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를 날려버린 폭탄

다양한 나라와 다양한 산업의 많은 수의 투자등급 회사들이 정말로 그들의 부채에 대해 동시에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한 대출의 풀을 보증하는 AIG FP의 신용불이행스왑은 괜찮은 사업거리로 판명 났다. 이제 조 카사노란 친구가 운영하는 AIG FP는 2001년에 연간 3억 달러, AIG의 이익의 15%를 버는 것으로 계산되었다. [중략] IBM에서부터 GE에 이르기까지 많은 대출을 보증하기 위해 AIG FP를 이용하는 은행들은 이제 신용카드 대출, 학자금대출, 자동차대출, 프라임 모기지, 비행기 리스, 그리고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여하한의 것들과 같은 더 엉망진창의 무더기들을 보증받기 위해 찾아왔다. 매우 다양한 종류의 대출과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기업금융에 적용하는 논리가 그들에게도 역시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들은 충분히 분산되어 있으므로 한 번에 모두 부실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중략] AIG FP는 채무불이행에 대한 보증을 통해 BBB등급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을 사실상 500억 달러 어치 사들였다. [중략] 관련된 모두가 겉으로는 그것들은(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 역자주) 그들이 십여 년 가까이 수용했던 것과 기본적으로 같은 종류의 리스크를 수용하면서 보험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고 가정했다. 그들은 이제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큰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의 소유자가 되었다.[The Big Short, Michael Lewis, Norton, 2010, pp70~72]

이 짧은 글에서 보험의 기본속성, 그리고 그 실질적인 위험이 잘 설명되어 있는 것 같아 소개한다. AIG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세계 최대의 보험회사였다. 그러니 당연히 정말 다양한 보험상품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신용파생상품으로 알려진 CDS(신용불이행스왑)도 기본원리는 보험과 거의 유사하다. 보험회사가 취급하지 못할 이유가 없고, 1987년 드렉셀번햄으로부터 이적해온 하워드 소신이라는 이가 AIG에 그 첫 상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상품은 위 인용문에서도 나와 있다시피 20세기에 접어들며 AIG의 주력상품으로 자리 잡는다.

보험은 기본적으로 확률에 근거한 상품이랄 수 있다. 어떠한 이벤트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보장하지만 그 이벤트가 발생할 확률은 최대한 낮춰야 하는 것이 보험업의 생리다. CDS도 보험업의 그런 생리에 잘 부합하였다. 기업에 대한 CDS는 나라, 산업, 대출의 성격만 잘 분산시켜놓으면 부도확률은 현격히 줄어들고 자연히 더 높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소비자 대출에 대한 CDS도 기본적으로 풀링(pooling)만 잘 하면 얼마든지 기업 CDS처럼 거래가 가능하게 된다. 심지어 서브프라임 모기지까지도 말이다.

대공황 시절 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많은 현상들 중 하나는 뱅크런(bank run)이다. 금융은 기본적으로 예금자들이 맡겨 놓은 돈을 수요자들에게 빌려주며 예대마진을 취하는 산업이다. 예금자들이 어느 날 갑자기 모두 함께 돈을 찾겠다고 하면 그것은 재앙인데 그 사태가 대공황 때 발생하였고 각국 정부는 그 뒤 뱅크런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많은 장치를 마련했다. 그런데 이번 금융위기에서 적어도 AIG에게는 이런 뱅크런에 준하는 보험의 대량인출 사태가 발생하였다.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CDS가 그러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CDS는 기본적으로 앞서 다른 CDS가 가지고 있던 장점, 즉 잘 분산되어 총체적인 부도확률이 극히 낮다는 특징을 갖지 못하였던 것이다. 즉 미국이라는 한 나라의, 주택이라는 한 실물의, 신용등급이 좋지 못한 수요자라는 안 좋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신용위험이 매우 높은 상품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관련자들이 그것을 다른 소비자대출과 같은 상품으로 여겼다는 것은 놀랄만한 사실이다. 물론 우리는 금융위기 이후 그 당시 어떤 광기가 시장을 압도하였는가를 알기에 대충 그 분위기는 짐작하지만 말이다.

기본적으로 리스크는 분산되는 것이 좋다. CDS는 그러한 원리에 충실한 상품이다. 리스크가 있는 어떤 것에 투자 또는 대출을 하기 위해 프라임레이트와 일정 스프레드를 떼어서 후자의 것을 보험비용으로 지불하면 투자나 대출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기에 시장은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CDS 또는 여하한의 리스크가 분산되지 않은 CDS가 정보비대칭의 상황에서 특정 주체에게 과도하게 매도되었을 경우다. AIG같은 거대기업이 그런 비이성적 판단을 했다는 것이 의아하지만 어쨌든 현실로 나타났다.

조 카사노에 관한 CBS뉴스

http://cnettv.cnet.com/av/video/cbsnews/atlantis2/cbsnews_player_embed.swf

4 thoughts on “AIG를 날려버린 폭탄

  1. Pingback: foog

  2. daremighty

    책에는 조 카사노가 모든 리스크를 무시한 거같은 식으로 쓰여있던거 같은데요. 프로페셔널 펌들의 공통적인 문제인거 같아요. 위로 갈수록 세일즈가 너무 중시되다 보니, 당장 성과가 눈에 보이면 다른건 무시하게 되는 경향이 커지는 거 같더라구요. 회사 입장에서도 당장 오늘 내일 수익 물어오는걸 잘하는 사람을 당연히 위로 보낼 수 밖에 없고…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나저나 마이클 루이스는 정말 책을 잘 쓰기도 하는데다가 내용도 점점 더 나아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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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네. 맞아요. 이익을 내야하는 기업의 위로 올라갈수록 실적에 대한 압박은 쿨하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죠. 어떤 수를 써서라도 경제평론가들은 단순하게 이윤극대화 동기 또는 탐욕이라고 하지만 그와 함께 조직사회 자체의 동물적인 생존본능이랄까? 그런 면도 있는 듯.

      마이클루이스는 라이어스포커만 해도 그냥 흥미로운 월가의 뒷담화로구나.. 하는 느낌이었는데 이번 책은 사태의 이면을 잘 파들어가고 있구나.. 하는 느낌입니다. 아직 다 읽진 않아서 더 들여다 봐야 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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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omahawk28

    리스크를 무시했다는 사실조차 과거만 보면 모든게 분명해 보이는 오류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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