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영업의 위기에 대한 단상

지난 3월말 기준 은행권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193조6000억원으로 작년 이맘때(176조6000억원)보다 9.6% 증가했다. 같은 이간 중 중소기업대출 증가율(6.4%) 및 가계대출 증가율(4.3%)과 비교하는 증가세가 훨씬 가파르다. 자영업자 대출은 은행 총대출(1179조2000억원)의 17%를 차지한다. ‘내수경기 침체 장기화→자영업자 대출상환능력 악화→대출 등 외부차입 증가’라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내수침체로 자영업자 폐업 속출…193조 대출금 ‘시한폭탄’ 되나]

자영업자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기사 제목에서 보듯 고질화되어가는 내수침체는 자영업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하지만 내수침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닐 텐데 유독 우리의 자영업의 위기가 더 두드러져 보인다.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영업 소득감소의 원인’ 1,2위는 ‘동종업종과의 경쟁’(41.8%)과 ‘대형 및 온라인업체와의 경쟁’(22.9%)이다. 내수침체도 원인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한정된 시장 안에서 경쟁이 너무 심한 것이 자영업자가 바라보는 위기의 원인이다.

OECD기준 국내 자영업자1 비중은 28.2%(‘11년 기준)로서 OECD국가 평균(16.1%, 10년), 27개 EU국가 평균(16.6%, ’11년) 등을 크게 상회. 특히 지속적인 자영업자 비중 감소에도 불구하고2, OECD 24개국(총 34개국 중 10개국이 ’11년 자료 미공개) 중 상위 4번째 수준3. 일본 11.9%, 독일 11.6%(‘10년), 미국 7.0%(’10년), 캐나다 9.0%, 영국 13.9%(‘10년) 등 주요 국가들의 자영업자 비중은 10% 내외.[최근 자영업자 대출 현황 및 감독방안, 금융감독원, 2013.2.14.]

이러니 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다. 해마다 자영업자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리 의미 있는 감소 같지는 않다. 더구나 최근 KT와 금융권의 대규모 인력감축은 신규 자영업자의 공급을 예정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치킨집이나 커피숍 같은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요구되지 않는 업종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다. 거기에다 2위의 소득감소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대형 및 온라인업체와의 경쟁’으로 인하여 슈퍼마켓이나 음반가게 등 특정 업종은 사양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올 1월 평균 보증금이 12% 이상 오른 가운데, 월 평균 임대료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8.3% 증가한 323만원을 기록했다. 매년 1월 기준 월 평균 임대료가 300만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월은 연말 성수기가 끝나고 설 연휴를 앞둔 시기로 대부분 업종에서 비수기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 월 평균 임대료가 처음으로 3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수도권 소재 점포의 임대료 수준이 시기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수도권 점포 평균 임대료, 300만원선 넘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기악화’, 즉 내수 침체가 소득감소 원인 3위(14.6%)다. 4위는 11.5% ‘임대료, 인건비 등 운영비’다. 하지만 3,4위로 지목된 이러한 원인들이 경쟁심화의 와중에 자영업자의 경영을 악화시키는 기본을 제공할 개연성을 무시할 수 없다. 위의 매경 기사를 보면 자영업의 임대료가 대폭 인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내수침체와 저물가 와중에도 임대차보호법이 규정하고 있는 임대료 상한선을 훌쩍 뛰어 넘은 것이다. 그리고 그 인상률은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율도 넘어서고 있다.

국내 가계(비영리법인포함)의 총자산대비 금융자산 비중은 절대적으로 낮음. 국민대차대조표(2014.5)에 의하면 국내 가계의 총자산대비 금융자산 비중은 34.3%로 조사․ 일본의 경우 60.2%, 미국의 경우 70.4%, 유로존의 경우 58.3% 등으로 우리나라보다 매우 낮은 수준. 일본을 제외하고 원금손실 위험이 거의 없는 ‘현금과 예금’, ‘보험 및 연금’ 등 안전 금융자산에 대한 비중이 72.4%로 매우 높음[가계자산의 구조적 특징과 시사점, 현대경제연구원, 2014.6.20.]

왜 저물가의 와중에도 임대료는 오르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에 대한 단초가 아닐까 생각돼서 인용해보았다. 내수는 침체되고 있는 와중에 자영업자 시장은 신규진입자 등으로 인해 공급이 늘고 있다. 이 와중에 우리 가계의 자산은 비금융자산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금융자산조차도 저수익 자산 위주다. 그렇다면 자산수익을 제고해야할 입장의 지주에게는 임대료 인상이라는 수단이 남는다. 자영업자의 대출증가, 임대료 상승, 가계자산의 높은 비금융자산 비중 등의 상황의 연결고리가 있을 것이다.

  1. 본래적인 의미의 자영업자(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뿐만 아니라 무급가족종사자를 포함한 비임금 근로자를 의미
  2. (‘00년) 36.8% → (’08년) 31.8% → (‘10년) 28.8% → (’11년) 28.2%
  3. (터키) 38.3% > (그리스) 36.3% > (멕시코) 33.7% > (한국)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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