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꼼수다’ 8회 방송을 듣던 중에

그 유명한 ‘나는 꼼수다’를 몽땅 다운받아 몰아 듣고 있다. 김어준, 정봉주, 김용민이라는 세 명의 구라쟁이들이 기존 미디어에서는 쓸 수 없는 표현들을 써가며 세상이야기를 풀어내니까, 마치 해적방송을 듣는 듯한 해방감을 느끼고 있다. 이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정봉주 “17대 국회의원”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의정활동을 통해 알게 된 여러 가지 상세한 이면의 사실들을 전해준다는 점에서 단연 돋보인다. 김어준 씨도, 잘 몰랐는데 의외로 식견이나 아는 내용들이 많아 꽤 놀랐다.

지금 8회를 듣고 있는 중인데, 이 회에서 등장한 주진우 시사IN 기자도 걸작이다. 맥아리없는 목소리로 “에리카 누나~ 에리카 누나”해가며 능청스럽게 말하는 솜씨가 일품인데, 이전 7회 동안 다져진 세 명의 개그장벽을 간단히 허물어뜨리고 단박에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8회 방송에서 우선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 바로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고 – 이 방송에서 주제로 삼았던 ‘인천국제공항’의 인수주체로 거론되고 있는 맥쿼리에 관한 그의 언급에 관해서다.

우선 주 기자는 맥쿼리가 천안-논산 고속도로, 마창대교 등 “정부기간산업망에 지분을 투자”했다는 사실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사업에서 그들이 어떻게 수입을 창출하는지 거론하면서 실제로는 “수익을 내는 고속도로가 거의 없지만 이면계약으로 일정 정도 수입을 보장”받는다고 표현한 부분에서 오류가 있다. 이 부분에서 정봉주 씨가 치고 들어오며 “이면계약이 아니라 단서조항이죠”라고 말하는데, 이는 정봉주 씨가 잘 지적하였다. 정부가 수입을 보장해주고 있는 것은 “이면계약”이 아니다.

정봉주 씨의 말대로 맥쿼리가 지분을 투자하고 있는 그 사업들의 수입을 정부로부터 일정 부분 보전 받는 것은 맥쿼리와 – 정확하게는 그들이 투자한 특수목적법인 – 정부 간에 정식으로 체결한 실시협약에 담겨져 있는 조항이다. 이를 그 업계에서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 Minimum Revenue Guarantee)이라고 표현한다. 이 부분을 굳이 지적하는 이유는 앞서의 글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시나리오의 재구성>에서 지적했다시피 사물을 관찰함에 있어 시스템의 일반원리와 비리는 구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즉, 정부가 정식으로 MRG를 보장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이면계약”을 통해 챙겨주고 있다고 말하는 것에는 차이가 크다. 하나는 합법이고 또 하나는 불법이다. 예로 우리가 어떤 투자자의 수익을 부당하다고 여기면서 그것의 불법성을 지적할 때, 그 반대진영에서 ‘그 수익이 합법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게 되면 그 투쟁동력은 급격히 사그라질 것이다. 사실관계는 그만큼 중요하다. 그리고 합법적인 자본주의 시스템과 그 안에서의 비리를 구분해야 한다는 원칙은 인천국제공항을 둘러싼 논쟁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즉, 이 정부가 친인척 이권을 위해 꼼수를 동원해 알짜배기 공기업을 먹어치우는 비리를 저지한다고 해서 모든 모순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인천국제공항 민영화가 MB정부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이야기도 아니고, 차기 정부에서도 여전히 재정위기 해소 또는 공기업 혁신 등을 명분으로 한 민영화 이슈는 계속 제기될 것이고, 민영화 로드맵이 폐기된다 할지라도 공기업의 “공익(public interest)”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은 여전히 남는다. “이면계약”을 찾아내는 것만큼 “단서조항”의 원리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p.s. MRG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전에 쓴 <민간투자사업에 관한 오해(?) 하나>와 <민간투자사업에 관한 오해(?) 하나[보론]>을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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