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사태에 대한 한 서양 반전운동가의 글을 읽다

분명히 말하건 데 중국 정부의 티베트 인들의 저항에 대한 탄압은 비난받아 마땅할 국가폭력이다. 그러함에도 이 소수민족이 민족의 자립을 위해 벌이는 저항이 지고지순의 순수성을 지녔다고 단정 짓고 피아를 구분 짓는 태도에는 약간은 판단유보인 입장이다. 일단은 개인적으로 사실관계에 너무 무지하고 모든 정치적 격변이 그렇듯이 이번 사태 역시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 단체, 또는 개인들의 이해관계 –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 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이를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그러한 견지에서 진보적인 시각을 지닌 서양인들의 시각이 궁금했다. 때마침 Common Dreams 에 Turn off Your TV: Why I Won’t Watch the Beijing Olympics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Laura Kaminker 라는 이름의 작가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미국에서 캐나다로 이주했고, War Resisters Support Campaign 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아예 We Move To Canada 라는 블로그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를테면 정치적 망명인 셈이다.

여하튼 그는 본문에서 중국정부가 평화로운 불교국가 티베트를 지배하고 있으며 여타 국가들은 중국이 그들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밀접한 연관을 지닌 나라이기에 함부로 비난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는 베이징 올림픽을 시청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표현하려 한다면서 글을 끝맺고 있다. 그의 평화주의적인 세계관을 잘 말해주는 글이었지만 사실 그다지 호소력은 없었다. 내용이 사실관계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라기보다는 감성적이고 단편적인 감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게 더 흥미로운 부분은 이에 대한 독자들의 댓글이었다.

kivals 라는 이는 Laura Kaminker 의 글에 가장 먼저 직설적으로 비판하였는데 미국이야말로 가장 악질적인 인권탄압국이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다른 나라를 비난할 자격은 없다고 썼다. 나라가 전범국가니까 너희 나라 일이나 신경 쓰라는 투였고 예상대로 몇몇 사람들이 그를 비판하였다. 즉 미국과 미국인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lizard라는 누리꾼은 몇몇 미국인들이 반전운동을 한다고 하여도 여전히 국민 대다수가 전쟁을 지지한다면 그것은 싸잡아 비난받아도 할 말 없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COMarc 라는 이는 색다른 의견을 제시했는데 요는 올림픽이 상업화되었고 정치적으로 변색되었다 할지라도 여전히 그 뒤에는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 있으며 중국이 정치적으로 비난받아야 할지라도 중국인들이 올림픽을 경험하고 그 기간 동안 수많은 세계인들과 만나는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약간은 리버럴하면서도 현실주의적인 발언이다.

Mr. Duncan 의 다음 발언은 냉소적이면서도 매우 재치 있다.

“Turn off your TV anyway. It’s just a brainwashing device.”

한편 푸에르토리코의 운동가라고 자신을 밝힌 Lead01 의 글은 앞서의 kivals 의 논지를 따르는 듯하면서도 제법 호소력이 있다. 특히 그는 중국과 티베트와의 관계에 대한 사실관계를 적시하면서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몇 가지 사실을 분명히 하자. 티베트는 700년 이상 중국의 일부였다. 극단적인 봉건주의자였던 티베트의 지배자들은 착취자와 피착취자의 주종 체제를 시행하였다. 사실을 확인해보라. 달라이라마는 그들의 기준으로 호화스럽게 살면서 그의 국민들에게 잔인하게 굴었다. 그들은 그들만의 사법체제에 따라 사람들을 고문하고 살해했다. 미국은 이 기간 동안 중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들은 자금과 무기를 원조하는 방식으로 티베트의 지배자들을 지원하였다. 중국은 문제가 많다. 우리는 그들이 인권을 탄압하는 것을 안다. 그러나 티베트라고 존경받아야 할 이상적인 국가는 아니다. 사실을 살펴보라!!! 나는 미국이 티베트의 반란의 배후에 있다고 확신한다. 그들이 티베트를 또 하나의 코소보로 만들려고 할까?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분명히 시도는 할 것이다.”
“Let’s get a couple of facts straight. Tibet has been a part of China for more than 700 years. Tibet’s rulers who used extreme Feudalism practices into a owner/slave system of rulers and surfs. They were brutal with their own people. Research the facts. The Dalai Lama was brutal among his people while he lived in luxury by their standards. They tortured and murdered their people on a regular basis according to their justice system. The USA wanted to destabilize China during that period of time. They supported the rulers of Tibet with financing and weapons. A practice popular within the US Government. China has problems, we know about their human rights abuses. But Tibet is no ideal country to worship. Research your Facts!!!!! I am pretty sure the USA is behind the riots in Tibet. Will they try to turn Tibet into a Kosovo? No, but they will surely try.”

jaberwocky 는 이에 대해 다른 사실관계를 제시한다.

“티베트는 몇 세기 동안 몽고와 다양한 중국의 왕조들에 대해 반자치적이었던 봉건적 관계였다. 그러나 1950년의 중국의 침략 이전까지 중국의 일부로 간주되지 않았다. 중국 군인들은 1959년 이전까지 티베트를 영구주둔하지 않았었다. 더군다나 달라이라마와 판첸라마(중국 당국에 납치당한) 들(주1)은 다양한 몽고와 중국 지배자들로부터 종교적 지도자로 간주되어 왔다! 이는 티베트가 중국왕국들 내에서 다른 전혀 힘없던 지역보다 더 평화롭고 위협받지 않았던 형제국가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Tibet had a semiautonmous, suzerain-like relationship with the Mongols and various Chinese kingdoms for centuries, however they were not considered part of China until the 1950 Chinese invasion. Chinese soldiers never permenantly occupied Tibet until 1959. Furthermore, the Dalai Lamas and Panchen Lamas (who has been kidnapped by Chinese authorities) were considered to be religious leaders or guides to various Mongol and Chinese emperors! This demonstrates how Tibet was considered to more of a peaceful, non-threatening sister nation to China and Mongolia, than a fully powerless region within China kingdoms.”

양 주장 모두 자신들의 논지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부풀리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편 Mike Corbeil 은 티베트 불교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와 달리 그 세계에서도 중세의 유럽에서 볼 수 있었던 피튀기는 종교전쟁이 있음을 소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Friendly Feudalism: The Tibet Myth 라는 꽤 긴 글을 소개하고 있는데 책 한권 읽는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할 정도로 스크롤의 압박이 심한 글이다.(주2) 그럼에도 그의 입장은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티베트 혹은 티베트 불교에 대한 서양인들 – 진보적이라 자처하는 이들조차 – 의 오리엔탈리즘적인 환상이 자리잡고 있음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이후 댓글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중국정부의 인권탄압에 올림픽 보이콧 등의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매우 순진하다는, 또는 위선적이라는 주장이 점점 빈도수가 많아진다. 어떤 이는 ‘자본주의 중국’과 ‘자본주의 미국’은 이미 통합되었고 문제는 자본 대 노동의 문제이지 중국 대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주3) 또 다른 이는 자기는 중국 올림픽을 보이콧 하는데 그것은 미국이 참여하기 때문이라고 재치 있게 말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티베트에서의 저항 이슈가 5주년을 맞이하고 있는 (분명히 더욱 심각한) 이라크에서의 저항 이슈를 잠식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주4)

결국 나는 객관적으로 – 또는 주관적이어도 – 중국정부의 야만성이 미국정부의 야만성보다 상대적으로 덜 하다고 여겨진다고 해서 어느 누구에게 그것에 대해 비판하지 말라고 주장할 근거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티베트의 이전 지배세력이 잔혹한 봉건영주였을지도 모른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주장이 현재의 중국정부의 행동을 정당화시켜주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현재의 사태에 대해서 Laura Kaminker 라는 한 열정적인 반전운동가처럼 이분법적인 선악구도로만 파악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무슨 행사에 대한 보이콧으로 풀어나간다는 발상은 곤란할 것 같다는 것이 Common Dreams 에서의 그 글을 읽고 든 느낌이다.

결국 적어도 현 사태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올림픽을 보이콧하자는 주장이라면 마찬가지 이유로 미국이나 영국에서의, 그리고 민중을 억압하는 모든 자본주의 국가의 모든 행사를 보이콧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댓글들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주1) 판첸 라마는 티베트 사람들 보호하고 해탈과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달라이 라마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여겨지며, 판첸 라마는 아미타불의 화신으로 여겨지고 있다. 더 나아가 티베트의 불교 전통에서 달라이 라마에 이은 서열 두번째의 정신적 지도자이다.

(주2)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 조계종의 유명했던 패싸움도 소개하고 있다

(주3) 자본주의화된 공산당 주도의 중국이라는 현존재는 문제를 한층 복잡하게 끌고 가고 있다

(주4) 이는 물론 다분히 의도적인 서구언론의 보도행태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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