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의 위기, 그리고 시사점(2)

위기에 처한 월스트리트

파이낸셜타임스의 10월 27일 기사에 따르면 메릴린치의 CEO Stanely O’Neal 이 이사회의 사전승인 없이 합병 등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에서 네 번째로 규모가 큰 은행인 Wachovia를 접촉하였다는 사실 때문에 CEO자리를 뺏길 위험에 처해있다고 한다. 이미 공격적인 사업추진으로 회사에 엄청난 손실을 안겨준 만큼 그의 이러한 독단적인 행동이 이사회의 분노를 촉진시킨 것으로 추측된다.

문제는 지난번 관련 글에서도 지적하였듯이 이러한 메릴린치의 사상 초유의 손실이 CEO의 공격적인 사업추진 스타일이나 사업상의 실수만이 아닌 보다 깊은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바로 현재 미국의, 그리고 미국화된 전 세계의 취약한 금융 시스템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산담보부증권이란

메릴린치 뿐만 아니라 여타 월스트리트 은행들도 3분기 실적이 형편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Bank of America, Bear Stearns 등도 손실이 현저히 불어났다. 메릴린치가 그 중 가장 손실이 컸을 뿐이다. 그것은 메릴린치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연계된 이른바 자산담보부증권(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s : CDOs)의 최대 인수자(underwriter)였기 때문이다.

자산담보부증권은 금융기관·기업 등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여 제3자에게 매각하는 증권으로 자산유동화, 즉 투자 또는 대출금의 빠른 회수를 위하여 고안된 장치다.

단순하게 보면 주택을 사고 싶은 소비자가 돈을 은행으로부터 빌린다. 은행은 주택을 담보로 잡고  일정요율의 이자의 돈을 대출해준다. 그리고는 그 주택담보를 자산으로 한 증권을 발행하여 다른 금융기관 혹은 개인투자자에게 이를 당초 요율보다 조금 낮은 이자율에 판매한다. 그리고 중간에 이자의 갭을 챙긴다. 기업과 개인은 이를 보유하기도 하고 때로 재판매하기도 하여 위험을 분산시키고 투자를 회수한다. 이렇게 발행된 증권은 쪼개지고, 묶여지고, 다시 패키지화되고, 재판매되며 시장을 종횡무진 한다.

개별기업 차원에서는 위험을 분산시키고 투자를 조기에 회수하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고위험의 CDO가 시장을 돌아다니며 시장 전체의 위험은 증가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부실채권이 되어버린 CDO, 이어지는 가혹한 인원감축

미국 내에서 CDO의 발행규모는 2001년 520억 달러에서 2006년 3,880억 달러로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이 돈은 일종의 리버리지 효과를 노린 주택구입자의 주택구입비용에 충당되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집값은 큰 상승세를 기록한다. 거품은 작년 여름부터 꺼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CDO의 담보인 주택의 담보능력이 현저히 저하된다. 이른바 부실채권이 된 것이다.

극단적인 시장옹호론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 부동산투기를 욕하지 말라고들 한다. 그들과 같은 위험감수자(risk taker)가 없으면 시장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위험감수자들이 노리는 것은 “high risk, high return”이다. 일정 수긍이 가는 말이다. 문제는 이것이 탈법적이거나 심지어 규제가 약한 곳에서 시장의 궁극적 목적을 교란시키면서 진행되는 경우이다.

지금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에 처해있는 금융기관과 모기지를 이용하여 주택을 구입한 이들이 바로 비슷한 처지다. 금융기관은 정부의 탈규제 경향을 틈타 기존의 대출상품과 또 다른 교묘한 상품을 만들어 수익의 극대화를 시도하였고, 부동산 시장은 그로 인해 부풀어 올라 주택구입자들의 마음은 풍요로워졌다. 현재 그 거품이 꺼지는 순간 그들은 다시 정부가 나서줄 것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마치 예전에 금융시장을 붕괴시킬 뻔 했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의 그 뻔뻔한 금융천재들처럼 말이다.

여하튼 시장의 침체는 금융노동자들에게 가혹한 시련으로 다가온다. 이미 모기지 회사에서는 수십만의 인력이 일자리를 잃었다. Bank of America 는 투자금융 부문의 인력 3천명을 해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여타 금융기관의 대량해고를 예고하는 발표가 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Bear Stearns, Citigroup, JP Morgan 등도 인원감축에 동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PF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부동산PF(project financing) 혹은 자산담보부기업어음(Asset Backed Commercial Paper : ABCP)이 서브프라임 사태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가 아닌 건설업체에게 빌려준 자금이라는 점이 차이가 날뿐이다. ABCP는 대출로 간주되지 않는 일종의 틈새상품으로 신보출연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등의 장점으로 말미암아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품이기에 그동안 인기리에 팔렸다. 여하튼 각 금융기관이 소유하고 있는 ABCP 역시 미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시장이 냉각될 경우 건설업체의 상환능력 상실, 더 나아가 부도로 이어질 경우 부실채권으로 전락하여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뒤늦게 관계당국이 현황을 파악하느라 난리법석을 피우고, 총괄적인 관리에 나서고, 행정지시를 내리는 등 한동안 분주했다. 그리고 금융기관들도 이런 행정지시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한편 자체적인 위험관리에도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금융기관이 당국의 지시를 수용하는 것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금융의 순기능을 유도하는 시스템

금융은 국가경제의 동맥과 같은 존재다. 피가 안 통하는 곳에 피를 통하게 하여 건강한 국가경제를 만들어가는 필수조건이다. 그런데 올바른 뇌에 의해 적절히 통제되지 않은 채 부동산 시장과 같은 생산적 부의 창출과는 거리가 있는 부문으로만 집중된다면 몸의 불균형은 심화된다. 적정규모의 금액이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흘러가고 이것이 국부를 창조하여 금융부문을 통해 재순환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어가야 한다.

이런 당위는 현재 개별기업과 투자자의 경제적 자유주의 논리, 주주자본주의 논리, 부동산 소유자들의 투기 심리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물론 현대 물질문명 사회에서 투자는 당연히 이윤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사실은 자명한 상식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국가경제라는 공동체에 선순환적으로 기여하여야 한다는 것 또한 자명한 상식이다.

현대 금융의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인 여러 파생금융상품을 일방적으로 죄악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것은 분명히 생산기능의 효율화와 참여주체의 위험분산에 기여한다. 이러한 것들을 잘 활용하면 우리는 이전의 제도나 상품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효율적인 개발이 가능하다. 문제는 그것이 순기능 하게끔 하는 통제시스템이다. 그것이 과거에는 권위주의적인 관치의 형태로 존재하였고 현재 많은 이들은 그러한 관치에 대해 본질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시스템을 개발하여야 한다. “잘못된” 통제가 싫다고 “통제” 자체를 없애버리면 그것은 “무질서”를 용인 내지는 조장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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