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 사태는 네오콘의 무모한 도전?

이번에 벌어진 러시아와 그루지야 간의 참혹한 전쟁에서 미국은 어떠한 역할을 하였을까? 미국을 제국주의 국가라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당연히 미국이 그루지야를 부추겨 지역분쟁을 조장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일단 곤돌리자 라이스는 이러한 세간의 추측을 부정하고 있다. 오히려 미행정부의 한 소스는 그녀가 7월 그루지야의 사카쉬빌리 대통령에게 러시아를 자극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워싱턴DC의 아메리칸 대학에서 역사학 교수로 재직 중인 알란 J 리히트만(Allan J. Lichtman)은 Common Dreams 에 기고한 글을 통해 현 상황을 지난 1956년의 헝가리 사태와 비유하면서(주1)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존 매케인을 그루지야 정부의 ‘선동자(Agent Provocateur)’로 지목하였다. 그는 자신의 이런 주장에 대한 근거로 매케인이 외교정책자문으로 두었던 랜디 슈네먼(Randy Scheunemann)의 존재를 들고 있다.(주2)

리히트만의 설명에 따르면 슈네먼은 그루지야 정부를 위해 일하던 로비스트였다. 또한 슈네먼은 지난 4월 17일 매케인과 그루지야의 대통령인 미하일 사카쉬빌리와의 전화통화를 주선하였다. 리히트만은 매케인이 왜 그루지야의 로비스트가 그의 캠프에 머물렀는지, 그리고 사카쉬빌리와의 통화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리히트만은 최근 러시아에 대한 매케인의 일련의 강경자세(주3) 와 그로 인한 부수적인 이익 – 우익들의 총집결, 그리고 이로 인한 표심 확보 – 등의 현재 상황에서 이미 그가 어떤 입장이었을 것인가에 대한 심증을 충분히 제시하고 있다.

한편 여러 매체에서 외신기자로 활동하였던 저널리스트 에릭 마르골리스(Eric Margolis)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사카쉬빌리의 남오세아티아 침공 계획의 뒤에는 워싱턴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대대 수준의 병력과 함께 배속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고문이 그루지야 군대를 훈련시키고 무장시켰다(The Georgian Army was trained and equipped by US and Israeli military advisors stationed with its troops down to battalion level)”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그는 CIA와 모사드가 티빌리시에서 중요한 정부기관을 운영하였고 사카쉬빌리와 협조관계에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주장들은 다음과 같은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즉 사카쉬빌리가 허파에 잔뜩 바람이 들어 남오세아티아를 공격하게 만든 이가 매케인이든 아니면 CIA, 또는 그 뒤에 있는 더 거대한 세력이든 간에 구소련 지역에서의 분쟁은 미국의 세계경찰로서의 위치를 새로이 부각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고, 이로 인해 결국 다시 미국은 애국주의적 분위기의 고양, 군산복합체의 존재의의 강화, 결과적으로 공화당의 연승 등의 나머지 세계 사람들이 바라지 않는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네오콘의 그루지야 배후설을 막연한 음모론으로만 치부할 수도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걱정되는 것은 그러한 시도가 – 만약 사실이라면 – 이전의 이라크 침공이나 현재의 이란에 대한 도발과 달리 매우 위험한 도박이라는 사실이다. 러시아는 이라크처럼 공갈빵이 아니다. 여하한의 경우 ‘분명하고도 현존하는 위협’이다. 그들은 석유를 통해 부를 쌓아가고 있고 여전히 막대한 숫자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강국이다. 그리고 그들의 이해관계가 결부된 사안에 대해서는 이번 사태에서 보는 것처럼 직접적인 행동에 거리낌 없이 나선다. 그런 면에서 미국 우익이 새로운 ‘가상의’ 적을 만들어 국면전환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명백한 오류다. 러시아는 미국에 대해 ‘실재의’ 적이 될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주1) 최근에야 공개된 미행정부의 문서에 따르면 “CIA의 꼭두각시였던 래디오프리유럽은 헝가리의 저항세력이 미국정부가 채 준비도 하지 않고 있던 도움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할만한 근거를 제공하는 방송을 해댔다(Radio Free Europe, a puppet of the CIA, beamed broadcasts into Hungary which gave the revolutionaries reason to believe that they could expect aid from the United States – aid that the administration was unprepared to provide)”고 한다.

(주2) 매케인과 슈네먼의 관계, 그리고 매케인의 대외정책의 입장에 대한 조선일보의 분석

(주3) 매케인은 러시아를 또다시 막아야 할 ‘복수의 화신’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3 thoughts on “그루지야 사태는 네오콘의 무모한 도전?

  1. foog

    “부시 대통령은 그루지야는 “다른 국가들이 자유의 축복을 실현하도록 도와주기 위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에 군대를 파견했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의 주요 재향 군인회인 해외참전용사회(VFW)에 참석해 행한 연설에서 “그루지야는 전세계에 걸쳐 자유를 지지했다. 이제 세계는 그루지야의 자유를 지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http://issue.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8/22/20080822003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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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oog

    “바샤르 알 아사드(Assad) 시리아 대통령은 21일 러시아 소치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Medvedev)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갖고 “러시아의 미사일 기지를 시리아에 유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기지를 수용하는 협정에 서명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아사드 대통령은 “러시아의 군사 행동은 그루지야의 도발에 따른 정당한 조치”이며 “이스라엘이 그루지야에 군사 지원을 한 사실이 드러난 이상 시리아와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막을 명분은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2000년 이후 그루지야에 무인 정찰기·로켓·야간 투시경 등 2억달러(약 2096억원)어치의 무기와 장비를 판매했다.”
    http://issue.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8/22/200808220037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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