더욱 배가되었다. 그는 일종의 내부고발자로서의 그의 발언은 양심선언인 셈이니 말이다. 게다가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존 맥케인까지 선물거래 계약을 “무모한 노름(reckless wagering)” 이라고 몰아붙이고 나선 상황이니 이제 선물거래자들은 분명히 ‘공공의 적’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이제 범인은 잡혔고 의회가 그들을 단죄하고(주1) 유가는 정상적인 수준으로 환원되는 행복한 시절이 도래할 것인가? 그렇게 상황이 쉽게 풀리지 만은 않을 것 같다. 일단 학계에서도 과연 선물거래가 유가폭등의 원인이냐는 것에 대해 찬반논쟁이 뜨겁다. 선물거래가 유가폭등의 원인이 아니라고 보는 대표적인 이로는 폴 크루그먼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최근 그의 블로그에서 이 입장을 몇십 개의 포스팅에 걸쳐 계속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수많은 독자들의 반론을 맞받아치고 있다.

대표적인 투자은행은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도 폴 크루그먼의 주장을 거들고 있다.

3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제프리 커리, 데이비드 그릴리 애널리스트는 29일자 보고서에서 “만약 가격이 수급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된다면 자연스럽게 재고가 쌓이고 결국 시장에 이 재고가 다시 흘러들어가게 된다”면서 “그러나 최근 재고에는 뚜렷한 상승 추세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원유 가격 강세가 투기에 의한 현상이 아닌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수급 불일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애널리스트들은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투기꾼들이 아니라 향후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는 정보”라고 강조했다.(골드만삭스 “유가 급등은 투기 때문 아냐”, 2008.6.30, 머니투데이)

더군다나 월스트리트의 새로운 양심세력으로 등장한 마이클 마스터스가 실은 유가하락으로 이익을 볼 항공사와 GM의 주식에 투자하고 있음이 한 블로그에 의해 제기되었고 이를 비즈니스위크가 보도하면서(주2) 反투기세력 주창자들이 궁지에 몰리고 있는 추세다.

과연 선물거래자들은 시장의 교란자인가 아니면 억울하게 비난받고 있는 선량한 투자자인가? 폴 크루그먼도 인정하고 있다시피 적어도 “투기는 시장에서 실체의 상품들을 사라지게 하는 경우에 현 시점의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Speculation can affect spot prices because it takes physical stuff off the market.)” 즉 매점을 유발할 때에 가격상승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볼 때에는 선물거래 역시 분명히 시장의 한 참여주체인 만큼 가격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적어도 수급상황의 악화, 원유채굴가격 상승, 정부의 정책실패, 정유업체들의 폭리 등 다양한 요소를 선물거래에서의 ‘악의 세력’에 뒤집어씌우는 것은 너무 단순한 해법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주1) 구체적인 조치로는 지수 투기를 막기 위해 높은 증거금 등을 요구하는 법안 마련

(주2) 이러한 언론보도는 블로그가 하나의 대안언론으로써 기능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유가폭등의 원인제공자는 연기금 펀드?

“그리고 어느 한 나라에서 금융공황이 발생하였을 때에 과연 그 폭발력은 어떠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분명하게도 그 폭발력은 연기금 등 노동자들의 자산에 의해 더욱 증폭될 것이다. 물론 연기금은 그 폭발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것이다. 노동자들이 미래를 위해 쌓아놓고 있는 연금, 보험과 같은 미래의 자산이 오히려 현재의 다른 노동자들을 해고시키는 M&A의 자산으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 한 나라의 환율을 혼란에 빠트리는 환율조작의 자산으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행여 있을지 모를 금융공황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몇 해 전에 어느 인터넷매체에 기고하기 위해 썼던 글의 일부분이다(원문보기). 그 글에서 연기금 펀드의 사용처로 예를 든 것은 M&A, 환투기 등이었는데 Business Week 에 올라온 기사(원문보기)를 보니 하나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바로 ‘원자재 투기’

“그것은 5월 20일 국가안보와 국가문제를 위한 상원위원회의 청문회에서의 증언에 따르면 유가의 폭등의 원인의 상당한 부분이 상품시장에 돈을 들이부은 기관투자가들의 투기 때문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연기금 펀드가 높은 유가를 가속화시키는가?, Business Week, 2008/5/21)
“That’s because speculation by institutional investors pouring money into the commodities market may be largely to blame for spiking oil prices, according to testimony on May 20 before the Senate Committee on Homeland Security & Governmental Affairs.”(Are Pension Funds Fueling High Oil?, Business Week, 2008/5/21)

“Financial Speculation in Commodity Markets: Are Institutional Investors and Hedge Funds Contributing to Food and Energy Price Inflation?”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청문회에서 헤지펀드 스폰서인 Masters Capital Mgmt, LLC의 경영자 Michael Masters는 기업과 국가의 연기금 펀드, 국부펀드(주1) 등이 새로운 투기자로 득세하면서 이들이 각종 인덱스에 투기수요를 불러일으키는 주요원인이 되고 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하였다. 정황적으로 최근 2~3년 사이 이들 펀드들은 상품시장에서 주요한 투기자로 나섰고 바로 이 시기에 유가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였다.

그나저나 왜 이 문제와 관련해 연기금 펀드가 특히 가격폭등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것일까? Masters 의 발언을 좀 더 살펴보자.

“그러나 청문회에서 Masters는 그가 전통적인 투기자와 인덱스 투기자 또는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장기 헤지의 수단으로 상품시장에 진입한 수동적인 투자자를 구분하였다. 상품거래소는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취할 수 있는 포지션(주2)의 수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Masters 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는 일종의 허점을 통해 이 시장들에서의 한도 없는 투기를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스왑 허점(swaps loophole)’ 덕분에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와 같은 투자은행들은 보고의무나 다른 투자자들에게는 적용되는 거래 포지션의 제한 의무로부터 면제된다. 그 허점은 연기금 펀드가 투자은행들과 함께 스왑 계약을 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선물시장에서 제한 없는 수만큼의 계약을 거래할 수 있다.”(연기금 펀드가 높은 유가를 가속화시키는가?, Business Week, 2008/5/21)
“But in the hearing, Masters distinguished between traditional speculators and what he calls index speculators, or passive investors who enter the commodities markets as a long-term hedge against inflation. Commodities exchanges limit the number of positions an investor can take in the market, but Masters says the Commodity Futures Trading Commission has allowed unlimited speculation in these markets through a loophole. This so-called swaps loophole exempts investment banks like Goldman Sachs (GS) and Merrill Lynch (MER) from reporting requirements and limits on trading positions that are required of other investors. The loophole allows pension funds to enter into a swap agreement with an investment bank, which can then trade unlimited numbers of the contracts in futures markets.”(Are Pension Funds Fueling High Oil?, Business Week, 2008/5/21)

정리해보자면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투기수요 급증과 이에 따른 가격폭등의 원인은 다음과 같다.

–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규정상의 허점과 감독소홀
– 달러 약세와 이로 인한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수요 증가
– 위의 요인들로 인한 상품시장의 확대(최근 5년간 20배의 규모로 성장)
– 이에 따른 수요급증, 그리고 가격폭등(지난 5년간 인덱스 펀드의 석유수요는 중국의 그것과 유사한 규모로 증가)

정치가들의 이러한 행보는 물론 소비자들의 후생과도 긴밀히 연결되지만 또한 제조업자, 운송업자와 같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에 대한 공격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바로 전미정유업자조합(the Petroleum Marketers Association of America)과 같은 이해당사자가 의회에 에너지 시장에서의 투기행위에 대한 감독을 요구한 것이다.(주3)

물론 이러한 투기적 요인도 가격상승의 원인이지만 석유자원의 궁극적인 고갈이 멀지 않았다는 소위 Peak Oil 주장도 만만치 않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이러한 주장이 점점 현실성을 더해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수요-공급 요인에 의해 설명되지 않는 가격상승의 요인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고 그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여태 말한 연기금 펀드, 헤지펀드, 투자은행 등 주요투자자들의 시장참여에 따른 과잉 유동성이라고 본다. 가격상승을 예상하여 투자했는데 가격이 오른 것인지 가격상승을 예상하고 몰려든 것이 가격을 올린 것인지 굳이 선후관계를 따지는 것이 의미가 없을 만큼 여러 정황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였다고 여겨진다.

유가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며 서민들의 주머니를 갉아먹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석유는 고갈되고 있고 대체자원의 개발은 만만치 않고(주4) 달러약세는 반전되기 어렵다. 그 상황에서 투자자 혹은 투기자들은 이른바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관건은 그나마 정책당국이 그러한 투기수요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제하여 거품을 줄여나가느냐 하는 정도에 달려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말이다.

참고글

(주1) 고유가에 따라 산유국의 국부펀드가 가장 공격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점은 매우 특이한 모양새다

(주2) 매도와 매수행위를 좀 폼나게 부르는 방법으로 시장에서 매수계약을 보유한 것을 롱포지션(Long Position)이라 하고 매도계약을 보유한 것을 숏포지션(Short Position)이라 한다

(주3) 물론 모든 석유자본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엑슨모빌과 같은 거대석유기업은 고유가로 말미암아 천문학적인 수입을 만끽하고 있다.

(주4) 사실 원유는 단순한 에너지 이상의 의미를 가진 현대 자본주의의 감초라 할 수 있다

고유가 시대, 무엇을 할 것인가?

연속되는 날로 먹는 포스팅이다. 오늘자 동아일보에 폴크르구먼이 최근의 유가폭등에 관한 글을 기고했다. 그는 최근의 폭등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투기자본개입설, 중국등 신흥개발국의 수요증가설, 원유고갈설 등 세 가지 원인 중에서 원유고갈설에 가장 찬성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주장은 최근 몇 년간 석유공급 비관론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주장되어 온 이야기며 최근 OPEC의 일부 유력인사들도 이러한 사정에 대해 조금씩 언급하고 있다고 한다. 어찌 되었든 이제는 화석연료로 지탱되어 오던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이에 대한 대안을 제기하여야 할 시점이다. 소개하는 글 역시 4년 전 쯤에 쓴 글로 유가가 무려 배럴당 35달러 였던 시절이다.

국제유가가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고 있다. 유가는 올해 초 대비 30%이상 올랐지만 다행히 아직 1980년대 초반의 오일쇼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튼 국내언론에서는 연일 국제유가의 상승추이를 보도하며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언론보도의 문제는 이러한 유가폭등의 원인이 무엇이며 그것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은 뉴스라기보다는 사실 경마 중계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어쨌든 이에 외국 관련사이트와 언론의 기사를 중심으로 유가급등의 원인과 대안에 대해 간단하게 생각해보기로 하겠다.

수요 : 세계경제의 팽창

유가상승의 첫째 원인으로 뽑고 있는 것이 세계경제, 특히 중국경제의 급속한 팽창이다. 이에 따라 ‘자원의 블랙홀’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중국의 자원수요는 그 양에 있어 상상을 초월하고 있는 형편이다. 중국의 수요는 작년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추세는 이후 몇 년간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블랙홀 원조는 역시 세계 최대의 석유소비국 미국일 것이다. 미국 역시 경제회복을 위한 자원수요가 증대하고 있는데 놀라운 사실은 미국의 석유 소비의 약 2/3가 교통에 관련된 데에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특징적인 현상은 최근 석유를 엄청 먹어대는 SUV(Sport Utility Vehicle)가 미국 운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면서 석유의 수요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자원낭비 형 경제 시스템이 시장의 자유 혹은 소비의 미덕이라는 미명하에 장려되고 있는 것이다.

공급 : 낮은 저장량과 분쟁

전 세계적으로 남아있는 원유가 얼마나 되는가 하는 물음은 오일쇼크 이후 끊임없이 학자들을 괴롭혀오던 질문이고 비관론자들의 주장이 옳았다면 진작에 원유가 바닥났어야 되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그러한 비관론을 전혀 근거 없다고 몰아 부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분명히 원유량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이에 따라 원유시추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원유잔량과 더불어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주요 산유국에서의 분쟁과 깊은 관련이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역시 그 의도는 이라크의 석유자원 강탈이었으나 단기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로의 원유공급에 애로를 겪게 하고 있는 한 원인이다. 또한 나이지리아와 베네수엘라와 같은 주요 산유국의 정치불안도 공급을 방해하는 요소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외국인 근무자들에 대한 폭력이 증가하고 있어 석유생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정부와 러시아 최대의 석유기업인 유코스(Yukos)와의 갈등이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유통 : OPEC과 투기꾼들의 장난

전 세계 원유수출국의 반절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생산자 카르텔 OPEC의 입장에서는 현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다. 오히려 즐기고 있는 입장이다. 그들은 원유공급을 적정선에서 조절함으로써 현 유가수준을 유지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혹자는 OPEC이 이전에 비해 더욱 공격적으로 유가수준의 유지 및 상승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함수관계, OPEC의 전략과 맞물려 국제 투기꾼들의 준동이 유가급등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유가에 배팅한 헤지펀드와 다른 투기꾼들의 존재가 시장에서의 가격 압력을 증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OPEC 또한 이러한 투기꾼들의 가격 장난을 비난하고 나선 형편이다. 특히 80년대 초반 시작된 석유 선물거래에서 이들의 장난질은 더욱 교묘하고 악랄한 것이어서 선물거래의 본래 의미인 위험분산이 과연 의도대로 관철되고 있는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사태의 심각함

수요와 공급 어느 것 하나 미래가 비관적이라는 사실에서 현재의 유가수준이 이전의 오일쇼크 시의 가격에 비해서는 아직 낮다는 것은 – 당시 미국의 원유 현물가는 배럴당 35.24 달러로 이를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현 재 가치로 환산하면 배럴당 73.39 달러에 해당된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분석이다 – 별로 위로가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은 계속 원유를 빨아들일 것이고 미국은 자원낭비 형 경제 시스템을 포기할 생각이 없을 것이며, 원유재고가 획기적으로 늘 것이라는 것은 공상에 가깝고 주요 산유국의 정정불안은 단기간에 치유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상태에서 석유소비를 줄일 생각이 없는 미국의 석유확보를 위한 패권적 전쟁은 지속적으로 전 세계의 평화를 위협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원유수입 세계 3위, 석유소비 세계7위인 이 나라의 대체자원 활용도는 그야말로 바닥을 기고 있다. 마땅한 석유공급선을 확보하려는 시도마저 미약한 상태이다. 러시아의 자원을 확보하려고 중국과 일본이 혈안이 되어 쫓아다니는 형국에서 자칫하다가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 형국이다.

대안은?

근본적인 대안은 석유 의존적 경제의 일대전환밖에 없을 것이다. 달나라에 있는 헬륨3가 미래의 대체 에너지원이라는 공상과학 같은 설도 나돌아다니는 형편이지만 대체 에너지원이 무엇이든 간에,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효율적이든 간에 근본적으로는 자원낭비를 당연시하는 국가와 개인의 사고방식을 바꾸어야 대체 에너지원이 시장에서 유통되고 이용될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시장의 무정부성과 유한한 자원의 사용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그것은 또 다른 세계로 가는 것일 수도 있고 지탱가능하고 통제되는 수정자본주의의 길이 될 수도 있다. 개인적 차원에서의 반성도 필요하다. 석유자원 확보를 위해 남의 나라를 침공한 미국의 악행을 비난하면서 SUV를 몰고 다닌다면 그 또한 존재의 배반이 아닐까?

그와 더불어 중기적인 차원에서는 현 경제의 지탱을 위한 자원확보에 대한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어찌 되었든 문명의 삶은 단기간에 석유를 의지하지 않고서는 지탱할 수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민주노동당이나 여하한의 진보정당이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 성장한 이후에도 역시 고민하여야 할 문제일 것이다. 그와 더불어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에 대해서도 많은 성찰이 필요하다.

어쨌든 어쩔 수 없이 인정하여야 할 사실은 문명은 처음부터 자연을 착취하며 유지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마약과 같은 자연 착취를 단기간에 끝내기는 어렵다. 금단현상을 줄여가면서 서서히 개선시켜 나가야 하지만 그 동안까지는 마약의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모순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