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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 상태인 영국의 상업용 부동산 펀드

The eastern part of the City of London, seen from the south bank of the Thames in February 2016
By 0x010COwn work, CC BY-SA 4.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48515449

총 90억 파운드 이상의 투자자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의 상업용 부동산 펀드(commercial property fund)들이 월요일 환매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중엔 AVIVA의 18억 파운드와 Standard Life의 29억 달러에 이어 영국에서 가장 큰 상업용 부동산 펀드 M&G의 44억 파운드 자산 포트폴리오가 포함되어 있다.[Brexit fears hit more UK property funds]

일종의 부동산 시장에서의 서킷브레이커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추락하는 파운드화로 인해 단기적으로 한차례 홍역을 겪었을 영국의 부동산 시장은 EU 시장의 접근성 하락으로 인한 금융 수도로서의 위상의 추락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중장기적으로 앞날을 한치 앞도 점치기 어렵게 됐다. 그러다보니 아마도 투자자와 펀드 간에 맺은 약정에 있지도 않거나 예외적으로 인정될 환매 금지를 발동시킨 것으로 보인다.

통상 상업용 부동산 펀드의 수익은 자산 취득 후 운영을 통해 얻어지는 영업수익(operating income)과 펀드 만기 시의 자산 매각을 통해 얻어지는 자본수익(capital gain)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상업용 부동산은 특히 자본수익이 수익 중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인데, 이 구조가 환매를 통해 망가지게 되면 펀드의 실패가 명확하기에 어쩌면 자기충족적 예언이 될 수도 있는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영국 부동산 시장에서의 서킷브레이커가 주식시장에서의 그것과 같은, 시장을 진정시키는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다시 환매가 허용되었을 때 부동산 시장이 진정 기미를 보일까? 혹시 브렉시트가 무효화되고 금융기관의 탈출계획이 무산된다면 모를까, 불특정다수가 많은 종류의 주식을 다루는 주식시장과 달리 영국 부동산이라는 한정된 시장이 쉽게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The Big Short 感想文

전에 읽었던 마이클 루이스의 책을 스크린에 옮긴 동명의 작품 The Big Short를 어제 감상했다. 원작자가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금융폭탄” 중 하나인 MBS의 발명가 루이스 라니에리를 언급하며 시작하는 이 영화는 자칫 영화감상의 맥락을 끊을 수 있을 정도로 난해한 CDS니 CDO니 하는 복잡한 금융공학 발명품의 개념을 모델, 요리사 등 비전문가의 입을 통해 유머러스하게 설명한달지 극중 배우들이 카메라를 보며 이야기한달지 하는, 굳이 구분하자면 스탠드업 코미디의 스타일을 빌려 매끄럽게 극을 진행시켜 나간다.

2005년 5월 19일 마이크 버리(Mike Burry)는 그의 첫 서브프라임 모기지 계약들을 성사시킨다. 그는 도이치뱅크로부터 6천만 달러의 신용부도스왑(이하 CDS)를 구입했는데, 여섯 개의 서로 다른 채권에 각각 1천만 달러를 지불했다. [중략] 그는 모기지 풀 중 가장 부실한 것을 찾아다니며 수십 권의 투자설명서를 읽고 수백 권의 투자설명서를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는 여전히 그때까지도 매우 확신하고 있었던 것은 그가 그것들을 작성한 변호사들을 제외하고는 그것들을 읽은 유일한 인간이었다는 것이다. [The Big Short, Michael Lewis, Norton, 2010, pp49~50]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마이크 버리는 영화에서 주택시장의 붕괴에 베팅한 소수 중에서 가장 처음 등장하는 인물이다. 버리는 “음악이 흐르는 동안은 춤을 춰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외골수적인 기질을 타고난 펀드매니저였다. 그래서 그는 – 당연히 해야 할 일인 – 모기지 채권의 투자설명서를 샅샅이 읽고 시장이 붕괴될 것임을 직감한다. 스티브 카렐이 연기한 마크 바움을 비롯한 다른 이들도 역시 면밀한 점검을 통해 춤을 추는 대신 음악이 꺼질 것이라는 것에 돈을 걸고, 시장의 붕괴를 기다린다.

영화는 이들이 어떻게 그렇게 뛰어난 안목으로 시장의 붕괴를 예측했는가 보다는 – 그런 부분을 다 설명하다보면 영화가 코미디가 아니라 지루한 다큐멘터리가 될 터이니 – 이들의 선지자적 태도와 이후의 시장의 어리석음이 어떻게 서로 긴장감을 유지해가며 갈등하게 되는지를 주로 조명한다. 부실이 증가함에도 그 자산과 연계된 CDO 채권의 값은 상승한달지, 신용평가사가 투자은행을 상대로 채권등급 장사를 한달지, 기자는 시장상황을 정확히 알리는 기사쓰기를 거부한달지 하는 등의 부조리가 선지자들을 괴롭히는 상황 말이다.

영화의 결말은 – 스포일러라 할 것도 없이 –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바 주인공들의 승리로 결말이 난다. 마이크 버리는 400%가 넘는 수익률을 시현하였고, 마크 바움은 개인적으로도 1억 달러를 번다. 하지만 마지막에 웃는 이들은 이들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비극적인 코미디다. 우리가 알다시피 월가나 금융당국 그 어느 곳에서도 시장의 붕괴에 대해 책임진 이는 (거의) 없다. 오히려 영화는 후일담으로 버리만 네 차례의 회계조사를 받는 등 당국의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전한다. 승리자는 결국 부조리한 세상이었다.

여하튼 우리는 이제 어느 정도 평온해진 상황에 놓여있는 것 같다. 시장도 안정을 찾은 듯 하고 Fed도 금리를 인상했다. 그렇다면 이제 경기는 늘 그랬듯이 경기변동설에 따라 다시 상승기로 접어드는 것일까? 하지만 최근 전 세계 주식시장은 동반 폭락하였고, 유가는 30달러 바닥을 뚫고 내려갔고, 중국시장에 대한 경고신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마치 투자은행이 증권화와 부외금융을 통해 버블 붕괴를 이연시켰던 것처럼, Fed 등 중앙은행이 양적완화와 긴축재정을 통해 더 큰 버블의 붕괴를 이연시키고 있는 상황이 아닐까?

“컨틴전시 사회주의(Contingency Socialism)”

민스키는 규제자들에 대항하는 은행가들이 벌인 게임과 모럴해저드와 대마불사의 문제 사이에 연계가 있음을 언급했다. 대마불사를 언급하면서 민스키는 “미국은 일종의 컨틴전시 사회주의의 한 형태를 띠고 있는데, 특정한 조직들의 부채는 공공연한 정부 개입이나 독점적 가격결정권의 부여를 통해 보호받는다. 크거나 거대한 기업들은 그들의 채무에 대해 묵시적인 공공적 보증을 (예 : 컨틴전시 부채) 보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은연중에 공공적 성격을 갖는 부채는 우선적인 시장적 치유로 이어질 것이기에 거대 기업이나 거대 은행을 선호하는 금융적 편견이 발생한다.”(, Hersh Sheferin/Meir Statman, Santa Clara University, Nov. 2011, p51)

금융위기를 맞이하여 새로이 주목받고 있는 경제학자 Hyman Minsky가 사용한 “컨틴전시 사회주의(Contingency Socialism)”이라는 표현은 약간 낯설지만 이 표현에서 쓰인 ‘사회주의’가 지난 금융위기 당시 “부자를 위한 사회주의, 빈자를 위한 자본주의”라는 표현에서 사용된 ‘사회주의’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간주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맥락상 그가 ‘사회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한 뉘앙스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것 같다.

한편 민스키는 이렇듯 “부자를 위한 사회주의”가 도래할 수 있는 위기상황을 피할 방법 몇 개를 제시했는데, 그는 정부의 크기, 고용정책, 산업정책, 그리고 금융개혁 등의 범주에서의 대안을 각각 제시했다. 우선 정부의 크기나 고용정책에 있어서 그는 비교적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즉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에 긍정적이다. 산업정책에 있어서는 뉘앙스가 다른데 대마불사가 불가능한 규모로 기업의 크기를 제한 할 것을 제안했다.

시장주의 경제학과 거리를 두는 민스키지만 기업에 대한 생각은 시장주의 원칙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는 불공정한 이득과 모럴해저드를 초래할 수 없도록 기업의 크기를 제한하는 공격적인 반독점 정책을 지지했다. 사견으로 그의 대안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시장주의 대안과 같다는 점이라기보다는 지나치게 순진한 대안이라는 점이다. 즉, 자본주의 소비선순환을 받들고 있는 기업이 모럴해저드를 초래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프레디맥과 패니메다. “정부보증회사(government-sponsored enterprise)”라는 특수한 지위에서 금융위기를 거치며 국유화된 이 회사들은 부동산 소유사회라는 “미국인의 꿈”을 실현할 “항구적인 의무”를 자임하던 회사들이다. 이 의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모럴해저드를 유발하며 엄청난 이득을 취했다. 하지만 그 모럴해저드가 없었더라면 미국 자본주의는 “컨틴전시 사회주의”로 이행하기도 전에 망했을지도 모른다.

반독점 정책이 구글이나 애플의 규모를 제어하는 문제와 이 회사들의 규모를 제어하는 문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그들은 사실상 ‘미국의 자본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항상적인 사회주의’ 시스템의 핵이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패니메와 프레디맥, 또는 신용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거대 금융기관의 규모를 모럴해저드를 유발하지 않을만한 규모로 제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무도 현재의 낮은 금리수준으로 그들의 채권을 인수하지 않을 것이다.

디플레이션이 꼭 나쁜 것일까?

맥킨지는 지난 달 내놓은 보고서에서 호주와 말레이시아와 함께 태국과 남한을 가계부채가 지속 불가능할 수 있는 곳으로 꼽았다. 남한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 수준은 가용 가능한 최신 자료인 작년 2분기 말 현재 144%다. 이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 직전보다 높은 수준이다. [중략] 한국은행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신용 강화를 원하지 않는다. 스탠더드차터드에 따르면 그 경우 가계자산의 4분의 3이 부동산인 – 미국의 25% 수준보다 훨씬 높은 – 이 나라에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Asian Central Banks’ Dilemma: Balancing Debt and Growth]

예상대로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려 사상 최초로 1%대 기준금리 시대에 접어들었다. 얼마 전 경제부총리가 “디플레이션”을 거론하던 상황에서 이미 짐작할 수 있었던 결과다. 국가경제 차원에서 보자면 디플레이션이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개별 경제주체별로 보면 그 손익분석이 다를 것이다. 무주택자에 무차입자라면 – 임금하락을 빼놓고는 – 디플레이션이 나쁠 것 없다. 현금을 모아놓으면 그 가치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빚을 내어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자라면 손해다. 실물가치가 내리는 와중에 실질금리는 상승하는 이중고에 시달릴 것이기 때문이다. 자산 중 압도적인 비중이 부동산인데다 가계부채 수준도 높은 이 나라는 역시 금리인하라는 모르핀 이외에는 뾰족한 방도가 없는 것일까? 언제까지 이 모르핀을 맞아야 할 것인가?

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고 있는 어떤 경제 체제

Fed의 2015년 1월 8일 현재 자산 현황2009년 1월 8일 현재 자산 현황을 비교하면 흥미 있는 사실을 하나 알 수 있다. 2015년 현황에는 기록되어 있는 ‘모기지담보부증권(Mortgage-backed securities)’ 항목이 2009년 현황에는 없다는 사실이다. 이 증권은 자산을 담보로 하여 발행하는 증권 중에서도 모기지를 그 재원으로 하는 증권으로 금융위기 당시 위기의 핵 중 하나로 지목받은 상품이다. 그런 상품을 현재 Fed가 시장조성자라는 전통적인 역할을 뛰어넘은 시장참여자로 나서서 1조7천억 달러가 넘게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사회의 H.4.1 통계 발표, “예금기관들의 보유 자산과 연방준비은행들의 현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에 연방준비제도가 구입하는 패니메, 프레디맥, 그리고 기니메가 보증하는 모기지담보부증권의 정보를 포함시키는 것으로 수정되었다. 2008년 11월 25일 연방준비제도는 패니메, 프레디맥, 그리고 지니메가 보증하는 모기지담보부증권을 구입하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 증권의 구입은 2009년 1월 5일 시작되었다.(출처)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모기지와 주택 시장을 지원하고 금융시장의 향상된 조건을 보다 광범위하게 육성하기 위함이다.(출처)

2009년 1월 15일 발표된 Fed의 통계 발표문 전문과 뉴욕Fed 홈페이지의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FAQ에 적혀 있는 글이다.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다시 2008년으로 돌아가 보자. 패니메와 프레디맥은 2008년 당시 미국 내의 12조 달러의 모기지 시장에서 반절에 육박하는 금액을 보유하거나 보증하고 있었다. 빠르게 악화되고 있던 부동산 시황으로 말미암아 이들 회사의 자산을 빠르게 악화되고 있었고 주식은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2008년 9월 7일 연방주택금융청은 이들 회사의 실질적인 국유화를 선언했다. 그 상태는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Fed의 MBS구입 프로그램은 이러한 배경 하에 시작되었다. 망할 회사에 정부가 주식을 취득하여 국유화시키고 그 회사의 대표적인 상품을 Fed가 구입해주는, 사상 초유의 업태가 시작된 것이다. 이는 Fed가 정부의 시장구제 프로그램에 직접 개입한 명시적인 사례다. 美정부가 언제 이들 회사로부터 빠져나오느냐 하는 것이 실질적인 경제위기 탈출의 바로미터인 것처럼 Fed가 이 자산을 언제 처분하는가 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그러하기에 Fed는 버냉키 시절부터 계속 증권을 팔든가 또는 매입을 중지하려 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금리가 상승한다면 美재무부에 줄 연간 배당을 위험에 빠트릴 손실을 촉발하면서 자산 가치가 폭락할 수도 있다. 중앙은행은 작년 884억 달러의 수익을 거두었다. 벤 버냉키 의장은 6월 Fed가 재무상태표를 축소할 의도의 일환으로 모기지 부채를 궁극적으로 매각하는 계획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그 대신 그는 증권이 만기까지 가도록 내버려두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증권 보유를 통해 이자소득으로 운용비를 조달할 Fed는 현재 1조4천억 달러의 모기지 증권을 보유하고 있다.[Fed Seen Avoiding Historic Loss by Holding Mortgage Debt]

Fed 경제학자의 보고서에 보면 Fed는 2011년에 MBS를 매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는 장부가 이하의 판매로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컸기에 대안에서 제외됐다. 이후 버냉키는 MBS를 만기까지 보유하겠다고 천명했고 옐렌의 시대에도 MBS 자산은 지속적으로 늘어왔다. Fed는 미국 경제가 호황에 접어듦에 따라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는 역사적 저점에 구입한 채권1 수익률을 악화시킴으로써 스스로의 재무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개연성이 크다. 이게 MBS 보유에 따른 Fed의 딜레마다.

미국 자본주의에서 부동산 시장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그리고 미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모기지가 차지하는 역할은 심대하다. 패니메와 프레디맥, 그리고 지니메는 이러한 모기지 시장에서 정부의 보증을 받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등에 업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러한 회사들이 이제는 정부의 소유가 되었고 그들이 파는 상품의 10%가 넘는 물량을 Fed가 소화해주고 있다.(2014년 3분기 현재 MBS 미결제분은 13조 달러 이상) 정부의 자기거래나 다름없는 손바꿈으로 유지되고 있는 사적 경제를 현재 우리는 “자본주의”라 부르고 있다.

“서울시 청년주거 빈곤 개선방안” 토론회 참관기

어제 한 토론회에 갔다. “사회적 경제 주체 활성화를 통한 서울시 청년주거 빈곤 개선방안”이라는 긴 이름의 토론회였다. 주최는 한국도시연구소에서 한 것으로 보이며 발제는 한국도시연구소, 민달팽이유니온,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에서, 토론은 서울소셜스탠다드 대표, KBS경제전문기자, 서울시 임대주택과장 등의 참석자가 진행했다. 발제에 제법 시간이 길어 토론은 듣지 않고 돌아왔다.

이 토론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국도시연구소의 최은영 박사의 발표였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서울시는 다른 도시와 달리 청년 주거의 빈곤 문제가 다른 세대의 그것을 압도하는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16세 이상 34세 이하의 연령대로 범주화한 이 세대의 서울시에서의 주거문제가 여타 도시나 다른 세대의 상황에 비해서 두드러지게 나쁘다는 것이 통계 분석 등을 통한 그의 관찰이었다.

상기 표는 가구주의 연령대별 최저주거기준을 미달하는 가구를 서울과 전국으로 비교한 그래프다.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아동과 노인의 주거문제가 전국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다만 서울시의 경우에는 노인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비율이 전국 대비 비약적으로 낮아지는 반면, 청년의 미달 비율은 전국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의 원인은 한마디로 서울로 청년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최 박사는 다른 이들과 이 주제로 대화를 하면 그들은 “젊을 때는 누구나 고생을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곤 한다며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하지만 최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청년의 임금 대비 주거비용이 과거 세대에 비해 더 열악해서 이런 상황이 빈곤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이로 인한 또 하나의 파괴적인 부작용은 소위 “출산 파업”이다. 집이 없으니 애를 낳지 않는 것이다.

최 박사를 비롯한 발제자들이 제시하고 있는 대안은 이른바 “사회주택”의 활성화다. 영리적인 목적의 주택과는 금을 그으면서 최하층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주택”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지는 사회주택은 유럽에서는 “Housing at Moderate Rent”, “Not-for-Profit Housing”, “Limited-Profit Housing” 등으로 불린다 한다. 이러한 호칭을 통해 사회주택의 특징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사회주택을 가동시킬 종자돈일 것이다. 이를 위해 도시연구소 등은 관련조례를 제정하려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율적으로 공공주택보다는 보조가 덜할지 몰라도 어쨌든 시의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따라서 이러한 행동을 위해서는 청년의 주거 빈곤이 빈곤의 악순환, 나아가 출산파업으로 인한 사회재생력의 소진으로 이어질 것이란 증거를 보다 확실히 제시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아파트를 둘러싼 재산권 투쟁

아파트라는 독특한 주거형태는 그 물리적 형태뿐 아니라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단독주택과는 매우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동일한 평형, 동일한 설계, 동일한 자재, 동일한 입지에 지어지는 아파트는 분양할 때에도 이른바 “로열층”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유사한 분양가에 판매된다. 주거, 즉 상품의 사용이 시작된 이후에도 한 가구의 판매가가 바로 다른 가구의 판매가에 영향을 미치는 등 군집적인 가격형성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구밀도 탓에 우리나라는 근대화 이후 아파트를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일상적인 수단으로 삼아왔다. 일제 강점기의 몇몇 공동주거양식의 주택이 건설되었고 해방 이후에는 1958년 종암 아파트, 1964년 마포 아파트 등이 세워지며 본격적인 아파트 시대가 열렸다. 이후 아파트 전성시대는 공기업의 주택공사의 주공아파트나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같은 고급형 아파트가 인기를 얻으면서 본격적으로 아파트 주거문화와 시장이 형성되어왔다.

그 뒤 1970~80년대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아파트는 우리나라에서 주거안정이나 자산형성의 범위를 넘어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간주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이에 따라 아파트 수는 전체 주택수 대비 1975년 현재 8만9천여 개로 1.89%에 불과했지만 2010년 현재 8백만 개를 넘어 58.96%를 차지하고 있다. 동기간 전체 주택수는 2.93배 늘어난 와중에 아파트 수는 91.71배 늘었다. 이쯤 되면 가히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러도 하자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연도별 종류별 주택수 추이1

이 아파트 공화국에서 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새 입주민이 이사하는 것을 막는 사건이 벌어졌다. 신용위기 이후 미분양 아파트가 늘고 건설사가 위기타개를 위해 할인분양에 나서면서 이런 볼썽사나운 사태가 벌어진 적이 종종 되지만 이번에는 특히 새 입주민이 “사회적 배려 대상자”였다는 점에서 비난이 더 거세다. 기존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라면서 새 입주민의 출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사회적 배려”는 “재산권 침해” 앞에서 설 자리가 없었다.

이러한 부동산을 둘러싼 “재산권” 보호 투쟁이 특히 아파트라는 주거형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벌어지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아파트는 비슷한 조건으로 만들어진 공동주택이기에 할인분양이나 급매물로 인한 가격하락이 본인의 집값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여기게 마련이고 실제 그런 경우가 많다. 이로 말미암아 집값 유지를 위한 투쟁은 ‘이불 베란다에 널지 않기’에서부터 ‘싼 값에 들어오는 입주민 가로막기’까지 다양하다.

아파트의 가격 형성이 군집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이런 특성 이외에 “재산권 침해”에 대한 반응이 이토록 격렬한 근본 배경은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구성 때문일 것이다. 2014년 5월 현재 국내 가계의 총자산대비 금융자산 비중은 34.3%로 미국, 일본의 70.4%, 60.2%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 자산 중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비중이 압도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상적인 시장가격의 형성과정인 할인판매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가진 것을 다 뺏기기 때문에.

이번이 처음도 아니며 끝도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