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도피처에 숨겨진 돈의 간단한 現況

비밀계좌를 통해 외국인들은 어떤 투자를 하는 것일까? 2013년 가을 현재 상황은 다음과 같다. 스위스에 유치된 총 1조 8천억 유로 가운데 겨우 2천억 유로만이 은행의 장기 예금 형태를 취하고 있다. 나머지는 주식, 채권, 특히 투자펀드와 같은 유가증권으로 투자되어 있다. 이 투자펀드 가운데서 룩셈부르크가 대략 6천억 유로로 가장 알짜배기를 유치하고 있다.[국가의 잃어버린 부 조세도피처라는 재앙, 가브리엘 주크만 지음, 오트르망 옮김, 앨피, 2016년, p60]

미국 주식에 투자되는 룩셈부르크 투자펀드를 예로 들어 보자. 두 나라 간의 조세 조약에 근거해, 미국은 룩셈부르크의 투자펀드가 미국 주식에 투자하여 올린 배당금에 전혀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룩셈부르크에서는 투자펀드가 수령한 배당금에도, 투자펀드가 예금자들에게 배분하는 배당금에도 세금이 붙지 않는다. 아일랜드와 케이맨 제도도 마찬가지다.[같은 책, p50]

이 두 문구를 통해 선진국의 부자들이 그들의 부를 어떻게 조세도피처를 통해 세탁하는지 그 방식의 편린을 들여다볼 수 있다. 책에 따르면 전 세계 가계 금융자산 중 약 8%에 해당하는 5조 8천억 유로가 조세도피처 소재 계정에 유치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중 3분의 1에 육박하는 자산이 스위스에 예치되어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 자산은 다시 투자펀드로 운용되고 있다.

한편 투자펀드의 막대한 비중이 룩셈부르크에 소재하고 있다. 이는 그 나라 스스로가 투자펀드의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고, 미국과의 조세협약을 통해 이익을 미국으로 송금해도 세금을 면제받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인이 스위스 비밀계좌를 통해 룩셈부르크 투자펀드에 돈을 운용하여 올린 수익을 미국으로 송금하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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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ovitOwn work, Public Domain,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6222458

참 아름다운 나라이긴 합니다만….

결국 “비밀계좌”라는, 스파이 소설 등에서는 다소 낭만적으로 여겨질지도 모르는 세탁된 자금은 지금도 투자펀드를 통해 전 세계 자산에 투자되면서 거품 형성과 붕괴에 일조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세금을 걱정하지 않으니 이들의 투자성향은 좀 더 공격적이 될 수밖에 없다. 전 세계 자산시장은 이로 인해 더욱 변동성이 심해질 개연성이 있다.

조세도피처에 숨겨진 자금은 투자시장에 미치는 악영향보다 더욱 심각한 악영향을 해당국가에 끼친다. 이들이 돈을 숨겨놓음으로써 정부가 걷을 수 있는 세수는 줄어들고, 이로 인해 정부가 집행할 수 있는 사업이 이행되지 않거나 민간자본의 돈을 빌릴 수밖에 없다. 사회의 빈곤화 현상과 투자자의 부유화 현상이 겹쳐지는 것이고 “트리클다운 효과”는 한낱 환상이 된다.

저자는 이런 악순환의 해결을 위한 대안의 하나로 “세계금융등기부”를 제안하고 있다. 전 세계 자산의 재무상태표를 작성하여 이익의 원천과 소재지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다.. 각국의 상호협조 하에 이렇게 세계금융등기부가 마련되면, 적어도 어느 정도 과세가 투명해질 것이다. 예전에 농반진반으로 주장한 전 세계 단일세율 과세와 결합하면 좀 더 파급력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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