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창업”의 탑클래스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자영업의 현실

Think Progress 라는 매체에서 “더 많은 미국인들이 생계를 위해 창업하고 있다”는 기사를 웹사이트에 올렸다. 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이하 GEM)라는 단체에서 각 나라에서의 창업의 현황과 특성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이를 기초로 작성한 기사다. 미국경제가 갈수록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비관적인 내용인데, 정작 내 눈을 잡아끄는 것은 우리나라의 “생계형 창업” 수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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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엄청난 실업예비군을 자영업자 수치에 감춰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나라답게 기사의 그래프 상으로는 1위다. 창업의 41.5%가 이른바 “생계형 창업”이다. 다만, 기사가 인용한 GEM의 보고서를 살펴보니 조사대상 54개 국가 중 1위는 아니고 5위였다. 우리를 앞서는 국가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이란, 폴란드, 파키스탄 등이었다. 경제수준을 감안할 때는 역시 우리나라가 여타 유사수준 국가에 비해 높은 셈이다.

다른 한편으로 인상적인 수치는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와 같은 북구 사민주의 국가들의 수치다. 이들 나라의 수치는 “생계형 창업” 수치가 4~7%대에 머물고 있다. 이들 나라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잘 정비된 사회안전망, 적절한 실업자 대책, 높은 노조조직률 등 기업 내의 노동자로서의 삶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타 국가에 비해 매우 낮은 창업비율은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이 보고서가 정의하고 있는 “생계형 창업”은 창업자들이 “다른 노동의 선택권이 없고 소득원이 필요한(have no other work options and need a source of income)” 경우를 의미한다. 결국 이러한 창업은 사회적인 노동 시스템에서 비자발적으로 내쫓긴 이들이 그만큼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수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그 국가의 노동에 대한 안전망이 후진적임을 의미한다.

전후 현대 자본주의의 발전은 노동의 대규모 집적, 노동자의 정년보장 또는 실업대책 강구, 은퇴 후 연금지급 등의 사회적 약속을 통해 노동자들이 안심하고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시스템을 통해 가능했다. 그런데 이제 이 나라는 그 궤도에서 벗어나 비정규직의 증가, 정규직의 조기퇴직,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구직난에 직면해 있고, GEM의 조사결과가 그러한 과정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대선에서 뽑힐 차기 정권이 노동 이슈에 대해 어떠한 자세로 접근하느냐가 향후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여태 하던 식으로 실업자의 상당수를 “생계형 창업”의 집단에 꼬불쳐 두고, 불안한 고용의 실상을 무시한 채 실업률이 낮다고 우긴다면 노동의 질은 계속 낮아질 것이고, 이 사회는 점점 더 살벌한 정글 자본주의로 퇴색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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