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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PE시장의 한 풍경

프라이빗에쿼티들은 최근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채권자 준수조항(covenants)을 제거하는 등 활황세(buoyant) 시장의 이점을 활용하고 있다. “계속해서 많은 준수조항을 지워버리려는 시도가 있고 이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Amundi Smith Breeden의 하이일드 부서장 Ken Monaghan의 발언이다. 펀드매니저들은 특히 소위 add back 혹은 조정(adjustments)라 불리는 것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기업들은 더 우량한 것처럼 보이게 된다. 조정에는 소득에 예상 비용 절감을 추가하는 것까지도 포함되는데, 그것들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음에도 기업의 부채부담이 더 감내 가능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Wall Street watchdogs sound alarm over risky bank lending]

트럼프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미국의 주가가 전례 없이 오르는 것을 거론하며 자화자찬하고 있는데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러한 장세가 여전한 과잉유동성 때문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1 그리고 그들의 보도에 따르면 이런 과잉유동성 탓에 – 또는 덕분에 – 프라이빗에쿼티 참여자들은 기업을 사냥하기 위한 탄알을 두둑하게 챙겨둘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투자자들은 투자처가 마땅하지 않은지라2 과거에 당연히 요구하던 많은 채권계약상의 준수조항을 면제해주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면 예측컨대 PE가 인수하는 기업들의 재무제표는 실제보다 더 좋게 보이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세컨더리마켓에서 윤색된 재무제표에 현혹된 더 많은 투자자들이 PE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을 연출할 것이다. 사실 투자기관의 실무담당자에게 중요한 것은 수익성 그 자체보다 윤색된 예상수익성일 때가 많으니까. 그리고 항상 이런 버블 장세에 대한 우려가 있어왔지만, – 소수에 의해서든 다수에 의해서든 – 늘 그렇듯이 버블이 터지기 전까지는 많은 이들이 이를 애써 무시하고 지낼 것이다.

Balance Sheet Recession

일본의 경험에 대한 주도적인 사가(史家)인 일본의 노무라 연구소의 리차드 쿠는 QE(양적완화)와 ZIRP(제로금리정책)가 단순한 이유 때문에 작동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는데, 그것은 기업들과 개인들이 그들의 대차대조표를 재정립하는 동안은 대출에 대한 요구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도 돈을 안 빌리면, BOJ(Bank of Japan)이 공급하는 유동성은 그저 시스템 속에 주저앉아서 경제의 소득 흐름에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그의 저서 대차대조표 경기후퇴에서의 글이다.
Richard Koo of the Nomura Research Institute in Japan and a leading historian of the Japanese experience, believes that QE and ZIRP didn’t work for the simple reason that when companies and individuals are rebuilding their balance sheets, there is no demand for loans. “With no one borrowing money, the liquidity supplied by the BOJ will simply sit in the system and will not add to the economy’s income stream,” he writes in his book Balance Sheet Recession.[출처]

책 제목이 맘에 든다.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의 밀어내기 유동성 공급은 시장에 잠겨있게 된다. 반면 기업이나 개인 모두 기존 대출의 건전성은 악화된다. 예를 들어 작년에 LTV(Loan to Value)가 60%였다고 지금도 60%일까? 물론 서류상으로는 그렇겠지만 체감 LTV는 달라진다. 즉 분모인 Value의 시장가치가 떨어지고 있으니 지금 당장 집을 팔지 않더라도 채무자나 채권자 모두가 느끼는 감은 틀리다. 기업이 발행한 ABCP역시 단기자금인 관계로 차환발행의 위험과 설사 그것이 가능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조달비용이 늘 수밖에 없다. 기존대출은 악성이 되고 신규대출은 없는 병목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

신용위기, 그 1년 후 (2)

인디펜던트紙가 신용위기가 도래한 지 일 년여에 즈음하여 ‘Credit crunch one year on’이라는 제목으로 금융계 인사 10명의 감회를 엮은 기사를 게재했다. 오늘은 두번째로 HSBC의 체어맨의 말을 들어 보기로 하겠다.

Stephen Green, chairman of HSBC

금융시장은 2009년에도 어려울 것이다. 약해지고 있는 실물 경제는 물론 회복될 것이다. 회복되기에는 많은 분기가 소요될지도 모르겠다. 금융시장이 전과 같지 않으리라고 보는데 이는 주주를 대변하는 규제기관이나 감독기관이 높으면서도 증가하는 레버리지와 부외금융(off-balance-sheet)(주1) 상품의 복잡한 구조를 용인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시장에 개입되어 있는 파트들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이 정리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이고 금융시장의 몇몇 부문에서는 고용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완전히 증권화(securitisation)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은행들이 단순히 신용의 중개자로만 존재하던 예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주2)

이는 우리가 아는 문명의 종말은 아니다. 이는 우리가 헤쳐 나가야 할 고통일 뿐이다. 관계당국은 금융시장을 광범위한 범위에서 신용을 완화시켜 왔었다. 많은 측면에서 이는 현재까지는 제한된 영향만 미쳤다. 그들은 시스템 내에 유동성을 유지시켜야 할 필요성과 인플레이션의 고삐를 잡아매어야 할 필요성 사이에서 딜레마에 놓여 있다.(주3)은행들은 확실히 그들이 지니고 있어야 했던 그러한 강한 위험관리를 지니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개인 차원에서 위험부담을 독려하기 위한 보상제도들에 관한 이슈가 있다.

FSA(Financial Services Authority : 영국재정청) 은 허심탄회하게 그들이 배워야할 교훈을 깨달았다. 그 기관은 은행의 유동성과 자본기반에 많은 주목을 기울일 것이다. 투자자는 또한 신용평가에 의존하는 대신 그들 자신의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촌평 : 신용평가를 안 믿으면 자본주의에서 무엇을 믿으란 말인가?

 

(주1) 현대 금융시장에서의 증권화(securitisation)나 프로젝트파이낸싱 등의 사업방식은 어느 투자자가 그들의 사업을 위해서 돈을 차입하였음에도 그것이 재무제표에 계상되지 않도록 별도의 도관체(conduit)를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해왔는데 이것이 바로 부외금융, 즉 대차대조표에 부채가 기록되지 않는 기법이라 할 수 있다. : 역자주

(주2) 역시 시장의 메이저플레이어인 만큼 현재의 증권화 대세 현상에 대해 긍정하는 입장이고 그것을 옹호하는 데, 나 역시 그와 똑같은 취지는 아니나 어느 정도 은행들이 이전의 단순 중재기관의 위치로 돌아갈 수 없음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편이다. 또 그렇게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 역자주

(주3) 가장 대표적으로 금리정책에 있어서 이러한 딜레마가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 역자주

닷컴버블은 Y2K 탓?

HedgeFund.net 의 뉴스레터가 전해온 The Fed and Bubbles 라는 제목의 글의 일부다.(원문보기)

“Y2K에 관해서 금융기관, 기업들, 그리고 Fed 는 수많은 자동화 시스템의 기능이 정지될까 두려워했다. 결과적으로 Fed는 그러한 잠재적 기능마비가 발생할 경우 그에 따른 경제효과의 둔화를 상쇄하기 위해 1990년대 후반에 금융 시스템에 유동성을 공급하였다. 이는 기술주 거품을 가속화하는데 일조하였다.”
“As we approached Y2K, financial institutions, corporations and the Fed all became nervous that many automated systems would simply become non-functional. As a result the Fed injected liquidity into the financial system in the late 1990s to offset any slowing economic effects that such potential dysfunctions would create. This helped fuel the tech bubble.”

이는 매우 독특한 해석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기술주 거품, 특히 90년대 후반부터 촉발된 이른바 닷컴 버블에 대해 알고 있는 바와 상당히 다른 해석이기 때문이다.

‘기술주 거품’은 어떻게 보면 주식시장에 내재된 본성 중 하나다. 서구 자본주의 체제에서 주식시장이 본격화된 이후로 주식시장은 주기적으로 당시의 첨단기술로 무장한 회사의 주식에 열광하였다가 패가망신하는 모습을 반복하여왔다. 철도, 자동차, 라디오, 항공기, 컴퓨터, 인터넷 등이 대표적인 기술주였고 시장참여자들은 이들 기술주들이 득세할 때마다 이전의 교훈은 아랑곳없이 기술주의 광기에 동참하였다.

기술주 거품에 관해서는 인베스토피디아의 아래와 같은 해석이 일반적이다.(원문보기)

“기술주 거품의 형성 동안 투자자들은 집단적으로 거대한 기회가 있다거나 시장의 ‘예외적인 시기’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그들은 정상적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가격에 주식을 매입한다. 간혹 새로운 운율이 그러한 주식가격을 정당화하는데 동원된다. 그러나 전체적인 펀더멘탈은 장밋빛 전망과 눈먼 투기에 부차적인 것으로 전락하는 경향이 있다.”
“During the formation of a tech bubble, investors begin to collectively think that there’s a huge opportunity to be had, or that it’s a “special time” in the markets. This leads them to purchase stocks at prices that normally wouldn’t even be considered. New metrics are often used to justify these stock prices, but fundamentals as a whole tend to take a backseat to rosy forecasts and blind speculation.”

그런데 왜 HedgeFund.net은 이러한 상식적인 설명보다는 Fed의 유동성 공급에 따른 거품론을 주장하는 것일까? 이는 전체 글이 가지는 목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글에서 필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에서 금융기관들이나 헤지펀드 등이 일방적으로 비난받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그 대신 그는 그린스펀 시절의 예측할 수 없는, 또는 지나치게 큰 폭으로 변동하는 정책을 탓하고 있다.

즉 시장의 미세한 조율자로 기능하여야 할 Fed가 지나치게 큰 폭의 이자율 조정으로 시장의 정책에 대한 예측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비난하고 있으며, 바로 그러한 취지로 기술주 거품 역시 Fed의 Y2K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과 그에 따른 ‘불필요한’ 유동성 공급(주1)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과거의 경제현상에 대한 해석은 미래의 경제에 대한 예측만큼이나, 또는 그 이상으로 어렵다. 다들 시장참여자였고 다들 일정한 영향을 미쳤으니 서로 남 탓하기 일쑤고 제각각의 이론에 기대어 제각각의 해석을 내놓는다. 그러므로 사실 진실은 여전히 묘연하다. 기술주 거품이 Y2K라는 그들 말이 사실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본문의 fuel 이 가지는 의미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제각각일 수 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여하한의 해석은 분명한 ‘정치적’ 의도를 가진다는 점이다.

하여튼 시간 있을 때 한번 연구해볼만한 주제일 것 같다.

알림 : 개인적으로 애독하고 있는 블로그의 주인장이신 알파헌터님께서 댓글에 Fed의 유동성 공급설은 일반화되어 있는 주장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일단 독자 분들은 그 부분에 대해서 인지하시면 좋을 것 같고요. 글의 전체 요지는 그 주장의 사실 여부가 키포인트는 아니니 만큼 별도로 수정하지는 않겠지만 일단 읽으실 때에 알파헌터님의 설명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참고할만한 글

(주1) 다만 그 유동성을 기업에 제공하였다는 것인지 주식매입자에게 공급하였다는 것인지 혹은 다른 어디에 공급하였다는 것인지는 설명이 없다. 사실 이 점이 궁금하다. 도대체 어디에 유동성을 공급하였다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