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부동산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에 관한 영상 하나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는 이전의 ‘소비의 비대면화’를 넘어서 ‘노동의 비대면화’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 판단된다. 이번 사태로 인해 재택근무가 반강제적으로 활성화되며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의외로 재택근무로도 기업이 제법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기업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던 주5일제 노동이 당연시되듯 앞으로 ‘주3일 사무실 + 2일 재택 옵션’이 자연스러워 질지도 모른다.[비대면(非對面) 경제]

3년 전에 쓴 글이다. 우리나라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재택근무가 다시 사무실 근무로 자연스럽게 복귀하는 양상이지만, 이 영상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이는 직장 문화의 차이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요인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비대면 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상업용 부동산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양상이 지속되면 우리에게는 직접적으로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는 국내 금융투자자들의 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시금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안 슬기로운 언어생활에 반성이 없는 미디어

지난해 세입자가 집주인을 상대로 경매(집합건물)를 신청한 건수는 978건으로 2018년(375건·지지옥션)보다 2.6배 급증했다. 경매 전 단계인 임차권등기 건수도 역대 최대에 이르렀다. 요즘 법무법인엔 전세금 반환 소송을 상담하는 세입자로 넘쳐난다. 법도의 엄정숙 변호사는 “역전세를 당한 세입자 상담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갭투자한 집주인이 다른 자산이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냐고 묻는 유형이 가장 많다”고 했다. 최근 경매로 나온 주택은 90%가 빌라로 추정된다. 하반기부터는 전세금을 못 갚아 경매로 몰린 아파트가 쏟아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세입자도 집주인도 비명”… 갭투자는 어쩌다 갭거지가 됐나]

개인적으로 “갭투자”라는 표현을 처음 접한 것은 몇년전 읽었던 어느 부동산 경매 관련 서적에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책의 저자가 추구하는 전략은 빌라를 경매로 저가에 낙찰받아서 전세를 놓는 방식으로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보유 주택수를 늘려나가는 전략을 소개한 책이었다. 당시에는 빌라도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으므로 보유하고 있다가 집값이 오르면 팔아 시세차익을 얻는 전략 노하우를 소개하는 책이었다. 책 내용을 보자면 많은 경우 처지가 곤란한 기존 세입자가 있어 그가 어떻게 순탄하게 집을 비우게 하느냐가 주된 내용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나 온순하고 순진한 내용이었다. 최근 몇달 동안 화제가 되었던 “빌라왕”들의 행태를 보면 이보다 훨씬 체계적으로 폭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앞서의 책 내용처럼 차근차근 빌라를 “갭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바지사장”을 내세우고 악질 중개업자의 꼬임에 빠진 무지한 세입자의 전세금으로 – 때로는 HUG의 도움도 받아 – 아무런 “갭”도 없이 보유주택수를 늘려가는 대량생산 콘베어 벨트 방식을 채택하였다. 이 경우 “갭투자”라는 표현도 무색하고 말 그대로 부동산 사기 카르텔일 뿐이다.

다시 돌아가서 언젠가부터 미디어에서 성찰도 없이 쓰는 표현인 “갭투자”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미디어가 쓰는 성찰없이 즐겨 쓰는 각종 표현은 – “빚투”, “존버”, “영끌” – 간혹 복잡한 상황을 간단명료하게 표현해주는 기존 단어가 부족해서 쓰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미디어 종사자의 나태함으로 인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쓴 표현을 생각없이 가져다 쓰는 경우다. 이런 표현은 기사의 조회수가 생명인 현대 미디어 환경에서 특히 애용되고 있다. 자극적이고 친숙한(?!) 표현을 쓸수록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세입자의 보증금을 활용한 내집 마련이 일반화되었던 한국 사회에서 어떤 면에서는 주택구입자 상당수가 “갭투자자”였다. 그리고 집주인이 적당한 돈이 모이면 세입자 대신 실거주를 하며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누리다가 때가 되면 집을 팔아 시세차익을 얻는 것이 한국 중산층의 삶의 한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문제는 주택거래 방식이 점점 고도화되며 “갭투자”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는 개인이나 또는 “빌라왕”처럼 부동산 구입 방식이 순수투자 목적형 혹은 기업형으로 커나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며 시장참여자들이 주택을 애초에 사용가치와 상관없는 교환가치 그 자체만으로서 가치를 추구하면서 “갭투자”는 더 이상 “갭투자”로 애교스럽게 불러줄만한 행태가 아니게 되었다. 수많은 “재테크” 서적과 부동산 관련 유튜브 채널이 집을 어서 사라고 부추겼고 급기야 사기꾼들이 이런 상승장, 전세금보증제도, 그리고 순진한 세입자를 악용하여 “갭투자”를 악질 사기행위로 변질시켰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디어는 “갭투자”라는 용어 사용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채로 보도를 해대고 있다.

“영끌” 표현의 본질은 ‘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이 아니라 미래의 수익을 과하게 담보잡힌 행위다. “빚투” 표현의 본질은 “미투”처럼 ‘나도 레버리지 투자한다’가 아니라 빚으로 리스크를 감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갭투자” 표현의 본질은 ‘나는 매매가와 전세가의 갭 정도만 투자해서 집을 샀다’가 아니라 “영끌”과 “빚투”의 총체적 레버리지 투기와 전세가가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에 베팅한 것이다. 그 믿음이 전세가의 하락으로 무너지고 있는 지금 미디어는 스스로의 언어 생활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그런데 반성은 커녕 “갭투자”의 다음 버전 “갭거지”로 조회수 팔이에 나섰다.

김진태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의미는?

김진태가 그렇지 않아도 살얼음판이었던 금융시장에 곡괭이질을 해댔다. 극우정치인으로서 그간의 언행을 보면 그리 새로울 것도 없는 그의 행동이 채무변제에 대한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위치와 연계되는 순간, 그간의 언행과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금융당국은 수수방관하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는 주말에 부랴부랴 모여서 입바른 소리일 확률이 높은 ‘50조원+α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시장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은 것처럼 보이나 김진태의 망발은 사실 ‘울고 싶은데 뺨때리는 격’이어서 상황은 현재진행형이라 할 수 있다.

사태는 강원도가 레고랜드 개발을 위해 만든 출자기업 강원중도개발공사가 자금난을 겪자 김진태가 기업 회생 신청을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촉발되었다. 즉, 공사는 레고랜드 사업 관련 자금 조달을 위해 특수목적회사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하고 2천50억 원의 ABCP(Asset Backed Commercial Paper)를 자본시장에서 발행했다. 하지만 지난달 ABCP 차환 발행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지급 의무를 맡았던 강원도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최종 부도 처리됐다. 복잡한 단계이긴 하나 사실상 지자체가 보증을 선 채무가 상환되지 않자 시장에는 불신감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큰 혼란에 빠져들었다.

ABCP, 말 그대로 자산이 담보로 받쳐주고 있는 기업어음이다. 그렇다면 아이원제일차는 투자자에게 무엇을 담보로 제공하였을까? 정확한 구조는 모르지만, 아마도 레고랜드의 미래수익이 일차적인 담보였을 것이다. 통상 기업이 장기구매계약을 통해 미래매출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시점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ABCP를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 어려운 말로 “유동화 금융”이지만, 조금 더 직관적인 표현으로 급전(急錢)이다. 공사 역시 레고랜드 사업지연으로 자금난을 겪게 되자 유동화 회사를 설립하여 급전을 쓴 것이고 신용평가사는 도의 지급 보증을 믿고 해당 어음에 A1 등급을 매겼다.


개략적인 ABCP 발행구조

그렇다면 차주는 왜 장기의 안정적인 금융을 일으키지 않고 단기로 차환 발행의 위험이 높은 ABCP를 발행하는 것일까? 발행이 쉽기 때문이다. 미래수익을 담보로 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지자체가 보증을 서거나 또는 위치 좋은 부지를 담보로 제공하면 좋은 신용등급을 받아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단기자금이기에 금리도 더 저렴하다. 증권사도 이익이다. 그들 역시 내부적으로 단기금융이 가능하며 일단 CP를 총액인수한 후 투자자에게 수수료를 떼고 넘겨 위험을 최소화한다. 시장이 정상일 때는 모두가 행복한 비즈니스다. 이게 지난 몇 년 간 여의도 증권가에서 성행하던 패턴이다.

둔촌 주공아파트의 PF 사태도 마찬가지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총 1만2032가구 규모의 ‘올림픽파크포레온’을 짓는 이 사업은 조합과 시공사와의 갈등 등으로 인하여 사업이 지연되던 중 8월 기존 대주단이 7천억 원의 사업비 대출 만기 연장을 거부하며 자금 위기에 봉착한다. 이에 조합은 증권사를 통해 자산담보부단기채(ABSTB)를 발행했다. 이 역시 PF의 미래수익을 담보로 발행한 것이나 실상은 시공사의 지급보증이 가장 큰 담보였다. 그러나 그 채권 역시 차환발행에 실패하며 시공사가 자금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상황이 악화되었고, 일부 건설사는 자금난으로 유상증자를 하는 등의 사태가 빚어졌다.

두 사업의 공통점을 살펴보자. ▲ PF로 개발사업을 시작했고 ▲ 여건 악화로 자금난에 시달렸고 ▲ 지자체/시공사가 신용을 제공한 단기자금을 동원했고 ▲ 매크로 시장이 얼어붙으며 차환발행에 실패했다. ABCP, ABSTB 등 어려운 용어가 등장하지만, 원리는 간단하다. 금리가 저렴하고 조달이 쉬운 단기자금을 동원하여 차주는 위기를 모면하고 대주는 장단기금리차를 향유하는 금융업의 기본적인 이익추구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알다시피 1997년 외환위기의 주된 원인 중 하나는 대기업과 금융기관이 단기외채를 끌어와 마진을 더해 장기로 운용하여 수익을 올리다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며 시작된 것이다.

아파트와푸른하늘(AMJ).jpg
By , CC BY-SA 3.0, 링크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여의도 금융가에서 다시 이 방식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주식거래 등으로 큰 재미를 보지 못하던 일부 증권사들은 부동산개발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M증권 등이 이러한 식으로 재미를 보기 시작하자 증권사들이 너나없이 PF사업에 “브릿지”, “메자닌”, “ABCP” 등의 용어로 포장된 단기자금을 제공하거나 “총액인수”라는 또 다른 단기금융기법으로 큰돈을 벌게 되었다. 사업자와 은행 등 장기금융을 제공하는 금융기관 사이에 놓여있는 ‘그림자 금융’이다. 이제 문제는 이들이 제공한 신용이 얼마만한 규모이고 위기 상황에서 얼마만큼의 파급력을 가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상황은 긍정적 요소가 없다. 토지가격, 공사비, 금리 등 사업비 주요항목은 모두 이미 올랐거나 오를 일만 남은 반면, 분양가는 시장 악화로 인해 낮출 수밖에 없다. 사업성이 악화되는 것은 불가피하고 분양이 되지 않을 경우 자금위기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한 예로 최근 GS건설·SK에코플랜트는 경기 의왕시 ‘인덕원자이SK뷰’ 아파트의 일반분양 899가구 중 508가구의 미계약이 발생해 무순위청약으로 전환했다. 지난달 청약 당시 5.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단지의 실제 계약률이 43.5%에 그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업시행자, 금융기업, 건설사 모두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부동산PF 대출 현황을 파악하는 작업을 실시한다고 한다. 현재 부동산PF 대출 잔액을 올해 112조원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50조원+α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이 이러한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가 선행되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대형 증권사에 1조원 규모의 중소형 증권사 ABCP매입 전용 펀드를 조성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대통령은 그 와중에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이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발언했다. 지금 이 판의 가장 큰 수혜주는 “도덕적 해이”로 먹고사는 대기업들이다. 경알못 대통령이여.

작년 연말 “부동산 전문가”들이 예측한 올해 집값

뉴스핌이 부동산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2022년도 아파트 가격을 전망한 설문에서 80%(40명)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합을 예측한 비율은 18%(9명), 하락할 것이란 의견은 2%(1명)에 그쳤다. 전체 응답자 중 아파트값 상승률 3% 이상을 예상한 전문가가 44%(22명)로 가장 많았다. 5% 이상 오를 것이란 예상은 32%(16명)로 뒤를 이었고 10% 이상을 점친 전문가는 4%(2명)다. [중략] 집값 상승에 공급난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2021년 수도권 아파트의 1~10월 누적 준공물량은 11만6301가구로 전년동기(13만5620가구) 14.2% 감소했다. 5년 평균치와 비교해도 18.5% 줄었다. 특히 서울은 정비사업 규제로 분양시기를 미루는 사업장이 늘면서 8184가구에 그쳤다. 전년동기 대비 69.1% 급감한 물량이다.[대세하락? 전문가 80% “아파트값 더 오른다”, 2021년12월28일]

작년 연말 기사다. “부동산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올해 아파트 가격을 전망한 설문인데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 지금의 상황처럼 – 예측한 전문가는 단 1명이었다. 대다수 전문가는 가격 상승을 예측하며 그 이유로 공급난을 꼽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큰 폭으로 떨어진 아파트 가격은 신규 아파트 공급과는 거의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보다는 급격히 오른 가격에 대한 피로감과 금리 상승이 주요한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결국 실수요를 충족시켜주는 아파트 공급이 집값 안정의 키포인트라는 “전문가”들의 주장은 어쩌면 전문가들의 희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인용 기사에서 전문가들의 직업을 살펴보았다. 건설업체 14명, 금융권 7명, 교수 7명, 기타 부동산 관련 컨설팅, 분양회사, 거래 플랫폼 등으로 여겨지는 업체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건설업체와 금융권을 아파트 신규 공급으로부터 직간접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이들로 간주한다면 애초에 설문의 설계 자체에 조금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여겨질 만큼 비중이 높아 보인다. 비교적 객관적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여겨지는 교수는 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결국 그러다 보니 설문 결과가 – 실제로 그렇게 됐지만 – 자기 희망적 예언에 불과하게 된 것이다.

경제 예측은 어렵다. 한국의 아파트 가격 예측은 특히 어렵다. 그런 만큼 건설업체의 의견을 묻는 것은 실물경제 당사자가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정황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자동차를 보자. 아파트 정도는 아니지만, 중고차 시장이 형성될 정도로 거래가 원활한 상품을 자동차회사의 직원이 대다수인 전문가 풀에 중고 가격 추이를 묻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것은 시장의 복잡다단한 변수를 무시하는 처사다. 그런데도 부동산에서 이런 설문이 별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독자 중에 그 설문 결과에 공감할 욕망이 내재하여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불확실성

당신은 여러 해 동안 미국의 주택시장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위험의 불확실성을 무시하고 있다고 경고해왔습니다. 당신은 우리가 그것을 바로잡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네.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은 많은 이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2020년 미국에서는 기후 재앙이 16건 있었고 각각 10억 달러를 넘는 (어떤 것은 훨씬 더 초과하는) 손실을 초래했습니다. 2015년에서 2019년까지 평균적으로 13.8건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2020년 전의 40년 간 평균은 6.6건입니다. 더욱이 우리가 불과 몇 년 전에는 예측하지 못했던 리스크까지 목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올바르게도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해안가의 범람을 우려했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호우로 인한 강물의 범람이나 들불로 인한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다른 이슈 들 중에서도 우리는 사람들이 몇 세기동안 자연발화가 발생하는 회랑이라고 인식되어 오던 – 예를 들면 캘리포니아 – 지역들에 건설이나 재개발을 제한하는가의 여부라는 어려운 질문에 직면하지 않았었습니다. 그 대신에 캘리포니아에서 우리는 이러한 위험한 지역에서의 주택의 대항력을 보강하는 유틸리티를 요구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주정부는 보험사들이 화재보험을 시장가격 이하로 갱신할 것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유사하게 동부의 몇몇 곳에서는 민간보험사들이 오래 전에 주택소유자들의 홍수 리스크 시장에서 빠져나오고 있고 그 대신에 부보는 국립홍수보험프로그램에 의존하는 국영 에이전시가 많은 부분을 지원하는 프리미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Are We On the Verge of Another Financial Crisis?]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자연재해가 늘어나면서 이러한 재해가 주택의 유지비용을 상승시키고 결국에는 2008년과 같은 집값 폭락으로 인한 금융위기로 이어질 것이라 주장하는 하바드비즈니스스쿨 John Macomber 조교수와의 인터뷰다. 우리나라의 주택시장과는 여건이 많이 다른지라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미국의 금융시장 교란은 우리나라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라고 생각된다. 이미 우리의 눈앞에서 현실로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의 징후들은 날이 갈수록 그 정도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리고 인터뷰하는 이의 주장대로 이는 시장에서의 통상적인 선입견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것이라는 주장에도 공감이 가는 바가 있다.

재러드 쿠슈너는 어떻게 이념적 경직성에서 탈피하였는가?

그 대출 덕분에 쿠슈너의 회사는 매릴랜드와 버지니아에서 수천 채의 아파트를 퍼 담을 수 있었는데, 이 거래는 10년 동안의 업계에서의 최대의 구매량이었다. 블룸버그에서 처음 보도한 이 거래는 프레디맥에게 있어서도 역사상 가장 큰 거래였다. [중략] 쿠슈너의 변호사는 재러드가 회사의 의사결정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략] 프레디맥은 2019년 8월 이 16건의 대출을 채권으로 묶어서 투자자들에게 팔았다. [중략] 쿠슈너 가족의 회사는 이 대출을 통해 유사한 다른 통상적인 대출보다 더 낮은 월 금리와 더 많은 대출금액을 얻어낼 수 있었다. [중략] 트럼프 정부가 이러한 의사결정에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 그러나 프레디맥은 연방주택금융청의 수장이 오바마 행정부의 피지정인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前 수석경제자문이었던 마크 칼브리아로 바뀐 그 순간에 대출 승인에 착수했다.[The Kushners’ Freddie Mac Loan Wasn’t Just Massive. It Came With Unusually Good Terms, Too.]

회사 설립 이후 상당기간 동안 정부보증기관(GSE; government-sponsored enterprise)이라는 독특한 지위를 가진 민간회사로 미국 주택시장에서 금융기관의 역할을 영위해왔던 프레디맥과 패니메는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인한 금융위기의 중심이 되어 회사가 망할 지경에 이르게 되었지만, 당시 막대한 정부자금을 투여 받은 “법정관리(Conservatorship)” 회사로 사실상의 국유기업이 되어 여전히 미국 주택금융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1 그런데 이러한 두 기업 중 프레디맥이 이방카 트럼프의 남편인 재라드 쿠슈너의 회사에 엄청난 규모의 대출을 실행하여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을 현재 몇몇 정치인과 매스미디어가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들 회사의 독특한 지위로 인해 회사는 사실 시장경제를 지고지순의 가치로 여기는 – 여긴다고 여겨지는 – 미국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종종 이념적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예를 들어 공화당의 짐 버닝 상원의원은 두 회사의 구제금융 계획을 듣고 “미국에서 사회주의는 여전히 살아 있고 훌륭하게 기능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린바 있다. 또한 Cato Institute는 Fannie and Freddie: Socialist from the Start라는 글에서 두 회사가 시작부터 사회주의적인 것이었고 사기업이었던 적도 없거니와, 2007년 금융위기는 ‘시장의 실패’가 아닌 ‘정부의 실패’라고 비난한바 있다. 아마도 이들에게 국유기업은 곧 사회주의고 금융위기는 시장에 정부가 개입했기 때문이라는 논리일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이러한 순수한 이념적 기준에 따라 집권 후 두 회사의 소유권을 바로 민간에게 넘겼던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는 크게 기술적 이유와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 본다. 기술적 난제는 GSEs가 발행하는 MBS가 이제 민간이 아닌 정부의 비즈니스가 됐다는 점이다. 현재 MBS의 최대 인수자는 연방준비제도다. 2 금융위기 이전 MBS를 사들였던 월가는 더 이상 그럴 여력이 없다. 그리하여 전 세계에서 미국채 다음으로 큰 채권시장인 미국 MBS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더더욱 민간자본이 통제할 수 없는 – 통제할 이유도 없는 –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요하는 비즈니스가 됐다.3 그리고 트럼프가 GSEs를 사유화하지 않는 정치적 이유는 이런 기술적 난제에서 출발한다.


정상적인 시장에서 MBS가 유통되는 모습

GSEs를 사유화하여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면 트럼프가 이를 놓쳤을 리 없다. 하지만 그는 집권 후 한동안 두 회사의 “법정관리” 탈출에 무관심했다가 겨우 취근에야 IPO 로드맵에 시동을 걸었다. 어쨌든 그런 시도도 다시 팬데믹으로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지만, 트럼프 일가는 그런 시장의 “정상화”를 택하기 보다는 두 회사가 국유화 상태에 있고 또 트럼프 일가가 정부의 권력층인 이 시기에 회사의 곳간을 털어먹기로 작정한 듯하다. 두 회사를 사유화하기보다는 정부를 사유화하는 편이 기술적으로 더 간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우익정권이 그래왔듯 권력을 잡은 우익 트럼프 일가는 이념적인 순수성보다는 경제적인 실리를 추구하기로 맘먹고 프레디맥을 사유화한 것이다.4

따라서 분명하게 미합중국을 개인 자산으로 취하려는 트럼프 일가와 그의 집사들의 – 그리고 백만장자들이 여기에 편승하려는 – 노골적인 프로젝트는 저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진지한 반부패 개혁을 자발적으로 수행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당신은 오직 월스트리트의 친구들이 어떻게 각 선거진영을 에워쌓았는지를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 [중략] 그들을 정신차리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그들을 뽑아라. 그리고 더더욱 만만치 않은 것이지만, 그들이 사무실에서 집무를 시작하고 의미 있는 개혁을 위한 미래의 장기전에 긴장을 유지하도록 하여야 한다.[How Corruption is Becoming America’s Operating System]

어떤 의미에서 나는 “미국에서 사회주의는 훌륭하게 기능하고 있다”라는 짐 버닝 의원의 발언에 공감한다.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상품 중 하나가 국유기업이 생산하고 중앙은행이 소비하는 시스템을 자본주의라고 부르기에는 좀 어색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 시스템이 경제 선순환적으로 작동한다면 우리는 굳이 이념적 경직성에 매달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더 주의를 기울어야 할 것은 “어떻게 부패는 미국의 운영체계가 되었나”라는 인용한 글의 제목처럼 양당을 초월하여 정치인이 부패가 이 시스템에 상주하여 마침내 그 운영체계가 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운영체계의 채택은 인용문처럼 깨어있는 유권자의 몫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경험을 빌자면 부패한 권력층은 처단된다는 경험은 유권자를 각성시킬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에게는 당장은 쿠슈너의 목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한국 금융시장의 해외자산 대체투자 모델에 대하여

현대자산운용은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오피스빌딩 투자펀드의 판매사를 네 곳이나 확보하고도 판매일정을 다음달로 석 달째 연기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삼성전자가 100% 책임임차하는 미국 텍사스 달라스 오피스빌딩 투자펀드를 준비했지만 4월로 예정된 판매일정을 8월까지 미뤘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기 부진이 부동산경기 하락으로 번질 것을 우려한 개인투자자들이 몸을 사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모집액이 일정 수준에 미달할 경우 총액인수한 증권사가 물량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수익자 모집이 차일피일 미뤄지면 매도자가 딜을 깨버릴 우려도 생겼다. [공모 부동산펀드 ‘잠시 멈춤’이 옳다]

지난번 글에서도 코로나19 사태에 즈음하여 한국 IB시장에서 해외자산 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는데, 더벨의 이 기사에서도 이런 상황이 잘 묘사되어 있어 소개한다. 그동안 해외자산에 대한 대체투자의 절차는 자산운용이 해당자산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확보하면 사업타당성분석을 거쳐 증권사에서 이를 총액인수한 후에, 이들 자산을 최종적으로는 통상 기관투자자에게는 사모펀드를 통해 일반투자자들에게는 기사에 나오는 것처럼 공모펀드를 통해 팔곤 했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여 최근 몇 년간 유행처럼 번져 왔던 투자모델이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그간 이런 투자모델이 한국에서 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홍기빈 씨의 말처럼 지구화, 도시화, 금융화라는 현대자본주의의 진행과정이 한국의 상황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도시화를 통해 전 세계의 주요도시에는 오피스 지구가 경쟁적으로 생겼고, 지구화를 통해 한국 투자자도 에든버러의 빌딩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고, 유휴자금이 풍부한 한국의 투자자가 사모펀드니 공모펀드니 하는 금융화를 통해 빠르고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던 것이다. 한국의 증권사의 IB 비중 확대는 이런 투자 과정에 가속도를 붙이는 역할을 했다. 총액인수를 통해 매도자와 최종 매수자 간의 거래의 간극을 좁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사견으로는 해외자산 대체투자가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하면서 이미 팬데믹 이전에도 참여자들의 오버슈팅의 추세가 있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모델인가 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팬데믹을 핑계 삼아 급격하게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당분간 참여자들은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투자모델에 대한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의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점에서 이 모델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1 다만, 투자자는 여태 간과하고 있었던 새로운 리스크를 감안한 수익분석 모델의 철저한 검증과 위험분산책을 요구할 것이다. 그런 모델 구축이 가능할지는 조금 의문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