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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선 지하철 논란에 관한 트윗들(2)

9호선 민자사업의 또 하나의 유의점은 원인자부담원칙의 적용여부다. 민자사업은 이 원칙이 적용된다 할 수 있고, 재정으로 설치운영할 경우 이 원칙이 희석된다 할 수 있다. 정부가 9호선을 매입하면 “안 타는 사람이 손해”란 소리는 그런 맥락이다.

anoweb @EconomicView 수익자부담원칙 아닌가요?

@anoweb 영어표현 polluter pay principle에서 유래되었으니 ‘오염자’,’원인자’,’수익자’ 다 같은 맥락으로 쓰면 됩니다.

searcherJ @EconomicView 어… 그런데 좀 무식한 질문이지만 민자사업에 수익자부담이 적용되는 이유는 뭔가요? 그리고 똑같은 지하철인데 어떤 노선에는 수익자부담이 적용되고 어떤 노선은 적용되지 않는다면 민자사업이 어떻게 그걸 설명하나요? 1번이 2번설면?

@searcherJ 민자사업이 추진동기 중 하나가 이런 원인자부담원칙으로 나아가자는 취지도 있었습니다. 가격을 시장가격화하자는거죠. 지금은 공공운영 시설에서도 이런 상황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교통권의 공익성에 대한 생각이 혼란스러운 상태랄 수 있죠.

woohyong @EconomicView 여기서 ‘수익자’는 어떻게 정의될까요? 1) 이용자, 2) 교통편의가 증가되어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자산가들, 3) 서울시의 교통이 전반적으로 원활해져서 전반적 편익상승 (누구에게 얼머가는지는 논외)

@woohyong 3번이 가장 편익이 작을 수 있지만 바로 그 개념이 인프라의 공공에 의한 공급을 정당화하기도 하죠. 2번과 같은 맥락에서 신도시에선 집값에 인프라설치비를 포함시키고요. 1번이 결국 ppp의 오염자 개념에 가장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적으로 공공재는 “경합성”과 “배제성”의 관점에서 경합되지 않고 배제할 수 없는 것을 말하며, 공익(public interest)과는 엄밀하게는 다른 개념이다. 결국 어떤 서비스를 시장화하지 않느냐 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 일종의 계급정치이다.

세금 한 푼 안 낸 맥쿼리, ‘실주인’ 따로 있다 http://bit.ly/HZbtX8 언론보도 중 가장 사실관계에 근접한 선대인 씨의 글. 어찌 보면 이런 풍경은 변종채권이랄 수 있는 대안투자 위주의 펀드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이미 전형적인 풍경.

morquesong @EconomicView 9호선에 대한 생각을 써봤습니다. http://t.co/mkMMH87w 주제가 주제이다 보니, 마녀사냥이 되는 것 같아 답답합니다.

@morquesong 잘 읽었습니다. 하나 지적하자면 9호선 민간투자사업은 민영화(privitazation)의 큰 틀에서 개념상 민영화가 맞습니다. 국유기업/시설 매각이 전형적이라면 이는 애초에 운영권을 국가가 민간에 허가한 형태로서의 민영화입니다.

민간투자사업은 금융권 시각에서 보자면 전통적인 주식/채권 투자에 건설/운영 위험을 가미한 대신, 프리미엄을 취하는 “대안투자”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선 변종채권인데, 국가가 채권지급을 거부하는 것과 같은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바로 신용리스크인 셈이다.

맥쿼리가 9호선에 수취하는 15%이자는 후순위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자상환순위에서 선순위에 밀린다. 그래서 SPC는 이를 메자닌, 즉 중자본으로 간주하고 고금리로 투자자를 유치한다. 월가의 구조화 금융과 유사한 형태의 금융기법이다.

woohyong  @EconomicView 15% 후순위채는 전채장기채무의 10%선. 나머지는 선순위로 CD연동/고정 가중평균6%대입니다. 배당은 불확실성크니 이자로 리턴설계하는 전형적 PE SPC투자방식인듯. 9호선운영이란 운영사통해 현대로템은 한번 더 빨대꽂고

@woohyong 민간투자사업은 사실상 현금흐름이 다른 사업에 비해 변동폭이 작고(특히 MRG가 있는 경우 환수조항이 있어 업사이드는 어려우니) 장기여서 주식배당수익률로만은 수익을 맞추기 어려울 겁니다. 결국 후순위가 배당이나 마찬가지인 구조죠.

‘나는 꼼수다’에서 언급된 인천공항 민영화 시나리오에 대해

주진우 “SOC투자할 때, 특히 맥쿼리가 20% 정도만 내고, 그 SOC 건설비용의 20%만 내고 전권을 가졌습니다.”
정봉주 “그때 경영권을 갖죠.”
주진우 “20% 정도 투자하면요. 정부에서 SOC건설자금을 한 20% 대주고, 나머지는 산업은행에서 뭐 그 시행사한테 대출하도록 돈을 줘요. 그래놓고 해서 다른 뭐 인천공항고속도로로 그렇고요. 춘천 가는 서울춘천 고속도로도 그렇고요. 우면산 터널도 그렇게 했습니다. 그래서 20%만 가지면 전권을 쥘 수가 있습니다. 여기서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 시절에 우면산 터널을 이렇게 맥쿼리에서 인수합니다.”
김어준 “그때 이미 관계가 텄군요?”
주진우 “그전에 몇 가지  있는데 맥쿼리하고 서울시하고 30년 협약을 그때 맺어놓습니다.”
김어준 “각하는 의리에.. 정말!”
주진우 “근데 이 정도를 가지고 20%, 30%면 가지면 충분히 전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저기 그리고 배당을 할 때…”
김어준 “우면산 터널 때 이미 각하는 맥쿼리와…”
주진우 “저기 맥쿼리 인프라에 투자를 한 회사가 우리나라도 많은데, 군인공제회도 있고요. 신한금융, 그 다음에 금호, 그 다음에 대한생명, 그렇게 해서 여기에서 그룹을 모아 하면 30%가 아니라 40%도 채울 수 있습니다.”
김어준 “그러니까 검은 머리 외국인.”
주진우 “맥쿼리 인프라의 자산을 투자하고 운영하고 관리하는 회사가 신한이에요. 신한인데…”
김용민 “신한은행?”
주진우 “신한맥쿼리금융자문, 그 다음에 맥쿼리신한인프라스트럭처, 이름을 일단 어렵게 해놔야 사람들이 모르게….”
일동 “하하하하….”
[중략]
주진우 “2009년에 이 맥쿼리인프라에서 신한 측에 지불한 비용이 250억이 넘습니다. 자 보시면 신한하고 이 정권하고 관계에 대해서 좀 더 짚어봐야 하는데.. 라응찬…”
[중략]
주진우 “아마 맥쿼리가 20%를 인수하면 신한이나 다른..”
정봉주 “30%, 이번에 법이 열렸죠.”
주진우 “원래 그 사람들은 돈도 그 정도밖에 없어요. 쪼끔 내놓고 많이 빼먹는 빨대작전 아닙니까? 근데 그 정도 내고 나머지 검은 머리를 충분히 모아서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은 되는 사람들입니다.”
(‘나는 꼼수다’ 제9회 39분 54초부터)

20%라는 지분 설명의 오류

나꼼수 9회에서 주진우 기자가 이야기하는 부분에 오류가 있기에 지적하려고 내용을 들어가면서 받아 적은 건데, 분량이 적을 줄 알고 받아 적었다가 예상보다 많아 나름 고생했다. 각설하고 주 기자가 저지른 오류는 그가 신규 민영화 사업, 즉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근거로 한 민간투자사업과 개별법(인천국제공항의 경우 ‘인천국제공항공사법’)에 근거한 기존시설의 민영화 사업, 즉 공기업의 지분매각을 혼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20%만 투자하면 전권을 쥘 수 있는 사업”은 민간투자사업에서 제도상으로 허용한 자기자본비율을 의미한다. 즉, 주주는 전체 투자비의 20%(현재는 재무투자자가 출자할 경우 15%까지 낮추는 것을 허용) 이상을 출자하고 나머지는 금융권에서 대출로 조달하거나 특수한 사업의 경우 정부로부터의 보조금으로 자금을 충당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요컨대 20%라 함은 투자비의 20%지만 주주지분으로는 100%다.

이 말은 즉, 민간투자사업에서 맥쿼리가 특정 사업에서 투자비의 20%만 출자하면 되는 사업에 20%를 출자하였을 경우 주주지분은 100%(=20%/20%)이므로 주 기자가 말하는 “전권을 쥐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100% 자회사인 것이다. 또 산업은행이 무조건 해당 사업에 대출을 해주는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산업은행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제1,2금융권 또는 외국금융기관이 다양한 민간투자사업에 대출을 하여 대주가 된다.

맥쿼리란 이름을 가진 회사들에 대한 좀 더 정확한 이해

그냥 맥쿼리라고 칭하고 있지만, 사실 맥쿼리란 이름이 붙은 회사는 다양하다. 나꼼수는 이름을 어렵게 하려는 각하의 꼼수라고 말하지만 일단 맥쿼리그룹이 일종의 금융지주회사로 다양한 계열사 및 관계사에 맥쿼리란 이름을 붙이는 것이고, ‘신한’이 들어가는 등 다양한 이름이 붙는 것은 신한금융그룹과 맥쿼리가 합작하였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사실 신한과 맥쿼리가 합작을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당시로선 MB와의 관계 개연성은 적다.

한편 나꼼수에서 계속 이야기하는 맥쿼리는 어떤 맥쿼리일까? 정확한 명칭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Macquarie Korea Infrastructure Fund, MKIF)라는 일종의 회사형 펀드다. MKIF는 주 기자 말대로 군인공제회 이하 국내 투자자들이 77.7% 투자한 펀드로 정작 맥쿼리그룹은 4.4%를 투자하였다. 나꼼수가 칭한 “검은머리 외국인”에 어느 정도 부합할지도 모르겠다. 론스타 펀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얼굴을 드러낸 검은 머리란 점이다.

맥쿼리와 MB와의 밀약설

이 회사에서 현재 MB와 친하다고 알려진 인물은 감독이사를 맡고 있는 송경순 씨다. 1990년대 말 MB가 워싱턴에 있을 때부터 친분을 쌓아온 인물이다. 또한 이상득 씨의 아들 이지형 씨가 맥쿼리 소유였다 인수된 골드만삭스자산운용 대표인 것으로 알려지며 맥쿼리와의 밀약설이 불거진다. 그 와중에 2008년 강만수 당시 기재부 장관이 “인천공항 지분 49%를 팔아 호주의 맥쿼리 공항하고 합작을 연구하고 있다”고 발언하며 의혹의 불길을 당겼다.

우선 이런 일련의 관계와 맥쿼리가 호주에서 공항에 투자하고 있는 사실로 볼 때 MB 정부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분매각에 대해 맥쿼리의 관계인사와 어느 정도 의사소통을 했을 개연성은 있다. 송경순 씨는 특히 컨설팅 업체 LECG의 한국지사 대표도 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격히 악화되는 여론 때문에 MB정부는 맥커리에로의 특혜설을 강력히 부인한다. 하지만 현재 정부안인 해외자본 30% 유치의 대상에는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맥쿼리, 또는 외국인이 소유할 수 있는 최대지분 계산

다시 “20%로 전권을 쥐는”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이 말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분매각의 경우에서는 숫자계산의 오류다. MB정부가 팔겠다는 30%의 지분은 전체 자산 대비 30%가 아닌 주주지분 중 30%를 의미한다. 주 기자가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20%의 지분은 민간투자사업의 경우 100%의 지분, 즉 전권을 쥔 경우가 맞고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에는 전권이 아닌 30%의 지분만을 가질 수 있을 뿐인 것이다.

또한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관을 보면 “정부 이외의 주주는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15%를 초과하는 주식을 소유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다. 일단 정관만 봐서는 15% 주식소유조차 어렵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에는 별다른 제한사항 없이 외국인이 지분의 30%를 소유할 수 있게 되어, 추후 정관을 개정할 개연성도 충분하다. 요컨대, 맥쿼리가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최대치는 항공운송사업자에게 별도로 할당될 5%를 제외한 44% 정도다.

공항공사 지분인수의 사업적 타당성에 대해

슬슬 이야기를 정리해보자. 만약 맥쿼리가 이 사업을 하려 한다면 소위 “검은 머리 외국인”이 될 개연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민간투자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기존의 MKIF가 아닌 신규 펀드가 될 것이다. 현재 3조6천억 원 정도 되는 자본금 중 44%를 단순 액면가로 매입한다고 해도 1조 6천억 원 가량의 천문학적인 자금을 필요로 한다. 국내외 주요투자자들이 모여들 것이다. MB, 혹은 그 관련자들이 투자를 하려 한다면 이 펀드에 투자할 것이다.

그럼 이런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서 얼마 정도의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까? 2010년 배당 현황을 보면 480억 원이다. 아직 빚을 갚아가고 있고 사용료 등도 공익적 목적으로 낮게 유지하고 있으므로 많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자기자본 대비 배당률은 불과 1.3%다. 배당수입만으로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는 방안이 상당히 어려울 것 같은데, 각종 사용료 인상을 통한 이윤창출도 있겠으나 예의 “전권을 쥐고 있지 않은” 관계로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주식매입 후 상장후 매각이나 또는 장외매각을 통한 자본이윤(capital gain)을 얻는 방법이 있을 텐데, 운영이윤으로만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방안보다는 현실적일 것 같다.(그래도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보다 상당히 열악한 상황인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투자매력이 없는 사업은 아니다. 말 그대로 독점사업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부펀드와 같이 마땅한 투자운용대상을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 비싼 값으로 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결론 :

  • 20% 지분투자로 전권을 쥔다는 이야기는 오류다.
  • 맥쿼리는 여전히 “외국인 투자자”의 물망에 올라 있다.
  • 민간이 지분을 인수한다고 해도 만만한 사업은 아니다.
  • 그럼에도 투자매력은 유지하는 사업이다.

 

‘나는 꼼수다’ 8회 방송을 듣던 중에

그 유명한 ‘나는 꼼수다’를 몽땅 다운받아 몰아 듣고 있다. 김어준, 정봉주, 김용민이라는 세 명의 구라쟁이들이 기존 미디어에서는 쓸 수 없는 표현들을 써가며 세상이야기를 풀어내니까, 마치 해적방송을 듣는 듯한 해방감을 느끼고 있다. 이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정봉주 “17대 국회의원”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의정활동을 통해 알게 된 여러 가지 상세한 이면의 사실들을 전해준다는 점에서 단연 돋보인다. 김어준 씨도, 잘 몰랐는데 의외로 식견이나 아는 내용들이 많아 꽤 놀랐다.

지금 8회를 듣고 있는 중인데, 이 회에서 등장한 주진우 시사IN 기자도 걸작이다. 맥아리없는 목소리로 “에리카 누나~ 에리카 누나”해가며 능청스럽게 말하는 솜씨가 일품인데, 이전 7회 동안 다져진 세 명의 개그장벽을 간단히 허물어뜨리고 단박에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8회 방송에서 우선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 바로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고 – 이 방송에서 주제로 삼았던 ‘인천국제공항’의 인수주체로 거론되고 있는 맥쿼리에 관한 그의 언급에 관해서다.

우선 주 기자는 맥쿼리가 천안-논산 고속도로, 마창대교 등 “정부기간산업망에 지분을 투자”했다는 사실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사업에서 그들이 어떻게 수입을 창출하는지 거론하면서 실제로는 “수익을 내는 고속도로가 거의 없지만 이면계약으로 일정 정도 수입을 보장”받는다고 표현한 부분에서 오류가 있다. 이 부분에서 정봉주 씨가 치고 들어오며 “이면계약이 아니라 단서조항이죠”라고 말하는데, 이는 정봉주 씨가 잘 지적하였다. 정부가 수입을 보장해주고 있는 것은 “이면계약”이 아니다.

정봉주 씨의 말대로 맥쿼리가 지분을 투자하고 있는 그 사업들의 수입을 정부로부터 일정 부분 보전 받는 것은 맥쿼리와 – 정확하게는 그들이 투자한 특수목적법인 – 정부 간에 정식으로 체결한 실시협약에 담겨져 있는 조항이다. 이를 그 업계에서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 Minimum Revenue Guarantee)이라고 표현한다. 이 부분을 굳이 지적하는 이유는 앞서의 글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시나리오의 재구성>에서 지적했다시피 사물을 관찰함에 있어 시스템의 일반원리와 비리는 구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즉, 정부가 정식으로 MRG를 보장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이면계약”을 통해 챙겨주고 있다고 말하는 것에는 차이가 크다. 하나는 합법이고 또 하나는 불법이다. 예로 우리가 어떤 투자자의 수익을 부당하다고 여기면서 그것의 불법성을 지적할 때, 그 반대진영에서 ‘그 수익이 합법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게 되면 그 투쟁동력은 급격히 사그라질 것이다. 사실관계는 그만큼 중요하다. 그리고 합법적인 자본주의 시스템과 그 안에서의 비리를 구분해야 한다는 원칙은 인천국제공항을 둘러싼 논쟁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즉, 이 정부가 친인척 이권을 위해 꼼수를 동원해 알짜배기 공기업을 먹어치우는 비리를 저지한다고 해서 모든 모순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인천국제공항 민영화가 MB정부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이야기도 아니고, 차기 정부에서도 여전히 재정위기 해소 또는 공기업 혁신 등을 명분으로 한 민영화 이슈는 계속 제기될 것이고, 민영화 로드맵이 폐기된다 할지라도 공기업의 “공익(public interest)”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은 여전히 남는다. “이면계약”을 찾아내는 것만큼 “단서조항”의 원리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p.s. MRG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전에 쓴 <민간투자사업에 관한 오해(?) 하나>와 <민간투자사업에 관한 오해(?) 하나[보론]>을 참고하시라.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시나리오의 재구성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처음부터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설립되었다.

현 정부를 극도로 싫어하는 이, 특히 과거 두 정부의 지지자 중 일부는 인천국제공항 민영화(또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분매각’)가 현 정부의 독특한 발명품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도 한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신공항 건설을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입한 과거 정부는 당초 투자를 조기에 회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자금의 회수가 용이한 주식회사의 형태로 설립하고 2002년까지 지분의 51%를 민간에 매각한다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었다.

즉, 국영기업 활용 등을 통한 개발독재의 시기를 거쳐 자본주의 고도화의 길에 접어들 무렵부터 국책사업이라 할지라도 일정 기간 후의 ‘민영화’는 우익과 자본에게 하나의 정치개혁의 시금석으로 받아들여져 왔고, 이는 소위 ‘민주개혁 정부’라 불린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두 정부가 들어서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실제로 ‘국민의 정부’ 시절엔 많은 시장성 있는 공기업들이 민영화되었지만, 채 무르익지 않았던 인천국제공항은 초석만 다지는 단계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 속에서 1999년 국고출연금 1조6천768억 원이 자본금으로 전환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인천국제공항공사법」을 근거로 설립되었다. 또한 공사는 「공기업의 경영구조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의 적용대상인데, 이 법의 제정 취지는 “국민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공기업에 대하여.. 조속한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당시로서는 “조속한 민영화”가 절실한 과제인 것이 사실인데 과도한 차입으로 인해 이자비용이 누적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민주개혁정부”는 인천국제공항 민영화를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3월 22일 개항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정부는 개항 초기에서부터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추진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계속되는 투자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금흐름으로 말미암아 공사의 재무현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3년까지도 공사의 부채비율은 164%, 세전순이익기준 이자보상비율은 0.85배에 그쳐 순이익만으로는 이자를 제대로 지불할 수 없는 상태였다. 지분매각은 요원한 상황이었다.

이렇게 DJ시절,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로드맵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온 것은 2005년 말, 정부각료들의 민영화 발언이 이어졌을 때이다. 전윤철 당시 감사원장은 “역사적 임무를 마친 공기업은 사라져야 한다”라는 발언으로 운을 띄웠고,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민영화가 생산성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발언으로 이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 기간 공사의 수익개선이 이런 자신감의 배경이었다.

당시 공사의 복안은 “지분의 20∼30%선을 세계적 공항운영 전문기관 등 전략적 투자가에 매각”한다는 안으로, 현 정부에서 많은 반대에 부딪혔던 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와중에 기획예산처가 공사가 정부의 것이면서도 경영감독권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며 공기업으로 분류하면서 민영화 일정이 중단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낳기도 했지만 미국의 한미FTA를 연계한 민영화 압박, 공기업 증시 상장 검토 등 민영화로의 압력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인천국제공항 민영화는 MB정부 로드맵의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하지만 증시 상장 논의는 임기 말의 권력누수현상, 공기업 내부반발 등이 이어지며 유야무야되고, 본격적인 민영화 게임은 현 정부 들어서 시작되었다. 우익정부니 만큼 이전 정부보다 더 강력한 민영화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견된 사실이었고, 특히 “시장형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 민영화는 매우 매력적인 카드였다. 이때 처음 꺼내든 카드는 지분의 49%만 시장에 매각하고 “경영만 민영화”한다는 카드였다. 일종의 싱가포르 테마섹 카드였다.

한데, 이때 이미 홍준표 씨가 요즘 꺼내든 국민주 안이 검토되었다. 하지만 이전의 국민주 사례를 살펴보아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안이 폐기되었고, 그 대신 민간매각분 중 일부를 우리사주로 배정하는 안을 검토하기로 하였다. 우리사주 안은 당연히 내부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카드였지만, 노조는 공항의 공공성 등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발하였다. 시장 역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는데 역으로 49% 지분매각은 온전한 민영화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이 당시에는 굵직굵직한 사안이 많았다. 대운하 사업, 토공-주공의 통합, 산업은행/기업은행/인천국제공항 등 거대 공기업 민영화 등 동시에 추진해야 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따라서 실은 청와대 측 의중에는 인천국제공항 민영화는 뒷 선에 밀려나 있는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당시 청와대에게는 대운하가 우선순위 사업이었고, 결국 민영화 대상에 인천국제공항을 포함시킨 것은 한나라당의 “강력한 요청”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민영화의 의도와 폐해를 둘러싼 논쟁

청와대가 과연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든, 반대진영에서는 본격적인 반대투쟁에 돌입한다. 상황은 반대 진영에게 유리했다. 공항은 연속 흑자를 내고 세계공항평가에서 1위를 하는 상황이었고, 민영화된 공항은 사용료가 오르고 서비스 질이 퇴보하는 등 민영화에 대한 폐해 사례가 늘고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공항이 안보와 관련된 시설이라는 점도 민영화 반대의 주된 논리가 되었다. 따라서 민영화 반대 주장은 노조, 야권뿐만 아니라 일부 여권에서까지 제기되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반대논리는 당초 민영화 로드맵의 시발점이었던 공적자금의 조기회수가 아니었다. 이는 계속되는 흑자기조 속에 의미가 많이 퇴색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회에서 정종환 당시 국토해양부 장관은 “국제적인 허브공항으로서는 부족한 면이 있고, 3단계 확장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서도 49%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른바 ▲ 민영화를 통한 선진경영기법 획득 ▲ 3단계 확장 사업비 확보 등이 주된 논리였다.

바로 이 시점에서 “선진경영기업”을 전수해줄 “전문공항운영사”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데, 기존의 민영화된 국제공항의 투자자였던 맥쿼리가 그들이다. 맥쿼리는 인프라 프로젝트파이낸스를 주업으로 하는 호주의 금융기업인데, 공항에 투자했다는 이유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전문공항운영사”로 둔갑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으로 관계인사가 엮이면서 음모론은 한층 힘을 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경제적 사안에서 정치적 사안으로 발전하게 된다.

맥쿼리와 인천국제공항

일각에서 제기된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을 위한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정부는 강력히 부인한다. 국토해양부는 “구체적인 매각방식, 절차 등은 향후 전문기관의 컨설팅 등을 거쳐 구체화될 계획”이라며 “지분인수자는 매각조건 등을 고려하여 협상에서 결정될 사항으로 미리 예정한다는 것은 국제 상사관례나 협상 절차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한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합당한 발언이지만 워낙 불신을 받아오던 정부라 반대진영은 의혹을 거두지 않았다.

외국투자자들에 대한 의혹의 눈길은 사실 론스타의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억지주장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다. 외환은행 매각 역시 정상적인 매각절차였다면 론스타와 같은 정체불명의 펀드에게 매각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부패한 관료와 조급한 청와대는 외환은행 매각을 무리하게 밀어붙였고, 이는 수많은 부작용을 낳으며 오늘날까지 그 부작용을 수습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인천국제공항 민영화는 또 한 번의 거센 반발로 주춤하게 된다.

2008년 국토해양부 항공철도국장은 “맥시멈 15%의 지분을 공항운영 전문기업에 전략적으로 매각할 계획”이라면서 맥쿼리도 전략적 지분매각 대상이냐는 질문에 ““맥쿼리는 공항전문기업이 아니라 투자펀드”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국감에서 정종환 당시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분 15%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전략적 제휴 대상 가운데 맥쿼리그룹은 배제되느냐는 질의에, “특정 업체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답하여 논의를 다시 제자리로 돌린다.

지분매각은 공항의 발전을 위해서인가 구멍 난 예산을 메우기 위해서인가.

이쯤에서 공사 지분매각의 변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당초 정부의 대답은 공항의 발전을 위한 3단계 사업의 자금조달을 위해 지분을 매각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조정식 의원은 ‘인천국제공항 3단계 사업 조속 추진-대통령님 정책 건의’라는 업무보고 문건에는 3단계 사업이 전액 자체조달 가능한 것으로 보고되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단 민간투자자가 운영을 하게 되면 단기성과에 주력하여 장기사업에 해당하는 3단계 사업을 할 리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 의원은 또한 “정부가 2010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인천공항 지분 16.3%를 5909억원(주당 5000원)에 매각해 세입을 충당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즉, 3단계 사업비 충당은 거짓명분이고 4대강 사업 등으로 부족한 예산을 매각수입으로 메우려 한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이 예상수입이 전국 수백 개의 도로 건설에 전액 편성됐고 2011년 예산에 다시 매각대금 7393억 원을 포함시켰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부의 ‘공항 경쟁력 강화’ 논리는 거짓임이 드러났다.

경제평론가 선대인 씨는 현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24개 주요 매각 추진 공공기관의 매각 예상액만 보수적으로 잡아도 19조원에 육박한다고 말하면서 공사의 지분매각이 이러한 큰 틀에서의 재정적자 보완책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우월하다고 정부는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개별 사업들에 있어 예산책정의 어려움이랄지 재정위기가 현존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주장은 상당한 신빙성을 가지고 있는 논리라 할 것이다.

다시 민영화의 불을 지핀 한나라당. 그러나…..

이러한 사회전반의 강력한 반발과 – 사실 소위 “민주정부”에서였더라면 이 정도의 저항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 관련법 개정의 실패로 인해, 또 다시 공사의 지분매각은 수면 아래로 잠기는 듯 했다. 그 즈음에 산업은행이나 우리금융지주회사의 민영화 계획도 난관에 부딪히고 있는 와중이었기에 더더욱 열기가 냉각되고 있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6월 국회에서 지분매각의 걸림돌인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또다시 이 사안은 세간의 관심거리가 되었다.

집권 초기 공기업 민영화 대상에 인천국제공항을 넣어야 한다고 한나라당이 강력히 주장했다는 정황이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로드맵의 재개를 당이 원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사실 재정적자를 메워야 한다는 숙제는 청와대가 더 바라는 일일 텐데, 로드맵의 방아쇠를 계속하여 당이 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간의 정황으로 봐서 일종의 행동대장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올 수도 있지만, 한나라당의 지속적인 민영화에 대한 관심은 궁금증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 또한 강력한 반발에 부닥치고 만다. 인천광역시는 송영길 시장이 당선되면서 민주당의 손에 넘어갔기 때문에 지자체의 협력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사회전반적인 여론도 “세계 1위의 공항이 뭘 배울게 있다고 지분을 매각하느냐?”라는 논리가 강하게 먹혀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등장한 카드가 해묵은 국민주 카드다. 홍준표 씨가 포퓰리즘적 의도를 숨기지 않으면서 주장했고 박재완 씨가 화답하는 상황이지만 여의치 않아 보인다.

민영화 로드맵에 대한 반대진영의 과제

개인적으로는 현 정부의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고, 총선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서 공사의 지분매각은 어렵지 않겠는가 하는 의견이다. 물론 한나라당이 재집권 하리라는 강력한 확신이 든다면 최소한 지지부진하고 있는 로드맵의 구체화만이라도 확실히 다져두려 할 개연성도 있지만, 전문운영사의 매각과 국민주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행태를 볼 때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반대진영은 민영화 무산 그 이후의 시나리오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선, 공사의 지분매각에 대한 입장은 우선 일각이 주장했던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의 개인비리와 지분매각의 로드맵 자체를 분리하여 사고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물론 개인비리가 혹시라도 있다면 그 사실관계는 명확히 밝혀내야 하겠지만, 서론에서 말했다시피 민영화 로드맵은 집권당의 교체에 상관없이 신자유주의적 국가운영 일반원리에 해당되는 사안이었다. 그러므로 너무 개인비리에만 매달리다보면 민영화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역공에 시달릴 수도 있다.

공사의 지분매각이 무산되고 공기업으로 남는다고 해서 모든 모순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전 글에서도 밝혔다시피 공사의 뛰어난 경영성과의 일부는 어쩌면 민간기업 못지않은 가혹한 노동착취를 통해 달성했을 수도 있다. 공기업의 공익을 ▲ 수익실현을 통한 재정건전성 확보 ▲ 양질의 공공서비스 제공을 통한 사회적 효용 증대 ▲ 해당 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통한 기업후생 증진 등으로 나눌 수 있다면 후자의 문제는 여전한 과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