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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rell Issa 의원의 진정한 의도

John Paulson이 Darrell Issa 美하원의원으로부터 CRL이란 시민단체에 돈을 기부한 사실에 대해 위선적 행위라는 비난과 함께 조사를 받고 있다는 글을 어제 올렸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그 의원의 소속이 민주당이 아닌 공화당이다. 물론 양당 모두 월스트리트로부터 막대한 정치자금을 받는 처지여서 어느 당이 더 그들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공화당이 더 월스트리트와 친할 것이란 편견은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이다.

Issa 의원이 Paulson의 부정(?)에 대한 혐의는 어떻게 잡은 것일까? 워싱턴인디펜던트에 따르면 그것은 의회의 조사나 연구소이 아닌 “번영을 위한 미국인(Americans for Prosperity)”이라는 한 시민단체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라 한다. 이 단체는 보수성향의 유권자운동 단체인 티파티를 지원하고 있으며 헬스케어와 금융규제개혁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우익 시민단체다.


Americans for Prosperity 홈페이지 캡처

이러한 단체가, 그리고 공화당 의원이 금융인을 비난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의아하다. 금융규제 개혁에도 반대하는 이들이 무엇 때문에 Paulson의 이윤추구행위를 비난하고 있을까? 내 짐작에 그들의 진정한 표적은 Paulson이 아닌 CRL, 즉 ‘책임감 있는 대출 센터(the Center for Responsible Lending)’이 아닌가 생각된다. 즉, AFP와 Issa 의원이 노리는 바는 진보 시민단체를 공격하여 정치적 승리를 거두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Issa 의원은 Paulson 에게 보낸 편지에서 “보고서들에 따르면 CRL이 은행들을 흔들고 괴롭혀 자격 없는 대출자에게 악성 대출을 실행하게끔 하는 전략에 개입하였다(According to reports,(주1) CRL was involved in a strategy to ’shake down and harass banks into making bad loans to unqualified borrowers.’)”는 주장을 하고 있다. 요지는 이런 ‘나쁜 짓’을 하는 단체에게 돈을 줘 부추긴 행위가 나쁜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한 Issa 의원은 편지에서 CRL이 ‘지역사회 재투자법(the Community Reinvestment Act)’에 의한 대출 장려가 주요전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CRA는 은행들의 지역적 차별(red-lining) 관행을 줄이고 저소득층 대출을 장려하려는 목적으로 1977년 제정되어 저축대부조합 사태가 있었던 1990년대 이후 활발히 활용되어 왔던 법이다. Issa 의원은 이 법에 따라 패니메와 프레디맥과 같은 GSE들이 질 낮은 대출을 해서 망한 거라고 주장한다.

이쯤 되면 그들의 의도는 분명하다. 현재 금융위기의 주범은 현대 자본주의의 금융 시스템이나 월스트리트가 아니라 대중영합주의적인 정치인들이 만든 법률과 이 기준에 따라 악성대출을 실행한 GSE, 그리고 이들을 부추긴 좌파 시민단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즉, 시장에는 문제가 없었고 국가의 개입이 위기를 낳은 것이고, 탐욕스런 한 금융인은 이러한 상황을 촉진시켜 자신의 부를 축적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민주당 정부든 공화당 정부든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주택대출을 장려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 의도는 저소득층에게 주택소유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진보(?)적인 의도에서부터 자산을 소유하게끔 하여 투표성향을 보수적으로 만들겠다는 보수(?)적인 의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CRA 그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다. 해당 법은 특정지역을 빨간 줄을 그어 대출을 하지 않았던 금융권의 악습을 깨기 위해 만든 법일 뿐이다.

금융권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무분별적으로 남발한 것은 CRA의 의해 악성대출을 하게끔 강요받은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2000년대 알란 그린스펀이 창출한 초저금리 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이윤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럼에도 AFP와 Issa 의원은 사태를 그들만의 시각으로 보고 있을 뿐이다. 이 모든 시나리오를 제공한 Phil Kerpen 은 “마침내 정부가 조사를 받게 되어 행복하다”고 했다 한다.

(주1) 워싱턴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 report는 다름이 아니고 AFP의 회장 Phil Kerpen이 FoxNews.com 에 기고한 글이 전부라 한다.

“우월함의 문화(culture of excellence)”

‘악어의 눈물’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집트 나일강(江)에 사는 악어는 사람을 보면 잡아먹고 난 뒤에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는 고대 서양전설에서 유래했다는 이 표현은 거짓 눈물 또는 위선적인 행위를 일컫는다. 공화당 하원의원인 Darrell Issa 는 악명 높은 John Paulson 이 취한 어떠한 행위에 대해 ‘악어의 눈물’로 간주한 모양이다. 아니 더 나아가 그보다 더 악질적일만큼 교묘한 투자행위로 간주한 모양이다.

Issa 의원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골드만삭스를 사기혐의로 제소한 가운데 골드만삭스가 판매한 부채담보부증권(CDO) 설계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John Paulson이 지난 2007년 저소득층 대출과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시민단체 ‘책임감 있는 대출 센터(the Center for Responsible Lending)’에 1천5백만 달러를 기부했는데, 이러한 행위는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쇼였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즉, Paulson은 CRL에 기부하여 이 단체가 “은행들로 하여금 자격 없는 대출자에게 더 많은 악성대출을 실행하는데” 일조하려는 의도를 가졌고, 이를 통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몰락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 했다는 것이 Issa 의원의 생각이다. 즉, 은행이 악성대출을 하면 할수록 CDO의 하락에 베팅한 Paulson의 몫이 커지는 것이다. 그는 현재 Paulson에게 편지를 보내 보다 자세한 기부내용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한다.

이에 대해 반론을 펴는 이들의 의견에 따르면, Paulson이 CRL에 기부한 시점인 2007년에 ABS에 투자한 베어스턴스의 헤지펀드들이 파산하는 등 이미 시장이 망가지는 상황이었으므로 그러한 행위가 하등 도움이 될 것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집값도 이미 급격한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던 시점이기도 하였다. 또한 CRL의 대변인은 Paulson이 기부한 돈을 유실처분에 직면한 가족들을 돕는 법률비용으로 썼다고 밝혔다.

Issa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 별로 그런 생각은 안 들지만 – 매우 흥미로운 투자행위라는 생각이 우선 들고(예를 들자면 노조가 파업중인 어떤 회사의 주식을 공매도하고 파업투쟁기금을 내면 비슷한 행위일까?), 이미 정치권의 “큰 손” 후원자로 알려진 John Paulson의 전방위적인 기부 스타일도 흥미롭다. 자신의 학교에도 거액의 발전기금을 냈다지만 CRL에로의 기부는 확실히 다른 기부와는 다른 느낌이다.

즉,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일조한 CDO의 설계에 관여하고, 그 시장의 붕괴에 돈을 걸고, 동시에 그 시장의 붕괴로 고통 받을 이들을 위해 자신의 돈을 기부한 것이니, 이는 어떻게 보자면 약간은 정신분열적(?)이고 전지전능한 창조주적 마인드가 아니고서는 쉽게 이해가 안가는 – 이기적이고 일면적인 나로서는 – 행태이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얼마 안 될지 몰라도 180억원에 달하는 씀씀이가 놀랍기도 하다.

골드만삭스, 베어스턴스 등에 몸담았다가 이들을 비판하는 좌익 컬럼니스트로 전향한 Nomi Prins는 그의 저서 “It Takes A Pillage”에서 골드만에는 확실히 남들은 느낄 수 없는 “우월함의 문화(culture of excellence)”가 있음을 증언하고 있다. 골드만과 함께 일했던 John Paulson도 일종의 선민의식에 가까운 이 우월감을 공유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시류의 순방향, 역방향, 그리고 그 치유에 기꺼이 돈을 쓸 수 있는 그 우월감.

그 우월감이 부러우면 진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