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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가스, 또 하나의 거품인가?

한때 남미 사회주의 블록의 구세주였던 베네수엘라가 오늘날 저런 무정부 상태의 국가가 된 이유가 뭘까? 정치 사회적으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저유가를 빼놓을 수 없다. 베네수엘라는 다른 산유국의 원유에 비해 높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 탓에 저유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경제 상황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하여왔다. 그렇다면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저유가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을까? 한동안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라는 표현이 일종의 상식처럼 자리 잡았었는데 말이다.

그 비결은 바로 ‘Fracking Miracle(수압파쇄 기적)’에 있다. 고압의 액체를 이용하여 광석을 파쇄하는 채광 방법인 프래킹이 유전에 적용되면서 주요 산유국들은, 그중에서도 특히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괄목할 만큼 늘어 왔다. 2016년 현재 미국에서의 원유 생산량 중 프래킹 기술에 의한 생산량이 51%를 차지하는 기적이 달성된 것이다. 25년 전 이 기술로 생산되는 원유는 전혀 없었다. 따라서 이 기술이 대규모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프래킹 기적은 멈출 생각이 없을 것이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증가 추이(출처)

이 기적은 미국과 주변 정세를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프래킹 기술에 의해 생산되는 셰일가스 덕분에 미국은 경제 호황을 누리며 금융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더불어 ‘눈엣가시’와 같은 반미(反美) 성향 산유국들의 목덜미를 붙잡고 흔들 수 있게 되었다. 한편, 25년 전에는 적용도 하지 않던 프래킹 기술이 어떻게 오늘날 주류로 자리 잡게 됐을까? 무엇보다 기술적인 진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바로 프래킹 업체들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돈을 대주는 금융시장의 존재를 들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전통적인 IB 금융으로 자금을 조달했던 프래킹 비즈니스가 사실은 벤처 투자적 성격이 있었는데, 서서히 이제 그 한계가 드러나고 있어서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레버리지를 일으켜 자금을 조달한 많은 업체가 중기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저유가 및 최근의 금리상승 기조와 이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자르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또 금융회사는 더 높은 금융비용을 요구하며 추가 대출의 창구가 사라지고 있다.

요컨대, 신기술에 의한 원유 생산 증가 덕분에 미국 경제는 호황을 즐겼고, 나머지 산유국은 경제 불황에 시달려 왔던 것이 에너지 시장의 상황이다. 그런데 그러한 과잉공급을 통한 저유가는 서서히 지속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곧 그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심지어 프래킹 업체는 과잉 공급을 방지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를 태워 없애버리고 있다고 한다. 이는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무정부적 시장경제의 폐해를 고스란히 에너지 시장에서 재연하고 있다.

결국 흥미롭게도 이러한 상황은 금융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을 닮아있다. 거칠 것 없는 낙관주의, 높은 기대인플레이션, 금융시장의 과잉 유동성 등, 그리고 가격 하락과 높은 레버리지로 인한 채무자의 지급능력 상실. 다만 전국적 규모의 주택시장과 달리 한정적인 시장이라는 점에서 그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 다루는 상품이 원유라는 점에서 의외로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는 결국 또 한 번 반복하는 것일까? 희극이길 바라지만.

“대량의 중앙은행 언와인드(great central bank unwind)”

Fed가 다음달 4조5천억 달러에 달하는 그들의 재무상태표를 줄이기 시작하기로 하면서 도이치뱅크는 이번 주 그들이 “대량의 중앙은행 언와인드(great central bank unwind)”1라고 부르는 이 조치가 다음 금융위기를 초래할 몇몇의 후보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략] 언와인드에 관해 Fed는 예상한 것처럼 10월에 그들의 재무상태표를 서서히 줄여가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재무상태표는 장기 이자율을 내리고, 위험자산에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투자를 촉진하고, 위기로 인해 고통 받는 경제를 떠받치기 위한 목적의 공격적인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결과로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였다. [중략] 도이치뱅크의 분석가들은 투자자들이 중앙은행의 재무상태표 규모와 소위 양적완화 프로그램에 수반되었던 효과적인 화폐 발행의 범위에 대해 시큰둥해하기만 할지 의문스러워했다.[How the ‘great central bank unwind’ could ignite the next financial crisis]

금융위기 당시 정부가 했던 조치 중 가장 황당한 조치를 꼽으라면 중앙은행의 채권 직매입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역할을 시장의 조성자로 국한하여야 할 중앙은행이 끝내는 직접 시장 그 자체가 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MBS의 매입은 더욱 놀라웠는데, 패니메와 같은 정부보증기관이 보증 또는 발행한 채권을 정부나 다름없는 Fed가 다시 사주는 자금흐름을 보면 ‘과연 이게 자본주의 경제가 맞나’하는 의문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큰 시장의 상품 공급자가 모두 사실상의 정부라면 시장경제라 부르기에 민망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MBS는 장기국채와 함께 Fed의 재무상태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산이 됐다. 그 덕에 Fed는 가장 돈 많이 버는 은행이 되기도 했었다. 시장금리도 낮게 유지가 됐다. 그래서 Fed는 이제 경제가 정상화되어가고 있고, 이에 따라 자신의 비정상 자산을 정상화시킬 때가 도래했다고 여기는 것 같다. 실제로 투자자들의 위험 감수 열기도 고조되고 있는 듯 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저신용 기업이나 사모펀드가 고금리로 빌려 쓰는 레버리지드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2 하이일드 채권 거래도 폭증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인용문에서의 분석가의 우려대로 상황이 녹록치 않다. 레버리지론과 하이일드 채권 거래의 폭증은 Fed의 채권매입을 통한 금리 안정화라는 전제 하에 가능한 투자행위였다. Fed가 이제 시장이 정상화됐으니 자신의 자산도 정상화시키겠다고 결정한 것은 자신의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 Fed의 현재 자산은 미국 GDP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런 규모의 자산이 시중에 풀린다면 채권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상화된 시장이 사상누각임을 확인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Fed도 이런 우려를 알고 있는 듯 채권을 한꺼번에 매각하는 방식 대신 만기도래 채권을 재매입하지 않고 상환 받는 방식을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의 반응은 아직까지는 미온적인 편인데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방침은 아직도 여전하기 때문인 것도 한 몫 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동안의 매입 프로그램이 유례가 없었듯이 이번 조치 역시 유례가 없기 때문에 그 여파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 조치가 경제의 어떤 티핑포인트를 건드린다면 도이치뱅크의 우려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점이 비관적인 시나리오다.

한편 Fed 자산 축소가 하필 지금 시점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관점으로 보자면 Fed의 결정은 다소 정치적 판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 정부는 오바마의 QE정책과 이를 통해 낮은 금리를 향유하며 정부부채를 끌어다 썼던 오바마 정부를 좋아하지 않는 공화당 정부다.3 게다가 얼마 전에 美정부의 또 다른 권력자 이방카가 옐렌을 만났다.4 물론 탁 까놓고 말하자면 늘 경제는 정치적이었다. Fed의 사상 최대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은 면밀한 경제성 분석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정치적 임시방편이었고 그 자산의 언와인드도 또 다른 정치적 고려로 여겨진다.

요즘 PE시장의 한 풍경

프라이빗에쿼티들은 최근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채권자 준수조항(covenants)을 제거하는 등 활황세(buoyant) 시장의 이점을 활용하고 있다. “계속해서 많은 준수조항을 지워버리려는 시도가 있고 이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Amundi Smith Breeden의 하이일드 부서장 Ken Monaghan의 발언이다. 펀드매니저들은 특히 소위 add back 혹은 조정(adjustments)라 불리는 것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기업들은 더 우량한 것처럼 보이게 된다. 조정에는 소득에 예상 비용 절감을 추가하는 것까지도 포함되는데, 그것들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음에도 기업의 부채부담이 더 감내 가능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Wall Street watchdogs sound alarm over risky bank lending]

트럼프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미국의 주가가 전례 없이 오르는 것을 거론하며 자화자찬하고 있는데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러한 장세가 여전한 과잉유동성 때문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1 그리고 그들의 보도에 따르면 이런 과잉유동성 탓에 – 또는 덕분에 – 프라이빗에쿼티 참여자들은 기업을 사냥하기 위한 탄알을 두둑하게 챙겨둘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투자자들은 투자처가 마땅하지 않은지라2 과거에 당연히 요구하던 많은 채권계약상의 준수조항을 면제해주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면 예측컨대 PE가 인수하는 기업들의 재무제표는 실제보다 더 좋게 보이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세컨더리마켓에서 윤색된 재무제표에 현혹된 더 많은 투자자들이 PE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을 연출할 것이다. 사실 투자기관의 실무담당자에게 중요한 것은 수익성 그 자체보다 윤색된 예상수익성일 때가 많으니까. 그리고 항상 이런 버블 장세에 대한 우려가 있어왔지만, – 소수에 의해서든 다수에 의해서든 – 늘 그렇듯이 버블이 터지기 전까지는 많은 이들이 이를 애써 무시하고 지낼 것이다.

블록체인이 창조해낼 미래형 자본주의

비트코인(Bitcoin)과 다른 가상화폐들이 다른 어떤 것과도 비슷하지 않다면 그것들은 무엇인가? 가장 적절한 비유는 아마도 1990년대 불었던 인터넷과 닷컴 붐일 것 같다. 인터넷처럼 가상화폐 역시 혁신과 그것을 통한 그 이상을 내포하고 있다. 그것들은 어떻게 은행과 같은 말하자면 책임지는 주체가 없이 공공의 데이터베이스(“블록체인”)를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자체적인 실험이다. 예를 들어 그루지야는 정부기록을 보호하기 위해 그 기술을 쓰고 있다. 그리고 블록체인은 또 다른 실험들의 플랫폼이 되고 있다. 이더리움(Ethereum)을 예로 들자. 그것을 통해 우리는 비디오 게임에서부터 온라인 시장에 이르기까지의 온갖 프로젝트가 이 프로젝트들 내에서 거래되고 사용될 수 있는 토큰 – 필수적으로 사적인 금전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한 ICO(initial coin offerings)들이 주의 깊게 관리돼야 하지만, 그것들을 통해 발명을 촉진할 수 있다. 팬들은 이를 통해 아마존과 페이스북과 같은 과점 체제의 기술 거인들을 겨냥하는 신생기업들을 흥하게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What if the bitcoin bubble bursts?]

비트코인의 폭등세가 연일 계속되면서 사람들이 ‘도대체 비트코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다.1 개인적으로는 2년여쯤 전에 비트코인을 구입하여 지갑에도 담아보고 그 동전으로 외국 업체에 서비스 사용료를 지불해보기도 했지만, 정확히 어떤 원리로 구현되는지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2 “비트코인의 창시자가 일본인이다”, “사이버 채굴을 통해 돈이 모아진다”3, “일종의 암호통화(cryptocurrency)다”라는 사이버펑크스러운 소리만 들어도 머릿속은 혼란스러워진다. 그리고 “블록체인”이라는 개념을 접하게 되면 ‘이건 작정하고 진지하게 네트워크 공부를 하지 않고서는 기초개념조차 파악이 쉽지 않겠구나’하는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어쨌든 능력이 안 되는 머리를 쥐어짜서 이 글에서 그 개념에 대한 윤곽만 잡아보자면 “블록체인”은 “블록”과 “체인”의 합성어다. 개별 블록들이 체인으로 이어져있다는 의미인데, 결국 데이터베이스가 통상적인 서버처럼 중앙서버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분산되어 있고 그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이다. 그리고 몇 년 전에 유행했던 개념인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더 나아가 P2P식으로 분산된 모델로 만들어진 거대한 거래장부를 “블록체인”으로 보는 편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이 블록체인에 기록된 정보는 일방향으로 암호화되어있어 타인이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뛰어난 익명성과 보안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또 이더리움은 무엇인가?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둔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또는 프로그래밍 언어다. 인용문에서 서술하고 있는 것처럼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이더리움을 통해 조성된 사이버 환경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 대부분에 자금이 소요될 것인데, 우리는 이 자금을 비트코인과 같은 토큰이 암호화폐를 활용한 ICO라 이름붙여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조달할 것이다. 이 자금은 IPO(initial public offering)와 달리 자금의 소유주를 특정할 수 없다. 그리고 IPO처럼 자금조달을 규제할 수 있는 정부규제도 없을 것이다. 소유주도 규제도 없는 스타트업이 탄생한다는 의미다.

최초의 ICO는 2013년 Mastercoin에서 활용됐다. 이후 ICO의 인기는 치솟아 새로운 웹브라우저 프로젝트인 Brave의 ICO는 30초 만에 3천5백만 달러를 모았다. ICO는 IPO와 달리 투자회수가 훨씬 쉽다. 그들은 언제든 투자지분을 암호통화에서 법정통화로 환전하여 회수할 수 있다.4 개인적으로 흥미 있는 부분은 투자자의 익명성이다.5 이 시장이 앞으로 유의미할 정도로 성장하면 이제 자본주의 체제가 지니는 전통적인 자본가의 의미는 포스트모더니즘적으로 해체되는 체제가 될지도 모른다. 단일 자본가에서 주식회사, 그리고 LBO 펀드 등으로 끊임없이 질적으로 변해왔던 자본주의 기업이 익명의 사이버 자본가 연합으로 변신하게 되는 것이다.

블록체인이 주류기술이 되지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어쨌든 금융 시스템은 이미 질적인 전환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은 튤립도 금(金)도 아닌 다른 어떤 새로운 개념이다. 그리고 블록체인과 이를 활용한 이더리움 등은 또 다른 새로운 형태의 무엇인가로 진화할 것이다. ICO가 좀 더 일상화되면 각국은 자금세탁방지 등 익명화 방지수단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갈수록 초현실적이고 반(反)물질적으로 진화해가는 금융시장을 개별정부 혹은 국제금융기구 등이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것인지, 또는 노동자는 앞으로 쟁의를 할 때 어떤 자본가에 대항해야 할 것인지 등에 상상을 하다보면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전 세계 노동자가 단결하는 동안 전 세계 자본가는 분산되고 있는 것인가?

엑셀 오류가 낳은 비극적(?) 상황에 대하여

서울국제금융센터는 2012년에 서울특별시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
By Bohao Zhao, CC BY 3.0, 링크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IFC를 인수한 브룩필드 프로퍼티 파트너스가 매입 당시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삼정KPMG에 맡긴 실사 보고서의 오류가 뒤늦게 발견돼 투자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중략]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5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임대차 계약을 맺은 홍보대행사 마콜은 현대 IFC2빌딩 16층에서 1,329m2와 222m2로 두 개 공간을 나눠 사용하고 있는데 삼정KPMG는 마콜의 임차 면적을 실제 보다 약 20~30배 가까이 크게 계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금융 업계 관계자는 [중략] “컨설팅 업체에서 엑셀로 계산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으며,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일”이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여의도 IFC 투자자들, 가치평가 오류에 패닉]

재밌는 기사가 있어 소개한다. 여의도IFC는 3개의 프라임 오피스 빌딩과 복합쇼핑몰 IFC몰, 5성급 호텔인 콘래드 서울로 이뤄져 있고, 지난 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라 할 수 있는 2조5천억 원 수준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진 매머드급 자산이다. 이명박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AIG에게 99년 임차권이라는 특혜를 주며 AIG에게 개발을 독려하였고, 이후 한동안 공실률이 높아 여의도 오피스 시장의 착시현상을 부추기던 자산이라는 눈총도 받은 바 있는 여러 구설수에 올랐던 자산이기도 하다.

인용기사를 보면 에쿼티 투자자로 보이는 브룩필드 프로퍼티 파트너스가 선·중순위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한 실사보고서에 하자가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 실사보고서라 함은 영어로 Due Diligence라 표현하며 투자자들에게 매입자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기초자료라 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기술, 법률, 수요, 세금 등 각종 사업위험에 대한 타당성 분석을 제공하는 종합적인 검토보고서라 할 수 있으며 통상 기사에 언급한 삼정KPMG와 같은 회계·컨설팅 업체가 보고서의 취합을 책임진다.

오류가 발견된 부분은 여러 타당성 중에서 수요에 관한 부분이다. 회계 혹은 재무모델 담당자는 예상매출과 예상비용이 입력된 예상재무제표를 만들어 현금흐름 분석모델을 만들어 예상영업수익과 예상수익률 등을 계산하여 투자자들에게 제공한다. 그 과정에서 수요의 예측은 모든 개발 사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가장 꼼꼼하게 따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러한 예측수요를 과대 추정하는 오류가 발견됐다면 투자를 유치하려는 이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주는 일인 셈이다.

과대 추정한 임차면적은 사실 연면적 50만5236㎡에 달하는 IFC의 전체 면적에 비해서는 그리 크지 않은 비중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이러한 엑셀 오류가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일”일 정도로 극히 드문 일도 아니다. 다만 거래의 규모 등으로 인한 화제성을 비추어 볼 때 브룩필드나 삼정KPMG에게 무척 곤혹스러운 일임은 분명하다. 더구나 이렇게 기사화까지 됐다는 것은 분명 내외부에 시기하는 적이 있다는 정황도 있다. 사업 리스크 중에 거론되지는 않지만, 바로 “실무담당자 리스크”가 발생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컨설팅 오류가 발생하면 엄청난 손실이 아니라면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확실히 클레임을 걸어 손해를 배상하게 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브룩필드가 삼정KPMG 등에게 클레임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삼정은 명성에 오점을 남기는 것 뿐 아니라 금전적 손해를 입을 지도 모르겠다. 타당성 분석기법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엑셀이 한편으로는 편리한 만큼이나 치명적인 흉기로 둔갑할 수도 있다는 한 사례로 기록될 만 하다.

리만 브라더스가 망한 진짜 이유?

나는 왜 리만이 무너졌는지에 대해 관심이 있었습니다. Fed는 그 일이 정치적인 것이 아니며 모럴해저드에 관해서 그들이 어떤 조치를 하려던 것이 아니라, 리만이 생존을 위한 차입에 충분한 담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돈을 빌려주는 것은 합법적이지 않았다고 나에게 분명히 말했습니다. [중략] 그들이 나눴던 대화에 대해서는 엄청난 기록이 있는데 담보 이슈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습니다. 벤 버냉키가 금융위기 조사위원회에서 증언하길, 뉴욕Fed의 사람들이 충분한 담보가 없었다고 결정했다고 말했고, 그들은 그에게 공청회와 이어지는 편지에서 계속 상세한 사항을 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누가 분석을 했으며, 그들이 얼마 정도의 담보를 가졌는지 또는 가지지 못했는지에 대해서요. 하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논리적인 결론은 그들은 그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중략] 왜 그런 결정이 이루어졌는지 이해하려면 누가 그 결정을 내렸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견으로 그 결정을 내린 이는 재무부 장관이었던 행크 폴슨입니다. [중략] 현재의 규정인 도드-프랭크 법에서는 재무부가 Fed의 대출을 허가해야 합니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그런 법은 없었습니다. [중략] 헨리 폴슨이 정치에 매우 민감했다는 것은 분명하죠. 베어 스턴스의 구제 당시 엄청난 정치적 반발이 있었고요. 그리고 폴슨이 “내가 미스터 금융구제가 될 순 없어.”라고 말했던 것은 널리 인용되기도 했습니다.[Could the Fed Have Rescued Lehman Brothers? Q&A with Laurence Ball]

왜 금융위기 당시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리만브라더스가 무너졌는가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논쟁이 되고 있다. 이 블로그에서도 당사자들의 회고록이나 언론보도 등에서 드러난 당시 정황에 대해서 몇 번 이야기한 적이 있을 정도로 많이들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다. 그리고 그 이슈에 관해 로렌스 볼(Lawrence Ball) 존스 홉킨스 대학 교수가 집요하게 파고들어 218페이지에 달하는 논문을 냈다고 한다. 위 인용문은 로렌스 교수와의 인터뷰의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요컨대 ▲ 리만의 담보가 충분치 않았다는 Fed의 증언은 사실이 아니다 ▲ 구제 포기라는 결정은 정치적 결정이다 ▲ 그 결정을 내린 이는 합법적 결정 주체가 아닌 행크 폴슨이다 등이다.

로렌스 교수는 폴슨이 골드만삭스에서 일했기 때문에 경쟁자인 리만을 돕기를 꺼렸다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내가 읽었던 여러 책에서도 볼 수 있듯 폴슨은 민간 금융기업의 리만 인수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도 했다.1 다만 교수는 정치적 반발에 민감했던 폴슨이 “미스터 구제금융”이란 별명으로 역사에 남는 것을 원치 않았고, 리만의 도산에 따른 결과를 과소평가했다는 정도로 그의 행동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그 결과는 상상이상으로 심각했고 이 후유증으로 AIG나 다른 금융기관의 구제금융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게 되는 트라우마가 되고 말았다. 결국 리만의 도산은 가보지 않은 길을 걸었던 이들에 의한 좌충우돌일 뿐이었다.

결국 이러한 미증유의 금융위기를 통해 알게 된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 로렌스 교수도 지적하고 있다시피 – 아무리 당사자들이 그렇게 주장할 지라도 중앙은행은 정부로부터 정치적으로 독립적이지도, 투명하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Fed의 입장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중 하나였던 금융기관에 대한 구제금융이 결국 재무부 장관의 판단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은2 어쩌면 정부가 발행하는 화폐가 실은 이자를 내지 않는 정부채권일 뿐이라는 사실 만큼이나 명백하면서도 자주 간과되고 있는 진실일 뿐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로부터 허울 좋은 자주성을 획득하고 있는 Fed는 여태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정부의 정치적 의지에 따라 행동할 것이다. 그래서 두 기관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요컨대, Fed는 아무런 부작용 없이(없어질 일자리와 팔릴 Fed빌딩을 제외하고는) 내일이라도 재무부와 합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연방정부의 대차대조표의 통합관리가 가능하고 재무부는 Fed가 없던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화폐를 직접 발행할 수 있다. 현재의 지불기술 때문에 실무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美화폐의 과잉발행의 우려는 없다. 과잉발행을 더 방지하기 위해서, 의회가 美화폐를 이자부 재무부채권으로 전환할 수 있는 법으로 명시된 보증을 부여할 수도 있다.[출처]

LBO 단상

폴린 카터라는 여성이 남긴 유산에서도 이런 사례를 잘 알 수 있다. 그녀는 레이놀즈의 식당에서 30년 가까이 일했다. 비록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주급 12달러밖에 벌지 못했지만, 이 얼마 되지 않는 벌이 가운데 일부를 떼어 종업원을 위한 레이놀즈 ‘A’ 주식을 샀다. [중략] 그러다가 회사가 KKR에 팔리자 카터는 분통을 터트렸다. 회사는 어떻게 되고 또 자기가 가지고 있는 주식은 어떻게 될까 걱정이 되어 거의 정신이 나갈 정도였다고 조카는 증언한다. [중략] 커터는 그동안 RJR 주식을 4만 2,500주를 모아두고 있었다. 카터에게 떨어진 돈은 세금을 빼고도 300만 달러였다. 카터는 그 뒤로도 계속 검소하게 살다가 2000년, 사망하기 직전에 270만 달러를 윈스턴살렘 재단에 기부했다.[문 앞의 야만인들, 브라이언 버로/존 헤일러 지음, 이경식 옮김, 크림슨, 2009년, pp906~907]

1980년대 M&A 열풍이 월스트리트를 휩쓸던 당시 역대 가장 큰 M&A 거래가 됐던 RJR 내비스코 거래에 관한 책인 ‘문 앞의 야만인들’의 대미를 장식하는 후기에 나오는 일화다. 비록 미국 자본주의 체제가 여느 경제보다 더 활발했고 그에 따라 주식의 손 바뀜이 잦았던 나라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노동윤리를 가진 노동자들은 이러한 세태와 상관없이 주식을 신주단지처럼 모시곤 했던 목.가.적.인 자본주의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일화라서 옮겨 적어 보았다. 거래가 이루어진 뒤 십 몇 년 동안 그 거래규모의 기록이 깨지지 않았던 엄청난 규모의 거래였던 지라 식당 종업원마저 300만 달러의 거금을 거머쥘 수 있었지만, 카터의 관심사는 그 액수가 아니라 자신이 신념처럼 믿고 있었던 직장의 견고한 존속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LBO라는 금융기법을 유명하게 만든 M&A 시장의 활성화는 인수기업을 카터와 같은 이의 소박한 꿈과는 거리가 먼 – 매드맥스 퓨리로드에서의 모래폭풍과도 같은 – 광풍이 휩쓸고 가는 난장판으로 –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 만들었다. 주식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소수의 주식을 소유하게 된 또는 전문경영인이었던 경영진은 기업이 거대화된 후 기업을 지키거나 기업가치의 재고를 위해 분투해야 했고, 이러한 요구를 금융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바로 LBO였다. LBO의 창시자들이 스스로를 MBO(Managed Buyout)라 불러주길 바랬듯이 LBO는 새로운 관리와 구조조정을 의미했다. 기득권, 비용초과, 관행 등이 관리의 대상이었는데,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기존 멤버들에게는 위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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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부인이 기업의 가치를 공유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방법은 바로 해당 기업의 주식 매입이다. 이 방법의 단점은 – 특히 외부인에게 있어 – 주식가치의 재고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는 것이 바로 LBO인데 주식을 아예 통으로 매입하여 스스로 가치 재고를 위한 대수술에 돌입한다는 것이 그들의 기본 프로세스였다. 이러한 수술 기간은 주식투자자에게 있어서는 영겁의 세월이나 다름없는 3~5년 정도였고 때로는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그리고 엄청난 성공으로 이어질 수도 패배로 이어질 수도 있는 확률게임이다. 어쨌든 통상의 주식 거래와는 비교가 안 되는 큰 규모의 거래인지라 투자은행, 변호사, 회계사 등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떡고물을 위해 주변에 몰려들었다.

몇몇 사람들에게 이 책이 다룬 이야기는 단지 RJR내비스코라는 한 회사가 몰락한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장차 미국 기업의 구석구석까지 스며들게 되는 ‘나도 한몫 챙겨야지’하는 풍조가 바야흐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심지어 한때 착실하던 회계 법인들의 회계사들도 자기들이 회계 감사 대상 회사를 감사하는 게 아니라 그저 고객 회사가 바라는 대로 모든 걸 맞춰주는 자신의 모습을 문득 발견하고 놀라기도 했다. 죽어가던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의 회장이던 폴 볼커는, 자기 회사 직원들이 ‘엔론’의 공범이 되었던 이유는 그런 회사들과 그 직원들이 누리는 엄청난 부를 부러워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같은 책, p908]

LBO의 역사를 살펴보면 성공사례도 많고 실패사례도 많다. 금융시장의 발달에 따라 이전과 같이 “안정적인” 경영권이 반드시 정의롭거나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만도 없는 세상이다. 하지만 엔론의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LBO 또는 사모펀드라는 소수 플레이어의 시장에서의 무규칙 플레이는 왕왕 기업의 발전과는 상관없는 – 당초 LBO의 이상향이기도 했었을 – 플레이어들의 초기 배당 잔치로 끝나 버리기도 한다. 길지 않은 우리의 사모펀드의 역사에서도 벌써 딜라이브와 같은 실패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많은 노동자들이 거리에서 시위에 나섰고 그 중 많은 이들이 생업의 현장을 떠났지만, 그 거래의 플레이어들은 과연 GP라는 이름에 걸맞은 책임을 졌을까? 사실 책임의 방식조차 룰로 자리 잡지 않은 시장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