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ly Liar 와 River’s 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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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 movie poster for the film Billy Liar” by http://www.moviegoods.com/movie_product.asp?master%5Fmovie%5Fid=1884. Licensed under Wikipedia.

청춘을 다룬 영화가 노년기를 다룬 영화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그들이 영화의 주된 소비계층인 이유도 있겠지만 그 시기가 인생에 있어 어느 시기보다도 이야깃거리가 많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방황하는 청춘’이니 ‘분노하는 청춘’이니 ‘아름다운 청춘’이니 하는 표현들의 형용사는 분명 ‘노년’이라는 명사보다 ‘청춘’이라는 명사에 더 착 달라붙는다. 그래서 질풍노도의 이 시기는 그들의 일상생활 자체가 영화가 될 수도 있다. Dazed And Confused처럼 말이다. 젊음은 분명 아름답다. 그 어느 시기보다 밝게 빛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어른의 몸과 아이의 마음을 가진 모순된 시기이기도 하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이어서 행동은 빠르지만 책임은 지기 싫어한다.

Midnight Cowboy로 유명한 John Schlesinger가 메가폰을 잡은 Billy Liar 의 Billy(Tom Courtenay)가 바로 그런 무책임한 청춘이다. Keith Waterhouse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청춘영화에서 Billy는 거짓말을 또 다른 거짓말로 돌려막는 대책 없는 젊은이다. 서로의 존재를 몰랐던 두 명의 약혼녀와 회사 상사, 그리고 부모에게 있지도 않은 사실을 지어내고는 상상력이 풍부해서라고 둘러댄다. 상대가 자신의 거짓말을 간파하자 그들을 총으로 쏴 죽여 버리는 상상을 한다(이런 장면들은 루이스브뉘엘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초현실적인 장면으로 표현되는데 그러한 점에서 다른 kitchen sink realism 계열 작품과 비교된다). 그렇지만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인 Liz가 함께 런던으로 떠나자고 하자 그마저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소심한 젊은이기도 하다. 밉상도 이런 밉상이 없다.  

동시대에 프리시네마 혹은 브리티시뉴웨이브를 주도했던 Lindsay Anderson이나 Tony Richardson이 신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소통불능의 원인을 주로 제도권의 기성세대 탓으로 돌리며 은근히 신세대 편을 들어준 것과는 달리 John Schlesinger는 신세대 역시 자기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넌지시 충고하는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 Billy에 대한 애정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캐릭터가 제법 인기를 얻어 연극, 뮤지컬, 심지어는 TV시리즈로도 인기를 얻었다. 이미 몇 차례 감상문에서 등장한 문학소년(?) Morrissey 역시 이 소설에 감화 받아 그의 노래의 가사 곳곳에 이 소설을 언급하였고 The Smiths 의 히트곡 “William, It Was Really Nothing” 이 바로 Billy Liar를 소재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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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vers-edge-poster” by May be found at the following website: http://www.movieposterdb.com/poster/ded40d63. Licensed under Wikipedia.

한편 현대로 넘어올수록 청춘의 무책임은 점점 극단적으로 치닫는다. Tim Hunter의 River’s Edge는 다큐멘터리를 찍는 마냥 냉정한 시선으로 탈선하는 청소년을 영상에 담아내었다. 큰 강을 접하고 있는 미국의 한 시골마을에 사는 John 은 여자친구 Jamie 를 강변에서 살해한다. 단순히 자신에게 심한 말을 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Billy는 상상을 했지만 John은 실행에 옮긴 것이다. 그리고는 친구들에게 스스럼없이 그녀를 죽였노라고 이야기한다. 친구들이 강변으로 달려가 확인을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시신을 거두거나 John을 신고하지도 않는다. 정말 무책임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그나마 죄책감을 느낀 Matt(Keanu Reeves)가 신고를 하지만 이미 이들의 이기심과 무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는 충분히 까밝혀지고 난 후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Stand By Me, Gummo, 그리고 Blue Velvet 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 놓은 것 같은 매력적인 작품으로, 이 영화 덕에 Keanu Reeves는 Kathryn Bigelow의 눈에 띄어 ‘폭풍 속으로’에 캐스팅되었고 Tim Hunter는 Twin Peaks TV시리즈의 감독을 맡게 되었다. 이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보다 밀도 있는 다큐멘터리적인 영상으로 청소년들의 삶을 포착해낸 Larry Clark 감독의 Kids와 비교하여 감상하면 흥미로울 것이다.

6 thoughts on “Billy Liar 와 River’s Edge

  1. 그리스인마틴

    약간은 섬뜩한 이야기군요.
    자신이 한일에 대해 무엇이 잘못인가 조차도 못느끼는 듯 하네요.
    이것이 실화라….
    구분과 기준을 잡아줘야한 기성세대가 그것을 제시하지 못한 잘못도 있겠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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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콜린윌슨의 ‘범죄의 세계사’라는 책을 보면 사실 잔인한 살인마들은 아이들의 심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저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편입니다. 어릴 적엔 왜 목표를 위한 수단이 단순하잖아요. 무언가를 얻고 싶으면 떼쓰고 뺐고 달라고 조르고 하면 얻어지니까요. 그의 생각은 살인마들이 대개 그렇다는거죠. 성욕이 생기면 여자를 사귀어가다가 육체적 관계를 갖는 게 아니라 마치 아이처럼 그냥 강간을 해버린다는거죠. 그러한 심성이 교육을 통해 이성이라는 체계를 갖추고 목표를 위한 수단을 세련화시킨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요즘 교육은 오히려 수단을 더욱 목표에 직진하도로고 만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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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오랜만입니다. 부르나이 다녀오신다더니 즐거운 여행 되셨나 모르겠네요. 성격이 진득하질 못해서 한번 기분전환으로 디자인을 바꿔 봤습니다. 바꿔 놓고 자꾸 촌스러워 보여서 내키지 않았는데 칭찬을 들으니 좀 안심이 되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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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정환

    랜덤 태그 기능이 마음에 드는데요. 저는 귀찮아서 태그는 커녕 카테고리도 안 달아서 완전 엉망이에요. 링크도 거의 만들지 않고. 지나간 포스트는 모두 묻혀버리는데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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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태그기능을 한번 전진배치해봤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저도 과거 포스트가 묻혀버리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블로그가 시의성이 강조되는 도구이니 만큼 과거의 흔적이 좀처럼 노출이 되지 않는 단점도 있어서 한번 시도해봤습니다. 참고로 참여연대 홈피가 그렇게 되어 있어서 흉내내본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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