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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에서 선빵이 중요하듯이, 정책실행에선 용어가 중요하다

어느 정부나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은 일단 멋진 용어로 포장해야 한다. 여론이 정책실행 동력의 주요한 변수가 되어버린 현대의 정치지형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박근혜 정부는 특히 – 의외로(!) – 경제정책의 용어 선점에 익숙했다. 멀리는 지난 대선 국면에서의 “경제민주화” 용어 선점이 있었다. 이후 그 용어는 집권 성공과 김종인의 퇴장과 함께 짧은 생을 마치고 장렬히 산화하였다.

그 다음에 등장한 주요한 경제용어(?)는 “창조경제”다. 이 표현이 쓰일 즈음 당시 유행하던 농담이 ‘도대체 정체를 모를 것이 ㅇㅊㅅ의 “새정치”와 ㅂㄱㅎ의 “창조경제”’라고 할 정도로 오리무중인 이 용어는 그래도 “경제민주화”보다는 오랜 생명력을 가지며 버텼다. 주로 서구의 각종 성공사례가 “창조경제”의 성공사례라고 주장하는 식이 아전인수적인 해석을 통해 그 생명력을 연장한 것이다.

그 다음에 등장한 주요한 표현이 “노동개혁”으로 대표되는 “4대개혁”이다. 행정부는 자신의 개혁의지가 담긴 노동개혁 법안을 국회가 통과시켜주지 않는다며 “국회심판론”을 내세웠고,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국회가 심판당한 것’이라며 – 우리는 평행우주를 살고 있는가? – 노동개혁을 중단 없이 밀고 가겠다고 할 만큼 집권 후반기인 현재까지 행정부가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국정과제다.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가 콘텐츠 없는 레토릭에 가까웠다면 “노동개혁”은 개혁과 거리가 먼 노동개악의 모습을 지닌 존재이자 노동자의 삶에 영향력을 지닐 수 있는 – 또는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는 – 존재다. 여론이 이 “개혁” 레토릭을 어떻게 받아들였는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지만, 적어도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보자면 유권자를 박근혜 식 “개혁”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 현 정부가 꺼내든 또 하나의 신박한 용어가 있는데, 바로 “한국형 양적완화”다. 총선 국면에서 여당의 강봉균 선대위원장(뭐 그런 비스무리한 직함)은 난데없이 “양적완화” 정책을 내놓았다. 각국이 제로금리를 넘어 더 이상의 금리정책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주로 장기 금리를 낮추기 위해 내놓은 이 정책을 우리나라에서 시도하겠다고 해서 어이가 없던 와중에 다행히 선거에서 패배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카드를 청와대가 꺼내들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의 양적완화는 “묻지마 양적완화”인 반면에 우리의 양적완화는 “특수 목적을 갖는 양적완화”라고 주장하는 등 일본에 의문의 1패를 안기는 자화자찬까지 곁들였다. 정책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서 선거에서 패한 정책을 다시 꺼내든 것부터가 유권자를 무시하는 것이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이 정책이 양적완화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가 이 용어를 선점한 의도는 무엇일까? 전에 담뱃값 인상 등 사실상의 증세를 실행하면서도 “증세는 없다”고 강변했고 이 입장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비슷한 논리로 특정산업의 구조조정을 수행할 국책은행에 중앙은행이 자본을 확충하는 행위는 “양적완화”가 아닌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그렇게 명명한 것이 중요한 것이다. 남들 다하던 바로 그 한국형 “양적완화”.

디플레이션이 꼭 나쁜 것일까?

맥킨지는 지난 달 내놓은 보고서에서 호주와 말레이시아와 함께 태국과 남한을 가계부채가 지속 불가능할 수 있는 곳으로 꼽았다. 남한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 수준은 가용 가능한 최신 자료인 작년 2분기 말 현재 144%다. 이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 직전보다 높은 수준이다. [중략] 한국은행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신용 강화를 원하지 않는다. 스탠더드차터드에 따르면 그 경우 가계자산의 4분의 3이 부동산인 – 미국의 25% 수준보다 훨씬 높은 – 이 나라에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Asian Central Banks’ Dilemma: Balancing Debt and Growth]

예상대로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려 사상 최초로 1%대 기준금리 시대에 접어들었다. 얼마 전 경제부총리가 “디플레이션”을 거론하던 상황에서 이미 짐작할 수 있었던 결과다. 국가경제 차원에서 보자면 디플레이션이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개별 경제주체별로 보면 그 손익분석이 다를 것이다. 무주택자에 무차입자라면 – 임금하락을 빼놓고는 – 디플레이션이 나쁠 것 없다. 현금을 모아놓으면 그 가치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빚을 내어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자라면 손해다. 실물가치가 내리는 와중에 실질금리는 상승하는 이중고에 시달릴 것이기 때문이다. 자산 중 압도적인 비중이 부동산인데다 가계부채 수준도 높은 이 나라는 역시 금리인하라는 모르핀 이외에는 뾰족한 방도가 없는 것일까? 언제까지 이 모르핀을 맞아야 할 것인가?

음악이 흐르는 동안은 계속 춤을 출 투자자

‘경제위기국’ 낙인이 찍혔던 키프로스, 그리스, 에콰도르 등이 잇달아 국채 발행에 성공하며 국제금융시장으로 속속 복귀하고 있다. [중략]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해당 국가의 국채 수익률이 저조하자 투자자들이 과거에는 눈길도 주지 않던 국가들의 국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경제 위기국’ 국제 금융시장 복귀 러시, 서울경제, 2014년 7월 2일]

서구의 투자자들이 자국의 낮은 금리로 조달한 금액을 이머징마켓이나 경제위기국에 투자하여 차액을 챙기는 이른바 “캐리트레이드(currency carry trade)”가 계속 되고 있다. 최근 EU의 문제아로 낙인찍힌 그리스가 5년물 국채를 5%에 조달하는가 하면 2008년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에콰도르조차 10년물 국채를 7.95%에 조달했다고 한다. 이런 “비이성적인” 투자는 선진국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과 막대한 유동성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저금리가 마냥 계속될 수는 없다”고 말하지만 투자자는 음악이 흐를 동안은 춤을 춰야 하는 모양이다.

채권 투자자는 보통 채무자의 신용 리스크, 환(換) 리스크, 인플레이션 리스크 등을 부담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큰 손으로 행세하고 있을 서구 투자자는 이 중에서 환 리스크에 대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많은 국채들이 기축통화 표시채권으로 발행되기 때문이다. 신용 리스크가 가장 큰 리스크 인데 자국정부가 국제정치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면 신용 리스크 또한 상대적으로 경감될 수 있다. 1990년대 멕시코의 페소 위기 당시 서구 채권자에 대한 채무불이행이 우려되자 빌 클린턴이 구제 금융을 통해 불이행을 막은 것이 한 예이다.

Bond issued by the Dutch East India Company in 1623

최근 아르헨티나를 디폴트로 몰아넣을 수 있는 헤지펀드와의 소송도 좋은 예다. 2000년대 초반 아르헨티나는 경제위기에 직면하여 채권자들에게 부채 조정을 요구했고 신용 리스크에 노출된 채권자 상당수는 불가피한 헤어컷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에 불복한 미국의 한 헤지펀드는 완전한 변제를 요구하며 법정 투쟁을 벌였다. 미국에서 발행된 채권이니 만큼 미국 법원에서 벌어진 재판에서 재판부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채무를 모두 갚으라고 판결했다. 어쨌든 서구 투자자는 다른 지역의 투자자라면 누리지 못할 보호막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환(換)과 신용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지고 금리 아비트리지 까지 향유할 수 있다면 서구 투자자가 경제위기국에 대한 투자를 망설일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중앙은행은 기축통화를 저리에 융자해주고, 채무국의 채무불이행이 우려되면 정부나 법정은 채무이행을 강제할 것이고 – 물론 그마저도 안 통할 때도 있지만 – , 투자자는 차익을 향유할 것이다. 어쩌면 현재 상황에서 투자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이성적인” 투자일지도 모른다. 바닥을 기고 있는 美국채를 사는 것이 멍청한 일 아니겠는가? 언제까지 음악이 흐를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바클레이스의 LIBOR 조작 스캔들 단상

영국의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LIBOR 조작 스캔들의 여파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사건은 금리를 민간 기업이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 조작이 정부당국의 묵인 하에 이루어졌을 개연성이 있다는 사실로 인해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금리는 어떤 의미에서는 금융회사에게 있어 생산원가나 같은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금리 조작은 가격담합과 같은 의미를 가지기에 이번 행위를 셔먼 반독점법 위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셔먼법 제1조는 부당하게 거래를 제한하는 계약(contract), 담합(combination) 또는 결탁(conspiracy)을 금지하고, 제2조는 단독의 독점행위 및 독점의 시도 행위와 함께 독점하려는 결탁을 금지한다. 그리고 클레이튼법 제3조는 임차인이나 구매자가 임대인이나 판매자의 경쟁자의 상품을 이용하거나 거래하지 않는다는 조건, 합의 또는 양해 아래 체결된 임대차 또는 상품 매매계약을 위법하다고 규정한다. (…) [The Sherman Antitrust Act (1890), 출처, 재인용]

이 사건은 당초 내부고발자의 고발에 따라 미국의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2008년 5월부터 수사에 착수한 건이다. CFTC는 2010년 봄에 금리조작에 대한 강력한 증거를 가지고 영국의 금융당국에 협조를 요청했고, 이후 사건수사는 영미의 공조 하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관련 기사 보기) 현재 바클레이스는 혐의사실을 인정하고 법정에 가지 않는 대신 영미의 규제당국에 4억5천만 달러의 합의금을 내는 것으로 면죄부를 받았다.

그렇다면 바클레이스는 왜 Libor를 조작했는가? 은행은 2007년 후반기부터 2009년 5월까지 자체 조달 금리를 낮게 보고한 것을 인정했는데, 은행이 금융위기 동안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속이고?) 싶었고 다른 은행들도 다 그렇게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라 한다. 또한 트레이더들이 파생금융상품에서 돈을 벌기 위해 금리신고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관련 기사 보기) 금리조작으로 투자자도 속이고 돈도 벌고 일석이조인 셈이다.

리보를 기준으로 산정된 이자를 받는 채권 투자자는 은행들이 금리를 낮게 조작하면 그만큼 손실을 보게 된다. 금리가 올라갈 경우 이득을 보는 파생상품을 보유한 투자자들 역시 손실을 입는다. 영국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리보를 조작한 뒤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 부당한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현재 리보에 연계한 금리 파생상품의 전 세계 시장 규모는 약 800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못믿을 리보…소송 확산 가능성]

한편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허술한 Libor 산정 방식 때문이다. Libor는 영국은행협회(BBA)가 매일 오전 16개 은행으로 구성된 패널이 제출한 금리 가운데 중간값 평균으로 정한다. Libor는 사실상 자체 조달 금리인데, 이 금리를 당사자가 보고한 셈이다. 그런데 BBA는 금리를 물어보지만 사실여부 체크는 안 한다. 트레이더는 매일 몇 베이시스포인트 씩 금리를 낮추는 것이 일반적으로 용납되고 있다고 말했다.(관련 기사 보기)

주) 몇 개 은행이 금리를 제출하는지는 보도마다 다른데 어떤 언론은 20개라고 하고, 예전에 번역하여 정리한 자료에는 15개의 금리라고 한다. 하나금융연구소의 보고서에서는 18개라고 서술하고 있는데 개별 은행들의 리스트를 적어놓아 가장 신뢰도가 높다.

그렇다면 맑고 깨끗한 금융시장에서 바클레이스만이 악랄하게 금리를 조작한 것인가? CFTC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 여러 은행들이 공모해 금리 조작을 조직적으로 진행해왔을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씨티그룹, HSBC, RBS, UBS 등도 함께 조사하였다. 특히 영란은행(BOE)이 바클레이스의 행위를 공모했을 것이란, 그리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역시 이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혐의는 사태의 의미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이 시점에서 ‘금리라는 것이 무엇일까’하는 물음을 던져봐야 할 것 같다. 금리는 돈에 대한 가격이다.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는 “은행 시스템이 미래의 돈의 가치에 대한 최상의 추측에 기초해” 결정할 것이라고 우리가 생각하는 그 금리가 틀렸을 상황을 가정해보라고 말하고 있다. 금리란 것이 전능한 존재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어떤 “주어진 가격”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약삭빠른 인간들이 금리를 자기들 이익을 위해 조작하는 경우 말이다.

우리는 은행 시스템이 미래의 돈의 가치에 대한 최상의 추측에 기초해 오늘의 이자율을 결정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 추측이 결국은 미래 돈의 공급 및 수요와 관련한 전 세계 수없이 많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무수한 시장 예측에 기반하고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우리가 틀렸다고 해보자. 은행가들이 이자율을 조작해 당신이 빌리거나 그들에게 되갚아야할 돈을 두고 내기를 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그 내기는 그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줄 것이다. 그들은 시장이 실제로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내부 정보, 당신과 공유하지 않을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리보 스캔들’, 월가가 바닥을 뚫고 들어갔다”]

금리의 제일 밑바닥 금리는 각국의 중앙은행, 더 근본적으로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에서 책정하는 정책금리에 바탕을 둔다고 할 수 있다. 지급불능의 위험이 사실상 없다고 간주하는 이 금리는 정부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하는 돈의 가격이며, 그 다음 단계로 금융기관, 기업, 가계 등이 자신의 신용도에 따라 가산 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금리가 정해질 것이다. Libor는 이 중에서도 벤치마크 금리로 인기 있는, 신용도 높은 금리로 행세해왔다.

하지만 금융위기 당시 신용이 깨지면서(credit crunch) 정책금리를 내리는데도 시장은 서로를 믿지 못하여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 와중에 바클레이스는 스스로의 신용을 조작하기 위하여 Libor를 조작한 것이다. 일반기업으로 치면 회사가 멀쩡하다고 선전하기 위해 회사채를 낮은 금리에 발행하는데 성공했다고 사기를 친 셈이다. 자신의 조달 금리를 스스로가 보고할 수 있는 금융회사의 특권을 악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한 토론에서 경제전문가인 Max Keiser는 바클레이스의 이러한 조작, 이를 방임 내지는 공모한 영란은행의 행위를 두고 “공산주의적 방식”이라고 비난하였다. 그러면서 시장이 가격을 결정하게 내버려 두라고 말한다. 하지만 문제는 시장이 결정하는 그 가격의 기초가격은 다른 가격과 달리 중앙은행의 정책금리를 통해 결정되는 태생적 한계가 – 물론 정책금리는 중앙은행이 원하는 시장금리로 유도하는 역할에 그치지만 – 있음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즉, 금융업이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1,2차 산업 가치생산의 촉매 역할을 통해 가치를 전유(appropriate)하는 것이라는 ‘노동가치론’적 입장에서 본다면, 그 체제가 공산주의든 자본주의든 정책입안자는 거시경제 이익률의 선순환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정책금리를 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금리와 시장금리에 괴리가 발생하면 이를 조정하고 싶은 유혹에 빠져든다. 그런 면에서 담합이나 가격조작은 사실 국가 차원에서는 합법이다.

참고할만한 글

바클레이스의 LIBOR 조작 사건에 관한 비디오 하나

영국의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LIBOR 조작 사건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LIBOR는 런던은행간제시금리(London Interbank Offered Rate)의 약자로 은행간 차입비용을 산정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LIBOR는 영국은행연합회(BBA)가 매일 주요 은행 간 차입금리 수집해 최고 및 최저 금리 일부를 제외해 평균치를 산정해서 고시하고 있다.(우리의 CD금리도 비슷한 방식으로 고시하고 있다.)

LIBOR는 전 세계적으로 벤치마크 금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매우 심각한 의미를 가진다. BBC는 심지어 자본주의 작동방식의 근본적 회의를 불러일으키는 사건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금융이라는 체제의 기저에 자리한 업태의 근본원리에 관한 문제여서 단순한 엄살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비디오를 소개하고, 시간될 때 이 사건의 의미를 되짚어보도록 하겠다.

12분 28초 부분 보시면 포복절도할 일이 발생함. 멋진 분이시네. ㅋㅋㅋㅋㅋ

No surprise then that lots of people are asking if this and other scandals suggests that there is something fundamentally wrong with the way capitalism is working.[Remedies for capitalism’s malaise]

비디오 보기

금리인상 관련, 엉뚱한 신문기사를 읽고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다”며 “금리 민감도가 높은 재건축아파트 매매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선 금리 인상 영향 때문인지 매수자들의 문의 전화는 뚝 끊겼고, 매도 호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의 전언이다. 서울 잠실동 S공인 관계자는 “당분간 거래가 끊겨 가격이 더 떨어질 텐데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아시아경제, 부동산시장 ‘금리 인상’ 직격탄 맞나..”집값 하락, 거래 위축 불가피”]

6월 10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0.25%로 상향조정했다. 위 기사는 같은 날 아시아경제 웹사이트에 실린 기사다. 입력시간이 10시 27분이다.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가 9시에 시작해서 금리 인상 여부는 10시 조금 넘어서 발표된다하니, 정말 기자가 잽싼 분인가 보다. 그 사이 업계 연구소장님과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의 인터뷰까지 진행해서 기사를 써냈으니 말이다.

금리를 인상할 때면 부동산 시장으로의 악영향을 우려하는 기사들은 위 기사처럼 매크로 함수라도 작동한 것처럼 쏟아져 나온다. 그런 기사에는 으레 정부의 대책 마련을, 특히 건설업계에의 지원책, 촉구하는 내용으로 마무리한다. 위 기사는 게다가 – 오늘 금통위 발표 후부터 기사입력 시간까지의 사이를 두고 한 말이 아니라면 – “금리인상 영향으로 매수자 문의가 끊겼다”는 엉뚱한 소리까지 하고 있다.

현재 가계부채가 800조원을 넘어섰기 때문에, 물론 금리인상은 불가피하게 대출을 받은 가계에게 부담이 될 것이다. 문제는 다른 나라에서는 다 겪은, 피할 수 없는 –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 부동산 자산의 디플레이션을 우리만 억지로 이연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죽으니 금리 올리지 마라’는 주문은 증상을 더 악화만 시킬 뿐이라는 사실이다. 이 기회를 차라리 부채청산의 기회로 삼는 것이 옳다.

이전 정부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이 정부 들어 특히 부동산의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 정책이 강화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일본이 그러했고, 미국이 그러했고, 중국이 그러고 있는 것처럼 거품만 키울 뿐이다. 더구나 미래세대는 지불능력이 현저히 악화되고 있다. 엄청난 등록금을 냈는데도 이전 세대보다 못한 보수를 받는 새로운 세대가 지금 부풀어 오른 부동산 시장을 받쳐줄 수 있을까?

금리인상에 대한 일부 언론의 호들갑

한 유명 애널리스트가 금년 내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였지만 한국은행은 오늘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2%에서 2.25%로 0.25% 올렸다. 전 세계적 저금리 기조는 제2의 대공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공포심 속에서 완화 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극단의 처방이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6월까지 16개월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했었다.

이번 조치에 대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6월에는 `물가안정`을 넣는 등 이전에 신호를 보냈기 때문에 전격적으로 올린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전문가가 금리동결을 예측한 만큼 시장의 입장에서는 “전격적인” 조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시장의 예측을 약간 앞서가는 조치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정책수단도 좀더 다양화되었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이 가계와 기업의 부채 부담을 늘린다는 지적에 대해 김 총재는 “부채가 낮을 때 차입을 하는 계층은 저소득층보다는 고소득층”이라며 큰 충격이 없을 것이라고 대답하였다는데, 일정부분 공감한다. 더불어 위기 이전의 채무자들은 어쨌든 그동안 초저금리의 혜택을 누려왔다. 이후 차입자들은 사실상의 제로금리 상황임을 감안한 조달이었을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대도 일부 언론의 반응은 신경질적이다. 연합뉴스는 <건설업계 “금리인상에 뒤통수 맞은 기분”>이란 기사에서 시장참여자들의 반응을 전하고 있다. 차분한 반응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옮겨 적고 있다. 그리고 결론은 “정부가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업계의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는 주문을 하고 있다.

매일경제의 기사도 재밌다.

늘어나는 이자부담은 그 자체로도 서민들에게 부담이지만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킬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정부의 부양책에도 반응이 없을 정도로 위축된 부동산 시장인데 대출금리 인상은 치명적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29.남)는 “적금이 만기가 돼 대출을 좀 얻어서 작은집이라도 사볼까 했는데 금리가 올라서 망설여진다”고 말했다.[금리인상 소식에 가계·中企 `울상`]

0.25% 대출금리 인상이 어떻게 치명적인지의 예를 들었는데 A씨의 상황이 별로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적금을 얼마짜리를 타기에 집을 살 생각을 하는지도 궁금하고 0.25% 올랐다고 망설일 정도로 많이 대출을 해야 한다면 과연 그 “작은 집”이 얼마만한 집인지도 궁금하다. 매경은 가계를 대변하는 A씨와 중소기업이 금리인상의 직접적인 피해자라고 말하고 있다.

요컨대 일부 언론은 금융당국이 금리인상이라는 벌을 시장에 주었으니 그에 상응하는 상도 달라고 요구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러한 주문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당장 오늘 시장의 반응은 차분한 편이다. 금리인상 가능성이 이미 시장에 선반영되어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결국 이번 금리인상은 금리정상화의 단계에 불가피한 과정일 뿐이다. 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