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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정부의 시도는 성공할까?

매일경제가 단독 입수한 국책 연구기관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DTI 규제를 현재보다 10%포인트 완화할 경우 주택가격은 연간 0.5%의 상승효과가 있고 주택거래는 연간 2만5000가구가 추가로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작년 한 해 전체 주택거래량 85만 2000가구의 약 3%에 달하는 거래량이다.[“DTI10%P올리면 주택거래 2만5천건 늘 것”]

최경환 의원이 경제부총리로 내정되자마자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이 LTV와 DTI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팔 걷고 나섰다. 소비자들이 돈을 더 빌릴 수 있도록 해서 부동산 경기를 진작시키겠다는 심산이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볼 때 한국은 다른 많은 나라에 비해 부동산 경기가 침체상태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현재의 부동산 침체는 소비자들이 돈을 못 빌리기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LTV와 DTI는 각각 김대중 대통령 시절인 2002년과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5년 시행됐다. 이 제도는 당시 폭등하던 집값을 제어하기 위해 시행된 제도인데 현재와 같은 침체기에는 적당하지 않다는 것이 완화론자의 지적이다. 최경환 내정자는 이를 두고 “한겨울에 한여름 옷을 입는 격”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빚을 내서 겨울옷을 사라는 이야기인데 이런 의지는 아래와 같은 정서를 염두에 둔 의지일 것이다.

국민은 부동산 경기가 언제 살아날지가 최대 관심사다. 세계 부동산이 거품을 우려할 정도로 활황을 보이는 것은 각국 중앙은행의 ‘울트라 금융완화 정책’ 때문이다. 하지만 한은이 금리를 내렸다든가, 돈을 시원하게 풀었다는 소식을 들은 지 오래됐다. 재산의 70% 정도를 부동산에 쏟아부은 국민의 눈에 한은은 마뜩지 않을 수밖에 없다.[‘굼뜬 지성’ 한국은행…국민 불만 왜 높아지나]

하지만 상황은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빚내서 집사라”고 독려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로 보고서가 분석한 각 주요국의 평균 82%를 상회하고 있다. 보고서는 위기를 촉발하는 임계치 수준인 99%로 설정하고 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154.8%(2011년)로 신용위기 당시(2010년) 미국의 122.6%를 상회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주거실태조사’를 통해 전세에서 자가로 전환하는 비율이 지난 2005년 53.0%였으나 2008년 38.7%, 2010년 26.1%, 2012년 23.2%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과거에는 전세가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거치는 일종의 과도기적 주거형태였지만 최근에는 자가로 갈아타기보다는 전월세 등 임차시장에 지속적으로 머무는 가구가 늘고 있다.[전세 살던 사람, 집 안산다]

또한 이 기사를 보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소유위주의 관점에서 주거위주의 관점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의 존재의의를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주거안정에 두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구입능력이 있는 이들조차도 임차시장에 머물러 있는데 LTV/DTI만 완화하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분석은 가계부채 1000조의 시대에 지나치게 순진한 분석으로 여겨진다.

신용위기 이후의 부채의 손바꿈, 과연 “새로운 정상”인가?

신용위기 이후 각국 정부는 주로 위기진화를 위한 유동성 공급의 목적으로 부채를 크게 늘렸다. 그뿐 아니라 중앙은행의 부채도 크게 늘었다. 투자은행 등 사기업을 정부의 돈으로 살린다는 정치적 비난을 우려한 정부가 중앙은행을 움직여 비전통적 수단을 – 실질적으로는 정부부채의 부외금융화 – 동원하였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은 시장에서 직접 채권을 사들여 장기금리를 낮췄다. BIS의 한 보고서는 이를 두고 “중앙은행의 공개지상 조작과 정부부채 관리 사이의 깔끔한 분리를 오염시켰다”라고 논평했다.

반면 민간부채는 줄어들어 정부부채의 증가와 대비됐다. 민간부문에서는 경기침체에 따른 투자부진 혹은 적극적인 디밸류에이션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장기 시계열 자료 확보가 가능한 9개 국가 1의 부채수준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2012년 기간 동안 GDP 대비 정부부채는 51.7% 증가한 반면, 민간부채는 6.3% 감소하였다. 같은 기간 글로벌 자산 대비로는 정부부채는 35.0% 증가, 민간부채는 6.1% 감소하였다. 이러한 추세에 중앙은행의 부채, 실질적인 정부부채를 감안할 경우 그 추이는 더욱 드라마틱해질 것이다.



자산 대비 글로벌 정부 및 민간부채지수 추이(출처)

물론 정부부채의 상당부분은 중앙은행 자산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즉 통화발행의 독립성을 위해 정부가 채권을 발행하고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하여 서로 맞바꾸는 흥미로운 의식을 진행하면서 서로의 대차대조표에 부채와 자산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 바지의 양쪽 주머니의 거래상황만 상쇄한다면 사실상 중앙은행의 부채는 또한 정부의 부채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어떤 전문가는 두 재무제표의 통합을 주장하기도 한다. 통합의 함의는 둘째치더라도 일단 중앙은행의 부채는 넓게 보아 정부부문의 부채임은 틀린 말이 아니다.

지난 24시간 동안 경고가 이어졌는데 뉴욕 연방준비은행장 윌리엄 더들리는 시장 변동성의 하락이 “나를 약간 긴장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영란은행 부총재 찰리 빈은 상황이 위기 이전의 시절을 “으스스하게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한편 분데스뱅크의 이사회 멤버 안드레아 돔브레트는 “우리는 시장이 고요하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리스크가 엿보인다.”라고 말했다.[What Lurks Beneath? Market Calm Unnerves Central Bankers]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 경영진들이 연달아 자금시장에 대해 이례적인 내용의 발언을 하고 있다. 블름버그는 이런 발언의 배경에는 “정책결정자의 염려는 그들의 손쉬운 돈(easy money)이 시장을 현실에 안주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있다고 분석하였다. “손쉬운 돈”이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정부가 – 중앙은행 포함 – 억지로 유동성을 공급한 돈을 말한다. 이런 상황은 어떤 면에서는 저금리를 유지하여 시장이 공격적 투자에 나섰던 신용위기 이전의 상황을 연상시킨다. 그때는 금리였고 지금은 통화 그 자체라는 점이 차이점이다.

빈사상태의 시장에 수유된 “손쉬운 돈”은 대개는 다시 중앙은행의 초과지급준비금으로 돌아와 이자수입만 챙겼다. 나머지 돈은 시중에 떠돌아 역대 최저의 금리 상황을 즐기면서 자산시장에 몰리기도 했다. 압도적으로 낮은 통화승수에도 불구하고 양적완화의 효과가 있기는 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 중앙은행 경영진들이 경고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시장이 겁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유례없는 비정상(abnormal)의 상황을 두고 “새로운 정상(new normal)”이라 말할 정도로 감각이 둔해져 있다.

스페인에서 아일랜드에 이르기까지 국가 채무에 지불하는 수익률은 역대 가장 낮다. 반면 영국에서 노르웨이에 이르기까지 자산 시장은 폭등하고 있다. [중략] 에쿼티, 통화, 원자재, 그리고 채권 등에 대한 등락을 예측하기 위한 옵션으로 쓰이는 뱅크오브어메리카의 시장 리스크 인덱스는 5월 14일 –1.22로 떨어져 2007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략] 월스트리트에 대한 Fed의 선두척후병인 더들리는 어제 뉴욕에서 말하길, 그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변동성이 우려스러운데 왜냐하면 “그것은 단순한 고정수입(fixed income)이 아니다. 그것은 고정수입(fixed income)이다. 환율 그리고 에쿼티.”[What Lurks Beneath? Market Calm Unnerves Central Bankers]

더들리가 일종의 말장난을 한 것 같다. 원래 투자은행은 fixed income 부문에서 국채 등과 같은 “비교적” 고정적인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투자에 주력했다가 환율, 에쿼티, 파생상품과 같은 전혀 고정적이지 않은 수입을 지향하여 위기를 초래했다. 더들리는 이런 상품들이 변동성이 큼에도 지금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여하튼 인용문은 시장은 기록적으로 낮은 금리와 기록적으로 높은 유동성 속에서 슬슬 위기 전처럼 실물투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찰리 빈은 “투자자의 현실에 안주하려는 정서와 시장 리스크에 대한 과소평가” 경향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럼 과소평가하고 있는 시장 리스크는 무엇일까? 근본적으로 시장은 지금 정부와 중앙은행의 전례 없는 부채가 출렁거리고 있는 살얼음 위를 걷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단순히 부채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본원통화 자체가 전례 없이 늘어 있다. 정상적인 통화승수가 작동하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지금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정부를 신뢰하고 있다.

2014년 4월 미국은 누구에게 빚지고 있는가?


출처 : Political Calculations

이 차트를 제공한 사이트 Political Calculations에 따르면, 차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벨기에의 비중이 괄목할 정도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벨기에에는 주요한 국제금융기관들이 위치해있기 때문에 다른 외국기관들이 벨기에의 은행을 통해 미국의 채권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Political Calculations의 설명이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그 외국은 아마도 러시아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한편 Fed는 계속해서 재무부에 대한 채권 비중을 높여가고 있는데 2013년 8월에 비해 비중이 1.6% 늘어났다.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은 정상적인 대책인가?

국내 최대 공공발주자인 LH의 경우 공동사업과 대행개발, 리츠 활용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올해는 최대 5조원 규모의 민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에 발맞춰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령 개정을 통해 용지조성 공사로 한정했던 민간의 대행사업 범위를 공장, 주거, 상업시설 등 건축사업으로 확대했다.[건설투자는 줄이고 민자 유치에만 혈안, 민간에 리스크 떠넘기는 공기업]

한전 발전자회사들이 신규 발전소 건설 시 재정을 자체충당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해 건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략] SPC를 통한 신규 발전소 건설은 발전자회사를 중심으로 사업에 관심있는 동반사업자, 재무적투자자(FI) 등을 유치해 일정 비율의 지분 참여로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이다.[한전 발전자회사, SPC 통한 발전소 건설 검토]

여의도 면적의 84%에 달하는 시가 7조원 이상의 공공기관 본사 부지가 시장에 매물로 쏟아지게 된다. [중략] 정부는 지난해 말 295개 공공기관에 내린 부채 감축계획 운용 지침에서 ‘지방 이전 대상 기관은 부채 감축 계획에 본사 부지 매각 계획 등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명시, 본사 부지 매각을 기정사실화했다.[공공기관 정상화위해 본사부지 매각 추진, 54곳-7조원어치 매물 쏟아진다]

자유경제원(원장 전원책)은 4일 오후 2시 30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8층에서 ‘공기업 개혁,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한다.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와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장이 ‘공기업 개혁 민영화가 대안이다’와 ‘민영화 논리 및 원리’란 주제로 각각 발표한 후 각계 전문가 4인이 참여한 가운데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자유경제원, 오늘 공기업 개혁 관련 정책세미나]

위 소식들이 모두 2014년 2월 4일자 건설경제신문의 기사들이다. 모두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과 관련한 기사들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난데없는 “정상화”란 단어를 “대박”단어로 만든 현 정부가 가장 먼저 “정상화”시키겠다는 대상이 바로 공공기관인 것이다. 사견으로 공공기관의 “정상화”라 함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선순위 사업이 바뀌는 작태가 아닌 설립취지에 맞는 고유목적의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라 생각되지만 이 정부는 현재까지는 부채감축이 곧 정상화라 여기는 듯 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공기관과 공기업들은 구조조정과 부채감축을 최우선순위에 놓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방안은 사업구조조정, 자산매각, 경영효율화, 수익증대 등이다. 그리고 사업구조조정의 구체적인 방식은 민간자본 유치나 사업시기 조정 등이다. 결국 공공기관 존립의 근거인 사업시행과 이를 통한 복리증진, 경제 활성화는 생존을 위해 뒷전에 놓겠다는 것이다. 가만. 생존이라고? 부채비율이 높다고 당장의 생존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현재 푸닥거리의 배경은 무엇일까? 위에서 하라니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공기관 정상화” 로드맵은 다소 폭력적으로 시작됐는데, 바로 코레일의 자회사 설립 결정과 이에 따른 파업이 그것이다. 현재 각 공공기관에게 들이대고 있는 잣대가 바로 코레일에게 들이댔던 잣대다. ‘코레일이 방만한 경영으로 적자가 누적되고 부채가 많으니 경쟁체제를 만들어 경영효율을 꾀하라’는 논리가 자회사 설립의 주된 논리였다. 당시 하도 “민영화”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어 결국 “공공 자회사” 설립으로 한발 물러서긴 했으나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비정상”의 주범이라는 인식은 뿌리 깊이 박혀 있었다.

하지만 “비정상”의 원인이 무리한 고유목적 사업수행이나 필요이상의 유휴인력 운용에 따른 것일 수도 있으나, 이미 예전 글에서 살펴보았듯이 집권세력의 입맛에 맞는 사업추진에 따른 희생양이 된 사례도 무시할 수 없다. 4대강 정비 사업의 희생양 수자원공사가 그렇고 KTX 사업의 희생양 철도시설관리공단/코레일이 그렇다. 따라서 현 정부가 정말 공공기관을 정상화시키고 싶을 요량이면 공공기관의 자원을 주머니 쌈짓돈으로 생각하는 관행, 지금도 여전한 낙하산 인사의 관행을 고쳐야 그 초석이 다져지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그러한 반성 없이 오직 부채비율만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여 진지한 고민이 없었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마저도 미시적인 조정이 없었던 것이 SPC를 통한 발전소 건설 방안을 내놓은 발전자회사들은 2012년 현재 부채비율이 100% 미만인 우량회사들이다. 그럼에도 무조건 부채를 총량적으로 줄이라는 단기목표에 급조된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거기에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이 로드맵을 점검하는 주체로 “反노조” 성향의 노무법인에 용역을 준 혐의가 있어 그 진정성마저 의심스럽다.

공기업을 진정 정상화하고자 한다면 아직 고유목적 상 사회적 효용이 중시되는 공기업은 그 공공성을 강화하거나, 또 시장성이 충분히 검증되어 홀로서기가 가능한 공기업이라면 시장화 내지는 민영화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다양한 공기업의 상황에 다양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설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고민하는 “정상화” 로드맵에 애초 어떠한 열린 논의도 없었다. 무조건 부채비율만 줄이라는 것이다. 노조도 시민도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제3자일뿐이다. 뭔가 비정상적이다.

예산안 통과와 부채상한 증액이라는 두 개의 치킨게임

예산을 둘러싼 싸움이 이상할 것은 없다. – 의회는 1997년 이후 예산을 시간에 맞게 제대로 통과시킨 적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이번 싸움은 새로운 국면이다. 하원의 공화당원들은 예산의 내용 자체에 대해 반대해서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반대하기 때문에 예산을 막은 것이다. 그 큰 부분이 이번 주 가동을 시작한(이 기사를 보라) 버락 오바마의 헬쓰케어 개혁이다. 그들의 원래 요구사항은 오바마케어의 모든 재원을 빼앗아버리는 것이었다. 다른 말로 그들은 민주당원들이 그들의 대통령의 가장 커다란 성과를 죽이기를 원한 것이다.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 예산안에 대한 데드라인이 임박하자, 공화당원들은 그들의 요구를 줄였다. 오바마케어를 거덜 내는 대신, 개인이 건강보험을 구입해야 하는 의무를 (사지 않으면 벌금을 내는) 1년 동안 연기해야 하는 것으로 말이다. 이 소리가 합리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두 가지 사유로 그렇지 않다. 첫째, 의무를 연기하는 것은 전체 개혁을 박살낼 수 있다. 오바마케어는 두 개의 기둥 위에 앉아 있다. 모든 이들은 보험을 가지게끔 강제하고 있고, 보험사는 사람들이 이미 아프다는 이유로 요금을 더 비싸게 청구하지 못하게 금지하고 있다. 만약 오직 두 번째 규칙만 적용된다면, 아픈 이들은 보험을 사러 몰려들 것이지만 건강한 이들은 자신들이 아플 때까지 가입을 미룰 것이다. 보험사는 막대한 보조금 없이는 제공이 불가능한 보험 보장 때문에 프리미엄을 올리든가 파산해야 할 것이다. 오바마케어는 죽음의 악순환에 빠져들 것이고 아마도 파산할 것이다. 몇몇 공화당원들에게는 이것이 목표다.[No way to run a country]

기사가 지적하고 있는 “몇몇 공화당원들”의 중심에는 신흥 극우 원리주의 집단 티파티(Tea Party)가 있다. 티파티의 생성과정에 대해서는 이 글을 다시 한 번 참조하시면 되는데, 이들의 영향력은 어느덧 지구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당인 미국 공화당의 아킬레스건을 쥐고 흔드는 지경까지 이른 것 같다. 반(反)연방주의나 시장근본주의의 조류가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지만 그런 극단주의가 하나의 단체로 조직화되어 이렇게까지 짧은 기간에 이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는 사실은 놀랍기 그지없다.

이러한 이론적으로 순혈주의적인 정치적 행동은 자본가들에게조차 불편한 상황이다. 이 블로그에서도 몇 번 주장했지만 자본가들은 자본주의자가 아니다. 완전경쟁이나 순수한 시장에 의해서 가동되는 자본주의는 그들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정보 불균형의 – 또는 권력불균형 – 시장과 거리가 멀다. 그러니 순혈주의 티파티의 치기어린 행동이 반가울리 없다. 오바마는 현지 시간으로 10월 2일 재계 CEO들을 불러 모아 응원을 독려했고 골드만삭스의 로이드블랭크페인과 美상공회의소 등은 이에 화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금융회사들의 최고경영자(CEO) 14명을 만나 1시간 넘게 셧다운을 둘러싼 정쟁 해법을 논의했다. [중략] 회담에 참석한 골드만삭스의 로이드블랭크페인 CEO는 “(부채 한도 인상 실패에 따른) 국가의 채무 불이행 사태를 곤봉처럼 휘두르면서 정쟁의 위협 도구로 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 상공회의소도 재계단체 약 250곳과 함께 ‘정치 다툼을 멈추고 셧다운과 채무 불이행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편지를 의회에 보냈다. [중략] 재계에서는 반(反) 오바마케어 정쟁을 이끄는 공화당 강경파인 ‘티파티’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 셧다운 해결 촉구 편지에 서명한 재계단체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의 회장이자 공화당 출신 전 미시간 주지사인 존 엥글러는 “독자적 성향인 티파티 쪽 공화당원들은 솔직히 많은 사람의 얘기를 안 드는 특성이 있다”고 지적했다.[美 재계, 오바마와 연합 “셧다운 해결돼야”]

이번 정쟁이 예산안 자체가 아닌 오바마케어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특성과 별개로, 또 하나의 특성은 숨고를 틈도 없이 부채한도 상한 조정이라는 새로운 라운드가 열린다는 점이다. 양당의 파이터는 새로운 링에서 싸울 것인데 美 재계가 걱정하는 점은 이 두 싸움이 화학적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엄청난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신용위기의 주범인 월街를 처벌하기는커녕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창출해준 오바마 정부가 두 싸움에서 좌절할 경우 재계가 그 여파를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미국의 부채상한 한도 증액 추이(출처)

예산안과 마찬가지로 부채 한도의 상한 재조정도 의회의 끊임없는 정쟁도구였다. 위 그래프를 보면 잘 알 수 있듯이 이 제도는 재정건전성을 의회가 통제하겠다는 본래의 의미는 퇴색한 채, 진영의 이익을 위한 협박수단으로 전락했을 뿐이다. 하지만 어이없는 이유로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게 되면서 이 치킨게임에서 정말 치킨 두 마리가 통닭이 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게임에서는 양당, 미국, 그리고 나머지 세계 모두가 패자가 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재계가 두려워하는 것이 이런 상황이다.

미국은 세계의 기축통화를 찍어내는 “과도한 권리”를 향유하고 있다. 정부의 부채는 안전한 피난처로 여겨졌고, 이를 통해 샘 아저씨는 엄청난 돈을 엄청 싸게 빌릴 수 있었다. 미국은 그 권리를 하룻밤 새 잃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신용도를 저하시키는 여하한의 행동은 – 워싱턴에서의 촌극은 분명히 그러한데 – 미래에 예측치 못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단순히 미국이 더 이상 빚을 얻지 못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디폴트의 여파는 전 세계적일 것이고 예측하기 어렵다. 이 사태는 금융시장을 위협할 것이다. 미국의 재무부 채권은 매우 유동화가 쉬었고 안전하기에, 담보로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투자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이 초단기 차입의 재원인 2조 달러 규모의 “삼각 리포” 시장에서 차입을 위해 담보로 사용하는 재무부 채권은 전체 담보의 30% 이상이다. 디폴트는 대주들의 더 많은 혹은 다른 종류의 담보 요구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2008년의 리만 브라더스의 몰락이 초래한 것과 비슷한 금융 심장마비를 야기할 수도 있다.[No way to run a country]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지출삭감과 개혁을 위한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며 부채상한 증액만을 위한 표결은 하지 않겠다고 몽니를 부렸다. 겉으로는 재정건전성을 위한 우국충정인 것처럼 들리지만 지난번 부채상한 증액에서 받았던 티파티로부터의 정치적 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련한 정치인인 그가 상한 증액 실패로 인한 피해를 예측 못할 정도의 멍청이는 아닐 것이지만 정치적 생명이 티파티 등의 정치적 색맹의 손아귀에 놓여 있다면 몽니는 의외로 길고 잔인한 것이 될지도 모른다.

요컨대, 현재의 미국정치의 혼란상은 양당체제에서의 이념적 혼란 양상에서의 경제위기에 대한 대중적 분노가 극우적 방향으로 표출되었고, 이 분노가 극단적인 배후세력이 원하는 바에 따라 흘러감에 따라 상황은 예측불허로 치닫고 있다. 이번에 부채상한을 증액한다 하더라도 이 제도가 남아있는 한, 정치적 모험주의는 계속될 것이다. 미국 정부의 해결할 길이 묘연한 부채증가, 양당을 초월한 재계에 대한 비굴한 대처, 그리고 이 뒤틀린 상황을 교묘히 이용하는 재력가가 있는 한 계속될 극단적 모험주의다.

월스트리트저널도 걱정하는 예외적인 한국의 치킨집 붐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새 차나 가전제품 때문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필요에 의해 대출을 하고 있다. 한국의 기이한 은퇴제도 때문이다. 대기업 직원들은 종종 50대에 은퇴를 강요받는다. 하지만 연금은 생활을 이어가기에 너무 부족해 많은 은퇴자들이 작은 사업을 시작한다. 2,400만 한국인 노동자 중 25%가 자영업자다. 미국은 6%뿐인 것과 대조된다. 50대 노동자만 두고 보면 수치가 32%로 치솟는다. 서울에 위치한 KB금융그룹은 한국에서 매년 7,400개 치킨집이 새로 문을 여는 한편 기존 치킨집 5,000개는 파산한다고 밝혔다. 절반에 가까운 치킨집이 3년 내 문을 닫고 10년 내에는 80%가 폐업한다.[한국, 자영업 늘고 가계부채 급증 ‘치킨집 버블’ 터질라]

최근에 화제가 되었던 월스트리트저널의 한국 관련 기사 일부다. 이 블로그에서도 몇 번 언급한 사실관계지만 “기이한 은퇴제도”, “25%가 자영업자”, “80%가 폐업” 키워드를 몇 개만 뽑아 봐도 가히 공포소설 수준이다. 기사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인들이 “어쩔 수 없는 필요에 의해 대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고 있다. 1천조 원에 달하는 가계대출이 한국인이 과소비를 해서라기보다는 호구지책을 위한 대출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기사에 나온 이 그래프를 보더라도 자영업자의 증가와 가계부채의 증가에는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2년 3월 현재 자영업자의 부채규모는 492조 원으로 전체 가계부채와 비교하면 39%수준이다.1 심각한 문제는 2010년 12월 현재의 36%수준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219.1%로 임금근로자 125.8%를 크게 상회하고 있어 악성채무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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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영업자 부채규모 추이(출처)

전 세계가 경제상황이 좋지 않으므로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라고 자위해도 될까? 아래 그래프를 보면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부채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와중에 다른 나라들이 주로 정부와 기업부채가 늘고 있는 반면, 우리는 눈에 띄게 가계대출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랑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나라는 중국 정도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영업자 대출이 가계와 기업대출로 나뉘어져 있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상황은 매우 안 좋아 보인다.


나라별 부채종류별 증감추이(출처)

자본주의의 미덕, 그중에서도 시장근본주의의 미덕을 강조하는 경제학자들이나 정치가들은 소위 “자기책임”을 강조한다. 자영업은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스스로의 책임으로 경제활동을 영위하고 시장을 활성화시킨다는 점에서 가장 그들의 구미에 맞을 경제행위일 것이다. 하지만 이 자기책임의 경제부문이 지나치게 비대화된, 그렇게 해서 실업률과 부채악화의 책임이 자영업자의 뒤로 감춰진 한국사회가 과연 바람직한 자본주의의 모습인지는 의문이다.

Material Girl 을 듣다가 생각난 서구의 80년대

어떤 소년들은 내게 키스하고 어떤 소년들은 껴안는데
뭐 괜찮아.
만약 그들이 적당한 신용을 제공하지 않으면
그냥 떠나버리면 돼.
Some boys kiss me, some boys hug me
I think they’re O.K.
If they don’t give me proper credit
I just walk away
(Madonna – Material Girl)

유난히 천진난만한 코맹맹이 목소리로 신용거래를 통해 창출되는 애정관계를 묘사한 마돈나의 명곡 Material Girl. 마돈나는 “우리가 물질적인 세계(material world)에서 사는 것을 알지 않느냐”면서 “난 물질적인 소녀야”라고 선언한다. 이 노래는 그녀의 가장 많이 팔린 앨범 중 하나인 Like A Virgin의 수록곡이다.

이 앨범이 발표된 1985년의 미국은 마돈나가 이야기한 바대로 물질적인 분위기가 충만할 때였다. 이 시기, 대통령은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이었고, 경제는 활황세였기에 말 그대로 “돈이 말을 하는” 시기였다. 당시 분위기는 이 시절을 배경으로 한 영화 ‘미국의 싸이코(American Psycho)’에 잘 표현되어 있다.

넌 네 자신이 커다란 자동차의 운전대 뒤에 있는 것을 발견할지도 몰라.
넌 네 자신이 아름다운 집에서 아름다운 아내와 있는 것을 발견할지도 몰라.
넌 이렇게 자문할지도 몰라. 음, 내가 여기 어떻게 왔지?
You may find yourself behind the wheel of a large automobile
You may find yourself in a beautiful house with a beautiful wife You may ask yourself, well, how did I get here?
(Talking Heads – Once In A Lifetime)

바로 이 질문에 대해서 유머러스한 경제학자 사트야지트 다스는 ‘부채’덕분에 그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흠~ 아닌 게 아니라 그래프를 살펴보니 마돈나가 “난 물질적인 소녀야.”라고 외치고 있던 시점에, 미국의 싸이코가 친구의 명함이 자기 명함보다 더 고급스럽다는 사실에 눈썹이 떨리던 시점에 미국의 빚이 급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마돈나를 껴안으려는 소년이 제공하는 신용이나 싸이코가 만든 고급 명함의 재원은 바로 빚을 통해 조달한 것이 되는 셈인가? 아마도 그럴 것이다. 이때쯤이면 미쏘 대결구도에서 강경노선을 택한 레이건은 군비확장을 위해 빚을 늘렸고, 소련의 패배가 확실해진 일극(一極)체제에서 미국은 더 거침없이 빚을 늘렸다.

이렇게 빚이 는다고 모두가 그 혜택을 누린 것은 아니다. 당시는 영미권에서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이전의 온정주의적 태도를 버리고 노동자들을 살벌하게 길거리로 내쫓던 시기였다. Fed 의장인 폴 볼커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살인적으로 올려 채무자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어냈다. 서민의 삶은 더 힘들어졌다.

당신은 공공의 적인 10번지(다우닝가 10번지인 영국 수상관저)에 의해 위협받게 될까요?
파워게임을 하고 있는 그들.
당신의 임금인상은 없다는 소리를 들을 때
그들은 잉여를 취하고 당신만 책임을 집니다.
Are you gonna be threatened by
The public enemy No. 10
Those who play the power game
They take the profits -you take the blame
When they tell you there’s no rise in pay
(The Style Council – Walls Come Tumbling Down)

패션 스타일에 있어서는 거품이 생겨나는 경제를 대변하기라도 하듯 풍성하고 과장된 스타일이 유행했다. 머리는 한껏 치켜 올려 세웠고, 어깨선에도 과장된 디자인이 적용됐다. 대중음악들도 마돈나의 노래처럼 화려하고 거침없고 빠른 템포의 춤곡이 인기를 얻었다. 화장을 한 남녀들이 저마다의 미모를 뽐냈다.

이제 현대 자본주의에서 그런 시절이 다시 올까? 경기순환론을 믿는 이라면 사회의 생산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어떤 혁신을 통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믿을지도 모르겠다. 만일 그런 시기가 다시 온다면 사람들은 이전에 얻은 교훈을 통해 보다 현명한 경제활동을 할까? 아니면 다시 한 번 “난 물질적인 소녀야”라고 외칠까?

그렇지만 내 희망을 봐. 내 꿈을 봐.
우리가 쓴 현찰들.
(오~) 난 당신을 사랑해. 오~ 당신은 내 월세를 내주지.
(오~) 난 당신을 사랑해. 오~ 당신은 내 월세를 내주지.
But look at my hopes, look at my dreams
The currency we’ve spent
(Ooooh) I love you, oh, you pay my rent
(Ooooh) I love you, oh, you pay my rent
(Pet Shop Boys – R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