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에 관한 정부의 역할

마주카토에 따르면 R&D 매거진이 선정한 1971년부터 2006년 사이의 가장 중요한 혁신 100가지 중에서 거의 90%가 연방의 연구보조에 상당한 정도로 의존하였었다. 그리고 대형 제약회사들이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아무리 커다란 리스크를 감수했고 비용을 지불했고 말을 하더라도, 지난 수십 년간의 진정으로 혁신적인 발견의 대부분은 공공이 지원하는 연구실로부터 탄생했다. 요는 잡스가 천재가 아니라던가, 민간부문의 에너지와 창의성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요는 정부야 말로 우리의 경제적 웰빙에 크고 광범위한, 그렇지만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는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종종 민간부문이 할 수 없는 일을 수행해내고, 새로운 기술과 전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낸다.[Who Created the IPhone, Apple or the Government?]

마리아나 마주카토라는 작가가 쓴 “The Entrepreneurial State: Debunking Private vs. Public Sector Myths.”란 책에 관한 소개 글이다. 인용문과 책 제목에서도 대충 짐작할 수 있듯이 지난 세기, 또는 더 거슬러 올라가는 문명의 역사에서 국가가 해온 역할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통념보다 더 컸다는 점을 서술한 것으로 보인다.

소개 글에서는 구글, 애플 등 민간의 대표적인 혁신기업으로 알려진 이들조차도 정부의 도움으로 오늘날과 같은 지위에 도달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나아가 정부는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한 바닥을 다지는 역할을 했는데, 애플, 구글, 페이스북이 돈을 벌고 있는 그 바닥, 즉 인터넷과 월드와이드웹은 사실상 정부가 만들어낸 발명품이다.

국가가 이렇게 오히려 더욱 혁신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민간부문이 수용할 수 없는 리스크를 – 대개 비용으로 표시되는 – 장기적인 기간 동안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개발비용과 그 기술의 시장만을 고려하여 개발을 시도했다면 인터넷과 우주개발은 진작 잊힌 기술이 되어 역사 저편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물론 이런 이윤동기 없는 혁신시도는 종종 과도한 혹은 오도된 정책시행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그리고 그 비용이 납세자에게 전가된다. 또 예로 든 신약개발과 같이 자본에 의해 독점적으로 전유되기도 한다. 어느 것이 정답일 수는 없는 것 같다. 다만 작가가 의도한 바, 혁신주체에 관한 잘못된 통념은 재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특허와 관련하여 어떤 회사의 헛된 시도를 소개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브리티시 텔레콤은 영국의 국영체신회사가 민영화되면서 탄생한 회사다. 회사는 자신의 특허권으로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실천에 옮긴다. 그 용도를 찾지 못했던 정부의 혁신 중 하나가 이윤동기와 맞물려 희극적으로 진행된 사례다.

2000년에 브리티시 텔레콤은 수천 개에 달하는 특허권 보유 상황을 정리했다. [중략] 그중 특허 번호 4.873.662의 10년 이상 된 특허권이 상당히 흥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은 “원격 지점에 있는 컴퓨터에서 정보를 불러내어 공중전화망을 통해 터미널 기기로 전송하는 정보처리 시스템”에 관한 것이었다. [중략] 브리티시 텔레콤은 이 특허권이 웹사이트에서 정보를 연결해주는 하이퍼링크 기술을 완벽하게 설명한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이퍼링크를 이용하는 자는 누구나 이제부터 브리티시 텔레콤에 라이센스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최종 고객이 아니라 인터넷 공급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으려 했다. 그러나 다행히 이 기업은 이를 관철시키지 못했다.[미친 사유화를 멈춰라, 미헬 라이몬/크리스티안 펠버 지음, 김호균 옮김, 시대의창, 2010년, pp25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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