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인생

사람들이 ‘막장인생’, ‘이거 완전 막장이네요’ 할 때 별 생각 없이 지나가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생각해보니 별로 좋은 표현이 아니었다. 하나하나 그렇게 꼬치꼬치 따지는 것도 피곤하긴 하지만 어딘가 꺼림칙한 면은 있다. 막장의 뜻은 이렇다.

막장 [명사]<광업> 1. 갱도의 막다른 곳. 2. 같은 말: 막장일.

결국 ‘막장인생’은 ‘광부의 삶’을 뜻한다. 지금은 사양화된 – 고유가 시대에 또 모르지 – 광산에서 일하던 광부의 삶은 70~80년대 저임금 노동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상징하였다. 툭하면 ‘지하갱도에 몇 명의 광부가 갇혔네’ 하는 기사가 보도되곤 했었다. 그러니 잘 안 풀리는 인생을 ‘막장인생’으로 표현하면 그 뜻은 통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기왕이면 쓰지 않았으면 하는 표현이다. 광부들의 인생은 고단했을지 몰라도 그들이 없었으면 우리는 엄동설한에 모두 얼어 죽었을 것이다. 고마운 분들이다.

적어도 나는 이 표현은 쓰지 않으련다.

0 Comments on “막장인생

    1. 장하준 교수가 한국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로 그 백화점 주차장에 인사하는 직원들 이야기를 하던데요. 기껏 자동 발권기를 갖다 놓고 그걸 뽑아주는 직원이 왜 더 필요하냐는 거죠. 임금이 낮은 탓도 있을 거고 그런 인사를 받기 좋아하거나 그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영진이나 우리나라 사람들 이상한 허위 의식도 있을 거고요.

  1. 말에 대해 이렇게 고민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른politically correct’ 말을 사용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말은 아름다워질거라고 생각해요. ‘애자’, ‘막장’이 쓰다보면 재미있지만, 그 말 때문에 상처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 재미 쯤은 포기할 만하겠죠.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

  2. 광부들의 작업장 모습을 떠올립니다. 굴을 파는 일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막다른 공간에서의 숨막히는 노동, 실제로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율이 굉장하다고 하네요. 어떻게 보면 삶의 막다른 순간과 “막장”이라는 공간은 그렇게 닳아 있어서가 아닐까 싶네요.

    1. 10년도 전에 ‘길’이라는 운동권(!) 잡지(‘말’지와 함께 쌍두마차였죠)에서 기획한 강원도 기행에 가서 폐광촌에 간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우연히 발견한 월급통장. 물가상승을 고려한다 해도 거기 찍혀 있던 몇 백원의 월급은 정말 암울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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