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스팸? 짜증나는 스팸! 스팸! 스팸!
오늘날 우리는 무차별적이고 집단적으로 발송되는 전자메시지를 스팸이라고 한다. 햄 가공 제품의 상품명인 스팸(spam)이 이러한 의미를 가지게 된 데에는 몬티파이든이라는 영국의 유명한 코미디 집단이 선보인 코미디 단막극에서 비롯되었다.
그렇다면 최초의 스팸은 어떤 것일까? ‘CTSS MAIL command’의 공동저자인 ‘Tom Van Vleck’에 의하면 1971년 MIT의 CTSS(Compatbile Time Sharing System) 사례가 최초의 스팸이라고 한다. 1971년 ‘Peter Bos’라는 관리자 이름으로 MIT의 CTSS MAIL 모든 사용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것은 “THERE IS NO WAY TO PEACE. PEACE IS THE WAY.”라는 내용의 반전 메시지였다고 한다. 이 사건은 Non-Network 상태에서 관리자가 보낸 메시지이기 때문에 스팸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여하튼 실질적인 첫 집단 메시지 발송이라 할 수 있다.
예수님이 재림하신다
인터넷 초기에 대표적인 악성 스팸 중 하나를 대라면 그것은 한 대학의 시스템 관리자였던 Clarence L. Thomas가 작성한 ‘Global Alert For All: Jesus Is Coming Soon’ 이라는 메시지였다. 이 메시지는 세상의 종말이 다가왔으니 회개하라는 정신 나간 기독교 광신도적 메시지였는데 유스넷의 개별 뉴스그룹에 모두 등록되었기 때문에 사용자는 뉴스그룹에 들를 때마다 이 게시물을 지겹게 봐야만 했다. 이 메시지 때문에 1994년 1월 19일 유스넷이 멈춰버렸다.
‘Jesus is Coming Soon.’ 메시지는 비록 상업적인 메시지는 아니지만 대량으로 등록된 최초의 스팸이라 할 수 있다. 당시에 그는 그리 큰 처벌은 받지 않았지만 결국 학교를 떠나야 했다. 이후에도 그는 몇 번의 비슷한 내용의 게시물로 사람들을 괴롭혔다.
본격적이고 상업적인 악성 스팸의 시초
1994년 4월 12일 이민법 변호사였던 Laurence Canter와 그의 아내 Martha Siegel은 인터넷의 역사에서 잊히지 않을 작업을 수행했다. 바로 유스넷의 수많은 뉴스그룹에 Clarence L. Thomas가 그랬던 것처럼 ‘Green Card Lottery- Final One?’이라는 제목의 악명 높은 스팸 게시물을 발송하였던 것.
이들은 Jason이라고만 알려진 한 프로그래머를 고용하여 간단한 펄스크립트를 만들게 하였고 이를 이용하여 8천개에 달하는 토론그룹에 각각 수 천통씩 게시물을 보냈다.
여기서 잠깐 Green Card Lottery에 대해서 알아보자.
Diversity Visa Lottery라고도 하는 이 프로그램은 미국정부가 매년 50,000개의 이민비자를 추첨을 통해서 발급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취지는 매년 미국으로 이민을 신청하는 여러 국가 중 미국으로의 이민이 저조한 나라의 국민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이민 민족의 다양화를 하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것은 무료인데 여러 웹 사이트에서 마치 정부의 공식 웹사이트처럼 신청자들을 모집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공식 사이트 가기)
게시물에서 이민법 변호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Laurence Canter와 Martha Siegel은 Alan J Simpson이라는 상원의원이 이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여 곧 이 프로그램이 없어질 것이라고 겁을 주면서 서둘러 이 프로그램에 신청하라고 유혹했다. 결국 이 게시물 발송으로 말미암아 수많은 유스넷 이용자는 울분을 터트렸고 전산망은 심각한 속도지체와 심한 경우 시스템다운 등의 문제를 겪어야만 했다.
스팸 창시자의 말로?
그럼 이 커플이 그들의 행위에 대해 반성했을까? 후에 Martha Siegel은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내가 한 시간 동안 4천 개의 동일한 게시물을 올린 사람이 못된 자식이라고 설명하는 반대 게시물을 올려야 하나요?(Will I have to submit a counter-article explaining why people who post four thousand identical articles over the space of an hour are assholes?)”
그리고 당당하게도 자신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담은 ‘정보 고속도로에서 떼돈벌기(How to Make a Fortune on the Information Superhighway)’라는 이름의 책까지 발간했다. 또한 그들은 인터뷰에서 몇 푼도 안 드는 광고 덕에 천 명이 넘는 새로운 고객이 생겼고 십만 불 이상을 벌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996년 이혼했다. 1997년 테네시 고등법원은 여러 가지 사유를 들어 Canter의 변호사 자격을 박탈하였다. 물론 이 사유 중에는 스팸 메시지 발송에 대한 건도 포함되어 있다. 2002년 한 인터뷰에서 Canter는 아직도 자신들의 행위는 정당하며 자신들이 아니라도 그 누군가 그런 일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바로 상업적인 대량의 유스넷 스팸의 시초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National Science Foundation은 상업적인 메시지에 대해 비공식적인 금지조치를 내렸고, 유스넷에서는 그들의 메시지를 자동적으로 지우고 돌아다니는 ‘취소 로봇(cancelbot)’가 돌아다녀야 했으며, 인터넷 세계에서는 소위 ‘네티켓’이라는 신조어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게 되었다. 어쨌든 이 회개하지 않은 이 양반들이 오늘날 우리의 인터넷 일상을 작게나마 괴롭히는 수많은 상업적 스팸 메일을 보내는 이들의 선조라 할 수 있다.
스팸 발송에 10만 US달러의 벌금, 역시 싱가폴
한편 2006년 싱가폴에서는 한 통신사가 휴대전화 이용자에게 보낸 집단 메시지로 인해 15만 싱가폴 달러(미달러로 약 10만 달러)의 벌금을 내야 했다. 이 사건은 음력설에 시작되었는데 휴대전화 서비스 공급자 mTouche가 그들의 클라이언트 MyGlobalFun를 위해 mTouche의 서비스 등록자에게 30만 통의 새해축하메시지를 보낸 것에서 시작하였다. 그 자체로 프라이버시 침해였던 이 메시지 발송은 2주일 후 메시지를 받은 이들에게 각각 1달러씩의 수신료가 부과되자 사건이 커지기 시작했다. MyGlobalFun의 메시지는 무료가 아니었던 것이다.
신문에까지 나는 등 사건이 커지자 통신회사들은 서둘러 요금부과를 취소했다. 그러나 싱가폴 법원은 2월 mTouche에게 6개월의 영업정지와 함께 15만 싱가폴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한편 MyGlobalFun라는 회사는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일종의 먹튀 전략인 셈이다.
이 사례는 스팸이 인터넷뿐 아니라 모빌 세상에서도 일상화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한번 울리고 끊어지는 전화’를 통해 낚시질을 하는 사기꾼들이 늘고 있는데 이것도 일종의 스팸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스팸은 매체와 방법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후의 인터넷 세계는?
스팸은 절멸될 것인가? 감히 예측하기로 그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열린 네트웍 체계가 존재하며 간단한 프로그램을 통해 대량 메시지를 무차별적으로 보낼 수 있고, 그것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한 스팸발송에 대한 유혹은 뿌리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Laurence Canter와 Martha Siegel처럼 욕을 바가지로 먹어도 그 중에 몇몇은 낚시질에 걸려들기만 하면 된다. 스팸 메일 발송에는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법적인 구속력에도 한계가 있다.
결국 사람들이 언젠가는 자신의 금전적 이익을 따지지 않고도 먹고 살만하고, 자신의 종교적 또는 사상적 신념을 집단적으로 유포하지 않고 다른 이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사회가 되면 그때쯤 스팸이 잦아들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날이 올지 상상이 가진 않지만 말이다.
2006년 현재 하루에 130억 통의 스팸 메일이 보내지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전체 이메일의 40%에 달하는 분량이다.
참고글
http://josbirken.blogspot.com/
http://www.jaedworks.com/shoebox/coleslaw.html
http://en.wikipedia.org/wiki/Canter_&_Siegel
http://www.dal.kr/blog/archives/000921.html
http://www.templetons.com/brad/spamterm.html
http://spam-filter-review.toptenreviews.com/spam-statistics.html
저 이민법 변호사 부부의 책을 읽은 기억이 나는군요. 그때만해도 ‘오홀~ 이거 꽤 괜찮은 방법이네’라고 생각했었는데…^^a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오~ 저 책을 직접 읽으셨습니까? 🙂
사실 그 당시나 또는 지금까지도 인터넷에서 펼쳐지는 여러 노하우 또는 꼼수들은(자동북마킹이랄지 뭐 그런 것들) 법률적으로나 도의적으로 애매한 회색지대가 많은 게 사실이죠. 그당시 그런 생각하셨다고 양심에 꺼리낄 일은 없을 것 같네요.
스팸에 대한 싱가포르 법원의 판결이 가혹하네요. 실제로 스팸에 관련한 기술을 개발하는 분과 함께 일한 적이 있었는데요. 실제로 효과가 꽤나 크다고 합니다. 그런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한 스팸기술의 진보 그리고 이를 막기위한 기술의 개발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 글과 함께 읽어보면 좋을 글 같아서 본문에 링크를 추가했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는 글입니다.(_ _)
싱가폴 당국이 참 장난아닌 것 같습니다. 재밌는(?) 경험 들려주셔서 감사하고요~
유튜브 동영상이 안 보여서 슬픕니다, 흑 ㅠ
그리고 “identical articles”는 “하나같이 다 똑같은 글들”로 옮기는 게 문맥상 맞지 싶어요 🙂
저도 다시 플레이해보니 안되는군요. 아마도 몬티파이든 채널이 본격적으로 런칭되서 그럴겁니다. 똑같은 내용의 고화질 동영상이 바로 뒷 글 ‘몬티파이든의 역발상’에 올려져 있으니 감상하세요. 그리고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
오마나 저의 흔적이 남아있군뇨….부끄..
부끄러워하실것까지야…
우아……이런 멋진 정리가….
몰랐던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좋은 포스트 감사 드립니다…
다음 페이퍼때 소개해야 할듯….일단 스크랩….lol
홍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