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자 소설

트위터에 가끔 140자 내, 즉 하나의 트윗으로 완결되는 소설을 올리곤 한다. #트윗소설 이라는 해쉬태그를 다는 바람에 140자에 못 미치기도 하는, 그 짧은 문장 안에서 ‘기승전결’을 – 다 완비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전결’은 담겨져 있는 – 담아야 하는 그런 긴장감이 묘미라서 가끔 올리는데, 여태까지 올린 소설을 몇 개 골라서 올리니 심심하실 때 읽으시길.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일주일에 한번씩 그녀의 회사에 꽃을 배달시켰다. 그녀는 꽃배달하던 훈남과 결혼했다.

난 말도 섞지 않은 그 트위터 사용자를 사랑하게 됐다. 타임라인에 그녀만 나타나도 가슴이 떨렸다. 그녀가 사용하는 플픽이 수지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내가 빼돌린 회사공금은 안전하게 스위스은행 계좌에 입금됐다. 무사히 한국을 빠져나와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지금 너무 편안하다. 그때 옆자리 남자가 일어나더니 권총을 꺼내 들었다. “모두 고개 숙여. 이 비행기는 이란으로 간다!”

“죠지 꼭 로레인과 결혼해야돼!” 마티는 타임머신에 올라타며 외쳤다. 죠지가 그의 말대로 하면 그는 사라지지 않고 미래로 가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이제 번개로 동력을 만들면 된다. 그때 번개는 차에 내리쳐 타임머신은 흔적도 없이 파괴됐다.

“나와 함께 미래로 가요. 그 때는 지금보다 더 살기 편해요.” 타임머신에 타며 은선이 말했다. 유신치하 사람답지 않은 영민을 사랑하게 됐다. 그가 말했다. “실은 나 역시 미래 사람이요. 그 미래가 고달퍼 바꾸기 위해 이 시대로 온거요.”

“위조지폐로 기름값 낸 게 들키기 전에 빨랑 튀자~” 악당들은 씩 웃으며 시동을 걸었다. “쾅~!” 다음날 신문에 기사가 실렸다. “주유소 차량 화재. 가짜 휘발유로 엔진 이상 추정. 주유소 사장 입건.”

“저 방은 절대 열어봐선 안 되오” 파란수염은 신부에게 그 말을 남기고 길을 떠났다. 호기심을 참지 못한 여인은 망설이다 마침내 그 방을 열고 말았다. 방문을 연 신부는 놀라움에 눈을 크게 떴다. 방을 가득 채운 피규어. 파란수염은 오덕.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둘러싸고 전 세계 좌우파 경제학자들이 치열하게 논쟁을 발이고, 정치권은 재정긴축과 세금정책을 놓고 살벌하게 맞서는 어느 날, 하늘에서 외계인이 접시 타고 내려와 영구적인 자원생산기를 골고루 나눠주고 사라졌다.

기차에 오르며 그녀에게 어떻게 헤어지잔 말을 꺼낼까 고민했다. 이미 애정이 식어버린 주말부부, 난 벌써 다른 여자를 사귀고. 좌석을 찾는 동안 저 너머로 보이는 광경. 어떤 남자의 손을 다정하게 잡고 있는 아내의 모습. 눈에서 불똥이 튄다!

이윽고 한 무리가 광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게 아닌가 걱정이 돼, 한 노인에게 영문을 아느냐고 물었다. “아~ 그 부인요? 저승사자가 아직 여기로 올 때가 아니라며 이승에 남겨두고 왔어요”

김노인은 손자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정겹던 마을 어귀, 짝사랑했던 순심이 이야기, 순심이가 난데없이 발을 걸던 이야기… 그러다 눈을 갑자기 크게 뜨고 놀랐다. “할아부지 왜 그래?” “그게 나 좋다는 신호였구나!”

낭떠러지로의 추락을 단지 저 남자의 손에 의지하여 버티고 있다. 내가 좋아하고, 날 좋아하리라 믿는 남자. 보험을 들라는 등 이상한 행동을 했지만 같이 오자고 해서 산에 왔는데. 날 구하려는 듯 손에 힘을 준다. 하지만 뭐지? 저 미소는?

“고객님 말씀은 엘리베이터가 누르지도 않은 층에서 서는 등 이상하다는 거죠?” / “네. 기사님.” / “기계적으로 이상은 없는데 이상하네요. 일단 31층 까지 눌렀으니 왔다 갔다 하면서 상태를 보죠.” / “이 건물은 30층 짜리인데요.”

2030년 국회에서 고통스러운 기억을 가진 이에 한하여 기억을 지우는 것을 허가하는 법률에 통과됐다. 그로부터 1년 후, 아내가 날 보며 물었다. “죄송하지만 누구세요?”

아내는 情婦와 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나서 죽었다. 그 사고를 처리하다가 그 정부의 아내를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후에 우연히 새 아내는 자동차 정비 전문가고 보험금을 두둑이 탄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사고가 나서 다친 후에.

암으로 3개월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나는 남은 삶을 즐기자고 예금을 몽땅 찾아 동남아에 와 흥청망청 돈을 썼다. 조폭들이 그런 나를 부자로 오해하고 납치했지만 돈 나올 구석은 없었다. 굶주린 감옥생활이 벌써 1년. 왜 난 죽지 않는 걸까?

“같이 오길 잘했어요! 토네이도가 장관이네요! 당신이 사진 찍으러 다닐 때는 위험하다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고요.”
“그렇지 않아. 매우 아슬아슬 위험하지. 당신이 저지른 간음처럼 말이야. 이제 토네이도 한가운데로 갈 거야. 안녕~”

셜록 “흠~ 자네는 어제 다프트펑크를 들었고, 팥빙수를 먹었고, 수술을 하나 했고, 아내와 산책을 했군.”
왓슨 “홈즈~! 정말 놀랍군! 내가 방에 들어오자마자 어떻게 그 모든 걸 다 맞췄지?”
셜록 “어제 트위터에 그렇게 썼대~”

셜록 “왓슨. 이 지팡이를 보고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짐작해보게.”
왓슨 “흠~ 지팡이 주인은 최근에 결혼한 의사고,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한 꼴통 친구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군.”
셜록 “아니! 그걸 어떻게 다?”
왓슨 “이 지팡이 내꺼야.”

“아가씨 밤늦게 위험하니 어서 집에 가요. 살인마가 돌아다닌다는 뉴스도 못 들었어?”
“살인마요! 남잔가요 여잔가요?”
“당연히 힘센 남자겠지~”
“틀렸어. 경찰 나리~”

1 thought on “140자 소설

댓글을 남겨주세요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