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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경제의 또 하나의 악재, 유럽은행들의 에너지 관련 대출

전 세계적으로 순수 에너지/발전 기업의 약 35%에 해당하는 175개의 기업이 고위험의 사분면에 놓여 있는데, 이는 높은 레버리지와 낮은 부채상환비율의 조합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들 기업은 도합 1,500억 달러의 부채를 재무제표에 담고 있다. 이들 175개 기업 중 50개 기업이 자본잠식 혹은 100이 넘는 레버리지 상태이기 때문에 상황은 위태롭다. 이들 중 몇몇은 이미 주가가 5달러 미만으로 떨어져 휴지조각이 되었다. 이들 기업은 유가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2016년 파산할 위험이 높다.[The Crude Downturn for Exploration & Production Companies, Deloitte Center for Energy Solutions]

기록적인 저유가 시대의 지속으로 에너지 관련 기업의 재무적 위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유가가 상승하지 않는 한은 현 위기를 벗어날 뾰족한 방도가 없는 상황이지만, 유가는 당분간 현재의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러한 분석의 배경에는 ▲ 이란의 시장 가세로 인한 공급 증가 ▲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불황, 및 석유 위주의 에너지 소비 탈피로 인한 수요 감소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석유수요 증가율이 과거 1990년~2013년 평균 6.2%에서 2013년~2020년 2.9%로 감소할 것이라는 IEA의 전망은 석유수요가 근본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개연성을 말해주고 있다.

전문가의 가격전망은 에너지/발전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우 암울하다. J.P. Morgan의 경우 2016년 국제유가를 기존의 48.88달러/bbl에서 31.5달러/bbl로 크게 낮추었다. 좀 더 장기적인 전망도 어둡다. IEA는 2015년 연차보고서에서 2020년 실질 국제유가를 표준 시나리오에서 배럴당 80달러로, 저유가 시나리오에서 배럴당 50~60달러로 전망했다. 2년 전에 쉐브론의 CEO가 배럴당 100달러가 정상적인 가격이라고 호언했었지만, 이제 아무도 100달러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기업이 기술개선이나 인력감축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있지만 유가급등이 없이는 지속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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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Domain,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4652541

한편 이러한 에너지/발전 기업의 위기는 금융권으로 전이될 개연성이 크다. 인용기사의 한계기업의 부채가 1,500달러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한 매체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의 관련기업들의 총부채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이런 많은 부채는 미국과 유럽의 주요은행들이 고유가 시절 에너지/발전 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했기에 발생한 것이다. 보도된 바로는 대륙으로는 유럽(분석에 따르면 전체 자산의 약 3~5% 수준), 국가로는 프랑스의 금융기관이 특히 에너지 사업에 많은 투자 및 대출을 실행하였다. 다만 이들 기관 상당수는 정확한 거래내용이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유럽의 : 역자주) 은행이 보유한 담보, 헷지가 어떠한 형태인지나 그들의 차입자의 신용상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 지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유럽의 은행은 보다 통일된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공개한 내용으로는 모두가 관리 가능한 이슈라는 은행의 주장을 뒷받침 할 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다른 예는 더 나쁘다. 도이치 은행은 자신들의 에너지 산업에 대한 익스포져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그저 그 분야에 대해 상대적으로 “경미한” 수준이라고만 말하고 있다.[European Bank’s Crude Awakening]

관련기사들을 종합해보면 미국과 유럽의 금융기관 공히 에너지 기업들에게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예를 들어 웰스파고는 전체 자산의 2%, 유럽은행들은 전체 자산의 3~5% 수준), 미국은행들이 비교적 익스포져를 정확히 공개하고, 이미 많은 자금이 펀딩에 성공했고, 충당금 등을 쌓아두고 있지만 유럽은행들은 통일된 기준도 없고, 많은 자금이 미인출 상태이고, 발표내용들도 은행의 주주들이 만족하지 못할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은 유럽경제의 침체, 이에 따른 마이너스 정책금리 등의 상황과 맞물려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악순환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갈 길이 갈수록 험난하다.

초저유가 시대에 대한 단상

지난 5년간 미국의 셰일 생산이 치솟는 바람에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초과하였고 이로 인해 18개월 동안 유가는 75% 아래로 떨어졌다. 금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라이벌인 이란이 제재의 해제에 따라 시장에 재진입할 준비를 함에 따라 원유가 30% 떨어지며 폭락이 가속화되었다. [중략] 미국의 셰일 생산자들은 2010년에서 2014년 기간 동안 배럴당 평균 가격이 100달러에 달했던 빠른 확장기 동안 조달한 대규모 부채를 갚기 위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여 펌프질을 해댔다. 만약 가격이 배럴당 30달러 위로 오르지 않는다면 많은 기업들이 올해 파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Saudi Arabia says $30 oil is ‘irrational’]

석유업은 최근에 들어서야 석유 메이저, 국영석유기업, 대형 석유화학 기업 등의 존재 때문에 매우 안정적인 사업 분야로 인식되는 것이지, 그 초기에는 그야말로 “돈 놓고 돈 먹기”의 투전판이었다. 금을 찾아 헤매는 황금광시대의 채굴업자처럼 석유를 찾아 헤매는 이들 역시 “검은 황금광시대”의 남루한 채굴업자였던 것이다. 다만 주요한 차이라면 원유의 발견에서 굴착, 그리고 상품화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볼 때, 궁극적으로 석유생산업이 금광업보다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개연성일 것이다.

그래서 석유업은 진작부터 프로젝트파이낸스라는 금융기법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였다. 계속기업의 신용이 아닌 미래의 잠재적인 현금흐름을 분석하여 장기의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기법인 프로젝트파이낸스는 가진 것이라고는 땅속의 원유밖에 없는 석유업자들에게 딱 어울리는 조달기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조달기법은 1930년대 미국의 유전개발에 적용되기 시작하였고, 1970년대 BP의 영국 북해 유전 개발에는 9억4천 달러의 조달을 위해 66개의 금융기관이 신디케이션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신세대 석유업인 셰일 생산에 뛰어든 업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메이저가 아닌 회사가 셰일 분야에 뛰어들려면 결국 프로젝트파이낸스를 활용하는 것이 유리했다. 자금조달을 위해 필요한 사업성분석은 당시의 유가인 배럴당 100달러를 비용은 그들의 주장에 근사값인 배럴당 60달러 정도를 적용했을 것이다. 이 금액을 재무모델에 적용하면 자기자본을 어느 정도 투입하지 않아도 채산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어 자금조달이 가능했을 것이다. 유가가 그 가격을 유지하는 한 모두가 행복했을 시장이었다.

그러나 다른 요소들도 유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새롭고도 중요한 요소는 최근 석유 섹터가 부담하는 부채의 현저한 증가다. 투자자들이 기꺼이 원유자산과 매출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려고 하기 때문에 원유기업들은 부채 수준이 광범위하게 상승하는 와중에도 대규모 자금을 차입할 수 있었다. [중략] 생산자들이 변제능력이나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오일 섹터의 이러한 과중한 부채부담이 석유 시장의 최근의 역동성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중략] 높은 부채 수준으로 인해 유가 하락이 생산자의 재무상태표를 악화시키고 잠재적으로 원유자산 판매의 결과로써(예를 들어 더 많은 생산량이 선물로 팔린다) 가격하락을 부추기면서 신용수준을 조이게 된다. 둘째로, 낮은 유가는 현금흐름을 감소시키고 기업이 이자를 지급할 수 없는 유동성 부족의 위기를 증가시킨다. 부채 상환 요구 조건은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실질 생산을 지속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이것이 시장에서의 공급 감축을 지연시킬 수 있다.[Box: Oil and debt (February 2015)]

하지만 2014년 중반 이후 유가가 속절없이 떨어지면서 지옥도가 펼쳐졌다. 수요를 넘어선 공급이라는 매크로 환경이 이미 유가 하락의 환경을 조성했지만, 석유업 벤처들의 높은 레버리지 활용으로 말미암아 셰일 업자들은 – 파이낸셜타임스의 인용기사에서 표현한 것처럼 – 빚을 갚기 위해 전력을 다하여 펌프질을 해대야 했을 것이고 이로 인해 가격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닷컴버블에서 볼 수 있었던 버블이 석유업에서도 복합적인 요인과 맞물려 재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세가 꺾인 중국과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노쇠한 유럽을 보면 가까운 미래에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 같지는 않다. 공급 쪽을 보면 비록 사우디가 배럴당 30달러가 비정상적이라고 주장을 했다지만 스스로 감산 추세를 주도할 것 같지는 않다. 비록 사우디가 총대를 멘다할지라도 최근의 사우디-이란 분쟁 등을 감안할 때 산유국의 공동행동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일로 여겨진다. 셰일 업자들에게나, 전통적인 산유국에게나, 그리고 그들로부터 사업을 수주했던 건설/조선업자들에게나 모두 우울한 전망이다.

유가하락의 원인에 대한 BIS의 분석에 대하여

그러나 다른 요소들도 유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새롭고도 중요한 요소는 최근 석유 섹터가 부담하는 부채의 현저한 증가다. 투자자들이 기꺼이 원유자산과 매출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려고 하기 때문에 원유기업들은 부채 수준이 광범위하게 상승하는 와중에도 대규모 자금을 차입할 수 있었다. [중략] 생산자들이 변제능력이나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오일 섹터의 이러한 과중한 부채부담이 석유 시장의 최근의 역동성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중략] 높은 부채 수준으로 인해 유가 하락이 생산자의 재무상태표를 악화시키고 잠재적으로 원유자산 판매의 결과로써(예를 들어 더 많은 생산량이 선물로 팔린다) 가격하락을 부추기면서 신용수준을 조이게 된다. 둘째로, 낮은 유가는 현금흐름을 감소시키고 기업이 이자를 지급할 수 없는 유동성 부족의 위기를 증가시킨다. 부채 상환 요구 조건은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실질 생산을 지속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이것이 시장에서의 공급 감축을 지연시킬 수 있다.[Box: Oil and debt (February 2015)]

BIS가 최근 세계경제의 주요 변수가 되고 있는 유가하락의 원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3월쯤에 완전한 보고서로 발간될 예정인 이 연구의 대강을 홈페이지에 올려놓았기에 일부를 번역해보았다. 전체적인 내용은 현재의 유가의 폭락이 금융과 상당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바탕에 깔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도래와 금융화 현상과 함께 어쩌면 가격의 등락에 금융이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추론이지만 정작 매체에서는 사우디와 미국의 기 싸움, OPEC내에서의 갈등 등 정치적인 이슈만을 화제로 삼아 오히려 신선한 감이 있다.

유가와 금융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고민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지난 10년간의 유가 폭등에도 주요변수로 주장되어 왔던 것이 금융자본의 시장 가세로 인한 이상폭등이었다. 시간이 상당히 흐른 지금도 그 정확한 원인을 발라내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금융화 현상이 실물가격의 변동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개연성은 이제 자연스러운 추론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때와는 반대 양상으로 유가가 폭락하고 있음에 또한 금융화 현상이 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BIS의 추론이다. 그리고 인용한 부분은 바로 석유기업의 높은 부채수준이다.

우리가 오늘날 투자은행이라고 부르는 부문은 사실 시작부터 석유시장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 석유시장에서 사업을 하려면 큰돈이 필요하다. 이 돈을 모두 자기 돈으로 조달하기에는 벅찬 사업가가 손을 벌린 곳이 바로 초기의 월스트리트였다. 유전개발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으로 발달한 것이 오늘날 우리가 흔히 PF라 부르는 프로젝트파이낸스(Project Finance)다. 1930년대를 기점으로 한차례 시장의 성장을 겪은 석유 파이낸스 시장은 1970년대의 북해유전의 개발과 1980년대 세계화와 맞물려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왔다.

그런데 그렇게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면 왜 최근에야 유가가 하락할까? BIS가 제시하고 있는 그래프가 판단의 단초가 될 것 같다. 2006년과 2014년의 석유/가스 회사의 미상환 부채 수준이다. 금융위기를 거쳐 왔음에도 미국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들의 부채수준은 다른 부문의 부채청산 경향에 아랑곳하지 않고 크게 늘었음을 볼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졌을까 하는 것은 오히려 금융위기 시절에 유가가 더 올라 그들의 수익성이 좋아졌음에서 단초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즉, 그들의 부채청산 시기는 이제 돌아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향후에는 이런 높은 부채수준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일단 최근 적지 않은 에너지 부문에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한계상황에 부닥친 기업들은 회사를 청산할 것이다. 사우디가 기대하고 있었을 치킨게임에서의 승패가 어느 정도 가려질지도 모르겠다. 공급은 줄어들고 다시 유가가 정상화(?)되는 그런 상황 말이다. 그런데 그런 예측이 단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은 에너지기업의 부채가 정상화까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할 것이다. 그 전에 채무불이행에 도달한다면 시장은 다시 혼란에 빠질 것이다.

전 세계 프로젝트파이낸스 연도별/섹터별 추이(단위 : 10억 달러)

출처 : Global Project Finance Infrastructure Review Full Year 2013, Infrastructure Journal

다음으로 향후 에너지 시장에 신규 생산자가 얼마나 진입할 것인가 하는 데이터도 유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Infrastructure Journal이 조사한 최근 3년간 프로젝트파이낸스 시장을 보자. Oil & Gas 부문은 여러 부문 중에서 항상 1위를 차지했고 특히 2013년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투자의 대폭적인 증가세는 “투자자들이 기꺼이 원유자산과 매출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려고 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시설들은 향후 몇 년에 걸쳐 차근차근 생산을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유가를 출렁거리게 하는 변수가 될 것이다.

현대판 샤머니즘

앞날을 내다보고 싶은 것은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심리다. 1999년 2월 유가가 고작 10달러 수준일 때 ‘이코노미스트’는 한 달 뒤 유가가 곧 5달러 이하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해 말 가격은 무려 그 5배였으며, ‘이코노미스트’는 머릿기사에서 “우리가 틀렸습니다!”라고 사과했다. 이에 대해 어느 명민한 독자가 훌륭한 평가를 하고는 그 주간지의 편집자들뿐 아니라 모두에게 해당될 충고를 덧붙였다.
“모델링 신비주의가 번성하면서 도저한 ‘샤머니즘’이 예측 사업에 스며들게 되었다. 정책 결정자는 샤먼을 찾아가서 매달린다. 길이길이, 또는 더 나은 샤먼이 나타날 때까지만이라도. ‘이코노미스트’는 그런 샤먼 역할을 삼가야 할 것이다.”
[새로운 지구를 위한 에너지 디자인, 바츨라프 스밀 지음, 허은녕/김태유/이수갑 옮김, 창비, 2003년, p205]

하지만 우리는 오늘도 포기하지 않고 샤머니즘의 의식을 치르고 있다.

번역문이 원문과 뉘앙스 차이가 있다는 채승병님의 지적에 따라 원문을 옮겨옵니다. 참고하세요.

“A greater element of “shamanism” has crept into the forecasting business as modelling has increased in esotericism. The decision maker anoints his shaman for life, for better or worse, or until a better one comes along. The Economist should avoid the shaman’s role.”[출처]

최근의 유가폭등, 그리고 휘발성

금융 쓰나미가 전 세계를 덮치는 광경을 관전하는 동안 유가 또한 극적으로 폭락했다. 타임紙는 폭락의 이유를 크게 수요 감소와 투기세력의 후퇴를 들고 있다.

미교통부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8월에 전년도 동월 대비 150억 마일, 또는 5.6%나 덜 주행했다. DOT는 이는 1개월로 치면 년 단위로 역사상 가장 큰 폭의 하락이라고 말했다. .. 경제학자들이 “수요 붕괴”라고 부르는 것들의 명확한 증거다.
According to the U.S. Department of Transportation, Americans drove 15 billion fewer miles in August, or 5.6% less than they did the year before. DOT says it’s the largest ever year-to-year decline recorded in a single month. .. – sure proof of what economists call “demand destruction.”

“OPEC은 중국이 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해야만 한다.” OPEC 회담 전에 워싱턴의 유라시아 그룹의 에너지디렉터인 로버트 존슨이 한 말이다.
“OPEC needs to see China maintain its rate of growth,” Robert Johnston, energy director for the Eurasia Group in Washington said before the OPEC meeting.

금융기관들, 투자은행과 투기세력들이 석유선물에서 돈을 빼내는 바람에 유가 하락이 가속화되었다. 이것이 가격이 수요보다 더 빨리 떨어진 원인이다.
Banks, investment banks and speculators have pulled money out of oil futures, further driving oil prices down; that’s one reason why prices have fallen far faster than demand.

상징적인 두 국가의 수요는 모두 그동안 거칠 것 없이 오른 유가와 세계적인 금융위기 탓에 크게 줄고 있다. 금융기관과 펀드들 역시 금융위기를 맞아 디레버리징(deleveraging) – 투자청산이라고들 표현하는데 현금 확보라는 표현도 괜찮을 것 같다 – 열풍에 따라 석유선물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자제하고 있을 것이다. 이래저래 산유국들은 추운 겨울을 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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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l well” by Original uploader was Flcelloguy at en.wikipedia – Originally from en.wikipedia; description page is/was here.. Licensed under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그들의 예산을 높은 유가에 맞춰놓은 국가들은 당장 재정적자가 예상된다. 유가폭락을 부추긴 금융위기가 또한 그들의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이중고에 시달릴 것이다. 최근 그루지야와의 분쟁 등 여러 안보적인 문제로 해외자본의 급격한 이탈에 시달리고 있는 러시아는 삼중고에 시달릴 것이다.

여기에서 살펴보아야 할 부분은 현재의 금융위기나 급격한 유가변동의 공통점이다. 즉 그것은 영어로 volatility로 표현되는, 우리말로 하자면 ‘가격변동성’ 정도로 해석되는 개념이다. 개인적으로는 volatility의 형용사격인 volatile이 ‘휘발성의’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에 착안하여 ‘휘발성’이라고도 표현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이 말이 더 와닿는다. 즉 현재의 세계경제는 휘발성이 지나치게 높은 편이다.

이는 크게 ‘증권화’와 ‘유동화’, 그리고 ‘경제통합’과 관련 있다고 생각된다. 증권화/유동화에 대한 개념은 이 블로그에서도 여러 번 설명했고 다른 경제관련 글에서도 빈번하게 등장하듯이 현대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가격을 매길 수 있는 모든 것을 증권으로 만들어 유동화 시키는 것이 현대 금융자본주의의 특징인데 투자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이면에는 극도의 ‘휘발성’으로 시장변동폭을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경제통합, 특히 금융시장 통합은 이 휘발성의 전염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다시 석유로 돌아가서 메릴린치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갈 거라고 큰소리치던 때가 엊그제인데 1/4토막 났다. 우리와 같은 자원빈국으로서야 천만다행이지만 문제는 이 유가가 언제 또 튀어 오를지 예측이 한층 어렵다는 사실이다. 미국인의 자동차 운전거리가 짧아진다니 그러려니 하지만 석유선물 시장은 여전히 모든 투자자들에게 열려있고 또 언제 그들이 메뚜기 떼처럼 달라붙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변동리스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야 석유로부터 자율적인 경제, 대안에너지 생산체제 구축 등에 힘써야겠지만 – 현 정부는 원자력 사용증대를 통한 녹색성장이라는 어이없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OTL – 더 큰 틀에서는 금융시장의 증권화/유동화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금융규제의 틀 – 사실 유가변동성이 아니라도 시급한 일이지만 – 을 마련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멜라민이 식품첨가물이 아니어서 현행법으로 규제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 어이 없는 상황은 현재의 금융시장도 비슷한 것 같다.

선물시장과 hedge에 대한 간단한 설명

뉴스에서 보도하는 유가는 사실 선물시장에서의 가격이다. 이 시장에서 거래자들은 유형(有形)의 석유를 교환하는 것이 아니다. 그 대신 장래에 – 통상 몇 달 후에 – 어느 시점에 약정된 가격에 석유를 교환하는 계약들을 교환한다. 그러한 계약을 통해 기업들은 초기에 가격들을 묶어둠으로써 포지션을 헤지한다. 항공사는 연료가격이 올라감에 따른 그들의 익스포져(exposure)를 줄이기 위해 선물계약을 구입하기도 한다. 반대로 석유회사들은 미래의 가격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이윤을 확실하게 하기위해 선물계약을 팔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그 대신 석유 공급업자가 선물계약을 사서 그들의 위험을 증가시키면서 유형의 석유의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막대한 이익을 거두게 된다면?[유가는 조작되는 것인가? 中에서]

이 문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hedge라는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여야 한다. 우리말 사전에서 그 의미를 살펴보자.

1 산울타리, 울타리;울타리 같은 것(⇒ fence [유의어])
a dead hedge 마른 나무 울타리
a quick(set) hedge 산울타리
2 경계;장벽, 장애 《of》
a hedge of convention 인습의 장벽
3 (손실·위험 등에 대한) 방지책 《against》;(내기에서) 양다리 걸치기;【상업】 연계 매매(連繫賣買), 다른 상거래로 한쪽 손실을 막기

여기에서는 3번의 의미로 쓰였다. 즉 손실이나 위험에 대한 방지책, 그리고 매우 적절하게 표현되어 있는데 일종의 양다리를 걸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즉 개념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김치가게 하는 A가 한달 후에 현재 한 포기 1천 원 하는 배추를 살 생각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한 포기 1천5백 원으로 오를 것 같았다.(꿈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이야기해주셨다) 그래서 배추 파는 B한테 가서 한달 후에 한 포기 1천원에 배추를 사겠다고 약속한다. A는 결국 배추가 5백 원이 되든 2천원이 되든 포기당 1천원에 가격을 고정시켰기 때문에 위험을 방지한 셈이다.(그런데 배추는 5백 원으로 폭락하여 A는 할아버지 욕을 엄청 했다) 결국 A는 한달 후에 자기가 팔기로 예정되어 있는 김치의 원가상승을 헤지하기 위해 배추를 미리 사두는 양다리 걸치기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어쨌든 결국 현재 각종 경제신문이나 전문가용 자료에도 hedge 는 그냥 그 영단어를 우리말로 표기한 ‘헤지’가 쓰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유가폭등으로 인해 운영비용이 크게 증가하여 손익이 크게 줄었다 한다. 심지어 운행을 하면 할수록 손해가 날수도 있다. 그래서 심지어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를 권장하기도 하였다 한다. 그렇다면 아시아나항공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내 관련부서 혹은 어드바이저가 현재 배럴당 110달러인데 3개월 후 배럴당 115달러까지 갈 것이라고 예측하였다고 하자. 그런데 그 시점에서 1만 배럴이 필요하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아시아나항공은 선물시장에서 1천 배럴짜리 10계약에 대해 롱포지션, 즉 계약을 사들인다. 그들의 예측대로 유가가 115달러까지 갔다면 그들은 5만 달러를 절감한 셈이다. 오히려 구매한 계약을 그 시점에 다른 이에게 넘기면 5만 달러를 버는 셈이다. 물론 필요해서 샀으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이제 석유공급업자 C를 보자. 아시아나항공과 달리 배럴당 110달러가 100달러로 떨어진다고 예측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이들은 현물시가인 110달러 언저리에 미리 팔아두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서 자신들이 3개월 후 시점에 인도할 10만 배럴에 대해 지금 가격인 110달러에 계약을 판다. 그들의 예측대로 가격이 100달러로 떨어졌다. 그러면 그들은 더 손실을 입을 100만 달러를 그대로 지킨 셈이다. 그런데 이 미친 석유 공급업자 C가 선물계약을 파는 대신 사들였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는 예측대로 유가가 100달러로 곤두박질쳤다. 그렇게 되면 그들이 공급할 현물 석유에서 100만 달러의 기회비용을, 선물계약에서 추가로 1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여 총 200만 달러의 거금을 하늘로 날려버렸다. 확실히 미친 짓이다.

그렇다면 이 미친 짓이 대단한 짓이 되게 하는 방법은? 100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시장을 뒤집어서 115달러가 되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될까? 바로 현물시장의 벤치마크 지수가 되는 선물시장에 엄청난 양의 롱포지션을 선점하여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즉 위의 계산대로 C는 10만 배럴짜리 10계약을 파는 대신 거꾸로 사들인다.(자기들은 판매업자 처지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주1) 그렇게 되면 3개월 후 결과가 어떻게 될까? C는 현물을 팔아서 100만 달러의 추가이익을 얻게 된다. 선물계약가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선물시장에서도 적지 않은 이익을 얻게 된다.

바로 이것이 저자들이 주장하는 선물시장 조작을 통한 현물가격의 부당이득의 원리다. 물론 이에 대해 시장참여자, 경제분석가, 심지어 학자들 사이에서도 많은 갑론을박이 존재한다. 특히 폴 크루그먼은 평소 다소는 진보적이었던 학문적 입장에서 벗어나 자기는 정치적 입장을 배제하고 말하건 데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을 뒤흔들 수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체적인 논지는 현물을 매점할 만큼의 여유고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Guillermo Calvo 같은 거시경제학자는 석유수요가 (특히 단기적으로) 매우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약간의 재고만으로도 충분히 선물시장에서의 개입이 가능하다고 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현재와 같이 수요나 공급의 급격한 변동이 있지 않은 상태에서 – 물론 언론은 이 변동폭이 상당하다고 떠들지만 – 믿어지는 시점에서 많은 평범한 소비자들은 후자의 입장을 지지하는 편인 것 같다.

(주1) 물론 10계약 따위로 시장을 조작, 또는 매점한다는 불가능하지만 여기서는 그 정도의 분위기가 이미 성숙되었다는 것을 가정하고 말하는 것이다.

유가는 조작되는 것인가?

Are Oil Prices Rigged?

Friday, Aug. 22, 2008
By ARI J. OFFICER AND GARRETT J. HAYES

현재의 유가폭등은 투기세력, 그 중에서도 석유 공급업자들이 배후에 있는 투기세력에 의해 조작되고 통제되고 있다는, 약간은 음모론적인 주장이 Time지에 개재되었다. 언뜻 생뚱맞기는 하지만 그만큼 현재의 시장에 대한 대중들의 호기심, 분노, 참을성이 한계에 달했다는 생각도 든다. 각주에도 적었지만 논조가 언뜻 Time지의 그것이 아니라 World Socialist Web Site의 그것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급진적이다. 이 모든 주장들을 다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일단 필자들의 주장을 증명할 실증자료에 대한 언급도 특별히 없다. 그럼에도 현재의 시장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여러 개념들을 알기 쉽게 – 몇몇은 약간 오류도 있는 것 같지만(꼭 집어 찾아낼 능력 안 됨) – 다양한 주장의 공유 차원에서 여기 소개한다. 각주는 모두 역자의 각주다.

우리 모두는 투기세력이 유가를 인위적으로 높이고 있다고 들어 왔다. 이 주장은 유가가 최근 115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을 비추어볼 때 더 흥미로워지는 주장이다. 그러나 아마도 우리는 잘못된 관점에서 이를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석유산업에서 메이저 공급자가 바로 이 속임수를 쓰는 투기세력이라고 가정해보자.

유가를 가지고 농간을 부리는 것이 가능할까? 당연하지. 이제 어떻게 하는지 보자.

만약 당신이 석유 공급업자라면 어떻게 가격을 올릴 수 있을까? 공급의 조절은 – 1973년의 OPEC의 엠바고처럼 – 전 세계적으로 석유의 공급처가 다양해짐에 따라 덜 효율적이다. 그리고 석유 공급업자가 실물 석유시장에서 수요를 조절하는 것으로는 확실하게 가격을 올릴 수 없다. 궁극적으로 그들은 석유를 사는 것이 아니라 팔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폭로하는 바와 같은 시장의 비효율성을 통해 석유 공급업자는 또 하나의 다른 시장을 이용해서 수요를 인위적으로 증가시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소위 선물, 선물시장을 관찰하여야 한다.

뉴스에서 보도하는 유가는 사실 선물시장에서의 가격이다. 이 시장에서 거래자들은 유형(有形)의 석유를 교환하는 것이 아니다. 그 대신 장래에 – 통상 몇 달 후에 – 어느 시점에 약정된 가격에 석유를 교환하는 계약들을 교환한다. 그러한 계약을 통해 기업들은 초기에 가격들을 묶어둠으로써 포지션을 헤지한다. 항공사는 연료가격이 올라감에 따른 그들의 익스포져(exposure)를 줄이기 위해 선물계약을 구입하기도 한다. 반대로 석유회사들은 미래의 가격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이윤을 확실하게 하기위해 선물계약을 팔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그 대신 석유 공급업자가 선물계약을 사서 그들의 위험을 증가시키면서 유형의 석유의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막대한 이익을 거두게 된다면?(주1)

선물시장은 유가를 매기는 데에 있어 공인된 주요동인이 되었다. 그러나 실제 세계에서 석유의 절대 다수는 수백만 배럴이 실제로 대규모로 수송되는 사적인 거래를 통해 구매된다. 그러나 일련의 사적인 거래들은 특정 시장가격을 형성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선물시장에서는 그 거래행위가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 까닭에 가격산정이 투명하기 때문이다. 그 가격은 유가의 벤치마크로 널리 받아들여진다. 다른 말로 하면 선물시장은 사계가 소비하는 석유의 가격 발견 메커니즘으로 기능한다.

선물시장의 마진(거래:역자 추가) 덕분에 당신은 실제 거래할 수 있는 것보다 10배 이상을 거래할 수 있다. 단 9천 달러를 가지고 최근의 최고 수준으로 보자면 14만 달러까지 컨트롤할 수 있었다.

모두들 말하기를 뉴욕상품거래소 (the New York Mercantile Exchange : NYMEX)를 통해 하루에 상품 원유 10억 배럴이 거래된다고 한다. 이러한 양은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거래되는 8천만 배럴의 석유를 무색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의 거래량은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 대부분의 거래자는 그저 잡음 일뿐이다. 투기세력들은 단기적인 이윤을 쫓고 특정 포지션을 유지하고 순식간에 거래를 종료시켜버린다.

선물시장에 있어 보다 나은 거래량 계산법은 미결제된 포지션의 총수, 즉 ‘미결제 거래 잔고(open interest)’다. 다음 달에서부터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에 이르는 계약들에서 미결제된 포지션들의 총수로부터 설명되는 거래는 10억 배럴이 존재한다. 매우 흥미롭게도 매년 실제로 300억 배럴의 석유가 소비된다. 이 모든 양에도 불구하고 미결제 거래 잔고에서 실현되는 청구들은 석유의 실제소비와 비교할 때에 희석되어버린다. 선물시장은 실재 석유시장보다 훨씬 작다. 실제로 선물시장에서 ‘매입 포지션’에 투자되는 1달러는 물리적인 석유시장에서 300달러 이상의 레버리지 비중을 차지한다.

요점은 석유의 전채 매입을 휘어잡는데 단지 90억 달러면 된다는 것이다. 막대한 액수처럼 들리지만 석유시장에서의 몇몇 주요한 개인 플레이어들은 시장 그 자체보다도 덩치가 크다. 브루나이 페트롤륨의 술탄 하사날 볼키아 무자딘(Hassanal Bolkiah Muizzaddin)은 23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사우디의 왕자 알와리드 빈 다랄 알사우드(Alwaleed Bin Talal Alsaud)는 130억 달러를 지니고 있다. 아니 우리는 시장 조작에서 이들 중 어느 특정인을 암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백만장자의 리스튼 길다. 요는 이러한 범주의 어느 누구라도 석유 선물시장의 리스크들을 깨끗하게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석유를 배달까지 할 수도 있다. 배달 이전에 석유의 상당 부분을 유보시켜 놓은 채 이들 투기세력들과 반대편에 있는 (석유를 매도하는) 위험회피자들은 그들의 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여야 할 것이다. 석유시장 자체에 대한 석유 공급업자들의 동맹은 시장을 매점하는데 있어 대단히 유리한 위치를 제공한다.

이러한 개인 또는 기업들은 왜 들통 나면 손실을 입을지도 모르는 그들의 돈과 명성에 두고 도박을 할까? 그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그들이 선물투기에 있어서 다른 투자자들의 돈까지도 도박할 수 있는 익명의 투자 회사(vehicle)인 헤지펀드가 있다. 비록 우리 모두가 유가에 영향을 받지만 석유 소비자인 우리가 가격을 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문제점이다. 물리적인 석유시장의 가격 발견 메커니즘으로 기능하는 선물시장이 오직 엘리트에게만 공개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엘리트들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을 신뢰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누구인가? 소위 전문가라는 이들은 누구인가? 유가의 지속적이고 엄청난 상승을 통해 이익을 향유하는 헤지펀드, 석유회사들, OPEC 들이다. 이해의 충돌을 인지하겠는가?

석유 공급업자가 가격을 올리기 위해 해야 할 것은 오직 선물계약을 몽땅 사들이는 것뿐이다.

그것은 그리 위험하지도 않다. 공급자/투자자 리스크는 그들의 거대한 재산에 있어 하찮은 부분일 뿐이고 또는 다른 투자자들에게 위험을 분담하게끔 미끼를 던질 수도 있다. 가상의 제한 없는 자원과 근원적인 원자재와의 실질적인 연계를 가지고 석유 공급업자들은 1970년대에 은(銀)시장을 매점하려 시도했던 헌트 형제보다도 훨씬 더 나은 위치에서 조작을 할 수 있다.

모든 공급업자들에게 있어 최대의 이해관계는 가격상승이다. 석유는 유한한 원자재다. 전 세계는 결국에는 보다 효율적으로 바뀌고 대체 에너지원을 개발할 것이다. 한편 공급업자들은 그들의 제한된 자원을 통해 최대한 많은 이윤을 짜내기를 원한다. 비록 유가가 너무 높다는 것을 (수요가 줄 정도까지) 그들이 알지라도 그것을 수정하는 것은 그들의 이해관계가 아니다. 보다 작은 규모지만 “믿을 수 있는” 선물시장에서 설정되는 가격을 통해 석유 공급업자들은 현물 석유 판매에서 곱절의 이윤을 실현한다.

선물시장에서의 가격은 – 그리고 실제로 어느 표준화된 상품에서의 임의의 실재 시장 – 실재의 공급과 실재의 수요가 만나는 지점에서 가격이 형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인지된(perceived)’ 공급이 ‘인지된(perceived)’ 수요가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주2) 선물시장 참여자들은 그들을 둘러싼 세상을 대리할 뿐이다. 대중의 눈에 베일이 씌워져 있고 그들은 ‘하나의 공정가격(a fair price)’에 대한 이러한 환상을 받아들인다.

불행하게도 ‘전체적으로 너무 작은(all-too-small)’ 선물시장에서 설정된 가격이 전체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석유를 능가하고 있다. 많은 면에서 석유는 유사화폐이다. 같은 말로 석유는 미국 달러로 국제적으로 거래되기에 달러는 석유에 연동된다. 유가가 미국의 산업을 쥐어짜는 동시에 달러를 평가절하 시킨다. 우리 경제의 현황은 유가에 반영된다. 미국을 평가하는 새로운 표준이 되었다. 우리는 이 검은 황금 표준의 노예다.

그 결점과 지독한 비효율에도 불구하고 이른 바 자유시장이라 불리는 미국의 시장 시스템은 이러한 취약성에 노출되어 있다. 석유 공급업자들은 올가미를 죌 수 있다. 그러나 진작에 우리 스스로 목을 죄었다. 익명성의 벽 뒤에 숨어서 가해자들은 이런 프로세스로 미국을 끌어들여 이윤을 취하고 그들의 목적을 달성한다.

선물시장은 가격 투명성을 뛰어넘어 참여자 투명성을 공개되어야 하는 닫힌 책이다. 개별 계약들이 만료된 이후 NYMEX와 다른 거래소들은 각 거래의 참여자들을 공개해야 한다. 익명성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그리고 매입은 우리가 이론적으로 구매자가 아니라 판매자라고 믿고 있는 석유 공급업자들에게 연결되어야 한다.

이러한 취약성은 실존하는 것일까? 경제학은 우리가 공정 가격결정을 부패한 조작과 혼동하게끔 할지도 모르는 공급-수요 이론을 적용함에 있어 그토록 잘못된 것일까? 실행에 있어 동기, 기회, 그리고 탐욕이 있다. 우리는 이외에 무엇을 기대하는가?

Ari J. Officer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금융수학(financial mathematics)을 공부하고 있다. Garrett J. Hayes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재료과학 및 공학(materials science and engineering)을 공부하고 있다.

후기 : 상당히 긴 글을 별 막힘없이 술술 써내려간 저자들의 능력이 대단하다. 그럼에도 위에 잠깐 언급하였듯이 자신들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줄 실증자료, 혹은 정황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 글의 약점이다. 여하튼 참고삼아 말씀드리자면 Fortune誌 가 발표한 세계 500대 기업에서 탑10 업체 중 여섯 개가 석유정제업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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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즉 선물시장에서 석유 공급업자가 ‘위험회피자(hedger)’가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투기자(speculator)’가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주2) 이러한 가격결정 메커니즘을 요즘의 경제연구가들은 소위 ‘기대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노동시장에서의 임금요구로 ‘실재 인플레이션’(앞서 필자들이 설명한 실재 공급과 실재 수요가 만나는 지점에서의 가격이라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가격의 상승)이 있을 것이므로 기대 인플레이션을 초기에 잡거나, 아니면 노동시장에서의 임금상승 주장을 무마시킬 것을 정부에 요구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