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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위기의 본질과 대안에 관한 글 하나

이번 모기지 금리 동결 대책은 현재의 금융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려주는 시장주의자들의 反시장적인 조치다. 한편으로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의 목적은 시장의 위기로부터 고통 받는 절대 다수의 노동계급이 아닌 기득권을 온존하려는 금융거인들을 위한 것이라는 것이 World Socialist Web Site 의 진단이다. 이들의 글을 번역하여 올린다.

Bush unveils subprime mortgage scheme to bail out banks
부시가 은행들을 구제할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책을 내놓다

By Barry Grey
7 December 2007
http://wsws.org/articles/2007/dec2007/subp-d07.shtml

목요일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일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 대한 금리동결 계획은 다가올 몇 달 동안 그들의 집을 잃게 될 수많은 가정들의 압류(foreclosure)을 막는 데에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다.

재무부 장관 헨리 폴슨, 주택도시개발장관 알폰소 잭슨, 한 명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감독관 및 다른 연방 위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부시는 “모기지 은행 연합(the Mortgage Bankers Association)”이 전체 주택의 1.7%에 달할 정도의 많은 미국 가정이 3분기에 기록적인 수준으로 압류의 위기에 처해 있음을 발표한지 불과 수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루어진  백악관의 기자회견에서 이와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체납되어 있는 모기지의 건수는 5.6%로 상승하였다.

재무부장관 헨리 폴슨, 월스트리트의 주요은행들, 모기지 대출기관 및 서비스 기관, 그리고 서브프라임 대출을 통해 발행된 증권을 소유한 투자펀드들에 의해 입안된 부시 행정부 계획의 주된 목적은 미국의 주택시장 붕괴와 이에 따른 신용위기로 인해 금융거인들이 감수해야 하는 손실을 축소하고자 함이다.

약 150만 개의 변동금리 서브프라임 모기지 계좌 – 총 4천억 달러에 달하는 – 다음 18 개월 동안 더 높은 금리로 조정(reset)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수십만의 가정이 압류당하고 서브프라임 대출을 위해 발행된 소위 수많은 “자산담보부증권(CDOs)”을 소유한 가장 큰 미국의 은행들, 뮤추얼펀드, 보험회사, 그리고 헤지펀드가 더욱 불안해질 것이다.(주1)

미국의 주택시장 붕괴로 말미암아 이미 씨티그룹, 메릴린치 등의 금융거인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연계된 고위험의 투기성 자산에 속하는 수천만 달러를 상각하였다. 이러한 점증하는 자산의 붕괴는 금융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을 좀먹고 있으며, 미국경제의 성장을 실질적으로 멈추게 하는 신용위험을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미국경제를 급격한 후퇴로 몰아넣고 있다.

서브프라임 압류 비율이 벌써 10%에 육박하고, 금리의 압박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자 더욱 크게 나선형을 그리며 높아지고 있어 이에 따른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개입에 나선 것은 빚에 시달리는 수백만의 가정을 위해서가 아니라 월스트리트의 위기 때문이다.

행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모기지 대출기관이 자발적으로 소수의 서브프라임 변동금리 차입자(주2) 들에게 최초차입 수준의 금리로 – 이미 통상적인 주택대출(conventional home loans)보다도 몇 퍼센트 더 높은 수준 – 5년 동안 금리를 동결해주게 될 것이다. 오직 그들의 대출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 이들과 “최초” 차입 금리를 간신히 낼 수 있을만한 이들만 이 동결조치에 해당하고 더 높은 금리를 지불하지 못할 이들은 다가올 몇 달 동안 축출 명단에 오를 것이다.(주3)

최초의 낮은 금리나 더 높은 갱신된 금리를 갚지 못할 서브프라임 차입자들은 제외될 것이다. 이는 저소득 또는 중산층의 절대 다수의 주택 소유자들이 모기지 상환을 위해 고통을 겪고 그들의 주택은 구원을 받지 못하게 됨을 의미한다.

미국 저축기관 감독청의 존 리히는 주초에 이 계획이 거리에 내몰리게 될 수십만의 – 수백만이 아니라면 – 주택소유자들 중 “수만의” 주택소유자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목요일 기자회견에서 폴슨은 한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부시 행정부의 계획이 실패한 주택대출로부터 그들의 손실을 줄이고자 하는 모기지 대출자들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모기지 조정 과정을 “조율”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 계획은 2005년 1월 초에서 2007년 7월 말까지 이루어진 대출에 적용되며 2008년 1월 초와 2010년 7월 말 사이에 조정될 예정이다. 이는 자동적으로 2007년 4분기에 조정될 예정인 모기지 850억 달러는 제외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계획은 또한 그들의 주택을 위해 자본을 충당했던 서브프라임 차입자 들을 위해 연방주택사업국을 통한 자금재조달(refinancing)의 촉진, 그리고 중앙과 지방정부가 리파이낸싱을 조달하기 위한 비과세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완화도 포함한다.

이 계획이 노동계급 가정, 빈 집으로 메말라갈 커뮤니티, 부동산세 감면에 시달릴 중앙과 지방정부 등이 직면한 사회적 재앙을 줄이는 데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반면에 정치인들과 금융인들은 이 계획이 신용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부식하는 것을 막고 월스트리트가 재앙적인 붕괴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데 충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당장 은행과 투자자들이 수백만 달러의 악성투자를 상각 처리하는 것을 지연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폴슨 재무부장관은 당초 월요일에 워싱턴에서 금융기관 감독청이 주최한 주택포럼에서 이 계획을 발표했다. 폴슨의 술어법은 고민에 지친 주택소유자들에게 제공될 구원책이 매우 한정되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예방할 수 있는(preventable)” 담보상실을 피하는 것, 도움을 “줄 수 있는 것(able)”, 그리고 “재정적으로 책임있는(financially responsible)” 주택소유자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들의 “최초 금리”도 감당할 수 없는, 그러므로써 제안된 금리 동결도 능력 밖인 가장 고통스러운 서브프라임 주택소유자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그는 몇몇이 “다시 월셋집으로 돌아갈 것”임을 – 즉 그들의 집에서 쫓겨나는 것을 의미하는 – 인지하고 있었다.

연설 도중 그는 분투하는 서브프라임 차입자 들이 전화할 수 있는 무료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 포럼의 청중 중 누구 하나라도 거기에 전화할 지 의심스럽다고 빈정댔다. 청중은 이 농담에 실없이 웃어젖혔다.

이러한 잡담은 중요한 것이다. 이는 그들 스스로 “‘이제는 희망’ 동맹(Hope Now Alliance)”이라고 부르는 정부-재계 연합이 통째로 미국의 금융 과두정치의 창작품임을 의미한다. 폴슨 자신이 부시의 재무부에 2006년 7월 취임하기 이전에는 골드만삭스의 CEO였다. 닉슨 행정부의 존 에르히만의 조수였던 폴슨은 1974년 골드만삭스에 취직했다. 그의 순수입은 7억 달러로 추정된다.

차이를 극복하고 서브프라임 계획의 주요조건을 합의하기 위해 모인 폴슨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그리고 다른 감독기관 간부들과 함께 모인 이들은 씨티그룹, JP모건 체이스, 웰스파고, 워싱턴 뮤추얼,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 미국 증권화 포럼의 임원진들이었다. 이들은 그들의 무모하고 근시안적인 정책의 필연적인 결과물인 주택시장 붕괴와 점증하는 경제 슬럼프의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오랜 기간 가공할 수준의 위험, 엄청난 수익과 월스트리트의 임원진들이 거둬들인 천문학적인 연봉 등으로 인한 가치의 앙등을 감추고 있는 광기어린 투기와 회계조작의 결과로부터 – 범죄에 대한 징벌을 포함하여 – 금융기관들을 보호하려는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

투기와 협잡

부시, 폴슨, 그리고 기업들은 주택 담보상실에 대한 부담을 “무책임한” 차입자 들에게 떠넘겼다. 그러나 수백만의 노동계급과 중산층을 희생양으로 하여 막 터지고 있는 부동산과 신용 거품은 미국의 거대은행들과 투자자들에 의해 독려된 사기성 강하고 약육강식의 모습을 띈 대출과정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뉴욕타임스는 목요일 폴슨이 이전에 근무한 골드만삭스가 서브프라임 연체가 치솟기 시작하던 지난 해 말 모기지 및 이와 관련된 증권을 대량매각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최상위 투자은행은 2007년 첫 9개월간 60억 달러 어치의 증권을 마케팅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연관된 증권들을 패키지화하고 팔아댔다.

12월 3일 월스트리트저널는 1면에 2000년 이후 2조5천 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대출되었고 “수많은 서브프라임 대출이 확산되어 그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더 나음 조건으로 전통적인 양호한 대출로 가도 충분한 신용등급의 사람들도 이 자금을 썼다”고 전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리서치 회사 First American LoanPerformance가 월스트리트저널을 위해 수행한 조사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붐의 절정에 달했던 2005년에 이루어진 서브프라임 대출의 55%가 더 낮은 금리의 전통적인 모기지의 자격요건을 갖춘 대출자들이었다. 2006년에는 61%에 달했다.(주4)

모기지 산업이 브로커들에게 대출자들이 자신들의 신용등급보다 더 높은 금리의 상품을 선택하도록 독려한 것이 주된 이유다. 월스트리저널은 “모기지 리서치 회사인 Wholesale Access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미국의 모기지 브로커들은 전통적인 대출이 1.48%의 커미션을 받는데 반해 서브프라임 대출의 1.88%의 커미션을 받는다”고 보도하였다.(주5)

서브프라임 변동금리 대출에 끼어든 사람들은 2~3년 후에 집값이 많이 올라 그 사이 금리가 조정되기 – 보통 30%이상 더 높아지는 – 전에 그들의 대출을 재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였다. 그러나 주택시장의 붕괴와 주택가격의 폭락으로 많은 대출자들이 이제 그들의 집값보다 더 많은 대출을 꿰차게 만들었다.

금융위기와 더불어 행정부에서는 고통스러운 주택소유자들의 이해관계를 위한 겉치레의 조치가 이어졌다. 경제와 사회위기에 관한 이슈가 선거에서 주요한 의제가 되고 있고 이에 따라 압류율이 가장 높은 두 개의 주가 –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 2008년 대선에서 가장 치열한 전장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로 확산되는 압류위기로부터 정치적 이득을 꾀하고 있다. 민주당 후보선출전에서 가장 앞선 힐러리 클린턴 의원은 행정부의 계획의 최소기준을 드러내놓고 넘어서는 수준의 발언을 했다. 5년 간의 금리동결과 함께 그녀는 주택 압류에 대해 90일 간의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요청했다.

이는 오직 압류 사태를 약간만 유예시킬 뿐이다. 반면 은행들에게는 자산담보부증권과 다른 희한한 증권들이 부실화되기 전에 약간 숨쉴 틈을 줄 것이다. 클린턴은 뉴욕의 나스닥 헤드쿼터에 수요일 나타나 주택시장 붕괴에서 일조했다고 자신이 비난했던 금융산업의 임원진들 앞에서 연설을 했다.

이러한 자세는 대중을 속이려는 목적이다. 양당의 정치가들은 더 높은 금리의 주택대출의 홍보와 다른 약육강식의 상품의 개발을 통해 그들 자신을 살찌울 월스트리트의 기업들과 백만장자 임원진들을 보호하고 있다.

민주당의 주요 선두주자들, 그리고 의회의 지도자들 중 어느 누구도 범법사실을 포함하여 서브프라임 위기에 대한 심도있는 수사를 요청하지 않고 있다. 의회 차원에서 어떠한 진지한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노동계급과 중산층의 주택소유자들이 그들의 주택을 지키게끔 도와주는 대규모 공공 펀드의 긴급조성에 대한 어떠한 요청도 없다. 이 펀드는 부시 행정부가 민주당으로 도움 아래 취한 부자들을 위한 1조 달러 이상의 세금감면의 폐지나 매월 수백만 달러의 돈을 소비하는 이라크전의 종결로써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은 양당 어느 누구도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신세를 지고 있는 금융 엘리트들의 거대한 재산이나 특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어떠한 조치도 제안하고 있지 않다.

점증하는 사회적 위기는 미국과 국제적 수준에서의 자본주의의 기생적이고 부패한 본질의 소산이다. 수백만의 미국 가정이 시장의 무정부성과 그 어느 때보다 사회의 최상위층에게 더 많은 부가 집중되게 만드는 월스트리트의 광적인 이윤추구의 결과로 빚어진 사태에 고통 받고 있다.

이에 월스트리트의 힘에 직접적으로 도전하는 노동계급의 독립적이고 정치적인 투쟁과 민주적이고 평등주의적인 노선으로 경제를 재구조화하는 사회주의 프로그램의 촉진 이외에는 이 주택위기를 해결할 다른 진보적인 대안이 없다. 이는 금융과 주택산업을 공공적 소유로 전환하고 그 기관들을 민주적으로 운영하며, 기업의 이익이나 기업-금융 엘리트들의 치부가 아닌 보편적 이익을 위해 계획경제로 작동시키는 것을 포함한다.

 

(주1) 모기지 업체들은 모기지 채권을 투자은행 등 금융기관에 매각하고, 투자은행 등은 매입한 모기지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다양한 주택저당채권(MBS) 또는 자산담보부증권(CDO, CLO)을 발행하여 보험사 등 금융기관과 헤지펀드 등 투자펀드들에 재매각한다. 이처럼 모기지 채권을 매개로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관계 때문에 미국 모기지대출기관협회(Mortgage Bankers Association) 조사 기준 2006년 3분기 전체 모기지의 13.6% 수준에 불과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화가 미국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주2)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의 중요한 원인 역시 높은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모기지는 고정금리부 대출이 주를 이룬다. 2006년 3분기 기준 미국의 전체 모기지 중 변동금리부 대출의 비중은 25%에 불과할 정도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경우 대출 규모를 크게 늘리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대출이 변동금리부 조건으로 이루어졌다. 2005년 이루어진 전체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중 변동금리부 대출의 비중은 80.2%에 달했다.

(주3) 대출상환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 아예 파산시켜 버리는 겠다는 것이다.

(주4) 결국 상당수 사람들이 그들이 내지 않아도 될 이자를 냈다는 이야기다.

(주5) 브로커들의 얄팍한 상행위에 대해서는 다음 링크를 참조할 것 http://ko.usmlelibrary.com/46

모기지금리 동결이라는 초강수를 둔 미국

시장지상주의의 천국 미국이 가장 반시장적인 조치를 취했다.(사실은 시장지상론자가 반시장적인 조치로 위기를 돌파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조지 부시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6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한 종합대책을 직접 발표했다. 그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모기지론을 끌어다 써서 내년에 3~4년차에 접어들어 이자 상환액이 커지는 대출자들을 대상으로 앞으로 5년 정도 현 수준의 낮은 금리를 더 적용해주는 내용이다.(주1) 이렇게 다수의 대출자를 대상으로 국가가 나서서 사금융의 금리를 동결시키는 것은 사상초유의 사태가 아닐까 싶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대책을 통해 약 200만 명이 혜택을 입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상환금 부담이 현재보다 30%가량 늘어날 예정이었는데 이를 줄여줌으로써 연체에 따른 각종 신용위기로부터 일단 유예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대책의 문제는 분명하다. 전형적인 임기응변식 해법이라는 것이다. 금융위기가 5년간 유예될 뿐이다. 대출자들은 지금 갚지 않은 이자는 5년 후에 더 많은 이자로 갚아야 한다. 그 사이 그들의 소득이 크게 올라가거나 집값이 올라서 그 사이 집을 팔아 현금유동성을 확보하지 않는 한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또 하나 채권자들의 압력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들로서는 기대수익률이 대출자들의 혜택만큼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뜩이나 정크본드가 되어버릴 위기의 채권이 이제 수익률까지 떨어진다면 채권자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벌써부터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서두에 말했듯이 이번 금리동결 조치는 자본주의 천국 미국에서 취해질 만한 조치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비시장적 조치이긴 하지만 사실 그리 낯선 장면은 아니다. 미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등은 항상 금리정책 등을 통하여 거시경제를 조절하여 왔고 단기적 위기의 순간에는 사기업들 간의 중재자 역할 및 자금유통자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번 조치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그 대책이 기준금리의 조절을 통한 시장금리의 유도가 아니라 직접 시장금리에 손을 댔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상황이 다급하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문제는 앞서도 말했다시피 대책이 여전히 근본적인 치료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다. 근본적인 대안은 아마도 이자유예가 아니라 실질적인 이자감면 정도나 되겠지만 금융자본주의 천국 미국에서 가당키나 한 대안인가.

사족

미래를 한번 들여다보자. 한미FTA가 효력을 발휘하는 한반도에서 만약 비슷한 사태가 일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즉 미국계 금융기관이 우리나라에서 신용등급이 불량한 이들에게 모기지론을 빌려주었다. 그런데 주택경기가 하락하면서 연체가 늘어났고 금융기관이 큰 손해를 입게 되었다. 국가경제가 위기에 처했음을 감지한 한국 정부가 금융기관을 모아놓고 금리동결을 지시했다. 그러면 미국계 금융기관이 취할 다음 행동은?

그들은 십중팔구 얼씨구나 하고 한미 FTA 에 포함되어 있는 “투자자-국가 분쟁 절차(Investor-State Dispute : ISD)”에 착수할 것이다. 이 제도는 투자자 쪽이든 투자 대상국 쪽이든 특정한 국가의 국내법이 아닌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것으로 믿어지는 국제법의 여러 규칙들을 준거로 하여 투자자의 투자를 국가가 침해하였는지 가리는 제도다. 비록 국가가 그것을 공익성에 근거한 조치라고 주장하여도 투자자는 시장가치로 투자를 보호받을 수 있다. 아마도 한국 정부는 금리동결 조치는 써먹을 수 없을 것이다.

참고할 글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30071205164417

 

(주1)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특이한 금융구조라 할 수 있는데 2년차까지는 낮은 금리를 적용하다가 그 이후부터 금리가 높아진다. 일종의 조삼모사식 미끼다.

금융세계화는 위험의 세계화

Lapland1940.png
Lapland1940” by Jniemenmaa at the English Wikipedia – Derivative work of Brion Vibber’s map of Europe, which can be found here.. Licensed under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이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확산되었다는 점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국내 금융계마저 채권금리 폭등 등 직간접적인 영향권에서 큰 혼란을 겪었다. 한편 뉴욕타임스 최근호는 노르웨이의 한 도시가 이번 사태로 인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전하고 있다. 과연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실감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북극권에 위치했으면서도 부동항을 끼고 있어 전략적인 요충지였던 노르웨이 나르빅(Narvik)의 시장인 카렌 마그레테 쿠바스  Karen Margrethe Kuvaas 는 요즘 이런 저런 고민으로 잠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다고 한다. 미국 주택시장의 붕괴 때문이다. 왜 미국의 집값 때문에 이역만리의 나르빅 시장이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나르빅 시는 또 다른 세 개의 노르웨이 도시와 함께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의 여파로 약 수천만 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추가적인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2004년 나르빅 시정부는 이들 도시들과 함께 노르웨이의 브로커를 통해 씨티그룹의 “구조화 금융”상품에 투자하였고 그것이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상품이었던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그들 시가 제공하던 유치원, 의료서비스와 같은 공공서비스가 파괴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벌써 시정부는 공무원들의 월급도 주지 못하고 있다. 인구 1만8천 명의 소도시로서는 엄청난 시련이다.

현재 시는 그들에게 투자를 알선해준 노르웨이의 브로커 회사 테라 시큐리티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시는 그들이 금융상품의 위험을 제대로 경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금융당국 역시 이 주장의 동의하고 테라 시큐리티의 라이센스를 취소했지만 모회사인 테라 그룹은 시에 대한 보상을 거부했다.

노르웨이 재무장관 크리스틴 할보르센 Kristin Halvorsen 은 그렇다 하여도 시를 위한 구제금융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씨티그룹 역시 나르빅 시가 자금을 투입한 투자를 종료시킴과 동시에 자신들은 이 분쟁에 낄 이유가 없다고 공언하였다.(주1)

이러한 사태는 오늘날 금융시장에서 개인에서부터 기업,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공공단체에 이르기까지 허다한 시장참여자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고 영향 받는가를 비극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개인은 주택을 담보로, 기업은 자산을 담보로, 시는 세수확보를 담보로 돈을 빌려 서로에게 투자를 한다. 그 투자형태는 주식펀드, 부동산PF, 자산담보부증권 등 다양하다. 그러나 목적은 똑같다. 더 많은 수익을!

이러한 주체를 구분하지 않는 범세계적인 금융투자의 양상은 새로운 투자방식이다. 이전에는 극소수의 금융투자자들이 향유하던 특권이었는데 금융세계화와 펀드상품의 활성화로 누구나 손쉽게 투자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특정지역과 특정상품에서의 놀랄만한 수익률은 투자자들을 흥분케 했고 급기야 안정성이 최우선일 시정부 예산까지 툴툴 털어 고위험 금융상품에까지 투자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 또는 브로커들에 의해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있는 – 것이 있다. 금융상품은 어찌 되었든 사회 총생산과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상품은 실물생산의 증가분 및 이에 상응하는 화폐증발 분을 초과할 수 없고,(주2) 그러하기 때문에 놀랄만한 수익률은 어디까지나 제로섬 게임일 뿐이며,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는 원금을 다 까먹을 각오를 하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또는 그러한 사정을 알려줘도 투자자들이 무시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묻지마 펀드”라는 별명이 붙은 미래에셋의 인사이트펀드 – 제목 그대로 감(insight)으로 투자한다는 펀드 – 에 “묻지마 자금”이 4조원이 넘게 몰렸다는 것을 보라. 그 탓에 시중은행의 돈이 말랐다고 한다. 그러니 뭉칫돈이 시장을 흔들기도 한다. 미국 집값이 떨어지니 원자재 값이 올라가는 현상은 이러한 뭉칫돈의 이동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금융의 위험성이 헤지(hedge)라는 금융용어가 무색하게 더욱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현재의 금융시장은 그 동시성과 연관성이 증대되고 있는 시점이다. 일부 논자들은 미국경제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중국, 인도 등 신흥개발국의 득세를 이유로 들며 디커플링 현상도 있다고 하지만 달러화 위주의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시시각각으로 평가절하 되고 있는 것은 디커플링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것이 금융의 세계화가 지향하는 모습이라면 현재와 같은 세계화 방식은 재고하여야 한다. 각국의 금융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으며 금융거래의 무정부성이 통제될 수 있는 ‘세계화’가 되어야 한다.

금융세계화론자들은 미국 집값이 떨어져서 국내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노르웨이의 시정부가 도산하는 세계화가 맘에 드는가?

 

(주1) 씨티그룹은 지금 약 45,000 명의 직원을 해고할 예정이다. 자기 앞가림하기 바쁜 실정이다.

(주2) 총생산이 10이고 화폐발행이 그에 정확히 상응한다고 가정하였을 경우 투자자들이 가져갈 몫은 최대치가 10에서 임금과 각종 비용으로 지불되는 나머지 몫일뿐이다. 그런데 현재의 금융시장은 마치 그 시장 자체가 가치를 창출하는 것처럼 행세해오고 있다.

전 세계의 금융 위기, 파국을 부를 수도 있다.

오랜만에 중앙일보에서 좋은 칼럼을 읽었다.(한 가지 흠이라면 기고자가 외국인이라는 점이다.) 전 프랑스 총리 미쉘 로카르(주1)가 기고한 ‘세계 금융위기, 보고만 있을 것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은 오늘날 자본주의 체제가 직면하고 있는 모순을 단순하고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이러한 체제모순이 현재 무기력한 각국 정부나 경제학자들에 의해 방치되고 있으며, 하루빨리 이러한 무기력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문을 담고 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오늘 날의 자본주의는 30년 전의 그것과 상이하다. 선진국들이 연평균 5%에 달하는 성장을 구가하던 1945~75년 동안의 기간은 오늘 날과 같은 금융 위기가 존재하지 않는 완전 고용의 시대였다. 그리고 “이처럼 성장과 행복이 공존했던 것은 강력한 사회복지 시스템과 케인즈의 학설을 따른 경제정책 덕이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히 그의 발언 중 주목하여야 할 부분은 “모든 선진국은 고임금을 지급해 소비를 촉진하고 성장을 이끌어내는 정책을 취했다. 주주들은 오늘날에 비해 형편없는 배당금에 만족해야 했다.”라는 설명이다. 이는 오늘 날 소위 주주 자본주의라 불리는 사회 체제가 자본주의의 고유속성이 아니며 고임금을 포함한 복지정책이 경제 선순환의 필요조건임을 잘 말해주고 있는 발언이다.

좀 더 살펴보자면 20세기 중반의 고성장은 적어도 제1세계의 노동자들에게 만큼은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였고(물론 고전적인 마르크스주의 이론에 비추어 보면 착취는 여전하지만) 이것이 소비의 진작을 불러 일으켜 제조업이 성장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늘 날의 ‘고용 없는 성장’과 대비되는 ‘분배 있는 성장’이었던 셈이다.

이는 로카르 총리도 지적하였듯이 유럽의 사회주의적 정권을 비롯한 선진국 정부들이 케인즈 주의적인 경제정책을 시행하였고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 금융자본의 존재감이 뚜렷치 않았던 사회풍토 덕택이기도 했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이러한 사회체제는 닉슨 정부에 의한 달러의 금태환 정지 선언 및 이어지는 각종 금융자유화 조치로 서서히 붕괴하게 된다.

금융시장에서는 금태환 정지 및 이에 따른 변동환율제 실시에 따른 위험을 분산시키겠다는 명목으로 각종 파생금융상품과 금융기법이 발달하기 시작한다. 이후 국경을 넘어서는 금융투자, 파생금융시장의 발달, 적대적 M&A시장의 융성 등 제조업과는 별개의 동력을 갖기 시작하였고 마침내 오늘 날 펀드자본주의라고 불릴 정도로 온갖 종류의 금융자본이 난무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이를 통해 오늘날 시장은 한층 안정적이 되었을까. 모순되게도 개별 자본에게는 그렇게 되었을지 몰라도 – 예를 들면 통화스왑이랄지 이자스왑을 통해 – 그것이 총자본으로 합계가 되면 경제는 전체적으로 더욱 혼란스럽고 위험이 높아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위험의 분산이라 보이는 것들이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보듯이 오히려 동일한 위험으로 각 주체들이 줄줄이 연결되어 버리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주주 자본주의의 강화로 주주는 엄청난 배당을 누리는 반면 노동자는 고용이 불안해지고 실질임금은 낮아지고 있다.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가 된 것이다.

로카르 총리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시간이 흘렀고, 주주들은 이런 시스템을 내던졌다. 연금·투자·헤지펀드에 혁명이 일어났다. 지난 25년 간 선진국 경제는 크게 성장했지만 임금과 사회복지 수준은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삭감됐다. 결과적으로 허약한 기반 위에 이루어진 성장이라는 것이다.”라고 축약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 규제 완화에 따른 금융 위기의 증폭이 오늘 날의 인터넷 버블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불러왔음을 실토하고 있다. 유력한 자본주의 국가의 총리였던 이의 입에서 나온 발언치고 상당히 강성이다.

어쨌든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문제는 현재 서구의 금융위기가 일시적이 아닌 근본적인 모순이라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그 모순이 여태껏 금융시장 내부뿐 아니라 제조업과 복지 등 사회 곳곳에 악영향을 미쳐왔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사회복지를 통한 경기부양이 아닌 빚으로 소비를 진작시켜 경기를 지탱해온 모기지론 시장이나 크레디트카드 시장이다.

그 결과 선진국들의 집값은 크게 올라 국민들의 부가 증대된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신기루에 불과하였고 이제 그 집값을 떠안아줄 신규 소비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집값은 허물어지고 있다. 이로 인한 서브프라임 사태의 피해액은 아무도 추정할 수 없을 정도다. 수백 억 달러에서 수천 억 달러까지 제각각 추측이 난무하다. 거기에다 빚은 개인만 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라도 빚이 장난이 아니다. 미국은 매일 20억 달러를 빚지고 있다. 미국의 총부채는 39조 달러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5배를 넘는다.

이전의 유사한 금융위기와 다른 점은 그래도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외환보유고도 든든히 쌓아놓아 전 세계적인 신용경색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지만 세계 최대의 소비국가 미국의 경제침체는 이들 국가에게도 결코 좋은 일만은 아니다. 특히나 20세기에 비해 더욱 더 개방화되어 있는 세계 자본시장은 특정 시장의 혼란이 더 빠른 속도로 전염되는 경향이 있다.

한 예로 미국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내 금융계도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영향받고 있다. 주식 펀드의 인기, 달러 유동성의 감소, 채권의 투매 등 서브프라임 사태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다양하지만 상호 연결되어 있는 복잡한 변수들로 말미암아 금융시장 및 주식시장이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을 겪고 있다. 대출금리 인상과 아파트 미분양 사태도 이어지고 있어 미국의 부동산 폭락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이러한 다양한 혼란상에 대해 로카르 총리는 “44년 열렸던 브레턴우즈 회의가 그랬던 것처럼 오늘날 제멋대로 돌아가고 있는 금융 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긴급 회의를 소집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때보다 훨씬 파워가 강해진 금융권력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러 대안이 있을 수 있겠지만 국가 간 금융거래의 통제(주2) 와 금융거래에 대한 규제(주3)의 정비가 핵심이지 않을까 싶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앞서 말했듯이 대출금리 인상, 미분양 사태 지속, 묻지마 주식펀드, 또한 얼마전 문제가 된 부동산PF의 무분별한 추진 등이 잠재해있는 복병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상호작용을 미치며 화학적 반응을 일으킬 때에는 금융교란이 올 수도 있다. 정부는 보다 정밀한 금융대책을 강구하여야 할 시점이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해결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주1) 프랑스의 정치가. 프랑스 총리를 지낸 정치가이다. 1974년 F. 미테랑의 사회당(PS)으로 복귀하고 계획·지역개발 장관, 농림 장관 등을 지냈다. 미테랑의 정책에는 현실주의적 입장에서 비판적이었으나 1988년 대통령 선거에서 미테랑의 재출마를 지지하여 그해 5월 총리에 임명, 취임하였다.

(주2) 이와 관련하여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대안이 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인 토빈세일 것이다.

(주3) 일례로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사용된 기법인 SIV(구조화 금융) 등 각종 금융기법은 금융기관에 대한 국가의 규제를 벗어나는 교묘히 고안된 장치들이다. 이것이 개별금융들에게는 틈새시장에서의 기회를 제공할지 몰라도 이번처럼 수많은 금융기관이 답습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엄청난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만다.

[펌]금융의 세계화? 금융 오류의 세계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제작한 동영상입니다. 금융자본의 머니게임의 속성과 발전과정, 그리고 그 부작용을 짧은 동영상에서 잘 표현한 동영상입니다. 밑의 링크를 누르시면 관련 보고서가 있고 보다 깊은 이해를 위해 보고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새사연’에서도 적극 권장하듯이 적극적인 퍼나르기와 활용을 바랍니다!!


다음은 원 글에 제가 단 댓글입니다.

참 정성스럽게 만든 동영상 잘 봤습니다. 국제금융의 폰지게임화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갈수록 그 영향력이 증폭되고 있죠. 문제는 그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고유한 현상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일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동의합니다만 일부 이의를 제기하자면 ‘금융투기로 인한 피해를 아무 상관이 없는 기업과 노동자에게 전가된다’라고 한 부분이 그 말뜻은 이해되지만 실상은 좀 더 깊이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에 1조6천억이 모집되었습니다. 투자내용도 공개되지 않은 펀드에 말이죠. 이는 펀딩이라는 방식으로 금융자본이 기업과 노동자의 돈을 긁어모으고 있고 오늘날 이러한 투자게임에서 자유로운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 더욱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조에 속한 노동자마저 자신의 돈이 투입되어 있는 기업의 수익극대화,, 심지어 인원감축을 해서라도.. 를 바라는 모순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굴뚝 기업들도 속내는 투자게임이나 부동산 투기에 몰두하고 있고요.

이 모든 것이 자본이 자본을 낳는다는 ‘노동가치설’을 부정하는 속류경제학의 유산이라고 생각됩니다. 말씀하신대로 앞사람 돈을 뒷사람 돈으로 틀어막은 들 상품이 생산되지 않으면 과잉유동성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밖에 유발되는 것이 없는데 말이죠. 결국 또 인플레이션은 자산가의 액면가치를 높여서 양극화를 부추기게 되겠지요. 암튼 앞으로도 좋은 자료 계속 부탁드리겠습니다. 🙂

http://play.tagstory.com/player/TS00@V000112752

 

<금융의 세계화, 금융오류의 세계화> 보고서 보러가기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www.epl.or.kr

월스트리트의 위기, 그리고 시사점(2)

위기에 처한 월스트리트

파이낸셜타임스의 10월 27일 기사에 따르면 메릴린치의 CEO Stanely O’Neal 이 이사회의 사전승인 없이 합병 등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에서 네 번째로 규모가 큰 은행인 Wachovia를 접촉하였다는 사실 때문에 CEO자리를 뺏길 위험에 처해있다고 한다. 이미 공격적인 사업추진으로 회사에 엄청난 손실을 안겨준 만큼 그의 이러한 독단적인 행동이 이사회의 분노를 촉진시킨 것으로 추측된다.

문제는 지난번 관련 글에서도 지적하였듯이 이러한 메릴린치의 사상 초유의 손실이 CEO의 공격적인 사업추진 스타일이나 사업상의 실수만이 아닌 보다 깊은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바로 현재 미국의, 그리고 미국화된 전 세계의 취약한 금융 시스템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산담보부증권이란

메릴린치 뿐만 아니라 여타 월스트리트 은행들도 3분기 실적이 형편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Bank of America, Bear Stearns 등도 손실이 현저히 불어났다. 메릴린치가 그 중 가장 손실이 컸을 뿐이다. 그것은 메릴린치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연계된 이른바 자산담보부증권(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s : CDOs)의 최대 인수자(underwriter)였기 때문이다.

자산담보부증권은 금융기관·기업 등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여 제3자에게 매각하는 증권으로 자산유동화, 즉 투자 또는 대출금의 빠른 회수를 위하여 고안된 장치다.

단순하게 보면 주택을 사고 싶은 소비자가 돈을 은행으로부터 빌린다. 은행은 주택을 담보로 잡고  일정요율의 이자의 돈을 대출해준다. 그리고는 그 주택담보를 자산으로 한 증권을 발행하여 다른 금융기관 혹은 개인투자자에게 이를 당초 요율보다 조금 낮은 이자율에 판매한다. 그리고 중간에 이자의 갭을 챙긴다. 기업과 개인은 이를 보유하기도 하고 때로 재판매하기도 하여 위험을 분산시키고 투자를 회수한다. 이렇게 발행된 증권은 쪼개지고, 묶여지고, 다시 패키지화되고, 재판매되며 시장을 종횡무진 한다.

개별기업 차원에서는 위험을 분산시키고 투자를 조기에 회수하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고위험의 CDO가 시장을 돌아다니며 시장 전체의 위험은 증가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부실채권이 되어버린 CDO, 이어지는 가혹한 인원감축

미국 내에서 CDO의 발행규모는 2001년 520억 달러에서 2006년 3,880억 달러로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이 돈은 일종의 리버리지 효과를 노린 주택구입자의 주택구입비용에 충당되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집값은 큰 상승세를 기록한다. 거품은 작년 여름부터 꺼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CDO의 담보인 주택의 담보능력이 현저히 저하된다. 이른바 부실채권이 된 것이다.

극단적인 시장옹호론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 부동산투기를 욕하지 말라고들 한다. 그들과 같은 위험감수자(risk taker)가 없으면 시장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위험감수자들이 노리는 것은 “high risk, high return”이다. 일정 수긍이 가는 말이다. 문제는 이것이 탈법적이거나 심지어 규제가 약한 곳에서 시장의 궁극적 목적을 교란시키면서 진행되는 경우이다.

지금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에 처해있는 금융기관과 모기지를 이용하여 주택을 구입한 이들이 바로 비슷한 처지다. 금융기관은 정부의 탈규제 경향을 틈타 기존의 대출상품과 또 다른 교묘한 상품을 만들어 수익의 극대화를 시도하였고, 부동산 시장은 그로 인해 부풀어 올라 주택구입자들의 마음은 풍요로워졌다. 현재 그 거품이 꺼지는 순간 그들은 다시 정부가 나서줄 것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마치 예전에 금융시장을 붕괴시킬 뻔 했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의 그 뻔뻔한 금융천재들처럼 말이다.

여하튼 시장의 침체는 금융노동자들에게 가혹한 시련으로 다가온다. 이미 모기지 회사에서는 수십만의 인력이 일자리를 잃었다. Bank of America 는 투자금융 부문의 인력 3천명을 해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여타 금융기관의 대량해고를 예고하는 발표가 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Bear Stearns, Citigroup, JP Morgan 등도 인원감축에 동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PF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부동산PF(project financing) 혹은 자산담보부기업어음(Asset Backed Commercial Paper : ABCP)이 서브프라임 사태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가 아닌 건설업체에게 빌려준 자금이라는 점이 차이가 날뿐이다. ABCP는 대출로 간주되지 않는 일종의 틈새상품으로 신보출연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등의 장점으로 말미암아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품이기에 그동안 인기리에 팔렸다. 여하튼 각 금융기관이 소유하고 있는 ABCP 역시 미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시장이 냉각될 경우 건설업체의 상환능력 상실, 더 나아가 부도로 이어질 경우 부실채권으로 전락하여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뒤늦게 관계당국이 현황을 파악하느라 난리법석을 피우고, 총괄적인 관리에 나서고, 행정지시를 내리는 등 한동안 분주했다. 그리고 금융기관들도 이런 행정지시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한편 자체적인 위험관리에도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금융기관이 당국의 지시를 수용하는 것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금융의 순기능을 유도하는 시스템

금융은 국가경제의 동맥과 같은 존재다. 피가 안 통하는 곳에 피를 통하게 하여 건강한 국가경제를 만들어가는 필수조건이다. 그런데 올바른 뇌에 의해 적절히 통제되지 않은 채 부동산 시장과 같은 생산적 부의 창출과는 거리가 있는 부문으로만 집중된다면 몸의 불균형은 심화된다. 적정규모의 금액이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흘러가고 이것이 국부를 창조하여 금융부문을 통해 재순환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어가야 한다.

이런 당위는 현재 개별기업과 투자자의 경제적 자유주의 논리, 주주자본주의 논리, 부동산 소유자들의 투기 심리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물론 현대 물질문명 사회에서 투자는 당연히 이윤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사실은 자명한 상식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국가경제라는 공동체에 선순환적으로 기여하여야 한다는 것 또한 자명한 상식이다.

현대 금융의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인 여러 파생금융상품을 일방적으로 죄악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것은 분명히 생산기능의 효율화와 참여주체의 위험분산에 기여한다. 이러한 것들을 잘 활용하면 우리는 이전의 제도나 상품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효율적인 개발이 가능하다. 문제는 그것이 순기능 하게끔 하는 통제시스템이다. 그것이 과거에는 권위주의적인 관치의 형태로 존재하였고 현재 많은 이들은 그러한 관치에 대해 본질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시스템을 개발하여야 한다. “잘못된” 통제가 싫다고 “통제” 자체를 없애버리면 그것은 “무질서”를 용인 내지는 조장하는 것일 뿐이다.

추천글 ‘금융 불안정성’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확대되는가 

월스트리트의 위기, 그리고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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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s NewYork1 032“. Licensed under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후폭풍이 본격적으로 불어올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메릴린치가 3분기에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메릴린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손실이 84억 달러에 달하며 이를 반영한 결과 3분기 실적이 22억 달러 순손실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몇 주 전 회사가 내놓은 예상치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며, 메릴린치 93년 역사에서 가장 큰 분기 손실이다.

많은 분석가들은 회사의 4분기 전망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고 분석하였다. 이처럼 악화된 회사 경영 상태에 대해 회사의 최고경영자 Stanley O’Neal을 비롯한 경영진의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다. 그들의 공격적인 사업행태가 악영향을 미쳤음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분석가들은 두세 개의 또 다른 거대은행이 몇 주 이내에 유사한 정도의 손실을 발표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사태의 원인이 보다 깊은 곳에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투자회사인 Sanford Bernstein의 Brad Hintz는 지난 몇 년간 금융시장 여건을 악화시킨 세 가지 주요한 경향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1) 월스트리트가 돈을 벌기 위해 고안해낸 상품들의 재무적인 복잡성, 2) 이에 대한 부실한 위험관리, 3) 감독기관의 탈규제 경향이 그것이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지적하였으나 본인들은 나 몰라라 하던 월스트리트의 문제점을 그대로 직시한 것이다.

사실 이러한 금융의 탈규제 경향과 더욱 복잡해진 금융상품은 그동안 선진금융기법이나 금융공학이나 하는 온갖 화려한 수사로 치장되어 월스트리트가 여러 후진국(?)에 수출하던 효자상품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여태까지 해외의 금융자본과 우리나라의 경제 관료는 이러한 정치적 수사를 동원하여 국내 은행의 민영화와 해외매각을 정당화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그렇다면 위에서 Brad Hintz가 언급한 요인들이 어떻게 시장에 악영향을 끼쳤는지 한 사례를 들여다보자. 최근 몇 년간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들은 이른바 “레벨3(Level3)”라 불리는 자산의 회계항목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바로 문제가 되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각종 파생금융상품이 포함되어 있는 이 레벌3 계정은 그것을 측정할 시장이 없는 관계로 실현되기 전에는 ‘적정가치’를 측정할 수 없는 계정이다.

골드만삭스는 2분기에 540억 달러였던 레벨3 자산을 3분기에 720억 달러로 늘렸다. 리만브러더스는 역시 2분기 220억 달러에서 3분기 346억 달러로 늘렸다. 모건스탠리역시 예외없이 2분기 630억 달러에서 880억 달러로 투자를 확대하였다. 앞서 말했듯이 이 자산은 측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차대조표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트린다. 천문학적인 돈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소리다.

요컨대 시장의 모든 위험을 상품화하여 그 위험을 헷지하여 자본시장의 무정부성을 해소시켜 줄 것으로 기대되었던 신용 파생상품이 시장의 무정부성을 강화시켜주고 있는 모순된 상황에 직면하여 있는 것이다. 사태가 이러한데도 월스트리트의 천재들은 막연한 위험관리로 사태의 부실을 심화시켰고, 시장의 탈규제는 감독의 범위에서 벗어난 수많은 신상품이 시장을 교란시키게 방치하였던 것이다.

굳이 유명인사의 말을 빌릴 필요도 없을지 모르지만 조지 소르스와 함께 퀀텀 펀드를 공동설립한 헤지펀드의 ‘큰 손’ 짐 로저스는 “미국이 이미 침체에 빠졌다”며 이 때문에 달러화에 대한 투자 자금을 빼고 있다고 말했다 한다. 경제상황에 대한 판단이 파리채를 대하는 파리만큼이나 절박할 수밖에 없는 헤지 펀드의 거물이니만큼 그의 발언이 주는 의미는 더욱 비중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달러에 대한 해외자본들의 신뢰상실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그동안 실물경제를 지원하여야 할 금융시장이 스스로의 역학에 의하여 왜곡시켜온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인 측면도 강하다. 시장교란자 중 하나인 짐 로저스 스스로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반성을 해야 할 장본인인 것이다.

한 신용시장 분석가는 “주택 인플레이션은 미국의 국가종교”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집값이 오르면 자신의 부가 늘고 있다고 생각하고 소비를 늘린다. 그렇게 해서 경제가 돌아가는 것이다. 주택 인플레이션은 상당부분 금융시장이 부풀려준 과잉신용과 과잉유동성에 기인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 그 거품이 꺼지면서 현재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침체와 부실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째 이러한 현상이 바로 가까이서도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규모만 작았지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주택 인플레이션이 미국의 국가종교이기도 하거니와 우리의 국가 종교일 수도 있다. 오랜 동안 우리나라에도 ‘부동산 불패론’이라는 신화가 존재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리고 해외자본에 넘어간 상업은행들이 가계대출에 매진하면서 이러한 사태를 심화시켜온 것이 지난 몇 년간의 상황이다. 이것이 관계당국이 지향하던 선진금융이라면 이제는 좀 ‘지양’하여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참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