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함의 문화(culture of excellence)”

‘악어의 눈물’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집트 나일강(江)에 사는 악어는 사람을 보면 잡아먹고 난 뒤에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는 고대 서양전설에서 유래했다는 이 표현은 거짓 눈물 또는 위선적인 행위를 일컫는다. 공화당 하원의원인 Darrell Issa 는 악명 높은 John Paulson 이 취한 어떠한 행위에 대해 ‘악어의 눈물’로 간주한 모양이다. 아니 더 나아가 그보다 더 악질적일만큼 교묘한 투자행위로 간주한 모양이다.

Issa 의원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골드만삭스를 사기혐의로 제소한 가운데 골드만삭스가 판매한 부채담보부증권(CDO) 설계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John Paulson이 지난 2007년 저소득층 대출과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시민단체 ‘책임감 있는 대출 센터(the Center for Responsible Lending)’에 1천5백만 달러를 기부했는데, 이러한 행위는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쇼였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즉, Paulson은 CRL에 기부하여 이 단체가 “은행들로 하여금 자격 없는 대출자에게 더 많은 악성대출을 실행하는데” 일조하려는 의도를 가졌고, 이를 통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몰락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 했다는 것이 Issa 의원의 생각이다. 즉, 은행이 악성대출을 하면 할수록 CDO의 하락에 베팅한 Paulson의 몫이 커지는 것이다. 그는 현재 Paulson에게 편지를 보내 보다 자세한 기부내용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한다.

이에 대해 반론을 펴는 이들의 의견에 따르면, Paulson이 CRL에 기부한 시점인 2007년에 ABS에 투자한 베어스턴스의 헤지펀드들이 파산하는 등 이미 시장이 망가지는 상황이었으므로 그러한 행위가 하등 도움이 될 것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집값도 이미 급격한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던 시점이기도 하였다. 또한 CRL의 대변인은 Paulson이 기부한 돈을 유실처분에 직면한 가족들을 돕는 법률비용으로 썼다고 밝혔다.

Issa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 별로 그런 생각은 안 들지만 – 매우 흥미로운 투자행위라는 생각이 우선 들고(예를 들자면 노조가 파업중인 어떤 회사의 주식을 공매도하고 파업투쟁기금을 내면 비슷한 행위일까?), 이미 정치권의 “큰 손” 후원자로 알려진 John Paulson의 전방위적인 기부 스타일도 흥미롭다. 자신의 학교에도 거액의 발전기금을 냈다지만 CRL에로의 기부는 확실히 다른 기부와는 다른 느낌이다.

즉,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일조한 CDO의 설계에 관여하고, 그 시장의 붕괴에 돈을 걸고, 동시에 그 시장의 붕괴로 고통 받을 이들을 위해 자신의 돈을 기부한 것이니, 이는 어떻게 보자면 약간은 정신분열적(?)이고 전지전능한 창조주적 마인드가 아니고서는 쉽게 이해가 안가는 – 이기적이고 일면적인 나로서는 – 행태이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얼마 안 될지 몰라도 180억원에 달하는 씀씀이가 놀랍기도 하다.

골드만삭스, 베어스턴스 등에 몸담았다가 이들을 비판하는 좌익 컬럼니스트로 전향한 Nomi Prins는 그의 저서 “It Takes A Pillage”에서 골드만에는 확실히 남들은 느낄 수 없는 “우월함의 문화(culture of excellence)”가 있음을 증언하고 있다. 골드만과 함께 일했던 John Paulson도 일종의 선민의식에 가까운 이 우월감을 공유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시류의 순방향, 역방향, 그리고 그 치유에 기꺼이 돈을 쓸 수 있는 그 우월감.

그 우월감이 부러우면 진건가? 🙂

4 thoughts on ““우월함의 문화(culture of excellence)”

  1. shortly

    절대악을 바라보는듯한 느낌이 드는 글이네요 ㅎㅎ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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