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어느 영국기업

영국에 재밌는 회사가 하나 있다. ‘브리티시가스(British Gas)’ 라는 회사로 영국 내에서 에너지를 공급하는 민간기업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 기업은 Centrica라는 기업으로 그들이 매입한 국영기업 브리티시가스의 이름을 사용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여하튼 왜 재밌는 회사라고 했냐면 이 회사가 최근 가스 가격을 35% 인상하였는데 이후 24시간도 안되어 반기 이익이 10억 파운드(약 2조원)라고 발표하여 소비자들의 염장을 질렀기 때문이다. 대체 염치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여하튼 이에 따라 회사의 주주들은 올해 배당이 16% 늘었다고 한다.

이러한 에너지 기업의 몰염치에 분노한 영국 시민사회는 천문학적인 기업의 이윤에 소비자는 고통받고 있다면서 이른바 횡재세(windfall tax)(주1) 라 불리는 세금의 부과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국민들은 현재 높은 공공요금으로 고통 받고 있다. National Energy Action은 평균적인 가구의 공과금이 전기료 9% 인상 등과 맞물려 연 1,329파운드(한화 약 260만원)에 달할 것으로 보는데 이는 2003년 1월 수치의 두 배에 달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는 이른바 ‘연료 빈곤(fuel poverty)’의 문제가 큰 이슈가 되고 있다. National Energy Action의 Zoe Mcleod는 금년 말까지 영국 내 600만 가구가 이러한 연료 빈곤의 궁지로 몰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와 시민사회는 횡재세 부과를 통해 얻어진 세입으로 연료 빈곤에 시달리는 가구를 지원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보다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회사의 민영화 자체를 비난하고 있다.

한편 에너지 기업 Shell의 임원 Jeroen van der Veer는 이러한 세금부과가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트릴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볼 때 소비자에게 왜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I don’t see why it will help consumers in the long term)”고 말했다. 그들은 현재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많은 돈을 가스와 석유 생산에 투입하고 있는데 횡재세 부과가 공급능력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사건은 결국 통제되지 않는 국가 주요기능의 민영화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상당수의 공기업이 방만한 운영, 비효율, 주인의식 결여 등으로 비난받는 가운데 민영화 기업은 철저한 수익위주의 운영, (소비자를 쥐어짜는) 지나친 효율성, 주주들의 지나친 주인의식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에 쏟아지는 비난을 의식해 표현을 ‘공기업 선진화’로 바꾼 가운데서도 민영화라는 로드맵은 포기하지 않은 상태인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사례는 현재진행형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민영화는 다 나쁜 것이냐 아니면 나쁜 민영화가 대부분인 것이냐는 미세한 논쟁거리는 제켜두고라도 적어도 공기업 선진화는 한국의 브리티시가스의 탄생의 산파역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관련기사 보기

(주1) 국영기업의 민영화로 큰 이익을 얻은 기업에게 부과하는 특별조세로 British Telecom, British Gas, BAA(공항관리기업), 전기회사 들이 주요 과세대상기업이다. 블레어 정부는 이 세금을 1997년 대상기업에 부과했다.

11 thoughts on “뻔뻔한 어느 영국기업

  1. 고어핀드

    개인적으로는 공기업 비리 척결 및 경영 합리화를 은근슬쩍 민영화로 동치시키는 행동도 브리티쉬가스 뺨치게 뻔뻔한 짓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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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하는 짓들 보면 매우 코믹스럽게 뻔뻔하죠. 정말 어떨 때는 웃기려고 그러는 것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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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하민빠

    약간 다르지만…오늘 1 대 100 이라는 퀴즈 프로그램을 보니 이탈리아에는 고유가로 엄청난 이득을 올리는 에너지 기업들에게 “로빈후드”라는 세금을 부과한다고 하더군요. 그 돈은 빈곤층을 위해 쓰인 답니다. 작명센스가 짱이죠? ^^

    규제 철폐, 시장 자율화 등 말들 많지만, 이런 규제는 참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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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말씀대로 작명센스 굿인데요. 그럼 우리나라는 홍길동세, 또는 활빈당세 뭐 이러면 되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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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jayhawk

      전 목적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주요 이유는 증세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로빈후드세는 아마 에너지요금(가스/전기/수도)을 또 올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어떤 식으로든 반영시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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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Ray

    활빈당세.킥킥킥:)

    근데 그거 걷어서 또 부자들 배부르게 하진 않을까요?
    아아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이에요.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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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지호

    브리티시가스 고객으로서 글을 올립니다.

    몇달전에 브리티시가스,EDF에너지,스코티쉬&서던가스 사장 모여놓고
    영국의회에서 청문회를 진행한적이 있었는데..
    당시 모든 사장들이 “지금 인상할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하면서 애원하더군요

    뭐 이유야 지금 불안정한 이놈이 유가때문입니다.

    먼저 가스요금 인상 포문을 연것은 EDF에너지입니다. 프랑스계열의 에너지회사이죠…
    여기가 올리자.. 영국에서 가장큰 에너지공급업체인 브리티시가스가 올렸죠..
    그리고 다음날… 어마어마한 이익을 냈다는 뉴스가 떡하니 뜨니…
    아주 제 머리에서 스팀 팍 나오더군요…

    눈앞이 막막합니다. 에휴… 회사를 옮겨야하나…
    (참고로 영국은 전기,도시가스공급사는 맘에드는회사로 변경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옮기면 뭐합니까 거기도 다 올릴텐데…
    휴….

    (추신) 다시한번 생일축하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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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맞아요 지호님이야말로 직접적인 당사자시겠군요. 삼가 위로의 말씀 올립니다. 여하튼 브리티시가스 홈페이지 가보니 2010년까지 가격을 고정시킬 수 있다는 둥 그런 선전문구가 이색적이더군요. 공과금을 그런 식으로 딜을 하는 시스템이라니.. 영 익숙치 않아서요. ^^;

      그런데 말씀대로 과점체제로 담합을 해버리면 회사를 옮긴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결국 이러한 불공정 거래는 하루빨리 정부, 시민사회, 정당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나서서 시정을 해야겠죠. 대체 한달에 20만원이 넘는 공과금이라니.. 런던에서의 삶이 무척 팍팍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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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곰소문

    민간 기업이 효율이 높다는 것은 신화입니다.

    오직 이익 실현이라는 목표에 매진하는 자세가 다를 뿐이지. 삽질은 만만치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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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말씀하신 주제는 여하간에 그 진실 여부에 대해 수십년 동안 학자들과 정치가들이 박터지게 싸우고 있는 주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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