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에 대한 세가지 반응, 그리고 개인적 바람

BarackObamaportrait.jpg
BarackObamaportrait” by United States Senate – http://web.archive.org/web/20070613015950/http://obama.senate.gov/files/senatorbarackobama.jpg (Was published on the “About” page in 2007).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폴크루그먼과 같은 대가가 블로그를 한다는 사실도 재미있거니와 그의 이력과 별로 어울리지 않게 올리는 글이 담백한 구어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의 블로그를 보면 거창한 이론이나 장광설로 자신의 지식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대개 촌철살인 스타일의 간단한 말 몇 마디로 상황을 정리하곤 한다.

그런 그가 최근 재밌는 포스트를 하나 올렸다. 제목은 이른바 “Yes We Can blogging”

그가 1990년 필리핀에서 겪었던 에피소드에 관한 내용으로 “시류와 상관없이” 올렸다는 글이다. 당시 그는 UN의 한 개발프로그램 때문에 필리핀을 방문 중이었는데 그곳 무역산업부의 슬로건이 “Yes, the Filipino can!” 이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폴크루그먼을 비롯한 UN사절단은 무역산업부 장관과 면담을 가졌는데 장관은 그 자리에서 필리핀의 통조림(즉 Can) 산업에 대해 열변을 토했고 폴크루그먼은 무심코 “Yes, the Filipino can!”이라고 외쳤다는 내용이다.

그 당시에도 썰렁했을 것 같고 블로그에 올라온 그 글을 다시 읽어도 썰렁하다. 대학자도 저런 썰렁한 콩글리쉬 스타일의 농담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그가 “시류와 상관없이”라는 단서조항을 붙인 것이 오히려 그의 의중을 말해준다. 바로 미대선의 유력주자 배럭오바마의 슬로건인 “Yes We Can”을 빗댄 글이다. 은근히 힐러리클린턴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는 것 같은 폴크루그먼이 악의 없이(?) 올린 글이라는 것이 내 결론이다.

한편 미국의 다른 개혁진영은 오바마의 이 슬로건에 적잖게 감동을 받은 듯 하다. 류동협씨의 블로그 포스트에 따르면 래퍼이자 제작자인 윌아엠(Will.I.Am)과 밥 딜런의 아들인 감독 제시 딜런(Jesse Dylan)이 오바마의 연설에 감명 받아 “Yes We Can”이라는 노래를 만들었고 가수, 운동선수, 배우 등 40여명이 이 뮤직 비디오에 참여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유투브 등 UCC사이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한다.

패러디와 지지가 있다면 반대도 있다. 공화당 진영에서야 물론 전폭적으로 그를 반대할터이고 진보진영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있다. 개인적으로 팟캐스트로 청취하고 있는 더그헨우드 진행의 시사프로그램 Behind The News 최근 방송에서는 한 흑인 운동가가 출연하여 오바마의 보수성을 고발하였다. 그리고 그가 집권에 성공하게 되면 오히려 향후 흑인정치의 발목을 잡게 될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하였다. 실제로 최근 오바마가 레이건을 개혁의 상징이라고 언급하였던 해프닝이나 정책에 관한 그의 보수성(일례로 헬스케어에 대한 보수성) 등을 볼 때 그가 현재의 정계에서 피부색만큼 급진적이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정치 초년병에 대한 상반된, 그러나 폭발적인 반응은 개인적으로 5년전 대선주자였던 노무현 현 대통령 – 비록 노무현 대통령은 오바마에 비해서는 정치선배지만 – 에 대한 반응을 연상시킨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상태에서 변방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모양새하며 범 진보세력의 폭넓은 지지, 이에 대한 급진세력의 반발 등이 여러모로 비슷한 모양새다. 한편으로 후보의 급진적 이미지가 실제보다 과장되어 보이게 하는 시대적 상황도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뭐 바다 건너의 문제이니 국내대선보다야 당연히 관심이 덜 가거니와 그에 대한 정체도 잘 모르겠으니 호불호를 따질 계제는 아니다. 어쨌든 큰 이변이 없는 한 오바마든 클린턴이든 민주당이 정권을 탈취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들 후보에게 바람이 있다면 한미FTA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것이 미국의 자본을 위해서라면 문제겠지만 미국의 민중을 위한 실질적인 FTA가 되도록 재검토하여 주었으면 한다. 이을 통해 다시 한 번 국내에서도 한미FTA의 계급 및 국가간 편향성에 대한 이슈가 제기되고 자유무역에 대한 보다 진지한 고민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이 지랄맞은 국회의원 들이 날림으로 한미FTA를 국회통과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긴 하다.

참고할만한 글

9 thoughts on “오바마에 대한 세가지 반응, 그리고 개인적 바람

  1. egoing

    오바마와 노무현은 공통분모가 많이 있군요. 잘 봤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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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만약 대통령이 되어서도 비슷하다면 좀 곤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egoing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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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류동협

    최근의 미국 대선 정황은 여러모로 노무현 대통령의 연상시키더군요. 그래서 염려가 되더라구요.

    오바마와 힐러리에게 정책의 차이는 미묘한 수준이죠. 처음에 많이 달랐는데 선거가 진행될수록 비슷비슷해지더라구요. 반응이 좋은 정책을 서로 수용하더군요. 유니버샬 핼스케어만 하더라도 원래는 존 에드워드의 정책이었는데, 지금은 힐러리나 오바마도 다 하겠다고 나섰죠. 현대 선거전략은 점점 이미지나 감수성의 전쟁이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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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두 민주당 후보가 존에드워드의 의보정책을 받아들였다니 다행이군요. 실현가능성에 대해선 의문시되지만 말이죠.

      말씀하신대로 현대의 선거는 심리학이자 이미지 전쟁이라고 생각됩니다. 솔직히 무슨 연예인화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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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초하(初夏)

    류동협님 말고도 같은 제목으로 오른 글을 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발빠르다는 생각과 좀 그래서… ^^
    오바마와 노무현을 종종 비교하기도 하지만, 연설하는 모습을 보면 정 반대란 인상이 더 강하게 자리잡습니다. 그가 승리한다해도 과연 무역협정이 저지될까요??
    글이 무척 많습니다. 또 쌓였네요. 생각과 달리 오랜만에 또 이렇게 다녀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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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맞아요 연설하는 모습은 반대되는 이미지더군요. 미국사람은 그래서 오바마의 이런 차분함에 더 열광하는 것 같더군요. 흑인임에도(물론 반흑반백이지만) 흑인답지 않은(?) 백인스러운 말투… 그게 또 매력포인트가 아닌가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그가 한미FTA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없다고 합니다만 추측컨데 힐러리클린턴 쪽보다 더 강경하지 않은가 하는 예측이 강세입니다. 어찌되었든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경제학계에서는 소위 자유무역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대세인지라 이전과는 다른 제스처가 보일 것으로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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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유바바

    안녕하세요. 트랙백 타고 왔습니다. 어제 낮에 제 블로그에 댓글과 트랙백 남겨 주셨는데, 방문이 너무 늦어서 죄송하단 말씀부터 드립니다.
    언제부터인가 오바마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건 무엇보다도 그의 이라크에 대한 정책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다른 어떤 대선 주자보다도 반전의 의지를 공고히 갖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미국 유권자들도 이번 대선 이슈를 이라크 전쟁보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와 달러 약세 등 자국의 악화되는 경제 상황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보니, 아무래도 힐러리를 넘긴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바마는 계속 승승장구,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2002년의 ‘노무현 현상’을 떠올리게 하는 돌풍이 불고 있습니다. 이건 정치인 그 자체의 매력에서 오는 현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요, 제가 영어 실력이 좀 얕다보니 그 부분은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알아보고 있고, 미국의 정치에 대해서도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개인에 대한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주저리 주저리 말이 많았네요. 죄송합니다.
    아무리 오바마가 예비 선거에서 이기고 그래도, 저의 관심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한국과의 관계, 특히 북한 문제와 한미FTA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예비선거 상황만 전할뿐, 이런 문제에 대해서 충실하게 보도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 불만입니다.

    좋은 블로그를 알게 된 것 같아 기쁩니다. 자주 들러 많이 배우겠습니다.

    Reply
    1. foog

      한편 미국의 진보진영에서는 그가 이라크전쟁을 반대한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상응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더군요. 오바마씨가 좀 그런 스타일인가 봅니다. (웬지 청와대의 누구를 연상시키는…^^)

      여하튼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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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Pingback: orwell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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