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의 위기, 그리고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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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s NewYork1 032“. Licensed under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후폭풍이 본격적으로 불어올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메릴린치가 3분기에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메릴린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손실이 84억 달러에 달하며 이를 반영한 결과 3분기 실적이 22억 달러 순손실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몇 주 전 회사가 내놓은 예상치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며, 메릴린치 93년 역사에서 가장 큰 분기 손실이다.

많은 분석가들은 회사의 4분기 전망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고 분석하였다. 이처럼 악화된 회사 경영 상태에 대해 회사의 최고경영자 Stanley O’Neal을 비롯한 경영진의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다. 그들의 공격적인 사업행태가 악영향을 미쳤음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분석가들은 두세 개의 또 다른 거대은행이 몇 주 이내에 유사한 정도의 손실을 발표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사태의 원인이 보다 깊은 곳에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투자회사인 Sanford Bernstein의 Brad Hintz는 지난 몇 년간 금융시장 여건을 악화시킨 세 가지 주요한 경향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1) 월스트리트가 돈을 벌기 위해 고안해낸 상품들의 재무적인 복잡성, 2) 이에 대한 부실한 위험관리, 3) 감독기관의 탈규제 경향이 그것이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지적하였으나 본인들은 나 몰라라 하던 월스트리트의 문제점을 그대로 직시한 것이다.

사실 이러한 금융의 탈규제 경향과 더욱 복잡해진 금융상품은 그동안 선진금융기법이나 금융공학이나 하는 온갖 화려한 수사로 치장되어 월스트리트가 여러 후진국(?)에 수출하던 효자상품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여태까지 해외의 금융자본과 우리나라의 경제 관료는 이러한 정치적 수사를 동원하여 국내 은행의 민영화와 해외매각을 정당화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그렇다면 위에서 Brad Hintz가 언급한 요인들이 어떻게 시장에 악영향을 끼쳤는지 한 사례를 들여다보자. 최근 몇 년간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들은 이른바 “레벨3(Level3)”라 불리는 자산의 회계항목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바로 문제가 되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각종 파생금융상품이 포함되어 있는 이 레벌3 계정은 그것을 측정할 시장이 없는 관계로 실현되기 전에는 ‘적정가치’를 측정할 수 없는 계정이다.

골드만삭스는 2분기에 540억 달러였던 레벨3 자산을 3분기에 720억 달러로 늘렸다. 리만브러더스는 역시 2분기 220억 달러에서 3분기 346억 달러로 늘렸다. 모건스탠리역시 예외없이 2분기 630억 달러에서 880억 달러로 투자를 확대하였다. 앞서 말했듯이 이 자산은 측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차대조표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트린다. 천문학적인 돈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소리다.

요컨대 시장의 모든 위험을 상품화하여 그 위험을 헷지하여 자본시장의 무정부성을 해소시켜 줄 것으로 기대되었던 신용 파생상품이 시장의 무정부성을 강화시켜주고 있는 모순된 상황에 직면하여 있는 것이다. 사태가 이러한데도 월스트리트의 천재들은 막연한 위험관리로 사태의 부실을 심화시켰고, 시장의 탈규제는 감독의 범위에서 벗어난 수많은 신상품이 시장을 교란시키게 방치하였던 것이다.

굳이 유명인사의 말을 빌릴 필요도 없을지 모르지만 조지 소르스와 함께 퀀텀 펀드를 공동설립한 헤지펀드의 ‘큰 손’ 짐 로저스는 “미국이 이미 침체에 빠졌다”며 이 때문에 달러화에 대한 투자 자금을 빼고 있다고 말했다 한다. 경제상황에 대한 판단이 파리채를 대하는 파리만큼이나 절박할 수밖에 없는 헤지 펀드의 거물이니만큼 그의 발언이 주는 의미는 더욱 비중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달러에 대한 해외자본들의 신뢰상실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그동안 실물경제를 지원하여야 할 금융시장이 스스로의 역학에 의하여 왜곡시켜온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인 측면도 강하다. 시장교란자 중 하나인 짐 로저스 스스로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반성을 해야 할 장본인인 것이다.

한 신용시장 분석가는 “주택 인플레이션은 미국의 국가종교”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집값이 오르면 자신의 부가 늘고 있다고 생각하고 소비를 늘린다. 그렇게 해서 경제가 돌아가는 것이다. 주택 인플레이션은 상당부분 금융시장이 부풀려준 과잉신용과 과잉유동성에 기인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 그 거품이 꺼지면서 현재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침체와 부실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째 이러한 현상이 바로 가까이서도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규모만 작았지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주택 인플레이션이 미국의 국가종교이기도 하거니와 우리의 국가 종교일 수도 있다. 오랜 동안 우리나라에도 ‘부동산 불패론’이라는 신화가 존재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리고 해외자본에 넘어간 상업은행들이 가계대출에 매진하면서 이러한 사태를 심화시켜온 것이 지난 몇 년간의 상황이다. 이것이 관계당국이 지향하던 선진금융이라면 이제는 좀 ‘지양’하여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참고글

7 thoughts on “월스트리트의 위기, 그리고 시사점

  1. 당그니

    그러게요. 우리나라 부동산 불패 신화는 언제 깨지려는 지요. 이런 글에는 사람들이 별로 관심이 없나봐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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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당그니님이 관심을 가져주시지 않습니까 🙂 여하튼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얼마전 짝꿍하고 님께서 쓰신 일본 애니메이션계에 관한 글을 가지고 꽤 심각하게 이야기한 적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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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래도 우리는 LTV 규제가 있어서 혹시나 폭락 사태가 온다 하더라도 좀더 낫지 않을까 싶네요.
    미국에선 원금의 겨우 5% 갖고 나머지는 다 대출 받아서 구입하는 게 일반화됐을 정도였으니 이번처럼 폭락할 때 속수무책이죠. 금융감독기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문제는 감독기관의 영향력은 하나의 국민국가 내에서 발휘된다는 점.. 세계화된 금융을 감독할 기관은 없으니 투기자본이 세계의 환과 원자재 가격을 왜곡시켜도 대처할 방법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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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말씀하신대로 은행의 가계대출 규모가 담보규모에 비해 비중이 적다는 점에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만 사실 요즘 유행하는 부동산PF 등 신상품의 위험도 많이 잠복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제발 가진 자들의 돈장난에 못가진 자들이 피해입는 일이나 없어야할텐데 말이죠.

      국제화된 금융을 감독할 기관은… 참 요원한 일이지요. 그에 대한 거의 유일한 대안은 이른바 토빈세라는 금융거래세밖에 없는 것 같네요. 결국은 일국차원에서의 금융규제가 사실 제일 유효한 수단인데 그러한 조치들이 국수주의라는 철퇴를 맞고 있는 시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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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mepay's

    우리형 친구가 대학생때 모의 증권 대회인가..여의도 그런곳에서 상도 타고 해서 ..본격적으로 주식을 시작했는데 빚만 4000만원졌다고 하더군요…역시 실전은 많이 다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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