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선진국형 정경유착을 꿈꾸고 있다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삼성

삼성의 핵심 임원 중 하나였던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 또는 자수 선언이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삼성이 사법부 내에서 휘두르는 강력한 로비력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그를 통해 빙산의 일각이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삼성 측은 그를 정신이상 쪽으로 몰아가려 하고 있는 모양인데 참 궁색하고 졸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사실 삼성만 탓할 것도 아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활동하는 기업이라면 입법, 사법, 행정이라는 세 가지 종류의 국가권력에 항시 줄을 대고 친해지고, 또 어느 순간에는 저항하는 일상을 반복하게 마련이다. 삼성은 그러한 기업들 중에서 가장 선진화(?)된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다 들키면 그렇게라도 발뺌을 해야 한다.

정경유착은 선진국형의 정치체제

그러면 삼성을 비롯한 기업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무엇일까? 바로 정치와 경제의 통합이 아닐까 싶다.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정종일치(政宗一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같은 권력일진데 서로 사이 나쁘게 지낼 필요가 없다. 이게 웬 후진국형의 정격유착이냐고? 그렇지 않다. 사실은 굉장히 선진국형인 지향점이다.

정치 민주주의의 최첨단 국가 미국을 보라. 일견 이들의 분식회계에 대한 엄격한 법적용, 독점기업에 대한 가혹한 반독점 판결 등이 정경분리의 사례들로 제시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러한 법적용은 사실 또 다른, 그리고 보다 커다란 규모의 최첨단의 정경유착을 그늘지울 뿐이다.

부통령이냐 CEO냐

지난 2004년 이라크의 전후복구 사업을 들여다보자. 당시 미국의 건설업체 핼리버튼이 이라크의 재건에 관련되어 2004년 현재까지 미국정부와 맺은 계약금액은 미국 기업 중에서도 최고금액으로 약 170억 달러에 달한다(이라크 과도정부의 2004년 예산은 130억 달러였다). 그리고 그러한 막대한 금액의 계약은 어떠한 경쟁 입찰도 없는 수의계약으로 체결되었다. 이에 민주당의 거센 반대가 있었고 경쟁이 도입되었지만 또 핼리버튼이 계약당사자가 되었다.

당시 민주당 상원의원 헨리 왁스맨은 이러한 상황을 “낭비, 사기, 오용의 조리법(a recipe for waste, fraud and abuse)” 이라고 칭하고 미국의 납세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끔찍한 상황이라고 규정지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것의 핵심에는 바로 부시 행정부의 사실상의 최고 권력자 딕 체니가 있다. 그는 핼리버튼의 CEO으로 5년간 근무하였다. 정종일치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메일 관리를 잘 하실 것

그래도 딕 체니와의 유착관계에 대한 물증이 없다고? 물증도 있다. 일단 공식적으로 딕 체니는 핼리버튼 으로부터 2003년 미지급 보수라는 명목으로 약 17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 당시 Time 지는 딕 체니와 헬리버튼의 관계를 증명하는 이메일을 입수하여 공개했다. 이 이메일은 2003년 3월5일 미 육군 공병대 간부가 더글러스 페이스 국방차관에게 보낸 것으로 당시 이라크 공사계약 감독 책임을 맡은 페이스 차관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내일 백악관에 보고하기로 하고 승인했으며, 부통령실이 계약을 주선한 이래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적고 있다. 사흘 뒤 핼리버튼이 계약을 따냈다.

물론 딕 체니만 이렇게 기업의 배후를 봐주는 것은 아니다. 잘 알다시피 조지 부시 이하 행정부의 모든 각료들은 전직 대기업 CEO 이었든지 임원이었든지 어떤 식으로든 기업들과 인연을 맺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각종 입법과 행정 등에 있어 기업들의 편의를 봐주게 된다. 물론 두둑한 보너스와 퇴임 후의 일자리를 보장받으면서 말이다.

선진국형 정경유착의 시작?

물론 과거 권위주의 시절 정치인들의 독재적인 관치의 휘둘림에 경제인들도 많이 피곤했을 것이다. 형평성에 맞지 않는 법적기준의 적용이랄지 정치자금 기부 협박 등 이루 말로 못할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한편으로 자발적으로 돈을 갖다 바쳐 특혜를 받기도한 것이 사실이다. 후진국형 정경유착인 셈이다. 그러다 현대의 정주영 회장이 못살겠다며 그만의 스타일대로 대권에 도전하다 실패했다. 그리고 수많은 고초를 겪었다.

이를 본 삼성은 또 삼성만의 스타일대로 물밑에서 조용히 권력을 접수해 나갔다. 삼성은 그렇게 들이대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많은 법적소송이 조용히 무마될 정도의 힘을 키웠다. 그리고 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이번 금산분리 철폐의 시나리오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조용하고 은밀한 물밑 작업 결과 허다한 경제 관료들이 삼성의 은산분리 철폐 논리를 거들고 있고 급기야 대권주자까지 나서서 철폐를 약속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아직 정치적 후진국이어서 많은 경제인들이 정계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지만 조만간 기업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청와대에 속속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반기업 정서 때문에 지난 5년간 투자성장률이 1%에 불과하다고 외치는 대권주자가 있으니 말이다. 그 때가 되면 뭐 굳이 배신자를 정신병자로 몰아붙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삼성과 김용철의 악연
http://news.media.daum.net/economic/finance/200710/30/nocut/v18655073.html?_RIGHT_COMM=R1
핼리버튼과 딕 체니의 정경유착에 관한 글
http://www.donga.com/docs/magazine/shin/2004/03/02/200403020500002/200403020500002_1.html

9 thoughts on “삼성은 선진국형 정경유착을 꿈꾸고 있다

  1. 사필귀정

    뭐 일찍부터 삼성공화국 삼성공화국 말이 많아서 짐작은 했습니다만,
    저도 어제 기사를 접하고 많이 놀랐습니다.
    “삼성 돈은 먹어도 뒤탈이 없다.”라는 표현이 참..
    이제 정치자금도 그냥 사과상자로 주는 시대는 지났나봅니다.
    기업과 정부가 혈세를 나누어 먹으며 유착하는 유형이 눈에 많이 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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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더 세련되게(?) 주는 시대죠. 사과상자니 뭐 이런 게 아니라 그럴 듯하게 무기명사채같은 걸로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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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명박 후보는 국민성공시대, 정동영 후보는 가족행복시대를 말합니다. 권영길 후보는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이라면서 코리아연방공화국을 내세웠군요.
    권영길 민주노동당이 제시한 ‘코리아연방공화국’은 어떤 나라일까요? 모든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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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Pingback: leejeonghwan.com

  4. 이정환

    29일 아침,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기자회견을 하기 전 거의 모든 언론사들이 삼성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광고팀에도 압력을 넣었고요. 나중에 기자회견 내용을 전해 듣고는 삼성이 정말 무서운 조직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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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무섭죠. 가공할 조직입니다. 왠지 에일리언이나 로보캅같은 디스토피아 SF가 떠오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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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Pingback: 맞짱(mazzan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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