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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ig Short 感想文

전에 읽었던 마이클 루이스의 책을 스크린에 옮긴 동명의 작품 The Big Short를 어제 감상했다. 원작자가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금융폭탄” 중 하나인 MBS의 발명가 루이스 라니에리를 언급하며 시작하는 이 영화는 자칫 영화감상의 맥락을 끊을 수 있을 정도로 난해한 CDS니 CDO니 하는 복잡한 금융공학 발명품의 개념을 모델, 요리사 등 비전문가의 입을 통해 유머러스하게 설명한달지 극중 배우들이 카메라를 보며 이야기한달지 하는, 굳이 구분하자면 스탠드업 코미디의 스타일을 빌려 매끄럽게 극을 진행시켜 나간다.

2005년 5월 19일 마이크 버리(Mike Burry)는 그의 첫 서브프라임 모기지 계약들을 성사시킨다. 그는 도이치뱅크로부터 6천만 달러의 신용부도스왑(이하 CDS)를 구입했는데, 여섯 개의 서로 다른 채권에 각각 1천만 달러를 지불했다. [중략] 그는 모기지 풀 중 가장 부실한 것을 찾아다니며 수십 권의 투자설명서를 읽고 수백 권의 투자설명서를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는 여전히 그때까지도 매우 확신하고 있었던 것은 그가 그것들을 작성한 변호사들을 제외하고는 그것들을 읽은 유일한 인간이었다는 것이다. [The Big Short, Michael Lewis, Norton, 2010, pp49~50]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마이크 버리는 영화에서 주택시장의 붕괴에 베팅한 소수 중에서 가장 처음 등장하는 인물이다. 버리는 “음악이 흐르는 동안은 춤을 춰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외골수적인 기질을 타고난 펀드매니저였다. 그래서 그는 – 당연히 해야 할 일인 – 모기지 채권의 투자설명서를 샅샅이 읽고 시장이 붕괴될 것임을 직감한다. 스티브 카렐이 연기한 마크 바움을 비롯한 다른 이들도 역시 면밀한 점검을 통해 춤을 추는 대신 음악이 꺼질 것이라는 것에 돈을 걸고, 시장의 붕괴를 기다린다.

영화는 이들이 어떻게 그렇게 뛰어난 안목으로 시장의 붕괴를 예측했는가 보다는 – 그런 부분을 다 설명하다보면 영화가 코미디가 아니라 지루한 다큐멘터리가 될 터이니 – 이들의 선지자적 태도와 이후의 시장의 어리석음이 어떻게 서로 긴장감을 유지해가며 갈등하게 되는지를 주로 조명한다. 부실이 증가함에도 그 자산과 연계된 CDO 채권의 값은 상승한달지, 신용평가사가 투자은행을 상대로 채권등급 장사를 한달지, 기자는 시장상황을 정확히 알리는 기사쓰기를 거부한달지 하는 등의 부조리가 선지자들을 괴롭히는 상황 말이다.

영화의 결말은 – 스포일러라 할 것도 없이 –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바 주인공들의 승리로 결말이 난다. 마이크 버리는 400%가 넘는 수익률을 시현하였고, 마크 바움은 개인적으로도 1억 달러를 번다. 하지만 마지막에 웃는 이들은 이들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비극적인 코미디다. 우리가 알다시피 월가나 금융당국 그 어느 곳에서도 시장의 붕괴에 대해 책임진 이는 (거의) 없다. 오히려 영화는 후일담으로 버리만 네 차례의 회계조사를 받는 등 당국의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전한다. 승리자는 결국 부조리한 세상이었다.

여하튼 우리는 이제 어느 정도 평온해진 상황에 놓여있는 것 같다. 시장도 안정을 찾은 듯 하고 Fed도 금리를 인상했다. 그렇다면 이제 경기는 늘 그랬듯이 경기변동설에 따라 다시 상승기로 접어드는 것일까? 하지만 최근 전 세계 주식시장은 동반 폭락하였고, 유가는 30달러 바닥을 뚫고 내려갔고, 중국시장에 대한 경고신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마치 투자은행이 증권화와 부외금융을 통해 버블 붕괴를 이연시켰던 것처럼, Fed 등 중앙은행이 양적완화와 긴축재정을 통해 더 큰 버블의 붕괴를 이연시키고 있는 상황이 아닐까?

The Big Short 영화화 소식

소설가가 아닌 넌픽션 작가 – 또는 경제평론가? – 중에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사랑받는 이는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가 아닌가 싶다. 할리우드는 이미 그의 저서 중에서 The Blind Side와 Moneyball을 영화화했다. 물론 두 작품은 드라마적 요소가 풍부한 작품이기는 했다. 이번에는 The Big Short가 영화화됐다. 원저는 금융위기 이전 모두가 롱포지션에 미쳐가고 있을 때에 몰락을 예상한 소수가 숏포지션을 취했던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책이다.(관련 글 읽기) 영화 배역이 초호화판이다. 크리스찬 베일, 스티브 카렐, 브래드 피트, 마리사 토메이 등등. 기타 금융위기를 소재로 한 영화 리스트는 여기를 참고하시도록.

AIG를 날려버린 폭탄

다양한 나라와 다양한 산업의 많은 수의 투자등급 회사들이 정말로 그들의 부채에 대해 동시에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한 대출의 풀을 보증하는 AIG FP의 신용불이행스왑은 괜찮은 사업거리로 판명 났다. 이제 조 카사노란 친구가 운영하는 AIG FP는 2001년에 연간 3억 달러, AIG의 이익의 15%를 버는 것으로 계산되었다. [중략] IBM에서부터 GE에 이르기까지 많은 대출을 보증하기 위해 AIG FP를 이용하는 은행들은 이제 신용카드 대출, 학자금대출, 자동차대출, 프라임 모기지, 비행기 리스, 그리고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여하한의 것들과 같은 더 엉망진창의 무더기들을 보증받기 위해 찾아왔다. 매우 다양한 종류의 대출과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기업금융에 적용하는 논리가 그들에게도 역시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들은 충분히 분산되어 있으므로 한 번에 모두 부실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중략] AIG FP는 채무불이행에 대한 보증을 통해 BBB등급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을 사실상 500억 달러 어치 사들였다. [중략] 관련된 모두가 겉으로는 그것들은(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 역자주) 그들이 십여 년 가까이 수용했던 것과 기본적으로 같은 종류의 리스크를 수용하면서 보험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고 가정했다. 그들은 이제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큰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의 소유자가 되었다.[The Big Short, Michael Lewis, Norton, 2010, pp70~72]

이 짧은 글에서 보험의 기본속성, 그리고 그 실질적인 위험이 잘 설명되어 있는 것 같아 소개한다. AIG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세계 최대의 보험회사였다. 그러니 당연히 정말 다양한 보험상품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신용파생상품으로 알려진 CDS(신용불이행스왑)도 기본원리는 보험과 거의 유사하다. 보험회사가 취급하지 못할 이유가 없고, 1987년 드렉셀번햄으로부터 이적해온 하워드 소신이라는 이가 AIG에 그 첫 상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상품은 위 인용문에서도 나와 있다시피 20세기에 접어들며 AIG의 주력상품으로 자리 잡는다.

보험은 기본적으로 확률에 근거한 상품이랄 수 있다. 어떠한 이벤트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보장하지만 그 이벤트가 발생할 확률은 최대한 낮춰야 하는 것이 보험업의 생리다. CDS도 보험업의 그런 생리에 잘 부합하였다. 기업에 대한 CDS는 나라, 산업, 대출의 성격만 잘 분산시켜놓으면 부도확률은 현격히 줄어들고 자연히 더 높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소비자 대출에 대한 CDS도 기본적으로 풀링(pooling)만 잘 하면 얼마든지 기업 CDS처럼 거래가 가능하게 된다. 심지어 서브프라임 모기지까지도 말이다.

대공황 시절 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많은 현상들 중 하나는 뱅크런(bank run)이다. 금융은 기본적으로 예금자들이 맡겨 놓은 돈을 수요자들에게 빌려주며 예대마진을 취하는 산업이다. 예금자들이 어느 날 갑자기 모두 함께 돈을 찾겠다고 하면 그것은 재앙인데 그 사태가 대공황 때 발생하였고 각국 정부는 그 뒤 뱅크런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많은 장치를 마련했다. 그런데 이번 금융위기에서 적어도 AIG에게는 이런 뱅크런에 준하는 보험의 대량인출 사태가 발생하였다.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CDS가 그러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CDS는 기본적으로 앞서 다른 CDS가 가지고 있던 장점, 즉 잘 분산되어 총체적인 부도확률이 극히 낮다는 특징을 갖지 못하였던 것이다. 즉 미국이라는 한 나라의, 주택이라는 한 실물의, 신용등급이 좋지 못한 수요자라는 안 좋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신용위험이 매우 높은 상품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관련자들이 그것을 다른 소비자대출과 같은 상품으로 여겼다는 것은 놀랄만한 사실이다. 물론 우리는 금융위기 이후 그 당시 어떤 광기가 시장을 압도하였는가를 알기에 대충 그 분위기는 짐작하지만 말이다.

기본적으로 리스크는 분산되는 것이 좋다. CDS는 그러한 원리에 충실한 상품이다. 리스크가 있는 어떤 것에 투자 또는 대출을 하기 위해 프라임레이트와 일정 스프레드를 떼어서 후자의 것을 보험비용으로 지불하면 투자나 대출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기에 시장은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CDS 또는 여하한의 리스크가 분산되지 않은 CDS가 정보비대칭의 상황에서 특정 주체에게 과도하게 매도되었을 경우다. AIG같은 거대기업이 그런 비이성적 판단을 했다는 것이 의아하지만 어쨌든 현실로 나타났다.

조 카사노에 관한 CBS뉴스

http://cnettv.cnet.com/av/video/cbsnews/atlantis2/cbsnews_player_embed.swf

거센 물결을 거슬러 올라간 사나이

2005년 5월 19일 – 계약조건이 최종 마무리되기 한 달 전에 – 마이크 버리(Mike Burry)는 그의 첫 서브프라임 모기지 계약들을 성사시킨다. 그는 도이치뱅크로부터 6천만 달러의 신용부도스왑(이하 CDS)를 구입했는데, 여섯 개의 서로 다른 채권에 각각 1천만 달러를 지불했다. 이것들은 “리퍼런스증권(The reference securities : 어느 한 신용주체가 발행한 채권)”이라 불렸다. 당신은 전체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시장에 대한 보험을 구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한 채권에 대한 보험을 매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버리(Burry)는 정확히 어떠한 것에 반대로 돈을 걸 것인지를 찾는데 몰두하였다. 그는 모기지 풀 중 가장 부실한 것을 찾아다니며 수십 권의 투자설명서를 읽고 수백 권의 투자설명서를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는 여전히 그때까지도 매우 확신하고 있었던 것은 (그리고 나중에는 절대적인 확신으로) 그가 그것들을 작성한 변호사들을 제외하고는 그것들을 읽은 유일한 인간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말미암아 그는 또한 주택대출에서 그것들이 인출되기 전에 실행되었어야 하는 구식의 은행 신용분석을 수행하는 유일한 투자자 같은 이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구식의 은행가들과는 반대되는 사람이었다. 그는 가장 좋은 대출을 뒤지는 것이 아니라 가장 나쁜 대출을 뒤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것에 대해 반대로 돈을 걸 수 있었던 것이다.[The Big Short, Michael Lewis, Norton, 2010, pp49~50]

마이클 루이스의 신작 The Big Short의 일부를 번역하였다. 이 책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그러한 금융 붕괴를 예측하였던 이들이 누구누구며, 이러한 예측을 어떻게 하였는지, 그리고 어떻게 활용하였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인용문에 언급된 인물은 이들 중 하나로 마이크 버리라는 펀드매니저다.

마이크 버리는 의사였지만 뛰어난 금융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그 지식을 활용해 블로그를 운영하였다. 의사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낀 그가 직장을 그만두자 그의 블로그를 눈여겨보던 일련의 투자자들이 그에게 돈을 맡겼고 그는 주식투자를 통해 큰 수익을 올려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였다. 그런 그가 노린 다음 시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었다.

주식에 있어서만큼은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는, 소위 가치투자를 지향하였지만 부동산 시장 자체에 대해서는 매우 비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시장의 비이성적인 열기를 바라보며 얼마 가지 못해 시장이 붕괴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숏포지션을 취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았는데 우선 어떠한 대상에 대해 반대로 돈을 걸어야 할지가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일단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무리한 대출을 실행한 금융기관을 공매도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너무 장기적인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었다. 결국 그는 투자은행을 수소문하여 당시만 해도 극히 드물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CDS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와 첫 거래를 튼 곳은 도이치뱅크였다. 이 거대 투자은행은 당시만 해도 마이크 버리라는 멍청이가 신용평가기관에 의해 AAA등급이 매겨진 안전한 채권에 반대편으로 돈을 걸겠다는 것에, 그리고 그럼으로써 공돈이 들어오는 것에 신나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음 거래자 골드만삭스도 역시 상황을 몹시 즐겼다.

그들은 같은 등급이 매겨진 채권이라도 가장 악성 채권을 찾아내려는 마이크 버리에게 온갖 쓰레기 같은 채권들의 리스트를 이메일로 보내줬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손쉽게 가장 악성채권들을 골라내 그것들의 CDS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후 열심히 그는 다른 투자은행들과도 이런 계약을 체결하였고, 결국 최후에 웃는 자가 되었다.

이 에피소드는 매우 흥미로운데 그것은 시장이 상승기로 돌아설 때에는 우리가 의례 존재하리라고 생각하는 헤저(hedger)와 리스크부담자(risk taker)의 황금비율이 존재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음악이 흐를 때에 모든 그 훌륭한 투자은행들은 리스크를 부담해가며 대출에 열을 올리고 있었고 헤저는 존재하지 않았다.

한편 마이크 버리도 엄밀히 말해서 헤저가 아니다. 그는 큰 흐름의 반대방향으로 돈을 건 리스크 부담자였다. 서로 반대편으로 돈을 건 리스크부담자들이었으므로 그들 간에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었다. 진정한 헤저라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에 돈을 대주는 한편으로 마이크 버리가 개발한 CDS와 같은 상품으로 헤지를 해놓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무한대의 시장이라 여겨지던 주택시장의 바다에서 모두가 함께 리스크 부담자가 되었고 그것에 대한 반대의 경우는 마이크 버리와 같은 극히 소수의 사람들만이 고민하거나 또는 돈벌이의 기회로 활용하였다. 만약 마이크 버리의 예상이 빗나가 주택시장이 몇 년 더 호황기였다면 역시 한쪽으로만 돈을 건 그도 무사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결국 시장의 변동성에 대해 파생금융상품을 통해 적절하게 대응함으로써 시장은 자연스레 자정작용을 한다는 대전제는 마치 교과서에서나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질 때가 이런 상황이다. 시장은 대개 이성적이다가 때로 비이성적으로 움직이는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 것인지조차 혼돈스러운 상황이다. 당신은 어느 쪽이라고 생각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