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의 전형, 알란 그린스펀

지난 글에서 나도 그린스펀의 개념 없고 무책임한 발언에 한마디 한바 있는데 폴 크루그먼도 그린스펀의 몰염치에 질렸는지 최근 그에게 직격탄을 한 발 날렸다.

Greenspan: not a mensch(그린스펀 : 훌륭한 사람이 아니다)” 라는 글에서 크루그먼은 자신의 부모님이 어릴 적 늘 mensch(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하셨는데 이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라는(take responsibility for your actions)’ 의미였다고 전제했다. 그리고는 이어서 그는 그린스펀이 버블 이후 경기전망에 대해 지나치게 – 무책임할 정도로 – 낙관적이었으며, 이는 결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행위가 아니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지역경제가 상당할 정도의 투기적인 가격 불일치를 경험할 수도 있다. 미국 전체에서의 국가적인 심한 가격왜곡은 거의 일어날 것 같지 않다. 그 규모와 다양성(주1)을 고려하면 말이다.
Overall, while local economies may experience significant speculative price imbalances, a national severe price distortion seems most unlikely in the United States, given its size and diversity.[Remarks by Chairman Alan Greenspan The mortgage market and consumer debt At America’s Community Bankers Annual Convention, Washington, D.C., October 19, 2004]

크루그먼은 더 나아가 그린스펀이 WSJ 와의 인터뷰 에서 “가격이 2009년 이후까지 계속 떨어질 거라는(prices could continue to drift lower through 2009 and beyond)” 요지의 인터뷰를 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왜냐하면 모순되게도 그린스펀은 2006년에는 최악의 상황이 지나갔다고 발언했었기 때문이다.

이 하강세의 끝이 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항목인 새로운 모기지에 대한 신청이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I suspect that we are coming to the end of this downtrend, as applications for new mortgages, the most important series, have flattened out.[Greenspan: Housing market worst may be over, MSNBC, Oct. 9, 2006]

“미국의 집값은 2009년 첫 반기 쯤에 안정화되거나 바닥을 찍을 것 같다. 가격은 2009년 내내 떨어질 수도 있고 그보다 더 갈 수도 있다.”
“Home prices in the U.S. are likely to start to stabilize or touch bottom sometime in the first half of 2009. prices could continue to drift lower through 2009 and beyond.”[Greenspan Sees Bottom In Housing, Criticizes Bailout, Wall Street Journal, August 14, 2008]

확실히 크루그먼의 말대로 무책임한 발언이다. 자신의 임기 동안에는 위기가 지나갔느니, 심지어는 위기란 없느니 온갖 거짓을 늘어놓고 이제 와서는 가격하락이 2009년까지 갈 것이라는 둥, 프레디맥과 페니매에 대한 Fed의 처리방식이 잘못 되었다는 둥 훈장질이니 말이다. 거기에다 얼마 전에 서브프라임 사태가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변명하는 것에 대해선 거의 안면몰수의 분위기다.(주2)

한편 요즘 인터넷에서 이른바 경제에 대한 Pundit 으로 통하고 있는 블로그인 Calculated Risk(주3) 는 크루그먼의 해당 글을 인용하면서 이미 자신이 지난 2006년 그린스펀의 헛소리를 까주었다고 강조하는 글을 올렸다. 배구에 비유하자면 크루그먼이 토스하고 Calculated Risk 가 스파이크를 매긴 셈이 되는 것이다.

필자는 그린스펀이 모기지 신청이 ‘안정세로 접어들고(flattening out)’ 있다고 주장하던 기간 동안의 ‘MBA 구매지수(the MBA Purchase Index)’(주4)를 살펴보면 어디 한 군데도 ‘안정세로 접어들고(flattening out)’ 있는 구간을 볼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아래 표를 보면 과연 그의 말이 맞다.

크게 보려면 클릭

재임 중에 그린스펀은 시장자유주의에 대한 그의 신념대로 월스트리트에 대한 감독기능을 해체시켜 폭주기관차의 브레이크를 없애는 한편, 저금리 정책 등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시장의 버블을 키워놓았다. 그리고는 거품은 없다고, 가격변동 현상은 국지적이라고 떠들던 그가 이제 와서는 감 놔라 대추 놔라 훈장질을 해대고 있다. 훈장질도 잘하면 모르겠는데 이민자 늘려서 집 팔아야 한다는 자다 봉창 뜯는 소리나 하고 있다. 정말 크루그먼 말대로 무책임의 전형인 셈이다.

(주1) 이 다양성이란 그린스펀이 그 당시 신봉하고 있던 파생상품 시장에서의 증권화나 유동화의 자유도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2) 여하튼 지난 글에서도 지적하였듯이 그의 이러한 안면몰수는 그가 인터뷰만 해주겠다고 하면 좋아서 침을 질질 흘리며 어떠한 비판도 없이 이를 기사화할 소위 ‘경제부’ 기자라는 족속들이 미국 주류언론에 계속 존재하는 한에는 적어도 2009년 혹은 그 이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주3) 미국의 경제위기를 맞아 미국의 블로그 계에서는 이른바 투자와 거시경제에 대한 여러 블로그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 그중 가장 권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블로가 가운데 하나다. 전직 투자은행의 임원이었다고 주장하는 익명의 필자와 다른 또 하나의 금융전문가가 운영하고 있다.

(주4) 미국의 ‘모기지 은행 협회(MBA : Mortgage Bankers Association)’가 모기지의 신청, 구매, 리파이낸싱 추이를 살펴 매주 발표하는 지수로 주택시장의 선행지수로써의 의미를 가진다.

4 thoughts on “무책임의 전형, 알란 그린스펀

  1. 리카르도

    미국도 이젠 신자유주의와 헤어질시간이 된것같네요
    폴슨 재무장관은 모기지부채를 국가가 모두 떠안는 정책을 편다고 그러더군요..
    일종의 공기업이라고 해야할까요?
    http://www.time.com/time/nation/article/0,8599,1828092,00.html
    이라크전쟁덕택에 미국민든 뭔가 깨달은바가 없진않았던것같습니다.

    글 잘읽고갑니다. 덕분에 좋은블로그 하나 알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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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링크해주신 기사 잘 읽었습니다. 제 의견을 말하자면 폴슨의 조치는 물론 이례적인 조치이긴 하지만 신자유주의와의 결별과는 크게 상관없는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것을 강화해주는 조치에 가깝지요. 신자유주의라고 해서 정부의 역할이 약화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특히 프레디맥과 패니메에 취해진 조치는 미국의 경제전문가들에게 조차 ‘이익은 자본주의 방식, 손해는 사회주의 방식’이었다고 강하게 비판받은 조치죠. 언제나 주주는 안전하게 보호받는 것이 현 상황이니까요.

      어쨌든 이러한 미봉책이 가까운 시일 이내에 자본주의 금융시장을 정상화시켜줄 것이라는 생각은 별로 안 듭니다. 오히려 더욱 심해지는 병세를 진통제로 막고 있는 꼴이랄까요. 체제를 유지하고 싶으려면 탑클래스 몇몇 재력가와 기업들을, 그리고 더 거대한 시스템을 날려버려야 할텐데 골드만삭스의 폴슨이, 그리고 월스트리트의 돈으로 선거를 하고 있는 오바마가 그렇게 손에 피를 묻힐 것인가 하는 질문은 대답이 어느 정도 뻔한 상황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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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eagle2

    “과도한 투기는 증권시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특히 주택 시장에서는 더욱 가열되고 있다. 만약 미국 경제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투기가 나타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그것은 주택분야일 것이다. 주택을 저당잡고 빌릴 수 있는 돈의 한계가 막대하게 상승함에 따라 주거용 부동산 가치는 높이 치솟고 있다. 10년 남짓한 사이에 주택의 평균 시세는 3배로 상승했다. …… 이와 같은 투기로 빚어진 잠재적 문제들의 축적된 영향은 예상되는 어떠한 불황보다 한층 더 깊어질 것이다.”

    1980년에 그린스펀이 했던 말 입니다. (“미국 자본주의의 위기 – 폴 스위지 (1981)” 에서 재인용)

    뭐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겠지만 이 농담이 생각나네요.

    철학자, 생물학자, 건축가, 경제학자가 신의 직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토론했다.

    철학자 : 신은 철학자임에 틀림없소. 인간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제시해 주니까.

    생물학자 : 아니오. 신은 그 이전에 인간을 만들었소. 따라서 생물학자임에 틀림없소.

    건축가 : 하지만 신은 인간을 만들기 이전에 혼돈으로부터 이 세상을 만들었소이다. 따라서 신은 건축가요.

    경제학자 : (씩 웃으면서) 그런데 누가 과연 그 혼돈을 일으켰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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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아마 그 당시의 저축대부조합의 부실 사건을 두고 하는 이야기인 것 같군요. 이런 것 보면 경제는 역사로부터 별로 교훈을 얻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때 한 짓을 세련(?)되게 또 저지르는 것을 보면 말이죠.

      암튼 당시는 그린스펀이 Fed에 있지도 않았으니 마치 지금 그러고 있는 것처럼 신나게 까댔었나 보군요. 정작 자기가 그 자리 가서는 아무 문제 없다고 감추고 말이죠. 🙂 너무 오버할 필요도 없지만 이런 이중적인 태도는 정말 곤란하죠.

      제 의견으로 그린스펀은 급으로 치면 ‘4류’ 경제학자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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