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금리

금리인상에 대한 일부 언론의 호들갑

한 유명 애널리스트가 금년 내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였지만 한국은행은 오늘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2%에서 2.25%로 0.25% 올렸다. 전 세계적 저금리 기조는 제2의 대공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공포심 속에서 완화 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극단의 처방이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6월까지 16개월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했었다.

이번 조치에 대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6월에는 `물가안정`을 넣는 등 이전에 신호를 보냈기 때문에 전격적으로 올린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전문가가 금리동결을 예측한 만큼 시장의 입장에서는 “전격적인” 조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시장의 예측을 약간 앞서가는 조치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정책수단도 좀더 다양화되었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이 가계와 기업의 부채 부담을 늘린다는 지적에 대해 김 총재는 “부채가 낮을 때 차입을 하는 계층은 저소득층보다는 고소득층”이라며 큰 충격이 없을 것이라고 대답하였다는데, 일정부분 공감한다. 더불어 위기 이전의 채무자들은 어쨌든 그동안 초저금리의 혜택을 누려왔다. 이후 차입자들은 사실상의 제로금리 상황임을 감안한 조달이었을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대도 일부 언론의 반응은 신경질적이다. 연합뉴스는 <건설업계 “금리인상에 뒤통수 맞은 기분”>이란 기사에서 시장참여자들의 반응을 전하고 있다. 차분한 반응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옮겨 적고 있다. 그리고 결론은 “정부가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업계의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는 주문을 하고 있다.

매일경제의 기사도 재밌다.

늘어나는 이자부담은 그 자체로도 서민들에게 부담이지만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킬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정부의 부양책에도 반응이 없을 정도로 위축된 부동산 시장인데 대출금리 인상은 치명적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29.남)는 “적금이 만기가 돼 대출을 좀 얻어서 작은집이라도 사볼까 했는데 금리가 올라서 망설여진다”고 말했다.[금리인상 소식에 가계·中企 `울상`]

0.25% 대출금리 인상이 어떻게 치명적인지의 예를 들었는데 A씨의 상황이 별로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적금을 얼마짜리를 타기에 집을 살 생각을 하는지도 궁금하고 0.25% 올랐다고 망설일 정도로 많이 대출을 해야 한다면 과연 그 “작은 집”이 얼마만한 집인지도 궁금하다. 매경은 가계를 대변하는 A씨와 중소기업이 금리인상의 직접적인 피해자라고 말하고 있다.

요컨대 일부 언론은 금융당국이 금리인상이라는 벌을 시장에 주었으니 그에 상응하는 상도 달라고 요구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러한 주문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당장 오늘 시장의 반응은 차분한 편이다. 금리인상 가능성이 이미 시장에 선반영되어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결국 이번 금리인상은 금리정상화의 단계에 불가피한 과정일 뿐이다. 벌이 아니다.

금리, 올려야 하나 묶어야 하나

2003년 ‘카드 사태’가 터지면서 경제성장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인 2.8%까지 곤두박질쳤다. 한국은행은 4.25%였던 기준금리를 3.75%까지 내렸다. 2004년 경기는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지만, 한은은 기준금리를 당시까지의 최저 수준인 3.25%까지 추가 인하했다. ‘더블딥 우려’ ‘일본식 장기불황 도래’ 등 비관적인 경제전망이 국내 금융시장과 언론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2005년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지고 부동산시장이 들썩였는데도 한은은 그해 9월까지 11개월 동안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꽁꽁 묶은 ‘금리2%’…5년전 ‘자산거품’ 전철 밟나]

이 당시 내가 끼적거린 글들을 뒤져봤더니 이렇게 쓰고 있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박승 총재는 8일 금융통화위원회가 9월 콜금리  목표를 3.2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경기가 모든 부문에서 현저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어, 하반기에는 당초 예측대로 4.5%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며 “경기가 기대대로 회복된다면 내달 (콜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날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하게 된 배경은 831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들었다. 따라서 내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0.25% 포인트 올린다 하더라도 내년까지 현저한 경기 확장적 저금리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의 경제부처가 경제성장을 중심정책으로 하고 있다면 한국은행의 정책목표는 경제 안정화 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다른 말로 인플레이션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러한 본래의 목표에 비추어보자면 박승 당시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그 결과도 바람직하지 않았다. 831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였고, 결과론적으로 이는 정부의 정책실패 라는 평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편 현 정부는 이전 정부에 비해 더욱 – 게다가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 저금리 기조를 통한 경제팽창에 몰두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한때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가며 – 심지어 갈등양상까지 전개하면서 – 중앙은행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려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재정부 차관이 금통위에 참석하는 등의 유무형의 압력이 계속되자 결국 자신의 임기 안에 금리를 정상화시키려는 의지를 접고 말았다.

한편 외국계 은행 등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이 금리를 인상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샤론 램(Sharon Lam) 모간스탠리리서치 이 코노미스트는 10일 서울 여의도동 CCMM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을 빠른 시일내에 결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은행은 출구전략이나 더블딥(경기상승 후 재하강) 등의 우려로 금리인상 시기를 늦추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코노미스트 입장에서는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상승하고 있는 등 경제성장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 반면 금리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는 얘기다.[“한국은행, 금리인상 반드시 해야”-모간스탠리]

그는 금리인상이 기업의 수출이나 은행의 예금수익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한편 정부의 입장은 현재 더 걱정해야 할 것은 디플레이션 리스크라는 입장이다.

지난 11일 금통위에 참석했던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재는 ‘인플레이션 리스크’와 ‘디플레이션(경기불황으로 물가 하락) 리스크’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고 어느 리스크가 큰지는 그때그때 판단해야 한다”며 “저조한 고용률 등 적어도 지금은 후자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 차관은 “우리뿐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기구가 모두 그렇게 판단하고 있고, 그래서 미국도 금리를 못 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꽁꽁 묶은 ‘금리2%’…5년전 ‘자산거품’ 전철 밟나]

적어도 현재 상황이 정부 관료로부터 “저조한 고용률”을 현재의 저금리 기조로 땜질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솔직한(?) 발언을 들을 수 있어 다행이다. 그럼에도 그간 시중금리에 대한 행정지도(?), 정부관료의 금통위 참석 등 개발주의식의 관치금융의 칼을 빼들어 억지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는 모습은 보기 좋은 상황은 아니다. 더구나 그것이 한국은행이라는 견제기구를 눌러 앉혀서까지 연출되고 있어 더욱 문제다.

현 시점이 금리인상 시기나 유지시기냐 하는 문제는 어찌 보면 정치적 의지의 표현이며 누구 말이 옳고 그르다 할수 없을 수도 있다. 또한 경기확장기에 금리인상의 시기를 놓쳐 우왕좌왕했던 2005년의 상황과는 매크로 환경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는 지속가능한 정책이 아니다. 언젠가는 올려야 한다. 금리조정의 결정은 인하론과 인상론의 건전한 토론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한쪽 날개로만 날고 있을 뿐이다. 저공비행으로 말이다.

금리정책과 통화정책

향후 10년 동안 누적으로 7조1천억 달러로 예상되는 재정적자 대신에 백악관은 9조 달러 정도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수치는 연간 재정적자가 2019년 GDP의 4%를 훨씬 초과할 것이라는 것과 부채누적의 속도가 예상 GDP 성장을 초과할 것을 암시한다. 이는 유지 가능한 회계 경로가 아니다.[중략]
이번 회계연도의 1조6천억 달러의 적자 중 거의 3분의 2는 – 2차 대전 이후 기록인 GDP의 11.2% – 지난 10월 통과된 7천억 달러의 금융부문 구제안과 2월부터 적용된 7천8백7십억 달러의 경기부양 패키지 명목으로 현재까지 쓰인 부분에 해당한다.[중략]
만약 최소한 부채의 증가속도가 경제의 성장속도 범위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은 채무이행 의무에 대해 점차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정부의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다. – 그리고 재정적자 위기는 재정적자 소용돌이로 휘말릴 것이다. 최악의 경우 고삐 풀린 부채로 말미암아 1970년대의 두 자리 수의 인플레이션과 이자율로 회귀할 수도 있다. 다만 이번에는 중국과 일본이라는 외국 채권자들에 대한 미국의 천문학적인 이행의무가 함께 한다.

Instead of a cumulative $7.1 trillion deficit over the next decade, the White House now projects a $9 trillion deficit. These figures imply average annual budget deficits greater than 4 percent of gross domestic product through fiscal 2019, a rate of debt accumulation faster than projected GDP growth. This is not a sustainable fiscal path.[중략]
Almost two-thirds of the current fiscal year’s $1.6 trillion deficit — a postwar record 11.2 percent of GDP — is attributable to the $700 billion financial sector bailout passed last October, and what has been spent so far under the $787 billion counter-recession stimulus package adopted in February.[중략]
Unless it can at least limit the growth in debt to the growth of the economy, investors will gradually lose faith in Treasury obligations, increasing the government’s borrowing costs — and turning a deficit crunch into a deficit spiral. In the worst case, unchecked debt could trigger a return to the double-digit inflation and interest rates of the late 1970s, only this time with massive U.S. obligations to foreign lenders such as China and Japan.[출처]

인용문에 언급된 1970년대 미국의 경제는 암울했었다. 베트남 전쟁과 린든 존슨 대통령 시절부터 급격하게 늘어난 사회복지예산 등으로 말미암아 국내 인플레이션은 만성적인 현상이 되어버렸다. 보수주의 경제학자들은 민주당의 자유주의적인 경제정책을 물려받은 닉슨에게서 이러한 위기를 보수주의적 경제정책으로 풀어나가길 기대했다. 하지만 뾰족한 답이 없었던 닉슨은 오히려 물가와 임금을 통제하는 등 민주당 정권보다 더 국가개입적인 정책을 시도하여 보수층을 실망시켰다.

결국 끝없는 혼란은 자신의 임무가 ‘인플레이션 용(inflationary dragon)’을 잡아 죽이는 일이라고 주장한 FRB 의장 폴 볼커가 진두지휘한 초고금리를 통해 안정되었다. 그는 1979년 10월 6일 토요일 할인율(중앙은행이 민간은행에 대부해줄 때의 이자율)을 무려 12%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당시 언론은 ‘토요일 밤의 학살’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내경제는 침체에 빠져들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되는 등 노동계급의 엄청난 희생이 따랐다.

어쨌든 레이건 시절까지 이어졌던 이러한 고금리 정책으로 말미암아 인플레이션은 진정되었다. 전반적인 물가가 안정이 된 만큼 경제는 다시 탄력을 받았고 80년대 초부터 미국경제는 새로운 도약을 맞게 되었다. 그런데 폴 볼커의 무기는 고금리 말고 또 하나가 있었다. 바로 통화 공급의 축소였다. 금리정책과 함께 통화정책은 물가수준을 잡는 주요수단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금리와 함께 너무 많은 돈이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이라면서 “그 방정식에서 너무 많은 돈 부분을 공격(attack the too-much-money part of the equation)”했다고 주장하였다.

요컨대 정부가 경제를 조절할 수 있는 두 가지 큰 무기는 금리와 통화조절이다. 이를 유념하여 현재의 상황을 보면 현 위기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일단 금리의 경우 제로금리에 가까우니 금리는 오직 한 방향으로만 움직일 수 있다. 만약 2차 침체기에 접어든다 하더라도 각국 정부가 쓸 수 있는 금리정책은 없다. 오직 통화 공급만 늘릴 뿐이다. 한편 인플레이션 기미가 보일 때는 금리를 높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통화 공급 축소가 쉽지 않다. 국가의 지출은 70년대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커진데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지출이 이미 막대해 뿌려진 통화를 회수할 여력이 급격히 소진된 탓이다.

미국의 이번 회계연도 재정적자는 우리 돈으로 2천조 원으로 예상된다.(주1) 이런 상태에서 인용문에서 주장하다시피 경제성장률이 부채증가율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것은 재앙적인 상황이 될 것이다. 세금은 걷히지 않고, 더 많은 구제책이 마련되어야 하고, 투자자들은 신뢰를 상실할 것이다. 이미 중국이 달러 포트폴리오의 조정에 착수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금리정책과 통화정책 모두 외다리 신세가 되어버린 미국이 믿을 것은 이제 채권자들 밖에 없는 상태인데 또 외다리이기는 두 나라 모두 마찬가지다.

(주1) 우리나라 예산이 280조원 정도니까 미국의 재정적자가 우리나라 예산의 7배가 넘는다는 이야기다.

기준금리 인하의 정책효과

조선일보의 ‘기준금리 내렸는데 가계대출은 줄어’라는 기사는 왜 기준금리는 내리는데 시중 유동성 공급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지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기준금리의 인하가 CD금리 인하를 불러오고 이것이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낮춰 작년 말 7%대의 고금리의 특판예금으로 자본을 충당한 국내금융기관이 역마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신규대출을 옥죄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금융당국은 전 세계의 저금리 기조에 발맞춰 연달아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라는 것은 하나의 지표이자 목표일뿐 그것이 시중금리에 반영되기까지는 좀더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의 RP매매, 대기성 여수신 등 대금융기관 거래의 기준이 되는 금리다.

시중 금융기관 들은 이외에도 예금성 수신과 CD 발행, 은행채, 후순위채 발행 등 시장성 수신 등 다양한 수단을 구사한다. 그렇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바로 시중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기준금리는 시중 금융기관의 조달금리에 영향을 주기는 하나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희한하게도(!) 연말부터 여태까지 금융기관 대출의 상당부분의 기준금리가 되고 있는 CD금리는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주 말 기준으로 2.57%로 작년의 6%대에 비교하면 반 토막 난 셈이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기사에서도 보듯이 작년 말 각 금융기관들은 정부의 BIS비율 증대지시에 따라 고금리의 후순위채를 발행하여 조달비용이 높아진 상태다. 이러니 역마진 – 조달비용보다 대출수익이 낮아지는 – 상황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물론 대출기관들의 가계대출 시의 공식적인 가산금리를 무시하는 고금리 기조는 비판받아야 할 것이다. 위기 시에도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어야 할 금융기관이 가장 민감하게 두려움에 떨고 있는 셈이니 말이다. 하지만 정책당국의 속절없는 기준금리 인하도 대책 없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조선일보도 지적하고 있듯이 보완대책이 없는 기준금리 인하는 기존 대출자의 기득권 유지(더 나아가 부동산 가격 붕괴 방지?), 신규대출의 불평등 심화(신용도가 높으면 저금리 대출, 낮으면 대출 자체가 불가능)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CD금리 깜짝쇼

지난번 정부가 의도적으로 CD금리만을 낮추고 있다고 추측한 바 있는데 정부의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열린 날이고 한국은행의 금통위를 하루 앞둔 1월 8일 일어난 또 하나의 사건은 이러한 가정에 또 하나의 판단 근거로 써도 될 듯하다. 언론에 따르면 이 날 “8일 기업은행이 양도성예금금리(CD)를 2.90%라는 ‘초저금리’에 발행”했다고 한다. “전날에 비해 무려 0.67%나” 떨어진 수치다.

어떻게 이런 초저금리에 발행이 가능했을까? 머니투데이는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 본부장의 발언을 재인용하며 “이날 4개의 자산운용사에서 기업은행의 CD를 매수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정부의 자금을 위탁 운용한 곳에서 낮은 금리에 매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CD를 둘러싼 관치금융? 물론 기업은행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저 시장분위기였을 뿐이라는 해명이다.

진실은 알 수 없다. 어쨌든 같은 날 “한국씨티은행은 2000억원 규모로 3.25%에 찍었다”고 한다.

관련기사 1. 2.

CD금리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금리정책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12월 들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역시 급락세를 보이면서 금리 인하가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CD금리 인하는 주택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져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는 요인이 된다. 16일 한국증권업협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집값의 움직임은 CD(91일)금리 추이와 반비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7월 월평균 CD금리는 5.52%로 6월보다 0.16%포인트 상승했고 이와 동시에 서울 집값 역시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출처]

위 기사를 참고해서 아래 그래프를 보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스프레드 하에서 움직이던 회사채와 CD가 2008년 중반부터 급격히 차이가 나기 시작하여 현재는 거의 3.8%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차이가 벌어지게 된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나 일단은 시장의 안정희구심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즉 회사채의 경우 CD보다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금리격차가 벌어지는 것이다.

(자료 : ECOS)

하지만 이것으로 설명이 부족한 것이 CD를 발행하는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라고 해서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위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CD는 국고채와 비슷한 패턴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결국 정책의지라 할 수 있다. 즉 현재 은행대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과 부동산PF대출의 기준금리가 이 CD금리다. 따라서 CD금리의 상승은 부동산 관련 대출 가계 및 기업의 비용증가를 유발하여 부동산 폭락의 기폭제가 된다는 판단이다. 그러하기에 정부는 회사채 금리 안정보다는 CD 금리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은행채 시장의 물꼬를 터주기 위해 은행채 매입에도 나서기로 했습니다.(중략)이렇게 되면 은행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게 돼, 결과적으로 서민대출금리를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출처]

지난 10월 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75%인하하는 한편, 은행채를 매입해주기로 했다는 소식의 일부다. 은행의 예금 이외의 주요자금조달 수단은 시장성수신, 즉 은행채와 CD 등이 있다. 은행채를 매입해주면 결국 CD의 발행수요는 크게 줄어든다. 한편으로 이제는 은행채 매입을 넘어 직접적인 시장성 수신 확대 규제까지 나서고 있다.

시장성수신은 시장에서 양도성예금증서(CD), 은행채 발행 등을 해 은행 금고를 채우는 방식으로 가계, 기업대출금리 등 시장,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21일 금감원은 “CD 발행 등을 통한 시장성 수신 비중이 과도한 은행에 대해서는 이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출처]

짐작컨대 정책당국이 신규여신을 늘려 자금순환이 빨라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회사채와 CD의 금리를 동시에 조절하려 노력하였을 것이다. 막말로 미국처럼 기업어음이라도 직접 매입해서 말이다. 하지만 현재 CD금리에만 방점을 두는 것은 부동산 가격의 추가적인 하락을 지연시키는 동시에, 향후 만기가 도래할 부동산 관련 대출의 쓰나미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너무 때늦은, 그것도 정반대의 방향으로의 금리정책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무지막지하게 인하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나는 글이 하나 있었다. 별다른 글은 아니고 2005년 소위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 종합선물세트라 불리던 831대책이 발표된 직후, 내가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던 글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표현으로 좌충우돌하고 있는 그 글에서 2005년의 나는 부동산 연착륙의 수단으로 금리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가정일뿐이지만 그때 적절한 시점에 금리를 조정하는 등 금융정책을 통해 부동산 문제를 풀었더라면, 지금 이런 어처구니없는 시장에로의 투항이 아닌 좀 더 바람직한 상황이 연출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물론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말이다. 참고삼아 여기 올려둔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박승 총재는 8일 금융통화위원회가 9월 콜금리 목표를 3.2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경기가 모든 부문에서 현저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어, 하반기에는 당초 예측대로 4.5%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며 “경기가 기대대로 회복된다면 내달 (콜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날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하게 된 배경은 831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들었다. 따라서 내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0.25% 포인트 올린다 하더라도 내년까지 현저한 경기 확장적 저금리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내년 초까지 2~3번 정도의 금리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투자증권의 전문가는 현재의 금리가 “지나친 저금리” 이기 때문에 향후 금리인상은 “적정금리로의 회귀”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하면서 금리가 ‘적정’ 금리로 회귀한다 하더라도 “오히려 여전히 경기 부양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

시장에서 금리인상이 경기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 보는 근거를 살펴보자. 일단 IMF 이후 국내 기업들의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고, 기업들이 신규 설비투자를 꺼리며 현금성 자산규모는 사상최대로 높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금리인상으로 낮아진 채권가격으로 인해 증시로 돈이 몰릴 개연성이 크고 이는 오히려 기업의 자금조달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가계대출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는 있으나 가계대출의 상당부분이 부동산 관련 대출임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금리조절을 통한 적절한 통제가 필요함을 이미 지난번에 언급하였다. 그러나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기업의 가처분 소득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등 사회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짐에 따른 부담은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가처분 소득의 불균형은 금리 때문이라기보다는 분배정책에 있음에 다른 해법이 필요할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바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으나(사실 경제란 것이 무 자르듯이 그 원인과 효과가 선명하게 드러날 수 없기 때문에) 금리인상이 경기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예측은 일단 다소 과장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지난번 언급하였듯이 미국과 남한 사이의 금리 역전 현상이 가져올 외화유출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경기안정을 위해서는 현재의 지나친 저금리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오늘자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박승 총재가 현실경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통계지표를 들어가며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것은 잘못 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또 다른 경제지표인 소비자기대지수를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주류언론의 비난은 어찌 보면 아직도 자본가 계급에서는 향후 효과가 어떻던 현재의 저금리 기조를 향유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그러하다면 소비자기대지수가 하락하는 것은 과연 금리와 깊은 상관관계를 가질 수 있을까? 이는 결국 앞서 이야기했던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저하되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가처분 소득의 저하는 금리보다는 오히려 부동산 자산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큰 우리나라의 실정,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른 가계부담 증가, 기업이윤의 불공평한 분배, 사회양극화 등이 원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오히려 소비자기대지수의 상승을 위해서는 가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부동산의 거품을 빼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부동산 거품의 원인으로 여러 원인이 지적되지만 그 근본은 현금의 과잉유동성에 있다. 현재 부동산 쪽으로 몰려있는 시중 유동자금은 약 430조원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그 과잉유동성은 가계대출과 무관하지 않은데 삼성경제연구소의 <가계부채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는 금리하락과 부동산 가격 상승이 곧바로 가계대출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소득대비 대출비율은 131% 로 영국, 일본과 함께 세계적으로도 수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에 가계의 금융자산 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아 – 우리나라는 비금융자산 비율이 전체 자산의 80% 수준 – 부동산 가격 하락 등에 따른 충격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결국 한줌도 안 되는 자산가들이 시중은행의 저금리를 노려 거칠 것 없이 부동산을 매입하여 장난질을 치고 있고, 그러한 금융버블 및 부동산버블이 꺼지는 순간 그 충격파는 예측을 불허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절대다수의 서민들은 이러한 투전판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해답은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해 투전판에서 딴 돈의 세금을 높이는 것의 선행요소로 투전판에 돈이 유입되지 못하도록 빌려주는 돈의 금리를 높이고 그 한도를 줄이는 것이 해법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1주택 소유자가 빌린 돈의 이자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하지만 1채를 사기 위해 5천만 원을 빌린 이와 10채를 사기 위해 5억 원을 빌린 이의 금리인상에 따른 체감지수는 다를 수밖에 없다. 10채를 사서 돈놀이를 하는 이의 심적 부담이 더욱 큰 것이다. 거기에다 가구당 대출한도 및 대출회수의 제한은 더욱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결국 남한의 땅과 주택을 둘러싼 투전판의 패거리들은 부동산 투기꾼, 판돈을 대준 은행 – 외국계 은행의 증가도 한몫 하는데 이들은 가계대출이외에는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는 듯 하다 – , 그리고 이런 투전판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 금리를 낮게 유지해준 정책당국 들을 꼽을 수 있다. 투기꾼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은행과 정책당국은 사정의 심각성을 알고 있을 텐데 은행은 단기수익성에 매달려, 정책당국은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공포심리 때문에 이를 드러내놓고 해결하려 하는 마음이 없는 것 같다.

서민에게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도 고통이지만 급격한 폭락도 고통이다. 단기간의 급격한 부동산 하락은 자산의 절대감소를 불러오고 더욱 심각한 소비심리 위축을 가져온다. 그 뿐 아니라 대출금 상환에 큰 부담을 가져와 주택을 손절매하는 악순환까지 불러올 가능성이 큰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명백히 위기상황이다. 자본주의 금융시장의 무정부성이 불러온 결과이다. 정부와 은행은 버블붕괴에 따른 경착륙을 방지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부동산의 연착륙을 시도해야 한다. 그것은 분명 세금정책에 우선하여 과잉유동성을 해소하는 것이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