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민영화” 시나리오의 재구성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처음부터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설립되었다.

현 정부를 극도로 싫어하는 이, 특히 과거 두 정부의 지지자 중 일부는 인천국제공항 민영화(또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분매각’)가 현 정부의 독특한 발명품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도 한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신공항 건설을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입한 과거 정부는 당초 투자를 조기에 회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자금의 회수가 용이한 주식회사의 형태로 설립하고 2002년까지 지분의 51%를 민간에 매각한다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었다.

즉, 국영기업 활용 등을 통한 개발독재의 시기를 거쳐 자본주의 고도화의 길에 접어들 무렵부터 국책사업이라 할지라도 일정 기간 후의 ‘민영화’는 우익과 자본에게 하나의 정치개혁의 시금석으로 받아들여져 왔고, 이는 소위 ‘민주개혁 정부’라 불린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두 정부가 들어서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실제로 ‘국민의 정부’ 시절엔 많은 시장성 있는 공기업들이 민영화되었지만, 채 무르익지 않았던 인천국제공항은 초석만 다지는 단계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 속에서 1999년 국고출연금 1조6천768억 원이 자본금으로 전환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인천국제공항공사법」을 근거로 설립되었다. 또한 공사는 「공기업의 경영구조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의 적용대상인데, 이 법의 제정 취지는 “국민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공기업에 대하여.. 조속한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당시로서는 “조속한 민영화”가 절실한 과제인 것이 사실인데 과도한 차입으로 인해 이자비용이 누적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민주개혁정부”는 인천국제공항 민영화를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3월 22일 개항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정부는 개항 초기에서부터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추진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계속되는 투자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금흐름으로 말미암아 공사의 재무현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3년까지도 공사의 부채비율은 164%, 세전순이익기준 이자보상비율은 0.85배에 그쳐 순이익만으로는 이자를 제대로 지불할 수 없는 상태였다. 지분매각은 요원한 상황이었다.

이렇게 DJ시절,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로드맵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온 것은 2005년 말, 정부각료들의 민영화 발언이 이어졌을 때이다. 전윤철 당시 감사원장은 “역사적 임무를 마친 공기업은 사라져야 한다”라는 발언으로 운을 띄웠고,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민영화가 생산성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발언으로 이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 기간 공사의 수익개선이 이런 자신감의 배경이었다.

당시 공사의 복안은 “지분의 20∼30%선을 세계적 공항운영 전문기관 등 전략적 투자가에 매각”한다는 안으로, 현 정부에서 많은 반대에 부딪혔던 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와중에 기획예산처가 공사가 정부의 것이면서도 경영감독권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며 공기업으로 분류하면서 민영화 일정이 중단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낳기도 했지만 미국의 한미FTA를 연계한 민영화 압박, 공기업 증시 상장 검토 등 민영화로의 압력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인천국제공항 민영화는 MB정부 로드맵의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하지만 증시 상장 논의는 임기 말의 권력누수현상, 공기업 내부반발 등이 이어지며 유야무야되고, 본격적인 민영화 게임은 현 정부 들어서 시작되었다. 우익정부니 만큼 이전 정부보다 더 강력한 민영화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견된 사실이었고, 특히 “시장형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 민영화는 매우 매력적인 카드였다. 이때 처음 꺼내든 카드는 지분의 49%만 시장에 매각하고 “경영만 민영화”한다는 카드였다. 일종의 싱가포르 테마섹 카드였다.

한데, 이때 이미 홍준표 씨가 요즘 꺼내든 국민주 안이 검토되었다. 하지만 이전의 국민주 사례를 살펴보아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안이 폐기되었고, 그 대신 민간매각분 중 일부를 우리사주로 배정하는 안을 검토하기로 하였다. 우리사주 안은 당연히 내부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카드였지만, 노조는 공항의 공공성 등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발하였다. 시장 역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는데 역으로 49% 지분매각은 온전한 민영화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이 당시에는 굵직굵직한 사안이 많았다. 대운하 사업, 토공-주공의 통합, 산업은행/기업은행/인천국제공항 등 거대 공기업 민영화 등 동시에 추진해야 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따라서 실은 청와대 측 의중에는 인천국제공항 민영화는 뒷 선에 밀려나 있는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당시 청와대에게는 대운하가 우선순위 사업이었고, 결국 민영화 대상에 인천국제공항을 포함시킨 것은 한나라당의 “강력한 요청”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민영화의 의도와 폐해를 둘러싼 논쟁

청와대가 과연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든, 반대진영에서는 본격적인 반대투쟁에 돌입한다. 상황은 반대 진영에게 유리했다. 공항은 연속 흑자를 내고 세계공항평가에서 1위를 하는 상황이었고, 민영화된 공항은 사용료가 오르고 서비스 질이 퇴보하는 등 민영화에 대한 폐해 사례가 늘고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공항이 안보와 관련된 시설이라는 점도 민영화 반대의 주된 논리가 되었다. 따라서 민영화 반대 주장은 노조, 야권뿐만 아니라 일부 여권에서까지 제기되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반대논리는 당초 민영화 로드맵의 시발점이었던 공적자금의 조기회수가 아니었다. 이는 계속되는 흑자기조 속에 의미가 많이 퇴색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회에서 정종환 당시 국토해양부 장관은 “국제적인 허브공항으로서는 부족한 면이 있고, 3단계 확장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서도 49%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른바 ▲ 민영화를 통한 선진경영기법 획득 ▲ 3단계 확장 사업비 확보 등이 주된 논리였다.

바로 이 시점에서 “선진경영기업”을 전수해줄 “전문공항운영사”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데, 기존의 민영화된 국제공항의 투자자였던 맥쿼리가 그들이다. 맥쿼리는 인프라 프로젝트파이낸스를 주업으로 하는 호주의 금융기업인데, 공항에 투자했다는 이유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전문공항운영사”로 둔갑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으로 관계인사가 엮이면서 음모론은 한층 힘을 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경제적 사안에서 정치적 사안으로 발전하게 된다.

맥쿼리와 인천국제공항

일각에서 제기된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을 위한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정부는 강력히 부인한다. 국토해양부는 “구체적인 매각방식, 절차 등은 향후 전문기관의 컨설팅 등을 거쳐 구체화될 계획”이라며 “지분인수자는 매각조건 등을 고려하여 협상에서 결정될 사항으로 미리 예정한다는 것은 국제 상사관례나 협상 절차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한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합당한 발언이지만 워낙 불신을 받아오던 정부라 반대진영은 의혹을 거두지 않았다.

외국투자자들에 대한 의혹의 눈길은 사실 론스타의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억지주장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다. 외환은행 매각 역시 정상적인 매각절차였다면 론스타와 같은 정체불명의 펀드에게 매각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부패한 관료와 조급한 청와대는 외환은행 매각을 무리하게 밀어붙였고, 이는 수많은 부작용을 낳으며 오늘날까지 그 부작용을 수습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인천국제공항 민영화는 또 한 번의 거센 반발로 주춤하게 된다.

2008년 국토해양부 항공철도국장은 “맥시멈 15%의 지분을 공항운영 전문기업에 전략적으로 매각할 계획”이라면서 맥쿼리도 전략적 지분매각 대상이냐는 질문에 ““맥쿼리는 공항전문기업이 아니라 투자펀드”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국감에서 정종환 당시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분 15%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전략적 제휴 대상 가운데 맥쿼리그룹은 배제되느냐는 질의에, “특정 업체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답하여 논의를 다시 제자리로 돌린다.

지분매각은 공항의 발전을 위해서인가 구멍 난 예산을 메우기 위해서인가.

이쯤에서 공사 지분매각의 변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당초 정부의 대답은 공항의 발전을 위한 3단계 사업의 자금조달을 위해 지분을 매각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조정식 의원은 ‘인천국제공항 3단계 사업 조속 추진-대통령님 정책 건의’라는 업무보고 문건에는 3단계 사업이 전액 자체조달 가능한 것으로 보고되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단 민간투자자가 운영을 하게 되면 단기성과에 주력하여 장기사업에 해당하는 3단계 사업을 할 리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 의원은 또한 “정부가 2010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인천공항 지분 16.3%를 5909억원(주당 5000원)에 매각해 세입을 충당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즉, 3단계 사업비 충당은 거짓명분이고 4대강 사업 등으로 부족한 예산을 매각수입으로 메우려 한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이 예상수입이 전국 수백 개의 도로 건설에 전액 편성됐고 2011년 예산에 다시 매각대금 7393억 원을 포함시켰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부의 ‘공항 경쟁력 강화’ 논리는 거짓임이 드러났다.

경제평론가 선대인 씨는 현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24개 주요 매각 추진 공공기관의 매각 예상액만 보수적으로 잡아도 19조원에 육박한다고 말하면서 공사의 지분매각이 이러한 큰 틀에서의 재정적자 보완책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우월하다고 정부는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개별 사업들에 있어 예산책정의 어려움이랄지 재정위기가 현존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주장은 상당한 신빙성을 가지고 있는 논리라 할 것이다.

다시 민영화의 불을 지핀 한나라당. 그러나…..

이러한 사회전반의 강력한 반발과 – 사실 소위 “민주정부”에서였더라면 이 정도의 저항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 관련법 개정의 실패로 인해, 또 다시 공사의 지분매각은 수면 아래로 잠기는 듯 했다. 그 즈음에 산업은행이나 우리금융지주회사의 민영화 계획도 난관에 부딪히고 있는 와중이었기에 더더욱 열기가 냉각되고 있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6월 국회에서 지분매각의 걸림돌인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또다시 이 사안은 세간의 관심거리가 되었다.

집권 초기 공기업 민영화 대상에 인천국제공항을 넣어야 한다고 한나라당이 강력히 주장했다는 정황이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로드맵의 재개를 당이 원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사실 재정적자를 메워야 한다는 숙제는 청와대가 더 바라는 일일 텐데, 로드맵의 방아쇠를 계속하여 당이 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간의 정황으로 봐서 일종의 행동대장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올 수도 있지만, 한나라당의 지속적인 민영화에 대한 관심은 궁금증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 또한 강력한 반발에 부닥치고 만다. 인천광역시는 송영길 시장이 당선되면서 민주당의 손에 넘어갔기 때문에 지자체의 협력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사회전반적인 여론도 “세계 1위의 공항이 뭘 배울게 있다고 지분을 매각하느냐?”라는 논리가 강하게 먹혀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등장한 카드가 해묵은 국민주 카드다. 홍준표 씨가 포퓰리즘적 의도를 숨기지 않으면서 주장했고 박재완 씨가 화답하는 상황이지만 여의치 않아 보인다.

민영화 로드맵에 대한 반대진영의 과제

개인적으로는 현 정부의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고, 총선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서 공사의 지분매각은 어렵지 않겠는가 하는 의견이다. 물론 한나라당이 재집권 하리라는 강력한 확신이 든다면 최소한 지지부진하고 있는 로드맵의 구체화만이라도 확실히 다져두려 할 개연성도 있지만, 전문운영사의 매각과 국민주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행태를 볼 때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반대진영은 민영화 무산 그 이후의 시나리오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선, 공사의 지분매각에 대한 입장은 우선 일각이 주장했던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의 개인비리와 지분매각의 로드맵 자체를 분리하여 사고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물론 개인비리가 혹시라도 있다면 그 사실관계는 명확히 밝혀내야 하겠지만, 서론에서 말했다시피 민영화 로드맵은 집권당의 교체에 상관없이 신자유주의적 국가운영 일반원리에 해당되는 사안이었다. 그러므로 너무 개인비리에만 매달리다보면 민영화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역공에 시달릴 수도 있다.

공사의 지분매각이 무산되고 공기업으로 남는다고 해서 모든 모순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전 글에서도 밝혔다시피 공사의 뛰어난 경영성과의 일부는 어쩌면 민간기업 못지않은 가혹한 노동착취를 통해 달성했을 수도 있다. 공기업의 공익을 ▲ 수익실현을 통한 재정건전성 확보 ▲ 양질의 공공서비스 제공을 통한 사회적 효용 증대 ▲ 해당 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통한 기업후생 증진 등으로 나눌 수 있다면 후자의 문제는 여전한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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