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여야가 공동 발의한 기특한 법안들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은 7일 서병수 위원장과 민주당 강봉균, 오제세 의원 등 여야 기획재정위원을 비롯한 22명의 의원과 공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국가재정법, 공공기관 운영법,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등 3개 법의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고 밝혔다.[여야, 국가 재정위험 관리강화법안 제출]

오랜만에 여야가 본디 그들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전 세계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한층 각국의 재정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재정상태 역시 예외가 아니다. 다른 나라의 국가부채에 비해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지만 망해가는 나라들의 재정상황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덜 열악하다는 것이 어떻게 핑계거리가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현대 자본주의 국가는 좌우익의 집권 여부를 막론하고, 오히려 우익 정부일 때 더한 경향이 있을 정도로 정부의 재정집행 규모를 늘여왔다. 그 주요원인은 첫째, 자본주의의 고유모순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체제유지적인 지출의 증가가 있다. 둘째, 이와 연계하여 자본주의 기업 활동의 기반을 다져주는 것, 예를 들면 사회기반시설의 확충 및 그 유지활동에 소요되는 비용 증가가 있다. 또한 냉전시대에 확대된 군비예산의 절대규모도 있다.

이러한 정부지출은 시대가 변하거나 정권이 바뀌어도 그 폭을 대규모로 줄일 수가 없는 측면이 있는데, 그 정치노선이 어떠할지언정 예산삭감은 정치적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엄청난 지지율을 가진 정부가 아니라면 쉽게 시도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그런 희생을 감수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하여도 이미 체제 내에서 굳어진 경직성 경비의 규모가 상당하여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정부지출을 변칙적인 방법을 통해 대안을 모색하였는데 그 전형적인 방법이 바로 상기 기사의 의원들이 손을 댄 법들에 근거한 지출일 것이다. 즉, 공공기관을 활용한 대리지출과 민간투자사업을 통한 채무의 부외(off balance)거래. 이들 둘은 마치 일반기업이 부외금융(off-balance sheet financing)을 통해 재무제표 상의 부채를 축소하듯이 국가부채가 적어보이게 하는 착시효과를 노린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정비 사업의 상당한 구간을 수자원공사로 하여금 시행케 하겠다는 안이다. 해당 사업들은 원칙적으로 따지자면 예비타당성분석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친 후 정부발주, 공공기관 발주, 또는 민간투자사업 등 사업추진방안을 결정하여 추진하여야 했던 것들이다. 하지만 막대한 사업규모에도 불구하고 타당성 여부와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비판이 일자 수자원공사에게 사업을 맡겨버린 것이다. 결국은 국가가 갚아야 할 빚을 이전시킨 것에 불과하다.

국가채무는 재정운용의 결과로서 중장기의 재정운용계획과 연계되어야 실효성 있는 국가채무관리계획 수립이 가능할 것이고, 재정위험에 대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하여야 재정건전화와 재정의 지속이 가능하나, 국가보증채무 및 공공기관의 부채 등 경제여건에 따라 재정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는 재정위험요인에 대한 정보를 국회가 파악·분석하거나 예산안 등 심의와 관련하여 충분하게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 [중략] 국회에 제출하는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전년도 국가재정운용계획 평가·분석보고서, 중장기 기금재정관리계획, 국가채무관리계획, 국가보증채무관리보고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및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따른 임대형 민자사업 정부지급금예산서를 첨부하도록 함(안 제7조의2 신설)[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

따라서 제안이유에 나와 있는 것과 같이 국회는 앞으로 단순히 국가채무로 기록되는 숫자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의 부채와 민간투자사업의 시행을 통해 국가가 지불하여야 하는 각종 비용 등에 대해서도 중장기적으로 같은 테두리에서 관리해야 실질적인 부채규모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일개 가계에서조차도 은행 빚뿐만 아니라 자동차 할부금 역시 당연히 빚으로 보아야 하기에 그렇게 관리해왔을 터인데, 그보다 훨씬 큰 정부차원에서는 의회감시의 사각지대로 존재하여 왔던 곳이 이제야 관리될 근거를 가지게 된 셈이다.

10 thoughts on “오랜만에 여야가 공동 발의한 기특한 법안들

  1. 다시다

    기특하네요.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재정건전성은 국가채무이고, 외국과 비교를 위해서는 ‘정부부채’ 개념을 끌어와야 한다는 말이 있던데, 타국과 비교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준으로 보는 것이 맞는 걸까요?

    Reply
    1. foog

      제가 아는 짧은 지식으로는 ‘국가채무’나 ‘정부부채’나 의미상의 큰 차이는 없어보이는데요. 타국과 비교함에 있어 어떤 개념을 쓰느냐 하는데 있어서는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요. 즉 비슷한 용어를 쓰더라도 공공기관 부채를 포함하느냐 아니냐 등에 따라 차이가 있으리라 여겨지네요. 근데 우리를 포함한 각국 정부는 그런 꼬불친 돈에 대해선 잘 말을 안 하겠죠. 🙂

      Reply
    2. foog

      오늘 보니 이런 글이 있네요.

      “국가채무와 정부부채는 서로 비슷한 개념인데 쉽게 말하면 정부(주정부 및 지자체)가 진 대내외 부채를 말한다. 여기서 중앙은행 부채는 제외된다. 아무튼 정부가 해외로부터 진 빚 뿐 아니라 국내에서 진 빚도 포함되는 것이다. 주로 채권발행에 의한 채무가 많다. 그런데 정확히 하자면 국가채무와 정부부채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우선 국가채무는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발표하고, 정부부채는 OECD에서 발표한다. 정부부채는 국가채무와 마찬가지로 주정부 부채에 준정부기관(지자체등)의 부채까지 포함하는데, 다른건 주정부에서 지자체에 준 각종 교부금, 출연금 등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발표하는 국가채무 통계에는 교부금, 출연금 등을 제외시킨다고 한다. 따라서 OECD에서 발표하는 정부부채보다 우리나라에서 발표하는 국가채무가 약간 작을 수밖에 없다.”
      http://blog.naver.com/intothesky79?Redirect=Log&logNo=130080443556

      이 맥락에서 보자면 “외국과 비교를 위해서는 ‘정부부채’ 개념을 끌어와야 한다는 말”이 이해가 되네요. 다시다님 덕분에 좋은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

      Reply
  2. ryuhda

    공공기관의 부채가 나라빚보다 많거나 버금가는 상황에서, 위 법안으로 국민의 감시밖(Off – Balance)있던 사실상의 재정을 괌리할 수있다면 분명 의미있는 진전이네요.

    Reply
  3. foog

    공식 국가채무는 올해 407조원 정부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빚'(국고채,외국환평형기금채권,지방채 등 확정채무)을 합한 것을 국가채무로 본다. 이 기준에 따라 계산하면 지난해 국가채무는 366조원이다. 국내총생산(GDP)의 35.6% 수준이다. 공기업 부채는 2003년 128조1000억원에서 2008년 232조6000억원,지난해(3분기) 258조3000억원 등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0020967241&sid=0101&nid=&page=

    Reply
  4. daremighty

    Foog님. blog에서 만나뵌 것도 인연이라 제 책을 한권 보내드리고 싶은데, 주소 좀 이메일로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제 이메일 주소는 jihyo@hanafos.com입니다.

    Reply
  5. ryuhda

    ” 만일 공청회와 TF팀의 작업을 통해 이 기준 안에 공공기관이 포함된다면 2009년 기준으로 국가채무 규모는 최고 743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2009년 기준 국가채무로 측정된 366조원에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알리오)에 공시된 297개 공공기관의 부채 377조원을 더한 금액이다. ”
    ( 한국경제 1월 18일 박신영기자입니다) 즉, 국가채무보 더 많지읺나 생각되는데요…
    물론, 공기업 , 준정부기업 포함입니다

    Reply
  6. foog

    9일 ‘한국은행 자금순환 통계’는 일반정부와 공기업의 부채를 합한 금액은 지난해 9월말 현재 610조874억원에 달한다고 전하고 있다. 전년 동기의 496조556억원 대비 23.1% 늘어난 것이다. 일반정부는 국제기준에 따라 중앙정부, 지방정부, 사회보장기구를 합한 것이고, 공기업 부채는 자금순환표상 주식발행과 출자지분은 제외한 것이다.
    http://www.newsprim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9259

    Reply

Leave a Reply to foog Cancel reply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