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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후드稅’의 과세효과에 관하여

이글은 ‘뻔뻔한 어느 영국기업’이라는 나의 글에 ‘하민빠’님이 이탈리아에서 과세예정이라는 ‘로빈후드세’에 대해 소개해주셨다. 이에 대해 jayhawk님이 그러한 과세가 오히려 가격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겠냐는 취지의 댓글을 남겨주셨고 이 글은 그에 대한 나의 답변이다. 쓰다 보니 길어졌고 또 다른 분들도 같이 고민할 지점이 있는 것 같아 별도의 글로 올린다. 한편 이 글에서 언급되고 있는 초과이득세 아이디어는 발화지점인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포르투갈, 심지어 미국에서까지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관련기사) 미국에서의 주창자는 오바마와 민주당.

jayhawk님 말씀하시길.

전 목적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주요 이유는 증세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로빈후드세는 아마 에너지요금(가스/전기/수도)을 또 올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어떤 식으로든 반영시키지 않을까요?

감세론자는 세금감면을 통해 기업의 비용을 절감시키고 투자유인을 갖게끔 하는 것이라고 말하곤 하죠. 이는 기본적으로 여하한의 세금에 대한 가격의 탄력성이 매우 높다는 전제 하에 말하는 것일 텐데요. 예를 들어 그들의 말이 옳다는 가정 하에 기업이 법인세나 부가가치세에 대해 원가에 반영하는 것은, 그리고 원가에 반영될 법인세의 요율을 낮춰달라는 주장은 타당하거나 또는 있음직한 주장이라 할지라도 횡재세에 대해 여하한의 이유로 미래원가에 반영하는 것은(주1) 이치에 닿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과거 우리나라의 ‘토지초과이득세’와 같은 일종의 ‘초과이득세’이기에(주2) 일회성 성격이 있는 것이고(주3) 이를 교묘한 계정과목으로 하여 원가에 반영할 것 같으면 그때부터는 회계처리의 옳고 그름이나 기업경영의 문제가 아니라 사법적인 문제라고 판단됩니다.

그럼에도 jayhawk님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결국 원가구성을 과세당국이나 기타 공권력이 샅샅이 뒤져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 또한 해당기업들의 비용감추는 실력도 만만치 않을 테고 말이죠. 바로 그러한 이유로 여기 예로 든 브리티시가스랄지 하는 공익성격의 기업에는 적절한 공권력의 정기적인 기업실사를 통한 회계투명성의 확보, 적정이윤 이상의 비공익적 이윤창출에 대한 통제,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적절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가져야 하겠죠.

보다 근본적으로 민영화로 인해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개연성에 대해서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였더라면 이러한 사후약방문(주4) 식의 세금부과가 필요하지 않았겠죠. 그네들이 주장했던 소위 ‘보편적 테스팅(universal testing)’에 따라 정말로 민영화가 공공소유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내려졌을 것 같으면 그러한 테스팅 결과를 담보할 공적 통제권을 쥐고 있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게 없었으니 이런 결과가 나왔겠죠.

(주1) 재무제표 상에 ‘전년도 횡재세 분’이라고 쓸 무모한 기업은 없겠지요 ^^

(주2) 그걸 빈곤층을 위해 쓴다고 해서 목적세라고 보는 것은 약간 무리가 있어 보이는데요?

(주3) 이것은 과세가 한번만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특정한 경우가 발생될 경우에 조건부로 과세된다는 의미에서

(주4)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이런 세금의 과세야 말로 혼란을 가중시킬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안 좋은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즉 적정한 에너지 가격으로 통제가 되었더라면 이른바 ‘이용자부담원칙(polluter pay principle)’을 지키면서 무임승차 효과를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인데, 이 세금으로 거둬들여서 공과금을 낸 사람을 지원하겠다고 한다면 그것이 각각의 피해자에게 공정하게 배분되느냐는 새로운 의문을 남기게 되고 쓸데 없는 행정력만 낭비되는 결과를 가져올테니까 말이죠. 말은 이렇게 하지만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뻔뻔한 어느 영국기업

영국에 재밌는 회사가 하나 있다. ‘브리티시가스(British Gas)’ 라는 회사로 영국 내에서 에너지를 공급하는 민간기업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 기업은 Centrica라는 기업으로 그들이 매입한 국영기업 브리티시가스의 이름을 사용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여하튼 왜 재밌는 회사라고 했냐면 이 회사가 최근 가스 가격을 35% 인상하였는데 이후 24시간도 안되어 반기 이익이 10억 파운드(약 2조원)라고 발표하여 소비자들의 염장을 질렀기 때문이다. 대체 염치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여하튼 이에 따라 회사의 주주들은 올해 배당이 16% 늘었다고 한다.

이러한 에너지 기업의 몰염치에 분노한 영국 시민사회는 천문학적인 기업의 이윤에 소비자는 고통받고 있다면서 이른바 횡재세(windfall tax)(주1) 라 불리는 세금의 부과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국민들은 현재 높은 공공요금으로 고통 받고 있다. National Energy Action은 평균적인 가구의 공과금이 전기료 9% 인상 등과 맞물려 연 1,329파운드(한화 약 260만원)에 달할 것으로 보는데 이는 2003년 1월 수치의 두 배에 달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는 이른바 ‘연료 빈곤(fuel poverty)’의 문제가 큰 이슈가 되고 있다. National Energy Action의 Zoe Mcleod는 금년 말까지 영국 내 600만 가구가 이러한 연료 빈곤의 궁지로 몰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와 시민사회는 횡재세 부과를 통해 얻어진 세입으로 연료 빈곤에 시달리는 가구를 지원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보다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회사의 민영화 자체를 비난하고 있다.

한편 에너지 기업 Shell의 임원 Jeroen van der Veer는 이러한 세금부과가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트릴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볼 때 소비자에게 왜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I don’t see why it will help consumers in the long term)”고 말했다. 그들은 현재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많은 돈을 가스와 석유 생산에 투입하고 있는데 횡재세 부과가 공급능력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사건은 결국 통제되지 않는 국가 주요기능의 민영화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상당수의 공기업이 방만한 운영, 비효율, 주인의식 결여 등으로 비난받는 가운데 민영화 기업은 철저한 수익위주의 운영, (소비자를 쥐어짜는) 지나친 효율성, 주주들의 지나친 주인의식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에 쏟아지는 비난을 의식해 표현을 ‘공기업 선진화’로 바꾼 가운데서도 민영화라는 로드맵은 포기하지 않은 상태인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사례는 현재진행형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민영화는 다 나쁜 것이냐 아니면 나쁜 민영화가 대부분인 것이냐는 미세한 논쟁거리는 제켜두고라도 적어도 공기업 선진화는 한국의 브리티시가스의 탄생의 산파역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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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국영기업의 민영화로 큰 이익을 얻은 기업에게 부과하는 특별조세로 British Telecom, British Gas, BAA(공항관리기업), 전기회사 들이 주요 과세대상기업이다. 블레어 정부는 이 세금을 1997년 대상기업에 부과했다.