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오늘 이를테면 접대를 받는 그런 술자리에 가서 저녁을 먹고 왔습니다. 그래서 시답지 않은 야한 농담들 주고받는 그런 자리에서 짐짓 재미있는 체 웃기도 하고 면세점에서 샀다는 귀한 양주도 몇 잔 얻어 마시고 왔습니다. 노래방이나 아니면 당구라도 2차를 가야한다는 사람 떼어놓고 일찍 들어오니 술이 취한 것도 아니고 안 취한 것도 아니고 조금 알딸딸한 정도네요. 그러니 조금 릴랙스한 기분이기도 하고… 뭐 하튼 나쁘진 않습니다.

여하튼.

가끔 .. 아주 가끔 나에게 블로깅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오늘 같은 날도 그런 생각이 드는 날 중에 하나인데요. 전체적인 블로그 포스팅의 내용은 내가 직업으로 삼아하고 있는 일과는 비슷하나, 그렇다고 직장동료들과 함께 고민하기보다는 조금 더 다른 세계의 사람들과 고민해볼만한 그런 내용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직장동료들이야 제가 이런 블로그를 유지하는 것을 알지도 못하고..

이번 오바마의 개혁안을 놓고 보아도 시각차는 분명합니다. 또는? 사내에선 뭐 거의 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편입니다. 사실 블로고스피어도 오바마의 개혁안 따위보다는 무한도전의 최신작이 더 화제가 되는 편이니 더 말할 나위가 없겠습니다만… 요는 .. 그런 상황에서 무슨 박쥐도 아니고, 과연 내가 블로깅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 또는 내 블로그를 방문하는 독자들이 과연 얻고자하는 바가 무엇인가? 에 대해서 자주는 아니고 가끔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를테면 여기서 투자정보를 얻고자 하는 것도 아닐 테고, 그렇다고 무슨 과격한 좌익 사회주의자의 블로그처럼 ‘속이 후련한’ 프로퍼갠더를 듣고 싶은 것도 아닐 테고, 이건 술에 술 탄듯 물에 물 탄듯 “이를테면 경제 관련 블로그”라는데 차트가 많은 것도 아니고 경제법칙을 쉽게 설명도 안 해주고… 조금은 흐리멍텅한 정체불명의 블로그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 ㅎㅎㅎㅎㅎ

뭐 그러려니 생각해주세요. 블로그 탑100 X 10에도 못 드는 듣보잡 블로그는 원래 지 맘대로 블로깅하는 겁니다. 🙂

p.s. 솔직히 요 밑에 서평 쓴 ‘6인의 용의자’읽고는 ‘나도 쓰겠네. 아예 소설 블로그로 개편해?’라고 생각도 잠깐 했답니다.

17 thoughts on “횡설수설

  1. charmless

    대이소동. 아직 제 입에 풀칠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처지인지라 foog님과는 크게 다르긴 하지만 저 역시 괴리를 안고 살고있죠. 마주보고 있는 거울속의 실제 세계엔 항상 내 바람, 생각 등과는 거의 반대의 것들만 가득차서 움직이고 있고요.

    주제 넘게 몇 말씀 드리자면, 이게 소위 입진보 내지는 생활좌파, 혹은 그 엇비슷한 것들의 한계이고 딜레마일텐데… 어쩌겠습니까… 평생을 안고 가야 할 업보 같아요.

    강박이나 스트레스 같은 거 받지 마시고 블로깅 하셨으면 좋겠어요. 안 그래도 사는 게 빡쎈데 ‘다른 세계’에서까지 짓눌려서야…

    내일부터 또 힘을 내서 용맹정진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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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쫀쫀남

    저도 한잔하고 늦게 들어와서 블로그 둘러보다 알딸딸한 상태에서 글 남깁니다. 분명히 저같은 중늙은이보다는 한참 젊으실테고, 제가 이 블로그의 글을 열심히 읽는 이유는 그나마 우리사회에서 배울만큼 배운 사람들이 나름대로 상식적인 선을 지키려고 애쓰는구나 하는 뿌듯함입니다. 이거 은근히 알딸딸해서 제가 뭐라고 쓴건지도 잘 모르겠고, 내일 술깨면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이게 제가 이 블로그를 구독하는 이유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세대가 제대로 못한 걸 다음 세대에게 퍼넘기는 느낌이 강하네요.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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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neo

    음… foog.com 블로그를 들어올 때마다 드는 생각은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니… 이 박복한 대한민국 땅에 축복이다’ 이런 느낌인데 말이죠. 이 멋진 블로그를 듣보잡 블로그라 하시다니… 2천여 구독자 중 1인, 일단 섭하고요. 지식 재능 내공 균형감각 인간미에 유머마저 겸비한 양반의 글과 생각을 당대에 목격할 수 있다는 거, (목격 당하시는 분의 사정은 논외로 하고ㅎㅎ;) 행운이라 생각합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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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잇힝. 푸그님도 음주 포스팅을 하실 때가 있군요 ^^
    푸그님이 블로그를 해야 하는 이유를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저 같은 열혈 독자가 있기 때문이지요 ^^
    혹시라도 푸그님이 블로그 접으시면 저도 접어버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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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ryuhda

    님의 블로그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는 사람입니다.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꼭 귀하신 분입니다. 말안해도 아실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런 글에는 분명히 표현을 해야겠기에…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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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다시다

    세상을 더 이해하고 싶다는 욕구 아닌가 싶어요. 사막의 밤하늘에서 별들을 열심히 더듬어 찾듯이 블로거를 찾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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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피델

    뭐 가끔 술마실 때도 얘기하는 주제지만, 정신적 치유 또는 정신적 유희를 위한 것 정도로 생각하는 게 어떨까요. 열심히 한다고 돈 나오는 것도 아닌데 왜 이걸 하고 있지 이렇게 생각하면 별로 할 일이 없죠. 약간이라도 거창한 의미를 두기 시작하면 자기 검열 때문에 글도 쉽게 써지지 않을 것 같고. 누군가는 아침에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면 일단 하얀 창을 띄워 놓고 아무거나 생각하는 내용을 무조건 적어 보라고 하던데. 정신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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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hwazstyle

    블로그 접으시면 울어버립니다 T.T
    연예기사가 접수한 이 불운한 한글 인터넷 세상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건 각각의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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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아리타

    라이브북마크 해놓고 항상 업뎃될때마다 들여다보고있습니다. 트윗도 팔로우하고 항상 예의주시*-_-*하고 있지요. 전 경제학설사 공부하는 대학원생인데 푸그님 블로그를 통해 생각하는법을 배우려고 하고있습니다. 지도 교수님이나 다른 교수님들도 석학들이시라 대단하긴한데 푸그님 포스팅을 보면서 상아탑 안에서의 시선이 아닌 일선에서의 시각을 느끼려고 노력하고있습니다.
    많은 것을 보고 배우는 조용한 저와같은 사람이 많은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인근이라면 술 한잔 안주 한접시 대접해드리고 싶을만큼 항상 감사드리니 기운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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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easybird

    블로그의 필요에서 반드시 필자는 필요없겠지만 굳이 따지자면 저는 ‘조금은 흐리멍덩한 정체불명의 블로그’를 필요로 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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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자작나무

    예전에 경제부 소속 어떤 선배가 사무실에 얼큰해져서 들어와서 저한테 이런 말을 했지요.
    “난 오늘 아무도 읽지 않는 기사를 두 면이나 썼다.”
    제가 대답해 줬습니다.
    “전 방금 그 기사 다 읽고 스크랩까지 했습니다.”
    그 기사는 2009년 가을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 분석기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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