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행성 B7T210 [1]

때마침 서문

때마침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구입했다. 그리고 어제의 취기도 채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깨달은 게 있다. 이 소설로부터의 교훈은 바로 ‘무책임함’이다. 말인즉슨 굳이 소설을 쓰는 행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달지 독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달 지, 아니면 꼭 끝을 멋있게 장식해야한달지, 심지어는 이 시리즈가 1회로 끝날지 아니면 한 20회까지는 가야한달지 하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무책임’이야 말로 창작자가 누리는 특권이다. 그것도 돈벌이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닌 창작자가 누리는…

또 하나의 고민거리(도 아니지만)는 이 소설을 새로운 블로그에 올려야 할지 foog.com에 올려야 할지의 문제인데 이 고민을 수습하는 데에는 0.5초도 걸리지 않았다. 당연히 foog.com에 올려야 한다. 그래야 한 명이라도 더 쳐다봐줄테니까. 뻔한 대차대조표다.

라고 생각하고 있던 순간 자비스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봐. 아직도 G속도를 몇으로 할 것인가 국회 우주위원회에 계류 중이라는데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그 호리호리한 몸매에 어울리는 호들갑을 떨어댔다.

“어차피 지구의 중력과 같은 정도로 튜닝이 될 텐데 뭘 걱정이야?”

라고 대답하면서 나는 블로그에 올렸던 ‘대운하에 무너져 버린 내 허접한 창작욕’이라는 글을 떠올렸다. 사실 그것은 핑계거리였다. 이를테면 요즘은 누구나 뭔가 일이 잘 안 풀리면 ‘이게 다 MB탓이야’라고 해버리면 사람들이 수긍하는, 그런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마치 이전 정부에서 ‘이게 다 놈현 탓이야’라고 하면 버로우해버리는 그런 상황과 비슷한 것이었다. 문제는 내 ‘허접한 창작욕’이었지 ‘대운하에 무너져 버린’은 아니었던 것이었다.

잠시 광고 : 이 글은 크리에이티브커먼스 2.0에 의거 작성되는 글입니다.(나중에 바뀔지도?)

“이봐 도대체 뭘 그리 생각하고 있는 거야? G속도에 관한 문제가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잖아! 어떻게 좀 해봐.”

“그래그래 알았어.”

나는 소설을 쓰는 것 말고 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 정확하게는 그것이 내게 돈을 벌어다주는 우선적인 직업이다. 자비스와 나는 ‘싸구려 행성 B7T210’의 공동 총독으로 부임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 행성은 두 달 뒤에 완성될 예정으로 국회에서는 이 행성의 회전속도를 얼마로 할 것인가에 대한 법률인 ‘행성 B7T210 G속도 최초설정 및 조정에 관한 특별법’ 을 제정하려 하고 있다. 행성의 회전을 정확히 ‘자전’으로 불러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행성은 사실 아래와 같은 모양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가운데는 텅 비고 바깥쪽으로 테두리에서 사람들이 거주하는 일종의 ‘도넛’모양을 띠고 있다. 그 도넛의 통 안의 중심과 먼 쪽에 사람들이 거주할 예정인데 행성이 일정한 속도로 회전시켜서 원심력을 생성시켜 중력으로 사용할 요량인 것이다. 자비스가 지금 G속도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이유는 국회의원들이 G속도를 처음에 너무 빠르게 설정하면 에너지가 많이 소요될 것이므로 지구중력의 반절 정도만 중력이 유지되는 한도에서 설정하자고 주장하고 있고, 자비스는 그렇게 되면 행성의 거주민들의 위장들이 낮아진 중력에 적응하지 못하여 건강상의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물구나무서기가 내장의 위치를 바꾸어 건강을 악화시킬 것이라 믿고 이의 반대를 법제화하자는 시민단체 ‘전국 물구나무 서기 반대 협의회’의 회원이기도 하다.

어쨌든 나는 그의 성화에 못 이겨 국회 우주위원회 소속 의원인 ‘명태’의 텔레파시 번호를 내 머리에 입력했다. 통화중인지 텔레파시 접선이 되지 않았다.

“이봐 명태가 접선이 안 되는데 나중에 연락해보지.”

라고 말했지만 다음 순간 연락할 이유가 없어졌다. 내 오른 쪽 눈에 설치한 그래픽칩을 통해 구독하고 있는 뉴스서비스 화면에 ‘G속도법 지구 중력 속도로 국회통과’라는 기사가 떴기 때문이다.

“이봐 자비스 자네도 보고 있나?”

“그래 나도 읽고 있어. 잘 됐군. 그래도 국회의원들이 머리는 있는 모양이야.”

“자네의 행성주민 사랑을 피부로 느낀 모양이군.”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이제 남은 일은 행성 총독으로 부임하는 일과 이 소설을 뒷수습하는 일만 남았다.

to be continued.. maybe?

10 thoughts on “싸구려 행성 B7T210 [1]

  1. 非틀

    재밌습니다.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이런 상상력이 부럽습니다.
    요즘 제가 구상하고 있는 소설과 살짝 닿아 있는 부분도 있구요..^^
    이야기가 계속되길 기대합니다..
    (행성 B7T210의 G속도를 빠르게 한다고 해서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지는 않을 텐데요. 무중력 우주 공간에서는 어느 정도의 속도만 내 주면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도 일정 속도를 유지할 수 있을 듯.. 잘은 모르지만..)

    ㅠㅠ
    ‘귀하는 차단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네요.
    사이트 주소를 지우고 나서야 등록 가능하다는..
    제가 잘못한 거 있나요..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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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아니 세상에 무슨 일인가요?? @_@ 허접소설에 칭찬을 하셔서 컴퓨터가 자동으로 차단한 것이 아닐까요? –;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고 칭찬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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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Leonardo

      G속도, 즉 중력가속도가 아닌가 생각이 되는데 이게 맞다면 공을 떨어뜨리면 더 빨리 떨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간단히 중력이 커지면 무게가 늘어나고(질량은 불변입니다) 중력이 줄어들면 무게가 줄어듭니다.
      지구에서 몸무게를 재고 달에 가면 1/6으로 준다고 하지요?
      또 적도와 극지방은 각속도가 차이납니다. 놀이터에 회전틀이나 피겨할때 회전을 보면요,
      가운데 있을땐 별로 빨리 돌지 않는것 같다가 끝쪽으로 나오면 엄청 빨리돌죠? 반대로 피겨는 처음에 돌때 천천히 돌지만 팔을 위로 올리면 빨라집니다.
      뱅뱅 돌아왔는데요;; 적도지방은 극지방과 똑같이 하루에 한바퀴도는데 거리가 깁니다. 극지방은 짦구요.
      속도가 빨라지면 중력가속도도 빨라지고, 중력은 중력가속도가 크면 커지고, 질량이 크면 커지고 거리가 적으면 커집니다. 여기서 중력가속도는 말씀하신대로 한번 가속시키면 무중력이여서라기보다는 마찰이 없기때문에 상당히 오랫동안 적은 힘으로 유지될꺼구요. 무게가 늘기 때문에 자동차라던가 사람들이 에너지를 더 써야합니다. 무거문 물체는 밀기 힘들지요?

      (헥헥헥 이래서 이공계는 싫어… 하시면 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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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ginu

    더글러스 애덤스는 마감 날짜를 넘기고 호텔방에 갇혀서 히치하이커 시리즈를 써내려갔다고 합니다. (어느 책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네요;;;) 여하튼 이 소설도 그만큼 흥미진진하기를 기대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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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미로

    오옷, 히치하이커 저도 봤습니다- 아서 자포드 포드 마빈 등등 ‘ㅡ’)/ (한명 빠진거 같은데?)

    다른 소설과는 다르게 그 소설의 문법이랄까? 그런게 특이해서 상당히
    인상에 남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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