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국내정치

“빨갱이” 사냥의 희생양이 될뻔했던 어떤 정치인

1963년

이 무렵 군정연장 원대복귀 민정참여의 거듭된 번의 속에 곤욕을 치른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은 우여곡절 끝에 63년 8월 31일 민주공화당의 총재와 대통령 후보가 되었고 대통령 선거가 벌어지게 됐다. [중략] 윤보선은 황태성 사건까지 끌어들여 연일 박후보의 사상관계를 융단폭격했고 이에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 박정희 후보는 “저들이 나를 빨갱이로 몰려 한다”고 비명을 질렀다. [중략] 63년 10월 10일 대선을 닷새 앞둔 시점에서 민정당 유세반의 김사만이 경북 영주에서 느닷없이 “부산 대구에는 빨갱이가 많다”고 후려쳤다. [중략] 사흘간의 개표 끝의 최종결과는 박정희 4백70만표, 윤보선 4백54만표로 불과 16만표의 차이였다.[박정희, 윤보선에 16만표 차이로 승리, 박상길 전 청와대 대변인, 한국 현대사 119 대사건, 월간조선 엮음, 1993년, pp168~169]

2015년

동아일보 종편 채널A가 민언련을 ‘종북세력’으로 묘사했다가 정정보도는 물론 손해배상도 물게 됐다. 민언련이 제기한 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을 깨고 원고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중략]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은 2013년 5월 종북좌익척결단 조용환 대표를 출연시켜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종북세력 5인방’을 주제로 토론하면서 민언련에 대해 “강정구와 송두율을 비판하는 언론을 비판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는 언론을 공격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선동한다”며 “우리나라 안보를 해치는 일련의 선동을 줄기차게 해왔기 때문에 종북세력의 선동 세력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조용환 대표는 “(민언련이) 북한 노동당 통전부 225국의 컨트롤을 받는다”는 등 근거 없는 주장을 이어갔다. [채널A, 민언련에 ‘종북’ 딱지붙였다가 손해배상 1000만원]

이것은 “좌빨”의 경제분석 보고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질이 높고 결과물도 굉장히 공평한, 매우 튼튼하고 포괄적인 교육 체제를 지니고 있다. – 이곳에서는 서로 다른 소득수준의 학생들 사이에서의 독해와 수학의 격차가 매우 낮다. 그러나 고용 상황은 복합적이다. 실업은 매우 적지만, 노동력 참여 수준은 그저 그렇고 여성의 참여는 선진경제 중에서 가장 낮다. 남녀 간 임금차이 또한 예외적으로 높은데, 이는 여성이 노동시장에 참여하려는 동기를 저해하는 요소다. 부패는 또 다른 염려사항인데, 힘 있는 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지대(地代)를 우려내는 것을 용납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대는 소수의 대가족 경영 기업들에게 높은 정도로 집중되어 있고, 이는 규제 시스템을 통해 보호받고 있다. 부동산과 금융자산 소유는 매우 낮은 반면, 건강보험을 포함한 사회 보장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 지레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바람에 한국은 다른 선진 경제와 비교할 때 이전(移轉) 이전에는 가장 평등한 소득수준을 가지고 있다(“移轉前 지니”는 두 번째) 세후에는 보다 불공평하게 바뀐다(“移轉後 지니”는 18위).[The Inclusive Growth and Development Report 2015, World Economic Forum, September 2015, 41p]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 WEF)이 이번 달에 발간한 보고서 중에서 한국에 관해 언급한 부분이다. WEF는 각국의 정치나 경제, 그리고 학계를 좌지우지하는 이들이 1년에 한 번씩 스위스의 다보스에 모여서 립서비스를 하는 행사를 여는 것으로 유명한 스위스의 비영리 법인이다. 사상적으로 좌우를 따질 계제는 아닌 것 같지만 굳이 따지자면 “비즈니스프렌들리”한 단체인 것은 분명하다. 인용문을 읽어보면 한국에 관한 비판이 이런 성격의 단체가 낸 보고서치고는 꽤 강경하다는 것을 금세 느낄 수 있다.

  • 교육은 공평하며 포괄적으로 학습수준이 높음
  • 노동시장에서의 여성의 참여 및 임금불평등이 열악함
  • 부패로 인해 각 분야 유력자의 지대 착취가 발생함
  • 재벌의 치대 착취는 매우 집중돼있고 제도적으로 보호받음
  • 평등한 소득수준이 재분배 과정을 통해 불평등한 수준이 됨

지적한 내용으로만 보면 WEF는 현 정부의 공약이나 현재의 경제정책 전반이 실패했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만 같다. 재벌의 지대 착취를 근절하겠다는 것은 애초 이 정부가 선거과정에서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전면에 내걸었던 공약사항이다. 하지만 집권 후 이 슬로건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삼성 등 재벌의 변칙적 후계과정은 “애국”이란 명분으로 정당화되었다. 재벌의 부패와 범죄에 대해서는 일과성 처벌이 있어왔지만 곧 “경제를 살리자”는 명분으로 면죄부를 주는 봉건적 상황이 재연됐다.

이를 위해 박 후보는 ▲경제적 약자에 도움되는 경제민주화 ▲국민경제 부작용의 최소화와 효과의 극대화 ▲대기업 집단의 장점은 살리되 잘못된 점은 반드시 바로잡기 등을 3대 추진원칙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경제적 약자 권익 보호 ▲공정거래 관련법 집행체계의 획기적 개선 ▲대기업집단 불법행위 및 총수일가 사익편취 엄중 대처 ▲기업지배구조 개선 ▲금산분리 강화 등을 5대 분야로 내세웠다.[박근혜, ‘경제민주화 5대 공약’ 공식발표]

“경제민주화” 슬로건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초기 잠시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주장으로 다시 표면에 오르는 듯한 적이 있다. 하지만 재계와 보수언론의 거센 반발 속에 정책은 용두사미가 되었고, 활시위는 엉뚱하게 노동계로 향해져 소위 “노동개혁”이 없기 때문에 나라가 이 모양 이 꼴 인양 난리법석을 떨고 있다. 고령의 고임금노동자의 임금을 깎아 청년실업자를 채용하자는 주장은 언뜻 수긍이 가는 듯한 주장이지만, 결국 이는 해묵은 임금기금설에 불과하며, 자본가는 손해 볼 것이 없는 정치적 선동이다.

여성노동의 불평등한 상황은 이른바 “경단녀” 이벤트로 해결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일회성 대증요법에 불과할 뿐으로 이것이외에 현 정부가 親노동적 행보를 취한 적이 없는 상황에서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아 취업자를 늘리자는 발상은 그나마 WEF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평등한 소득수준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만 높다. 가장 극적인 WEF의 비판은 우리나라가 열악한 재분배 과정으로 인해 선진경제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가 되었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증세(增稅)”는 이 정부에서 일종의 금기어다. 철저한 현실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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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rittePipe” by Image taken from a University of Alabama site, “Approaches to Modernism”: [1]. Licensed under Fair use via Wikipedia.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현 정부가 경제를 정상으로 만들려면 WEF가 지적한 내용만 제대로 이행해도 될 것 같다. ▲ 재벌의 변칙적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순환출자 등 해소 ▲ 높은 지대를 통한 자영업 착취 방지를 위한 임대차 보호제도 ▲ 여성 등 소수자의 고용/임금 차별 방지를 위한 제도 정비 ▲ 재분배과정이 정상화하는 증세 및 복지증대 방안 강구 등. 한꺼번에 다 하자면 어려운 일이겠지만 문제는 마인드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재벌을 “특별사면”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동자를 복직시켜야겠다는 마인드를 가져본 적이 있는가?

최경환,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박 대통령은 6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서 “국정 2년차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반드시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것” [중략]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차질없이 추진되면 3년 후 우리 경제는 잠재성장률이 4% 수준으로 높아지고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 4만달러 시대를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혁신 3개년 추진…공공개혁ㆍ내수활성화 박차]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최 부총리는 18일(현지시간) 동행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부문별로 다르지만 평균 3% 중반 성장하면 선방한 것이다. 우리 잠재력이 그 정도인 것”이라며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기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최경환 “3%대 성장하면 선방…고도성장기 오지않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집권 2년차가 된 마당에 뜬금없이 나머지 집권기간을 셈하여 만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관해 새삼스레 떠올릴 계기를 주는 발언을 했다. 대통령이 1년 전에 우리의 잠재성장률을 4%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한 발언을 1년 만에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잠재성장률과 실제 경제성장률을 다른 것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잠재력이 그 정도”이며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기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는 발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4% 잠재성장률은 뻥이었다는 발언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 한편으로 최 부총리는 성장률을 제고하려면 “4대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4대 부문은 금융, 노동, 공공, 교육 등이다. 이들 부문에 대한 정부의 각각의 취지나 전술을 보면 동의할 부분도 없잖아 있으나 큰 틀에서 보면 미숙한 것이 사실이다.

“정규직 과보호”라는 정치적 수사 등으로 인한 노사정의 협상파행, 금융부문에 소위 “기술금융” 실적에 대한 일방적인 할당, 공공부채 감축 일환으로 진행한 자원외교 비리 수사급반전 등 산적한 이슈는 갈 곳을 잃은 채 현 정부의 얼마 남지 않은 정치적 자본만 소진하고 있다.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 이슈를 꺼내들며 제법 경제 이슈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던 현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일방통행식 인사 파행, 세월호 참사에 대한 미숙한 대응, 성완종 사태 등의 정치 스캔들로 경제의 걸림돌만 되고 있다. 그게 현 정부의 “불편한 진실”이다.

얼마나 더 무덤덤해져야 하나

카카오톡 사태에 대한 斷想

개인적으로 카카오톡이라는 챗앱을 좋아하지 않았다. 왓츠앱벤치마킹해서베껴서 – 만들어낸 “대한민국 대표 챗앱”은 왓츠앱과 달리 처음에는 말끔히 지어놓은 빌딩에 온갖 간판과 네온사인이 붙은 것처럼 산만한 외양이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안본지도 몇 년 된 “카톡 친구”가 이상한 게임을 깔라며 메시지를 보내고, 친구 추천란에 수시로 뜨는 온갖 기업 “친구” 추천 등등. 약간은 결벽증이 있는 취향과는 거리가 먼 스타일의 앱이었다.

하지만 그 앱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이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지인들에게 왓츠앱이 조용하니 그쪽으로 가자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렇게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앱이 카카오톡이었다. 대한민국 대표 포탈 중 하나인 다음을 흡수해서 ‘다음카카오’가 출범하고 은행의 전유물인줄 알았던 송금과 기타 결제기능이 결합된 금융서비스를 구축하는 등 카카오톡은 바야흐로 챗앱을 넘어선 모바일포털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그렇게 거칠 것 없던 카카오톡의 앞날에 어두운 구름이 끼는 사태는 어떤 분의 사소한(?) 발언에서 시작되었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 이 시대착오적인 발언 이후로 관련자들이 어떻게 뻘짓을 하고, 그 뻘짓이 이해당사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이 글에서 잘 정리를 해놓았으므로 참고하기 바란다. 이 글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사태의 – 이하 “카톡 사태” – 최대 피해자는 다음카카오, 최대 수혜자는 텔레그램이 되었다.

우선 국가의 개인에 대한 감시가 정당한 것인지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하겠다. 간단히 사견을 적자면 공권력의 법률이 정한 바에 따른 – 과잉금지의 원칙을 지킨 – 개인정보에 대한 수집 및 분석은 타당하다고 본다. 그러한 법집행이 없다면 실질적으로 범죄에 대한 공권력 집행도 불가할 것이다. 여하튼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대목은 위기에 대한 기업의 대응이다. 다음카카오톡의 대응은 “대한민국 대표 챗앱”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미숙한 것이었다.


난 텔레그램의 이 로고가 맘에 든다

트위터 공식계정은 법적 절차 없이 누구에게도 대화내용을 보여주지 않는다며 ”오해하지 마세요”란 거만한 말투로 법집행의 정당함과 억울함을 호소했고, 다음 前 CEO는 한 시민운동가와의 설전에서 그에게 “국가권력에 저항하지 못하는 기업을 탓할 거면 이민가라”고 했고, 다음카카오의 법률 대리인이라는 분은 소비자에게 “영장집행이 와도 거부할 용기가 없는 비겁자들”이라고 발언했다. 이 모든 발언들이 불과 며칠 만에 이루어졌다는 점이 놀랍다.

法人도 자연인처럼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다음카카오는 지금 참 억울한 자연인의 심정과 같을 것이다. 억울할 만하다. 다만 법인은 억울함이 해소되어도 사업 환경이 악화된다면 별무소용이다. 기업 이미지는 법률적 타당성에 맞먹을 정도로 기업이익과 연계된다. 기업은 그것을 알기에 이미지 광고를 하고 홍보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다음카카오가 오해 말라고 강변해봤자 소비자는 텔레그램으로 이민가면 그만이다. 비겁자라기보다는 망명자다.

옳은 방식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선 의문이 있지만 소위 “대기업”의 대응방식은 이와 다를 것이다. 일단 부정적 사건이 발생하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서 자사의 이름을 언론기사에서 뺀다. 이후 일사불란하게 입단속을 하면서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적어도 홍보 전략이 있는 회사의 대응이다. 하지만 다음카카오는 그렇지 않았다. 심지어 “공식사과문”에서도 뭔가 치기어린 장난기를 느낄 수 있다.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듯한 눈치다.

내가 텔레그램을 깐 이후에도 하루가 다르게 지인의 텔레그램 가입이 늘고 있다. 이런 증가세가 실질적인 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왓츠앱과는 다른 통신환경이 다듬어진 것은 사실이다. 언제든 지인들이 텔레그램에서 대화를 시작하면 이제 소셜네트워크 특유의 고착성 때문에 더 이상 카톡을 유지하여야 할 이유가 딱히 없을지도 모른다. 싸이월드가 그랬고 네이트온 메신저가 그랬던 것처럼 카카오톡도 그런 몰락의 길을 걷지 마란 법이 없다.

이번 사태는 MBA에서 홍보 전략 부재에 따른 기업위기의 한 사례로 써도 될 것 같다.

새 경제팀의 정책방향에 대한 단상

자본주의의 3대 경제주체는 정부, 기업, 가계다. 기업과 가계는 노동력을 사고팔아 각각 돈을 벌어 정부에 세금을 낸다. 정부는 이 세금을 걷어 주로 시장이 채워주지 못하는 영역에 돈을 지출한다. 기업이나 가계 역시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벌어들인 돈을 소비한다. 가장 일반적인 경제지표중 하나인 국내총생산(GDP)은 이렇게 소비, 투자, 정부지출의 합에 수출을 더하고 수입을 빼는 형태로 추산된다.

어제 정부가 발표한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이란 자료에서는 우리의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경상수지 등의 패턴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기간의 패턴과 유사하다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성장률은 바로 GDP의 변화추이로 산정되는데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2001~2011년 기간 동안 연평균 4.4%성장하였으나 2012~2013년 기간 동안은 2.6% 성장에 그쳐 일본과 유사하다는 것이 경제팀의 판단이다.

경제팀은 특히 경제성장의 3대 추진과제를 ‘내수활성화’, ‘민생안정’, ‘경제혁신’으로 설정하였다. 이는 현재의 경제상황이 ‘내수침체형 불황’이라는 경제전문가들의 인식과 맥락을 같이 하는 판단이다. 경제팀은 ‘내수활성화’를 위해 소위 “41조원 + α”의 정책 패키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41조원의 패키지는 실제로 정부지출은 아니고 각종 기금의 추가집행이나 민간투자의 활성화를 통해 달성하겠다는 복안이다.

“41조원 + α” 정책 패키지보다 더 혁신적인 경제팀의 아이디어는 기업에 너무 많은 돈이 쌓여있고 이를 가계로 순환되도록 하여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복안이다. 경제팀은 “내수부진이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가계↔기업↔정부의 경제 선순환 고리가 약화된 구조적·복합적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임금 상승세가 둔화되고 비정규직 문제가 지속되면서 기업의 성과가 가계로 환류 되지 못 하고”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팀이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 문제를 이렇게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그간 거의 찾아보지 못했던 상황이다. 게다가 야당에서나 주장하던 “사내유보금 과세”라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재계는 크게 당황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사설에서 “기업이익의 처분은 기업가의 고유한 경영상 판단에 속하는 문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팀은 대상을 신규 유보금으로만 물러설 뿐 과세 자체를 폐지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경제팀이 강행하려는 배경으로 기업과 가계간의 분배 불평등으로 인해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사라졌다”는 인식은 국회예산정책처도 동일하게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 깔려 있다. 가계의 실질소득 및 가처분소득은 악화되고 있고 이 부분이 소비부진으로 이어져 경제성장률 저하와 경상수지 증가의 배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팀이 법인세 증세가 아닌 “근로소득 증대세제”와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당장의 정책효과를 논하기에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일단 경제팀의 문제인식과 이 방향성에는 동의한다. 다만 정부 전체적으로 보다 전향적인 노동정책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자가 단순한 정부정책의 수혜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임금결정력과 고용안정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동조합의 활성화, 부당노동행위 엄단 등을 지원하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전교조를 “노조로 보지 않는” 反노동 행위가 엄존하고 있다.

노골적이고 천박한 2014년 한국의 자본주의

복수의 임원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한기총 부회장인 조광작 목사는 지난 20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 내 한기총 사무실에서 열린 긴급임원회의에서 “가난한 집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경주 불국사로 가면 될 일이지, 왜 제주도로 배를 타고 가다 이런 사단이 빚어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한기총 부회장 “가난한 집 아이들 불국사로 수학여행 가지...]

정 후보는 박 후보가 서울시 예산으로 협동조합 사업을 지원하는 점을 들며 “(이 사업은) 국가보안법 위반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박 후보 정체성이 뭔지 알 수가 없다”며 “제가 되면 이런 사업 안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협동조합으로 사회적 기업을 꾸리고 있거나 예정인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날벼락과도 같은 발언이었다.[협동조합 사업 날벼락 맞나.. 정몽준 폭탄발언]

시차가 별로 없는 이 두 유력자의 발언이 현재 한국 자본주의 사회의 민낯을 잘 보여주는 발언이라 생각되어 인용해보았다. 조 목사의 발언은 이 사회의 부유층들이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흘겨보는 눈초리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입으로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사고 난 아이들이 강남의 아이들이었으면 이랬을까’라는 주장은 불편했었는데 조 목사의 발언을 보면 그리 틀린 말도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자본주의의 역사는 어쩌면 막강한 생산력을 통해 과거에는 부유층만 누리던 일종의 “사치”를 전 인민의 보편적 소비로 확산해왔던 과정이다. 여행은 대표적인 사치 상품이었다. 하지만 유람선과 같은 집합적 소비상품 등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여행을 다닐 수 있게끔 했다. 그런데 조 목사는 그런 자본주의의 그러한 평등적 측면도 외면한 채, 인종주의적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가난한 집 아이도 유람선 정도는 탈 수 있는 경제상황이다.

레제가 이런 낙관적인 이상향을 묘사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좌익들이 확실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었던 프랑스의 정치상황이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 좌익은 1930년대 파시즘의 위협 하에 사회당, 공산당 등이 결합한 인민전선을 결성한 후 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다. 또한 1936년 6월 총파업 이후 전국적 규모의 중앙노사협정인 마티뇽 협정(Accords de Matignon)이 이루어졌는데, 이로 인해 대표적 노동조합의 개념과 단체협약의 효력확장규정이 도입되었다. 그리고 이 협정에는 프랑스에서는 최초로 ‘2주간 유급휴가제’가 도입되어 노동자는 비로소 유급휴가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페르낭 레제, ‘여가 – 루이 다비드에게 보내는 경의’]

한편 아들의 “미개한 국민” 발언으로 고전하고 있는 정몽준 후보는 관훈 클럽 주최의 토론회에서 협동조합에 대해 위와 같이 발언했다. 협동조합은 자본주의의 경제조직의 지배구조에 대한 다양한 고민 속에 나온 대안적 구조의 조직이다. 그런 조직을 박원순 후보까지 엮어서 색깔론으로 깔아뭉개고 있다. 조 목사의 발언이 어느 정도 봉건적 발상이라면 정 후보의 발언은 대기업의 대주주인 “자본가”다운 발상이다. 협동조합원은 “빨갱이”.

자본주의는 그 속성상 불가피하게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이것이 사회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서구 자본주의는 복지지출과 같은 경제제도와 소수의 정치세력을 보호하는 정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결국 갈등은 사회적 비용이고 총체적으로 보자면 이 또한 체제에 위협요소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4년 한국의 유력자들은 갈등 따위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다. 그 천박함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소름이 끼친다.

국제노동조합총연맹은 세계에서 가장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주지 않는 나라로 한국을 지목했다.

박원순 시장의 경전철 공약 단상

박원순 씨가 경전철 공약을 발표한 것은 “아무 것도 안 한 시장“으로 남아서는 재선의 가능성이 떨어질 것이고, 이제 무언가는 개발공약을 발표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개발주의”는 여전히 유권자가 원하는 공약이다. 물론 하층민일수록 그 떡고물이 적겠지만 그래도 뭔가가 떨어질 것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압축성장의 역사에서 진행되어온 숱한 “개발주의”가 증명한 사실이다. 박원순 시장은 그런 상식(?)을 전복시키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거나 본인의 철학이 아직 부족했을 것이다. 어떤 개발공약을 내놓을 것인가? 재개발/재건축/뉴타운 등의 공약은 상상할 수도 없는 공약이고, 도로 신설 공약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공약이다. 남은 것은 이해관계자의 반대가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공공교통, 특히 지하로 들어가 공공교통을 강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도의 GTX처럼 백지에 새로 선을 긋는 것은 일정상 무리가 많이 가는 대안이다. 결국 동북선, 신림선 등 이미 사업시행자가 지정되어 있어 시간상으로 빨리 진행할 수 있는 민간투자사업과 이를 연결한 미래노선을 엮은 경전철 계획이 그나마 무난하게 내놓을 만한 공약이다. 재임기간이 정해져 있는 선출직 공무원은 그 정치적 신념을 떠나 임기 안에 무언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을 수 있는 개발공약에 집착하게 마련인데, 예산의 제약을 덜 받고 후대에 그 책임을 넘길 수 있는 민간투자사업은 가장 매력적인 개발공약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MB도 처음에는 대운하 사업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물론 그것이 여의치 않자 수자원공사와 국고를 털어 땅을 파냈지만 말이다. 오세훈은 세빛둥둥섬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는 한편, 광화문 광장과 같은 기념비적 사업을 위해 시의 곳간을 동시에 거덜 냈다.

민간투자사업이 포함된 박원순의 개발공약을 바라보는 시각은 좌우 양진영에서도 그리 곱진 않다. 조선일보중앙일보에서 딱히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두고 보겠다”는 투의 기사가 눈에 띈다. 미디어스는 노동당 간부의 입장을 실어 반대의 논리를 펴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은 경전철 계획이 제2의 “우면산 터널”이 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주장에서 누락하고 있는 것은 경전철은 우면산 터널과 같은 최소운영수입보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미디어스의 보도는 최소운영수입보장, 나아가 최신의 민간투자제도인 “비용보전” 방식까지 나열하고 있지만 정리되지 않은 개념을 장황하게 적용하고 있다.(이에 대해선 시간 되면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보겠다.) 이번 계획에 대해 가장 선명하게 반대할 이들은 아무래도 노동당 등의 좌파일 것이다. 우파나 중도파들은 유쾌하지 않은 시선으로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

요컨대,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이번 공약이 현실정치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한 시민운동가 출신 정치인의 고육지책이란 느낌이 든다. “아무것도 안 한 것”이 뭔가 한 것으로 인정받기에는 유권자가 너무 약삭빠르다는 사실을 짧은 재임기간 동안의 현실정치를 통해 깨달은 것일까? 개인적으로 그의 정치적 실험이 박원순 시장을 좋아하지 않는 유권자들에게 먹혀들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이다. 이 나라가 어느 샌가 경제적 실질과 상관없는 정치적 프로파간다에 물들어 한쪽에서 하는 일은 무턱대고 반대하는 “귀 막고 떠드는 이들”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의 FTA와 MB의 FTA는 다르다”는 노무현 지지자들, 오세훈의 천문학적인 재정낭비는 모르쇠한 채 무상급식 예산에는 게거품을 물며 반대하는 이들 말이다. 그리고 이런 극단주의가 일반유권자들에게도 상당히 많이 퍼져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