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내가 박노자 씨를 좋아한다

이래서 내가 박노자 씨를 좋아한다. 평소 그의 점잖은 선비풍의 글을 읽다가 이렇게 단어는 얌전하게 쓰면서도 속 내용은 신랄한 비아냥거림을 접하게 되면 평소 얌전한 사람이 노래방에서 노래빨날리는 광경을 보는 듯한 신선함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평소의 글투에도 약간 장난기가 섞여 있는 진중권 씨나 우석훈 씨의 글이나 말과는 또 다른 쾌감을 제공한다.

박노자 씨 말마따나 우리나라의 신자유주의 노선의 관철은 역설적으로 정치적 레토릭의 급진화와 경제적 노선의 보수화의 교묘한 줄타기를 했던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 의해 가속화될 수 있었다. 막 독재의 틀을 벗어난 인민에게 몇몇 탈권위적 정치행태를 보여주면 경제적으로는 충실한 우파 노선을 걷기에 편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은 그들을 ‘좌파’라고 부르기 서슴지 않았다. 물론 그 정부들의 하부 추종자들 중에서는 ‘나름 좌파’도 섞여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박노자 씨도 그렇게 봤는지 모르지만 나도 솔직히 그들이 이전의 두 정부를 ‘좌파’정부로 몰아세운 것은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뜻이 그렇다는 것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적어도 그들이 그런 정도의 머리는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그 친구들 하는 행동을 보면 진정으로 그 시절을 ‘상종 못할 빨갱이 놈들의 세상’이었고 지금은 ‘사람 사는 정의로운 세상’으로 상정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째서 이들이 자신들 스스로가 노무현 정부 시절 득달같이 비판하던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에 대한 의문제기를 이제 시민들이나 네티즌들이 주장하자 이들을 마치 ‘돌아온 반도(叛徒)’ 대하듯이 대하고 있는지 설명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들의 좌파/우파 구분법이 진정성이 없고서야 어떻게 그렇게 나폴레옹 귀양 갈 때와 파리 입성할 때의 헛소리가 이렇게 차이가 나겠는가 말이다. 머리가 어느 정도 있었다면 양쪽의 주장 간에 수위조절을 했어야 할 것이다.

여하튼 이런 꼴을 보고 있자면 이 세상이 진짜 메트릭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제 정신도 아니고 정치이념의 ABC도 모르는 것들이 기자질을 하고 있고 하버드 수석 졸업했다고 뻥치는 과대망상증 환자가 국회에 입성하겠는가 말이다. 하긴 학살자 부시가 세상의 지배자인 세상이니 그 정도는 약과인지도 모르겠다.(주1)

박노자 씨의 ‘조중동의 치명적 실수’ 읽기

 

(주1) 부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오늘자 동아일보는 부시 측근의 부시 재임시절의 비리와 오판에 대한 폭로에 대해 “뒤늦은 정의감? 두둑한 인세?”라는 제목으로 그것들을 폄하하면서 관련사진에는 생뚱맞게 부시의 인간적인(?) 면모가 담긴 사진을 첨부하였다. 전형적인 용비어천가적인 기사였다. 남의 나라 대통령에게까지 이렇게 사탕발림을 하는 신문이니 정말 할말 다했다

16 thoughts on “이래서 내가 박노자 씨를 좋아한다

  1. 쌀국수

    결국 그들에게 중요한 건 돈입니다.
    부동산 정책, 공기업 민영화, 광우병 쇠고기 수입.
    노무현에 대한 절대적 반대 모두 돈과 연결돼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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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eagle2

    저도 어제 이 글을 읽으며 “통쾌하다!!” 고 찬탄했드랬습니다. 저도 무척 좋아해요 박노자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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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mepay

    “평소 얌전한 사람이 노래방에서 노래빨날리는 광경을 보는 듯한 신선함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이 표현 굉장히 적절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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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태극

    박노자는 한민족이 아니기에 민족적 담론에서 자유로울수가 있죠.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는데 저에겐 단점이 부각되서 다가오는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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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저는 그게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물론 말씀하신 바 단점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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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J준

    덕분에 오랜만에 박노자씨의 글을 읽었습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느낀 것이지만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에 대한 ‘좌파 정권’으로의 몰아붙이기가 성공한 이유를 모르겠더군요. 박노자씨 글처럼 ‘개혁 사기’라는 말에도 제법 공감했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그 덕분에 cpu의 자리를 점령했지만 역대 정권 최소의 용량으로 최신 사양의 시스템을 돌리려고 하니 과부하가 일어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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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소프트웨어도 개판이었죠. 영어번역도 개판인 ’70년대 불도저 ver. 1.0’인데다 그걸로 사대주의와 개발주의와 신자유주의를 같이 섞어서 돌리려 했으니 뻑이 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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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히치하이커

    어디선가 봤는데 그들의 가장 큰 문제는 말로만 그러는 게 아니라 정말 자신들이 나서지 않으면 이 나라가 당장이라도 망할 거란 굳건한 믿음을 갖고 있다는 데 있다더군요.
    ……하아

    박노자씨의 글은 가슴을 아릿하게 찌르누만요. 한동안 다른 블로그를 돌아다니지 않아 이제서야 보지만요. 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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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날라댕겨

    우석훈 씨 책을 읽다가 잘 모르겠어서 구글 검색으로 뒤적이다가 들어왔습니다.

    최근 7년여 정치사에 환멸을 느껴 등한시 했다가
    제대로 감을 잡으려고 노력중인 청년입니다.

    제게 의미 있는 글이어서 이렇게 답글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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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의미 있는 글이었다니 괜히 우쭐해지는군요. 환멸감이야 저도 일상적으로 느끼는 바이지만 또 우리가 완전히 속세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관심을 안가질 수도 없는 문제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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