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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관련한 불확실성

당신은 여러 해 동안 미국의 주택시장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위험의 불확실성을 무시하고 있다고 경고해왔습니다. 당신은 우리가 그것을 바로잡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네.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은 많은 이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2020년 미국에서는 기후 재앙이 16건 있었고 각각 10억 달러를 넘는 (어떤 것은 훨씬 더 초과하는) 손실을 초래했습니다. 2015년에서 2019년까지 평균적으로 13.8건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2020년 전의 40년 간 평균은 6.6건입니다. 더욱이 우리가 불과 몇 년 전에는 예측하지 못했던 리스크까지 목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올바르게도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해안가의 범람을 우려했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호우로 인한 강물의 범람이나 들불로 인한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다른 이슈 들 중에서도 우리는 사람들이 몇 세기동안 자연발화가 발생하는 회랑이라고 인식되어 오던 – 예를 들면 캘리포니아 – 지역들에 건설이나 재개발을 제한하는가의 여부라는 어려운 질문에 직면하지 않았었습니다. 그 대신에 캘리포니아에서 우리는 이러한 위험한 지역에서의 주택의 대항력을 보강하는 유틸리티를 요구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주정부는 보험사들이 화재보험을 시장가격 이하로 갱신할 것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유사하게 동부의 몇몇 곳에서는 민간보험사들이 오래 전에 주택소유자들의 홍수 리스크 시장에서 빠져나오고 있고 그 대신에 부보는 국립홍수보험프로그램에 의존하는 국영 에이전시가 많은 부분을 지원하는 프리미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Are We On the Verge of Another Financial Crisis?]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자연재해가 늘어나면서 이러한 재해가 주택의 유지비용을 상승시키고 결국에는 2008년과 같은 집값 폭락으로 인한 금융위기로 이어질 것이라 주장하는 하바드비즈니스스쿨 John Macomber 조교수와의 인터뷰다. 우리나라의 주택시장과는 여건이 많이 다른지라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미국의 금융시장 교란은 우리나라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라고 생각된다. 이미 우리의 눈앞에서 현실로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의 징후들은 날이 갈수록 그 정도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리고 인터뷰하는 이의 주장대로 이는 시장에서의 통상적인 선입견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것이라는 주장에도 공감이 가는 바가 있다.

우리는 주택 모기지 시장을 국유화했다. 이제 뭘 해야지? (1)

프로퍼블리카에서 미국의 주택 모기지 시장, 나아가 전 세계의 경제의 계륵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기지 자이언트에 대한 알찬 내용의 분석 기사를 내놓았다. 많은 분량이므로 우선 급하게 번역한 부분을 공유하고 나머지 부분은 차후에 공유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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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의 정점에서, 이 나라는 몰락하는 금융 시스템을 국유화하냐 마느냐를 가지고 뜨겁게 논쟁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 모두 시장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침해라고 간주하며 이 경로를 거부했다.

그러나 그 이후, 빈약한 계획과 빈약한 공론 이후, 정부는 미국의 주택 모기지 시장을 거의 완전히 인수해버렸다. 은행들과 다른 이익추구 금융서비스 기업들은 주택보유자들에게 돈을 빌려주지만, 정부가 제공하는 보증이나 다른 지원이 없다면 이 주택 시장은 이제 거의 기능하지 않는다.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신규 모기지 비중

정부가 모기지 시장을 인수했다

납세자의 통제를 받고 있는 주택 거인들인 패니메와 프레디맥은 금년의 첫 아홉 달 동안 신규 모기지의 69퍼센트의 보증을 섰는데, 인사이드모기지파이낸스에 따르면 2006년의 27퍼센트의 비중에서 증가한 것이다. 한편, 연방주택청과 미국퇴역군인국은 모기지의 나머지 중, 2006년의 단지 2.8퍼센트에서 현재는 21퍼센트를 보증한다. 모두 합쳐, 매체에 따르면 10년 동안 정부의 지분이 최저치였던 2006년에 10개의 신규 모기지 중 3개가 미국의 납세자들이 보증을 서던 것에 증가하여, 10개의 신규 모기지 중 9개가 미국의 납세자들에 의해 보증을 서고 있는 것이다.

“이건 소름끼치는 국유화입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재무부에서 구조조정임원(Chief Restructuring Officer)으로 일했던 투자은행가 짐 밀스테인의 말이다.

문제는 단순히 시장이 국유화되었다는 것에 있지 않다. 요는 날림으로 국유화되어서 이제 이해관계의 상충과 경쟁관계의 목표로 인해 분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도함직한 해법들은 잘 알려져 있고 몇 년 됐다. 그러나 처음 임기 동안, 오바마의 백악관은 그러한 변화를 밀어붙이지 않는 – 혹자의 표현에 따르면 정치적으로 약삭빠르지만 계산적인 기미가 보이는 – 전술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초당적인 중도주의자들의 중지는, 최소한의 저항이 예상되지만 가장 위험할 수도 있는 길로 고개 숙여 접어들려 하고 있다. : 주택 시장이 폭파하기 이전의 상태로의 회귀.

2008년 시작되어 납세자의 돈 1,875억 달러를 쏟아 부은 후에야, 패니메와 프레디맥은 정부의 “관치(conservatorship)”하에 있는 현재와 같은 림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들은 전면적으로 사유화된 것이 아닌, 이윤추구의 기업들이지만, 둘 다 명확히 정부정책의 산하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이윤추구의 비즈니스이자 공공기관으로 기능하고 있다.

프레디맥과 패니메의 주된 사업은 모기지를 보증하는 것이고, 5조 달러 혹은 미국의 모기지 시장의 절반을 지원하고 있다. 그들은 모기지 대출을 구입하여 이것들을 묶어서 모기지보증부채권(mortgage-backed securities)을 만들고 수수료를 받는다. 만약 차입자가 모기지를 갚지 않으면, 패니메와 프레디맥은 모기지보증부채권의 투자자들에게로의 지불 흐름이 계속될 수 있도록 개입한다. 두 회사는 또한 모기지보증부채권에 투자한다.

그러나 프레디맥과 패니메는 또한 정부로부터 ‘미국인에게 열려 있는 주택소유(home ownership available for Americans)’와 같은 공공목표를 수행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목표와 공공목표는 심각한 이해관계 상충을 야기한다. 관치 하에서 이 갈등과 문제는 증폭되었다.

최근 몇 년간, 프레디맥은 회사의 이윤이 감소하고 납세자들에게로의 상환능력이 저하될까봐 주택소유자들이 그들의 고비율의 모기지를 재조달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게 만들었다.

관치 하에서, 의회는 이 기업들의 젖을 짜려는 유혹도 느꼈다. 증세를 혐오하고 감세를 욕망하는 의회는 패니메와 프레디맥에게 현금을 짜내면서 개인적인 새끼 고양이로 써먹었다. 2011년에 의회는 단지 급여세 감세의 두 달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조달하기 위해서 패니메와 프레디맥의 보증료 10년분을 스폰지 빨아들이듯 빨아들였다. 최근에는 상원에서 그들의 보증료에 의해 조달되는 이민법을 통과시켰다.

“정부보증기업(GSEs)들을 – 프레디맥과 패니메의 워싱톤식 호칭 – 저금통으로 이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이는 나라가 약하다는 신호입니다.” 모기지은행연합의 회장이자 오바마 행정부의 전임 관료였던 데이브 스티븐스의 말이다.

이 회사들은 연방주택금융청(FHFA)의 규제를 받고 있는데, 그들의 모든 주요한 경영의 결정을 분명히 하는 곳이다. 이는 혼란상태를 가중시키고 있다. FHFA의 실행임원 에드워드 드마르코는 논란이 많은 가운데, 그들의 주요 목적을 패니메와 프레디맥의 자산을 보전하는 것으로 하여 개입하였고, 그들의 웹사이트에 쓰여져 있는 “주택금융과 알맞은 주택을 지원하고, 안정적이고 유동성있는 모기지 시장을 지원하는” 미션은 경시하였다. 금년 초, FHFA는 혜택은 적고 리스크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부실한 모기지의 원금을 탕감하는 것에 맞서기로 결정하였다. 재무부 장관 티모시 가이트너는 이 결정을 힐난했다.

프레디맥과 패니메가 연옥에 더 오래 머물러 있을수록, 그들은 비즈니스의 핵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것에 혼란스러워 하는 임원들의 사임 등에 고통을 받을 것이다. 염려되는 점은 리스크매니지먼트와 같은 그들 비즈니스의 중요한 영역이 사라지면서 납세자들의 갑작스러운 대규모 손실의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원, 공화당원, 주택정책 지지자들, 그리고 경제학자들 그 누구도 현 상태의 유지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모기지 거인들을 해소하기 위한 제안이 담긴 수십 개의 법안, 씽크탱크의 계획들, 오바마 행정부의 백서가 있지만, 변화는 거의 없다.

두 번째 임기 동안,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인이 집을 사는 방식을 정비하겠다고 서약했다. — 그리고 주요한 문제는 패니메와 프레디맥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점이다. 그들을 서서히 멈추게 하는 것? 민간기업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 정부는 모기지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그리고 얼마나 크게 해야 하나?

(계속)

무책임의 전형, 알란 그린스펀

지난 글에서 나도 그린스펀의 개념 없고 무책임한 발언에 한마디 한바 있는데 폴 크루그먼도 그린스펀의 몰염치에 질렸는지 최근 그에게 직격탄을 한 발 날렸다.

Greenspan: not a mensch(그린스펀 : 훌륭한 사람이 아니다)” 라는 글에서 크루그먼은 자신의 부모님이 어릴 적 늘 mensch(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하셨는데 이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라는(take responsibility for your actions)’ 의미였다고 전제했다. 그리고는 이어서 그는 그린스펀이 버블 이후 경기전망에 대해 지나치게 – 무책임할 정도로 – 낙관적이었으며, 이는 결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행위가 아니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지역경제가 상당할 정도의 투기적인 가격 불일치를 경험할 수도 있다. 미국 전체에서의 국가적인 심한 가격왜곡은 거의 일어날 것 같지 않다. 그 규모와 다양성(주1)을 고려하면 말이다.
Overall, while local economies may experience significant speculative price imbalances, a national severe price distortion seems most unlikely in the United States, given its size and diversity.[Remarks by Chairman Alan Greenspan The mortgage market and consumer debt At America’s Community Bankers Annual Convention, Washington, D.C., October 19, 2004]

크루그먼은 더 나아가 그린스펀이 WSJ 와의 인터뷰 에서 “가격이 2009년 이후까지 계속 떨어질 거라는(prices could continue to drift lower through 2009 and beyond)” 요지의 인터뷰를 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왜냐하면 모순되게도 그린스펀은 2006년에는 최악의 상황이 지나갔다고 발언했었기 때문이다.

이 하강세의 끝이 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항목인 새로운 모기지에 대한 신청이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I suspect that we are coming to the end of this downtrend, as applications for new mortgages, the most important series, have flattened out.[Greenspan: Housing market worst may be over, MSNBC, Oct. 9, 2006]

“미국의 집값은 2009년 첫 반기 쯤에 안정화되거나 바닥을 찍을 것 같다. 가격은 2009년 내내 떨어질 수도 있고 그보다 더 갈 수도 있다.”
“Home prices in the U.S. are likely to start to stabilize or touch bottom sometime in the first half of 2009. prices could continue to drift lower through 2009 and beyond.”[Greenspan Sees Bottom In Housing, Criticizes Bailout, Wall Street Journal, August 14, 2008]

확실히 크루그먼의 말대로 무책임한 발언이다. 자신의 임기 동안에는 위기가 지나갔느니, 심지어는 위기란 없느니 온갖 거짓을 늘어놓고 이제 와서는 가격하락이 2009년까지 갈 것이라는 둥, 프레디맥과 페니매에 대한 Fed의 처리방식이 잘못 되었다는 둥 훈장질이니 말이다. 거기에다 얼마 전에 서브프라임 사태가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변명하는 것에 대해선 거의 안면몰수의 분위기다.(주2)

한편 요즘 인터넷에서 이른바 경제에 대한 Pundit 으로 통하고 있는 블로그인 Calculated Risk(주3) 는 크루그먼의 해당 글을 인용하면서 이미 자신이 지난 2006년 그린스펀의 헛소리를 까주었다고 강조하는 글을 올렸다. 배구에 비유하자면 크루그먼이 토스하고 Calculated Risk 가 스파이크를 매긴 셈이 되는 것이다.

필자는 그린스펀이 모기지 신청이 ‘안정세로 접어들고(flattening out)’ 있다고 주장하던 기간 동안의 ‘MBA 구매지수(the MBA Purchase Index)’(주4)를 살펴보면 어디 한 군데도 ‘안정세로 접어들고(flattening out)’ 있는 구간을 볼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아래 표를 보면 과연 그의 말이 맞다.

크게 보려면 클릭

재임 중에 그린스펀은 시장자유주의에 대한 그의 신념대로 월스트리트에 대한 감독기능을 해체시켜 폭주기관차의 브레이크를 없애는 한편, 저금리 정책 등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시장의 버블을 키워놓았다. 그리고는 거품은 없다고, 가격변동 현상은 국지적이라고 떠들던 그가 이제 와서는 감 놔라 대추 놔라 훈장질을 해대고 있다. 훈장질도 잘하면 모르겠는데 이민자 늘려서 집 팔아야 한다는 자다 봉창 뜯는 소리나 하고 있다. 정말 크루그먼 말대로 무책임의 전형인 셈이다.

(주1) 이 다양성이란 그린스펀이 그 당시 신봉하고 있던 파생상품 시장에서의 증권화나 유동화의 자유도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2) 여하튼 지난 글에서도 지적하였듯이 그의 이러한 안면몰수는 그가 인터뷰만 해주겠다고 하면 좋아서 침을 질질 흘리며 어떠한 비판도 없이 이를 기사화할 소위 ‘경제부’ 기자라는 족속들이 미국 주류언론에 계속 존재하는 한에는 적어도 2009년 혹은 그 이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주3) 미국의 경제위기를 맞아 미국의 블로그 계에서는 이른바 투자와 거시경제에 대한 여러 블로그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 그중 가장 권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블로가 가운데 하나다. 전직 투자은행의 임원이었다고 주장하는 익명의 필자와 다른 또 하나의 금융전문가가 운영하고 있다.

(주4) 미국의 ‘모기지 은행 협회(MBA : Mortgage Bankers Association)’가 모기지의 신청, 구매, 리파이낸싱 추이를 살펴 매주 발표하는 지수로 주택시장의 선행지수로써의 의미를 가진다.

경제위기가 도시의 모습을 바꿀 것인가?

페이비언주의의 영향을 받은 다수의 진보주의자들은 1890년 런던주의회 주택위원회가 설립되면서부터 이를 주도했다. 1893년에 이 위원회는 의회가 직접 1890년도 법에 제3장에 근거하여 공지에 대규모 건설사업을 시행하도록 권고했고 많은 설득과 논쟁 끝에 의회 전체는 이 정책을 승인하게 되었다. 런던주의회는 이미 건물이 들어설 틈이 거의 없는 런던의 내부를 벗어난 외곽지역에 대해서 건설 권한이 없음을 알게 된 후 런던 주의 변두리 또는 이를 벗어난 곳의 녹지지역에까지 자신들이 ‘노동자계급 아파트’ 단지를 건설할 수 있도록 하는 1900년의 법개정에 찬성하도록 국회에 압력을 가했으며, 이법에 근거하여 런던주의회는 4개의 단지사업을 착수했다.[내일의 도시, 피터 홀, 도서출판 한울, 2000, pp71~72]

이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신도시, 그 중에서도 베드타운(Bed Town)의 시초라 할 수 있다. 교통의 발달로 원거리 이동성이 향상됨에 따라 20세기 초의 의욕적인 도시계획가들은 노동자계급에게 과밀하고 비위생적인 도심대신 교외지역에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여 체제모순을 해결하고자 했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과는?

아쉽게도 모든 것이 이 헌신적인 이들이 의도한 바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즉 교외도시는 도심 근처의 허름한 방보다 더 비싼 교외주택의 임대료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 부유한 숙련공들의 차지가 되었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숙련공들은 여전히 도심의 슬럼에 갇혀 있어야 했다.

어쨌든 에버너저 하워드(Ebenezer Howard)라는 한 독특한 사회사상가이자 도시계획가에 의해 주창된 전원도시의 개념은 바다 건너 역시 도심슬럼화로 고통 받고 있는 미국의 도시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미국의 경우 넓은 땅덩어리와 민간회사에 의해 공급되는 철도, 뒤이어 쭉 벋은 도시간 고속도로와 이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급속한 보급 등으로 교외화는 하나의 미국적인 도시화의 전형이 되었다. 같은 책에 따르면 미국에서 자동차 지향적인 교외가 의식적으로, 그리고 대규모로 계획되고 실천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어쩌면 이러한 전형적인 미국의 풍경이 약간은 바뀔지도 모르겠다.

미국 도시들의 교외에서의 신규주택에 대한 수요가 지난 3년간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반면 유실처분과 투기적으로 (지어진) 건물로 인해 수요자보다 훨씬 많은 공급이 초래되었다. 동시에 치솟는 연료가격은 직장까지의 원거리 통근을 꺼리게 만들고 있다.

Demand for new homes on the outskirts of US towns has fallen spectacularly in the last three years, while foreclosures and speculative building have created a far greater supply of homes than there are buyers. At the same time, soaring fuel costs have made the long commute to work that much less attractive.[US builders forced to sell off holdings, July 18 2008]

즉 고유가와 주택시장 부진이라는 쌍끌이 어선이 도시의 교외주택 시장을 급격하게 냉각시키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오늘날 대중교통망이 여타 서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발달한 미국에서 도시간, 또는 도시와 교외간 교통은 자가용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고유가는 노동계급의 이동성을 크게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물론 현재와 같은 자본주의의 비정상적인 작동이 도시와 그 교외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적계획은 단기간에 실현되는 것이 아닌 살아있는 생물처럼 오랜 변태를 거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변화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료에 대한 새로운 관점, 주택시장의 장기침체, 그리고 이동수단에 대한 새로운 고찰 등 미국의 도시를 포함한 현대도시들은 새로운 철학적 고민을 떠안게 되었다.

예언컨대 광범위한 대중교통 시설의 정비와 직주근접(職住近接)식 도시계획이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될 것 같다.

(주1) 이러한 모습들은 개인용 자동차를 통한 미국식 개인주의의 찬양을 상징하는 것들이었고 이러한 자동차 도시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주창자는 미국 태생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였다

(주2) 실제로 미국의 직장 중에서 원거리 통근자들을 위해 주5일 근무 대신에 좀 더 많은 근로시간 동안 일하고 하루를 줄이는 주4일제 근무를 실시하는 기업도 있다고 하는데 그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미국 노동계급의 자동차, 그리고 석유 의존성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는 하나이 실례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