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배드뱅크 설립 논의에 관하여

실제 최근 배드뱅크 추진 소식이 전해진 이후 지난 연말에서 올초 13~14%의 할인율을 적용했던 캠코가 최근엔 8% 정도로 낮추겠다는 제안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스레 시장가격이 형성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게 은행측 설명이다. 그동안 캠코가 부실채권 매각에 있어서 사실상 독점기구화하면서 부실채권 매각 과정에서 헐값매각이 이뤄진다는 은행들의 불만이 나오던 터였다. 그런데 갑작스레 캠코의 참여 소식이 전해지자 은행 한 관계자는 “말하자면 경쟁상대를 투자자로 참여시키는 건데 이건 말도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수의 은행 관계자들 역시 “캠코가 지분출자를 10~15% 수준으로 한다면 거의 개별은행의 출자 수준과 비슷한데 이 경우 가격 산정 등의 과정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려고 하지 않겠냐”고 우려했다.[민간 배드뱅크에 캠코? 은행들 `당혹`, 이데일리, 2009년 3월 24일]

금융권의 부실자산 인수 방안이 미국의 경우 자산관리공사가 미행정부의 주도로 민간을 참여시키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반면(알파헌터님의 글 참조), 우리나라는 자산관리공사(Kamco)가 부실자산을 인수하려는 시도에 민간은행들이 연합하여 별도의 배드뱅크를 설립하는, 즉 자산관리공사와 민간 배드뱅크가 경쟁체제로 갈수도 있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자산관리공사가 민간의 배드뱅크에 지분을 출자한다는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 같다. 모르긴 몰라도 투톱체제로 가다보면 당연히 민간 배드뱅크가 더 비싼 값에 부실자산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고, 이러다보면 자칫 자산관리공사의 존재감이 없어져버릴 우려감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위 기사에서도 따르면 자산관리공사의 부실자산에 대한 할인율은 13~14%에 달한다.(사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14%의 할인율도 매우 높게 쳐주는 감이 있다) 즉 내년에 100원으로 가격실현이 예상되는 자산을 현재가격 86~87원에 매입한다는 것이다. 할인율이 8%면 92원이 될 것이다. 이것이 다년간의 가격실현이 되는 사업에 복리로 적용되면 가격 차이가 무척 클 것이다. IMF 외환위기 시절 스스로는 우량자산이라 생각했던 자산을 이런 할인가격에 판 경험이 있는 민간은행 측이 그래서 이번에 ‘반란’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역시 문제는 적정가격의 산정이다. mark-to-market, 즉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어 가격을 측정할 수 없는 자산의 경우 mark-to-model, 이해당사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가격산정 혹은 사업성 분석을 통해 가격을 합의하는 것인데, 이것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만에 하나 사업타당성이 있다손 치더라도 부실(가능성)자산은 부실자산일 뿐이고, 더구나 같은 가치를 갖는 자산이라 할지라도 민간 배드뱅크의 참여은행이냐 아니냐에 따라 매입 우선순위가 매겨질 가능성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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