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부동산 불패(不敗) 특구?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확대 움직임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올 들어 주택담보대출이 16조원이나 풀리면서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는 데다 향후 경기 침체가 깊어질 경우 부실 요인으로 작용해 은행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중략] 이 같은 추세로 매월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할 경우 올해 주택담보대출 순증액이 30조원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 2006년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을 때도 순증 규모는 27조원에 그쳤다. 불어난 대출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가계 신용 부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금융위 “은행 주택담보대출 확대 말라”, 한국경제, 2009.6.22]

금융당국이 가열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에 대한 통제방안은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을 일일 점검,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당국이 이렇게 금융통제에 나선 까닭은 부동산 시장이 실물경제의 회복이 불투명한 가운데 비정상적으로 달아오르고 있고, 그 밑돈을 은행들이 대주고 있다는 판단에서이다. 여기서 유의해야할 점 두 가지는 그 이상현상에 불을 지른 것은 정부의 부동산 완화 정책이고, 그 과열현상은 수도권에만 국한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부동산시장은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회복됐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는 올해 초부터 가격이 크게 올랐다. 가격 오름세는 양천구 목동,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으로 확산됐지만 지방 시장은 여전히 침체돼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중략] 양도세 감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등 부동산 규제 완화는 시장에 온기를 돌게 만들었다.[인천 청라지구 깜짝 열풍… 소형 아파트 ‘들썩’, 2009.6.20]

세제정책 등 정책민감도가 다른 곳에 비해 높은 수도권 지역은 건설경기부양을 통해 경기침체로부터 빠져나오려는 정부의 의지를 진작 간파하고 빠른 손바꿈 현상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을 비롯하여 향후 재건축이 점쳐지는 강남권 아파트, 심지어 거래가 금지된 판교 지역마저 이면계약을 통해 부지런히 거래가 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한다. 이러한 부동산 인플레이션의 문제점은 앞서 잠깐 언급하였다시피 실물경제의 침체현상과 괴리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의 급등이어서 나머지 지역이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난맥상은 위와 같은 세제완화, 규제완화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금융시장과 관련 하여는 은행이 주택자금대출로 나아가게 한 원인을 제공한 것이 바로 정부라 할 수 있다. 정부는 그간 주택관련대출의 기준금리라 할 수 있는 CD금리를 알게 모르게 통제해왔고 이에 따라 CD금리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해오고 있다. 그러니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한, 그리고 구입하려는 이는 겁 없이 은행돈을 갚지 않거나 계속 빌리고 있는 것이다. 수요가 있으니 은행은 빌려주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른바 “녹색성장”으로 뺑끼칠이 된 ‘4대강 정비 사업’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억지로 플러스로 만들어놓는데 – 제조업 및 서비스업의 큰 하락을 대규모 공사발주로 상쇄시킨 뚝심! – 큰 공헌을 하였을 뿐 아니라, 현재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지방 부동산 시장마저 실물경제와 상관없는 ‘나홀로 부동산’ 현상을 가속화시킬 개연성도 크다.

낙동강 유역에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앞으로 2~3년 사이에 13조원의 돈이 뿌려진다. 울산을 빼고 경남북·부산·대구를 합친 인구가 1160여만명이니 1인당 110여만원, 3인 가족 기준으로 330만원가량이 떨어지는 셈이다. [중략] ‘경기가 어려운데 토목공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어느 정도 경기부양 효과는 있다. 하지만 정부 돈은 공짜가 아니다. 국민이 낸 세금이다.[돈벼락 맞은 낙동강, 한겨레, 2009.6.18]

과연 ‘4대강 정비’가 ‘대운하’의 눈가림 아니냐, 진정 환경개선 효과가 있는 것이냐 하는 근본적인 문제 이외에 위와 같은 부작용도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권력의 인너써클에서는 이 부동산 부양책의 근본적인 목적에 대한 회의론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가장 이성적인 정책 브레인으로 짐작되는 – 바로 그러한 이유로 소외당하고 있는 것 같은 – 이한구 씨는 삽질 만으로의 경기부양 효과는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가 돈을 쏟아 부으면 경기가 회복된다는 단순사고를 하는 탓이다. 그러나 사회기반시설 투자의 고용 창출 효과나 파급 효과는 다분히 과장돼 있다. 무슨 일이든지 갑작스레 벌이면 낭비가 있고 효과가 크지 않다. 이미 닦아놓은 도로 가운데 하루에 차 몇 대 안 다니는 곳도 많다. 지방 공항 가운데는 적자를 내는 곳이 숱하다. 지방의 문화·체육 시설 가운데 운영비 못 대는 곳이 많다. 더 효율적인 곳에 돈을 써야 한다.[“사회기반시설 투자 파급효과 다분히 과장”, 한겨레, 2009.6.21]

요컨대 현 정부의 부동산을 둘러싼 각종 정책들은 어느 순간에는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와중에도 강력한 재정정책을 통한 성장률 관리, 부동산 가격 폭락 방지를 통한 소비심리 유지 등으로 요약되는 대증요법에 의지하고 있다. 이는 결국 헛된 돈 놀음도 성장률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통계의 모순과 그것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는 보수정부의 장난질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자산 인플레이션이 경제성장이며 개개인의 부의 증가라고 착각하고 있는 현 경제 시스템의 상식(?)에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16 thoughts on “한국은 부동산 불패(不敗) 특구?

    1. foog

      도시개발의 역사에 관해 언급할 때에 프랑스 사람들은 자기네들 도시개발의 불균형 정도를 비꼬는 말투로 ‘빠리와 사막’이라고 표현한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는데, 우리 역시 ‘서울과 사막’이라고 표현해도 별로 어색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죠. 그 혼잡비용은 날이 갈수록 높아져만 가고, 그에 따른 인너써클의 오만함은 따라서 높아져만 가고… 결국 한때 효율이었던 것이 오늘날에는 효율을 가장한 거품으로 자리잡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한 예가 강남 매매가와 전세가의 괴리라 생각하는데 주말에 집들이 갔던 어느 강남 아파트의 매매가/전세가는 딱 네배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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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제 거친 아이디어는 주택에 대한 획기적인 사회공공성 부여 및 이 공공의 영역과 시장의 영역의 분리가 원인요법들 중 하나로 고려될만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싱가폴의 주택개발인데 아시겠지만 그곳에서는 공공이 대규모로 다양한 타입의 주택을 시장가격보다 싼 가격에 공급하여 시세차익을 노리는 이를 위한 것이 아닌 실주거를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이들에게 혜택을 줍니다. 다만 이들은 일생에 몇 번 – 제가 알기로 두번 – 으로 그 입주기회가 제한되어 있고, 그 주택을 팔고 싶을 경우 주택공사에 물가상승을 반영한 금액으로 되팔게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주택이 주거로서의 본래의 용도를 상당 부분 회복할 수 있죠.

      우리나라 수도권 시장의 경우 이러한 주거용도와 시장가격 간의 괴리가 상당한 정도로 벌어져 있다 할 수 있죠. 벽에 금이 쫙쫙 간 강남의 연탄보일러 아파트가 주거의 용도라면 10억원에 거래될리가 없는 것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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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복숭아

    하하 NULL 사인이 계속 뜨길래 몇번이나 Submit을 눌렀는데.. 그리고는 같은 댓글이 몇개나 달려있어서 후딱 지웠습니다.

    답변 감사드립니다.

    ‘싱가폴의 정책을 우리나라에 지금 바로 적용시키기는 힘들지않을까?’ 라는 생각은 들지만 (경제가 이렇다보니…) 저런 정책이라면, 확실히 집을 투기대상으로 삼게되진 않게될 것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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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물론 경제규모 측면에서도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겠죠. 하지만 어떤 면에서 정책실현가능성은 실천의지와 올바른 적용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싱가폴식의 일정기간 환매금지는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번 판교 분양시 적용되었습니다. 판교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낮으므로 그에 대한 시세차익 실현을 위한 투기적 수요를 방지하겠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이후 환매금지기간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이제 유명무실해졌으며, 그 와중에도 불법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귤이 바다를 건너와 탱자가 되어버린 케이스랄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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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제피르

    예전부터 생각해오던 것이….

    초장기 임대 아파트를 엄청난 물량으로 공급하는 건 어떨까 싶네요.
    저도 서울 생활 2년차에 아직 아파트 구매 계획은 없지만, 임대 아파트의 욕심은 있습니다. 살인적인 가격의 원룸 전세, 월세라면 같은 가격에 정부에서 지은 임대아파트라면 충분히 들어갈 생각입니다….만…

    이번에 SH공사의 국민임대 아파트 경쟁률을 보니 51:1이더군요…oTL

    이 정도의 수요라면 초장기 임대 아파트도 부동산 가격 거품을 막는데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임대 아파트 입주 희망이 거의 사라진 저도 ‘지방에 있는 아파트 보증으로 그냥 돈 좀 끌어다 분양을 받을까’라는 생각을 심각히 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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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쉬프트 경쟁률이 무척 세더군요. 조건도 까다롭고.. 🙂 말씀대로 이런 공공주택의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주택시장의 왜곡을 막는 한 방법이 되겠으나 결국은 재원마련이 문제죠. 주택공급 예산을 전향적으로 배정하지 않는 한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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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련

      푸그님 지적대로 ‘엄청난’ 물량의 대략적 규모가 어느정도일지를 분명히 해 둬야 할 듯 합니다. 또, 서울 외곽에 택지를 공급하기로 결정한다면 교통망 추가 구축이라는 엄청난 변수가 더해지게 됩니다. 지하철 놓는다 치면 10km에 1조원인데요, 대충 그 정도 전철망이 10만가구당 하나씩 더해진다 치고, 대부분을 개인 분담금으로 충당한다 치면(실제로 이러고 있습니다) 가구당 천만원씩 더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도로망이 또 있으니, 서울 외곽 주택가격 가운데 천 수백만원은 광역교통망 값이 되는 셈이죠. 임대아파트 값에 이런걸 전가하긴 힘들 것이니 기존 교통망에 의존해야 하는데, 한참 부족한 교통망 스톡을 생각해 보면 이건 입주자들에게 참혹한 환경을 들이대는 꼴과 다르지 않겠습니다. 그렇다고 서울 내부의 밀도를 높인다는 것은 택하기 힘든 대안이겠고.

      자족도시 같은 발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게 좀 환상인게, 일단 통근의 경우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서울 통근 비율이 그리 높지 않은 안산같은 경우에도 철도 승객이 상당한 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루에 7만명 이상이고, 물론 안산시 밖으로 나가는 승객이 대다수입니다. 또 산업연관성을 기준으로 생각해 본다면 자족도시라는건 수도권에 있지 않겠죠. 주택정책 자체보다는 신도시 비판 비슷한게 되어버렸는데, 하여간 입지 쪽으로 구체화시켜 생각해 보면 이런 것도 검토해야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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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foog

      임시방편으로 수요가 있는 수도권에 값싼 공공주택이 들어서야 겠지만 결국 수도권 집중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저련님 말씀대로 막대한 인프라비용과 그 편익이 투자에 미치지 못하는 혼잡비용을 늘일뿐이죠. 이전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이 또 하나의 땅투기로 전락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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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foog

    서울 강남권에서 시작된 부동산값 상승세가 일부 강북권으로 번지는 등 부동산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평균 3조원씩 늘어나며 사상 최고 수준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DTI) 확대 등 과열을 막기 위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제 막 살아나는 부동산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반발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property/3622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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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charmless

    “자산 인플레이션이 경제성장이며 개개인의 부의 증가라고 착각하고 있는” 분들을 오늘 일터에서 접했습니다.

    뭐 대단한 부자도 아니고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중간소득 계층의 비교적 선량한 분들이었는데 집값 거품때문에 경제위기가 몰려왔어도 여전히 자신들의 집값이 오르길 강하게 바라고, 집값상승을 경제성장과 전적으로 동일시하더라고요. 임대계약이 끝날 때마다 스트레스 팍팍받는 저로서는 팔짝 뛸 정도로 짜증나고 갑갑한 상황이었는데 감히 내색은 할 수 없고… 갑갑하네요. 어떻게 해야 이 “상식”을 바꿀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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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현대 민주주의의 보수화에 혁혁한 공헌을 하고 계신 분들이네요. 선량하지만 물질주의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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