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인생

사람들이 ‘막장인생’, ‘이거 완전 막장이네요’ 할 때 별 생각 없이 지나가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생각해보니 별로 좋은 표현이 아니었다. 하나하나 그렇게 꼬치꼬치 따지는 것도 피곤하긴 하지만 어딘가 꺼림칙한 면은 있다. 막장의 뜻은 이렇다.

막장 [명사]<광업> 1. 갱도의 막다른 곳. 2. 같은 말: 막장일.

결국 ‘막장인생’은 ‘광부의 삶’을 뜻한다. 지금은 사양화된 – 고유가 시대에 또 모르지 – 광산에서 일하던 광부의 삶은 70~80년대 저임금 노동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상징하였다. 툭하면 ‘지하갱도에 몇 명의 광부가 갇혔네’ 하는 기사가 보도되곤 했었다. 그러니 잘 안 풀리는 인생을 ‘막장인생’으로 표현하면 그 뜻은 통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기왕이면 쓰지 않았으면 하는 표현이다. 광부들의 인생은 고단했을지 몰라도 그들이 없었으면 우리는 엄동설한에 모두 얼어 죽었을 것이다. 고마운 분들이다.

적어도 나는 이 표현은 쓰지 않으련다.

21 thoughts on “막장인생

  1. Ray

    으악-;;;
    저는 양념장의 일종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쌈장 막장 이런 거요..
    왜 그걸 여기다 쓰는거지? 하면서도 의심없이 썼는데; 그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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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맞아요. 그걸 막장이라고도 하죠. 전 회를 막장에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한답니다. 🙂 (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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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정환

    언젠가 한겨레21에서 “도심 속의 막장”이라는 제목으로 택시 기사들 삶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었는데요. 70~80년대 광부들만큼 목숨이 위태롭지는 않지만 정말 이 시대에도 막장은 여전히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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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도시의 화려한 모습 속에 가려진 그런 그늘진 삶들은 너무나 많죠. 할인점에서 하루종일 서서 일하시는 캐시어들, 백화점 주차장 앞에서 화장 진하게 하고 땀 뻘뻘 흘리며 인사하는 여직원들, 기타 등등..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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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정환

      장하준 교수가 한국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로 그 백화점 주차장에 인사하는 직원들 이야기를 하던데요. 기껏 자동 발권기를 갖다 놓고 그걸 뽑아주는 직원이 왜 더 필요하냐는 거죠. 임금이 낮은 탓도 있을 거고 그런 인사를 받기 좋아하거나 그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영진이나 우리나라 사람들 이상한 허위 의식도 있을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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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foog

      맞아요. 저도 생각납니다. 한편으로는 고용창출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실용적인 것은 아니죠. 거기에다 그 부담스러운 – 본인에게도 고통스러울 – 옷차림에 화장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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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엔디

    말에 대해 이렇게 고민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른politically correct’ 말을 사용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말은 아름다워질거라고 생각해요. ‘애자’, ‘막장’이 쓰다보면 재미있지만, 그 말 때문에 상처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 재미 쯤은 포기할 만하겠죠.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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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비트손

    광부들의 작업장 모습을 떠올립니다. 굴을 파는 일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막다른 공간에서의 숨막히는 노동, 실제로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율이 굉장하다고 하네요. 어떻게 보면 삶의 막다른 순간과 “막장”이라는 공간은 그렇게 닳아 있어서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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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10년도 전에 ‘길’이라는 운동권(!) 잡지(‘말’지와 함께 쌍두마차였죠)에서 기획한 강원도 기행에 가서 폐광촌에 간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우연히 발견한 월급통장. 물가상승을 고려한다 해도 거기 찍혀 있던 몇 백원의 월급은 정말 암울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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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히치하이커

    옷, 그렇군요!
    다만 전 그 ‘막장’과 이 막장은 동음이의어가 아닐까 싶어요. 에 그니까 그 막장은 ‘막바지에 다다른 인생’ 뭐 이런 뜻에서 ‘막장’이라 하는 게 아닐까요. 아니려나요. 전 여지껏 그리 생각하고 있었는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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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제 생각엔 이 막장이 그 막장인 것 같은데요. ^^; 사실 일종의 속어인 관계로 어원을 따지자면 복잡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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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이정환

    9시 뉴스 클로징 멘트로 신경민 앵커가 이 비슷한 말을 하더라고요. 그 사람도 후그닷컴 애독자가 아닐까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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